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이면 초등학교 5학년 정도다. 유대인으로서 유대교의 여러 가르침과 전통을 배우던 예수는 조상들의 가르침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기에 어떤 가르침이 나온 뿌리를 이해하고 그에 기반을 두어 파생되는 질문도 많았을 것이다. 시골인 나사렛에서 해결하지 못하던 지적 갈증을 푸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예루살렘에 남아 율법학자들에게 묻고 배우는데 열중하고있는소년 예수가 보인다.
나 자신도 얼마나 급했으면 대학교 시험을 며칠 앞두고 구원받아야 한다는 절박감에 극동방송의 권신찬 목사님을 찾아 “어떻게 거듭날 수 있는지?” 물었을까? 그날 나는 그분의 자택까지 따라가 잤다. 샤카모니도 어린나이부터 생로병사에 관심이 많았던걸 보면 예수가 초등5년 때 그런 행동을 한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맹자는 문공(文公)에게 왕도정치를 설명하면서 그 첫걸음은 백성들의 의식주를 만족하게 해주는데 있다고 했다. 제 아무리 인의(仁義)니 도덕을 강조한들 백성들이 굶주리고 있다면 사상누각 (砂上樓閣)에 불과할 뿐이다. 곧 민생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역설했던 것이다.
그래서 말했다.
"유항산(有恒産)이면 유항심(有恒心)입니다
(변치 않는 재산이 있으면 변치 않는 마음도 있는 법)."
이 말을 뒤집어 보면 항산(恒産)이 없으면 항심(恒心)도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 우리 속담에도 '쌀독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다. 한번은 인도의 방갈로레에서 파스팍 회합을 마치고 한 애쉬람에 들어가 최소한 한 달 정도 그쪽의 수행법을 익히고자 계획했었다. 그러나 인도에 가 내 눈으로 극단적인 빈부의 차를 보고 또 거리에서 살아가는 그 많은 거지를 보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이런 환경에서 건강한 영성이 나올 수 없다고…….
경제적인 안정이 어느 정도 되어야, 올곧은 마음도 유지된다. 요즈음 우리사회의 위기는 경제적인 안정에 대한 욕망은 너무 크고 암세포처럼 계속 팽창하는데 반해, 인생의 의미나 목적 등에 대한 관심과 추구는 찾아보기 힘든데 있다.
추신) 박 용철 도밍고 수사가 오늘 오전 8시 반에 청주의 요양원에서 삶을 마감하셨습니다. 추후일정은 관구에서 결정하여 발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