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처음으로 국산차끼리의 비교시승회를 추진했다가 이를 급히 취소하면서, 취소 이유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기아차는 이달 24일부터 26일까지 강원도 양양 일대에서 자사의 신형 중형세단 'K5' 언론시승회를 열면서, 국내 완성차업체로는 이례적으로 국내 경쟁업체인 르노삼성의 신형 SM5와 비교시승을 준비했다. 당초에 최고출력이 200마력대인 K5 2.4L(리터) 모델은 도요타 캠리(2.5L·170마력대), 160마력대인 K5 2L 모델은 SM5(2L·140마력대)와 비교할 계획이었다.
캠리와의 비교는 그동안 현대·기아차가 자사 차량을 일본차와 여러 차례 비교해 왔기 때문에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국산 경쟁차끼리의 비교는 지금까지 예가 없었기 때문에 업계 관심이 모아졌다. 기아차가 당초 SM5를 비교시승차에 넣었던 것은 최근 SM5의 상승세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지난 4월 내수판매에서 신형 SM5는 6200대가 팔려, 1600대가 팔린 기아 로체(K5로 대체 예정)를 압도한 것은 물론 1만대가 팔린 현대차 쏘나타마저 위협하고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기아차는 K5의 디자인·성능이 SM5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비교시승을 통해 강조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아차보다 점유율이 떨어지는 국내 업체 차량과 비교시승을 하는 것이 적절치 않고, 또 국내 업체를 지나치게 건드리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이를 취소하기로 했다. 또 K5의 경우 1만3000대의 판매 계약이 이미 끝나 '대박'이 예상되는데, 굳이 경쟁차를 비교상대로 노출시키는 것이 이적(利敵)행위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르노삼성측은 17일 "기아차가 SM5와 K5의 비교시승회를 연다면, 이는 SM5가 시장에서 성공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기아차는 언론시승회에서는 SM5와 비교시승을 하지 않는 대신, 다음 주부터 전국 기아차 판매점에 K5 시승차를 배포한 뒤 판매점이 개별적으로 고객에게 K5와 SM5의 비교시승 기회를 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최원석 기자 ws-choi@chosun,com]
출처 - 조선일보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5/17/20100517029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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