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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염색하기 정옥기
저는 전남 화순 능주에 집 한 채를 짓고 살고 있습니다. 기둥에다가 토벽을 붙여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저희 집사람은 기둥입니다. 별칭이 기둥이고 제 별칭은 토벽입니다. 토벽과 기둥이 함께 삽니다. 저희는 한 9년 전에 귀농했습니다. 광주에서 이런저런 일 하면서 쭉 지내다가 시골에 들어와 살면서 제일 처음에는 먹는 문제, 즉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했고, 그 다음에는 입는 것을 어떻게 해보자고 해서 제가 학교 때 배웠던 염색, 그때는 화학염료로 작품성 위주로 했었는데 5년 전부터 했던 것들이 이제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말씀을 나눠줄 수 있을 정도로 알게 되었습니다.
옷을 우리 것으로 입고, 그 다음 집을 한 채 짓자고 해서 2년간에 걸쳐 집을 지었습니다. 그래서 귀농 9년 만에 의식주 문제를 저희들 자체적으로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삶이 많이 분주해 졌습니다. 농사, 염색, 집짓기 등을 많이 문의해 오셔서 그렇습니다. 또 손님도 많이 찾아오시는데 저희 기둥께서 섬기는 일을 잘 해주셔서 늘 고마움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저희는 2남1녀로 큰애가 올해 군 제대하고, 둘째가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를 나와서 서울에 있는 최일도 목사가 운영하는 다일 공동체에서 봉사하고 있습니다. 막내가 저희와 같이 살며 집에서 2Km 떨어진 중학교를 다니고 있고,, 또한 젊은 두 내외가 저희 집에서 염색을 배우기 위해 문하에 들어와 있습니다. 그래서 다섯 식구가 삽니다. 저는 산자락 밑에서 살고 젊은 부부는 마을에 방을 구해서 살고 있으며, 농사도 같이 짓고 있고 같이 나눠먹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을 이런 좋은 환경 속에서 만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또 귀농운동, 이 시대에 필요한 귀농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 주신 귀농운동본부에 여러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본론으로 염색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염색에서의 관건은 쪽과 홍화입니다. 그게 제일 어렵습니다.
장시간의 기술과 정교성을 요구합니다. 현재 단가도 제일 높습니다. 나머지는 그만그만합니다. 여러분들이 귀농해서 생활 속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광물성 염색입니다. 광물성 염색이라는 것은 흙을 재료로 해서 하는 염색입니다. 염색가 들은 제각기 자기 관점이 있습니다. 쪽이라든지 홍화라든지 출발점이 있고, 이것을 시작으로 다른 염색을 섭렵하게 됩니다. 저는 처음에 제 호가 토벽인 것처럼 흙으로부터 시작했습니다.
옛날 스님들의 전통적인 염색방법 - 잿물 염색 방법이라 해서 버드나무나 참나무 숯이라든가 대나무 잎을 태워서 그 재만 가지고 물들이는 것인데 그건 굉장히 공력이 많이 듭니다. 옛날에 큰스님들한테 잿물옷 하나 지어서 드리면 큰 공양하는 것이라 할 정도로 아주 수공이 많이 들어갑니다. 염법 자체는 간단한데 좀 어렵습니다. 오늘은 황토염색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좋은 황토를 선별하는 것이 염색의 50%를 좌우합니다. 황토를 선별하는 안목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좋은 황토를 발견하는 것이 그 자체가 하나의 큰 광산입니다. 그런 안목을 기르시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일반적으로 알 수 있는 법은 황토, 말 그대로 누를 황, 즉 누른빛이 나는 것이 황토입니다. 황토가 빨간 것에 가까운 것은 주토입니다. 이것은 황토라 말할 수 없습니다. 누르스름한 것이 황토인데 그것이 약토입니다. 그것을 또 지장수로 내려 먹으면 몸에도 좋습니다.
표토에서 60cm 밑에 있는 흙을 채취해서 맑은 물에다 흔들어서 약간 가라앉혀서 위에 탑탑한 기가 있는 그 상태가 지장수 인데 그것을 마십니다. 그 누른빛의 황토와 붉은 색의 주토 중 여러분이 원하는 색으로 원하는 흙을 채취합니다. 흙을 채취할 땐 흐린 날에 하면 절대로 안됩니다. 아주 건조하고 일기가 아주 좋아서 흙이 바짝 마른 상태에서 흙색깔을 봐야 합니다. 젖은 상태에서 흙을 보면 점질도 있고 흙이 모두 고와 보입니다. 천도 물이 묻으면 색깔이 좋아 보이는 것처럼 본질을 알 수 없습니다. 황토는 안료계통이기 때문에 입자입니다. 그 작은 입자가 섬유사이에 박혀 들어가는 것입니다. 고운 입자를 채취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황토의 염료는 사질 보다는 수분이 많은 점질이 있어야 됩니다. 어렸을 적 찰흙놀이 할 때 뒷산에서 파온 흙처럼 물기가 있어야 되고 부식이 잘된 흙이 좋은 것입니다.
흙을 채취하면 수비라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수비란 도자기를 할 때 쓰는 말인데 흙에 흙탕물을 일으켜서 고운 흙을 골라내는 것을 말합니다. 돌 등이 섞인 흙을 큰 다라에 넣고 물을 넣어 10분 정도 놔둬서 흙에 물이 잘 스미도록 한 다음 물과 흙을 골고루 섞고 담배한대 피울 시간동안 기다리십시오. 그 물을 다른 그릇에 아주 천천히 따라서 옮깁니다. 그리고 밑에 남은 찌꺼기는 버립니다. 이런 작업을 3-4번 반복합니다. 그리고 재웁니다. 재운 것 위에 있는 물을 완전히 따라버립니다. 그 가라앉아 남아있는 흙탕물이 염료입니다.
황토를 재울 때 넓은 그릇보다도 폭이 좁고 길쭉한 그릇이 앙금이 빨리 잘 지고 물을 따라낼 때도 편합니다. 그 황토를 그냥 막바로 쓰셔도 좋은데 한겨울을 넘겨서 다음해에 쓰는 것이 더 좋습니다. 겨울동안에 얼고 녹고 하면서 점질이 좋아집니다. 물을 넣을 때 팔팔 끓인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물은 팔팔 끓이면 실패할 확률이 높고 염색이 잘 안됩니다. 물은 보통 40-50도 정도, 손을 집어넣었을 때 따뜻하다고 느낄 정도가 좋습니다. 한 1주일정도 지난 다음에 물을 따라내고 쓸 경우 손으로 떠도 떠질 정도로 점질이 잘 되어 있습니다. 다음에 맑은 물을 끓여 가지고 황토를 집어넣어 잘 풀어 물 두되 내지 세되에 천일염을 밥숟갈로 하나정도를 잘 푸셔서 넣으시고 천을 집어넣으면 됩니다. 천을 집어넣을 때 뭉텅이로 집어넣지 말고 앞부분부터 집어넣으면서 빨래를 하듯이 잘 주무르십시오. 섬유질 사이로 황토가 잘 스미게 조금 지루할 정도로 문지르시고 가볍게 짜서 말리시면 됩니다.
면포에 관한 말씀을 잠시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염색을 하시든 간에 면포세탁을 잘 하셔야 됩니다. 염색에 있어서 면포를 얼마나 깨끗이 하느냐에 따라서 색상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일상적으로 쉽게 사용하실 때는 집에서 쓰는 세제를 집어넣고 푹 삶으신 다음에 세제를 완전히 헹구어 내야 되는데 면포에 세제가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면 나중에 염색할 때 황토가 세제와 함께 빠져나갑니다. 그래서 얼룩이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세탁을 잘하셔야 되는데 섬유에 있는 기름기를 제거해야 합니다. 섬유에는 기름기가 있고 섬유에 풀을 먹여서 파는데 그 풀이 잘 안 빠집니다. 그래서 풀을 완전히 빼야 됩니다. 그래서 저는 풀을 안 먹인 섬유를 구해서 사용하려고 합니다.
짜서 말리신 다음 맑은 물에 깨끗이 세탁을 하십시오. 그리고 또 다른 염료로 하시든 새 염료로 하시든 아니면 기존염료에 새 염료를 섞어서 하시든 세탁해서 말린 섬유를 다시 한번 빨아주시면 색깔이 곱게 듭니다. 그렇게 해서 진하게 입고 싶으시면 진하게 엷게 입고 싶으시면 엷게 자기가 원하는 색상을 만들면 됩니다. 그러나 3회 이상은 염료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보통 2회면 완벽하게 들어갔다고 보면 됩니다. 외냐 하면 한번 하면은 더 이상 염료가 들어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혹은 배가 부르지 않은 곳에 배 부르라고 2-3회를 겸해줄 뿐입니다. 2-3회 하셔서 말려 가지고 흙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세탁을 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해서 옷을 지어서 입으시면 한 3년 정도는 까닥 없습니다. 3년 정도 지나신 다음에 그 옷을 다시 한번 염색을 하시면 더 오래 입으실 수 있습니다.
잿물염색은 아까 말한 대로 숯은 어떤 종류도 상관이 없습니다만은 아까 말씀 드린 숯이 좋습니다. 숯도 물에다 재가지고 놓으면 연소가 덜 된 것들과 이물질 들은 다 뜹니다. 숯을 태워가지고 물에 넣고 조금 기다리면 염료가 될 수 있는 것들은 가라앉고 위에 이물질이 뜨고 그것을 따라 버리고 또 다시 흔들어서 다른 그릇에 따라 버립니다. 그러면 흙계통에 있는 것들은 가라앉고 염료가 위로 빠져나갑니다. 그것을 황토염색처럼 앙금을 시켜놨다가 황토염색하는 것처럼 다른 방법 없이 손이 닳아질 정도로 문지르면 됩니다. 철저하게 집어넣는 것입니다. 억지로 집어넣는 것입니다. 그래서 옷 한 벌을 집어넣으려면 그 공력이 보통이 아닙니다. 볼 빠져 버려요. 그렇게 하시면 고운 재색옷을 입으실 수 있습니다. 내습성도 좋고요 피부에도 좋고, 황토나 잿물이나 다 몸에 좋습니다. 습진이나 겨드랑이에 땀차시는 분들은 건강 팬티나 건강내의를 만들어 입으셔도 됩니다.
서울에서 저희한테 우성직물인가, 좋은 생각인가 사람들인가 하는 주병진이가 황토옷 만드는 방법을 배워 가지고 가서 그따위 짓을 해버렸습니다. 저희한테 도움을 줄 것인 양 빼가 가지고, 이야기만 들어가지고 가서 모르는 척 해버리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세상이 많이 저를 그렇게 만듭디다. 섭섭한 맘을 갖게 만들어요. 그래서 그 팬티 한장이 17000원정도 한답니다. 보통 3-4000원 정도 하는데 어려운 IMF시대에 보통 4곱씩 받는데 이런 염색 방법들 여러분만 아시지 마시고 주변에 널리 알리셔서 생활에 유익하게 쓰십시오. 도시에 계시더라도 그릇을 가지고 흙을 담아오셔서 집에 와서 간단히 하실 수도 있습니다.
만드셔서 이웃들에게 선물도 하시고, 그것을 특히 가정에서 베개를 만드셔도 괜찮습니다. 천을 재봉틀로 툭 박아서 베시면 그것이 바로 황토베개입니다. 시골 가시면 짚도 한주먹 얻어서 송송 썰어서 넣으시면 짚과 왕겨에서 엄청난 원적외선이 나옵니다. 그것이 보약입니다. 도시에서 그렇게 하시면 좋습니다. 우리 인체에서 이것이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뒤에 딱 베고 계시고, 또 엎어질 때 얼굴에 문지르시면 처녀, 총각들이 얼마나 얼굴이 예뻐지겠습니까? 그렇게 생활에 유익하게 쓰시고 주변에도 알려주셔서 사용하십시오. 좋은 사람들 주병진이가 저를 건드렸어요. 제가 좀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 그것 가지고 돈을 벌고 해서 배가 아파서 애라 천하에 공개해버려서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다 써버리자 그래서 쉽게들 쓰고 생활에 유용하게 써버리는게 낫겠다 싶은 차에 귀농에서 좀 와주십사 해서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나도 꼬라지가 좀 못됐거든요.
감 염색법은 아주 보편적입니다. 보편적인데도 불구하고 어렵습니다. 감 염색법은 우선 8월 이후에 감이 완전히 크기가 형성되었을 때 아직 익지는 않았지만 크기가 온전히 성숙했을 때가 감이 제일 좋습니다. 7월부터 채취해도 된다고 합니다 만은 감알이 적어서 양이 적습니다. 그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감이 충분히 성숙했을 때 채취하고, 그리고 그 감은 나중에 붉어져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물러지기 전까지 색깔일 붉어져도 파삭파삭 할 때 한 2개월 정도 지나도 염색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그시기에 감을 따셔서 절구에다 팍팍 찌십시오. 거기에 감 한되에 물 한되를 넣으셔서 모기장 같은데다 잘 짜내십시오. 천에다 하면 천에 다 스며드니까 비닐로 된 모기장 같은 것으로 꽉 짜십시오. 물을 넣지 않으면 생얼룩이 가고 감즙량이 극히 적기 때문입니다. 물을 사용하는 대신 여러 차례 반복을 하는 것입니다. 한 3회 정도 하시면 처음에 생즙으로 한 것만큼 물이 잘 듭니다. 반복을 하면 됩니다. 그래서 저희 집에서 나간 염색옷은 뭔 염색이 저렇게 곱게 들었는지 뭔 방법이냐고 합디다. 간단합니다. 물을 타서 쓰면 됩니다. 단번에 하지 않을 뿐 2번 정도 수고를 더할 뿐입니다. 제주도 지방에서나 해안지방에서는 해풍이 발색을 좋게 합니다. 염기를 약간 즙에다 한 티스푼 정도 소금을 가해 주면 됩니다. 그렇게 해서 빨랫줄에 널면 되는데 절대로 접어서 널면 안됩니다. 접히는 부분이 뭉쳐서 얼룩이 갑니다. 그래서 반듯이 펴서 집게로 잡아서 널면 됩니다. 그리고 중간에 윗천이 말라서 꼬들꼬들해 지시면 뒤집어서 말리면 됩니다.
그리고 우그러진 부분이 있으면 거기도 얼룩이 갑니다. 그래서 빨랫줄이 쳐지지 않게 해서 천이 반듯하게 합니다. 그렇게 1회 2회 3회 하셔서 햇빛에다가 말리시면 되는데 말라도 색깔이 안 나고 흰 광목이 누른빛만 나지 더 이상 감색깔이 안나옵니다. 그럴 때마다 포기하시지 마시고 물에 묻혀서 또 해서 널고 또 해서 널고 하십시오. 햇볕이 좋을 때 하시면 태양과의 작용에 의해서 발색 곱게 나옵니다.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은 발을 칩니다. 까만 그물망 같은 것으로 다이를 만들어서 그 위에다 천을 쫙 펴놓습니다. 그러면 밑에 부분은 밝은색이 나오고 위에 햇빛을 많이 본 부분은 감색이 나옵니다. 시중에 파는 것은 다량 생산하다보니까 그렇게 나옵니다. 여러분이 하실 때는 양면이 나오게 하시는 것이 좋겠지요. 영 색깔이 안나오면은 황토물에 하룻밤 담갔다 말리시면 황토처럼 붉은 감물이 나옵니다. 옛날 어르신들은 바닷뻘에다 묻기도 하고 모래에 묻기도 하셨습니다.
제 어렸을 적에는 육지에서 할 때는 그물에다 감을 찧어 가지고는 그물에 물을 들이고는 그것을 그 저수지 뻘에다 묻으셨어요. 파서 보면은 감물이 그 저수지 흙색깔로 나옵니다. 그래서 가장 적정한 물이 들어가지요. 그 저수지에 맞는 색깔이 들어가지요. 그렇게 해서 그물로 쓰셨습니다. 여러분들도 그것을 응용하셔서 바다에 가셔서 뻘을 떠다가 그곳에 묻어보기도 하시고 황토에다 묻어보시기도 하시고 응용을 해보세요. 뻘은 회색계통 이니까 감물의 색깔이 다르겠지요. 감물이면서도 색깔이 달라서 여러분들이 쓰시는데 유익하리라 봅니다. 지금까지 한 것은 말뿐이고 여러분들이 실제로 하시다 보면 실제로 그렇게 안나옵니다. 그래도 여러분들이 지극한 정성을 가지고 하시다 보면은 매우 좋은 색감이 나오며 매우 좋은 것을 만드실 수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보시면 야 그거 돈줄게 팔어라 하실 겁니다.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해보시는 겁니다. 안 된다고 포기하시지 마시고. 모든 일이 다 그렇습니다. 그러면 전문가가 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염색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데서부터 하시는 것이 아니라 쉬운 데서부터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풀을 이용한다던가 쑥, 봉숭아, 검풀이, 칡뿌리 달여서 하는 것들 등 오만 것들이 다됩니다. 관심이 있으시면 다음 기회에 염색에 대해 더 깊이 이야기를 나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정옥기―전남 화순에서 농사를 지시며 염색을 하시고 계시다. 이 글은 6기 귀농학교 강좌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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