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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무에 대한 긴장감이 그럼에도 강했는지 벌써 일요일인가? 하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일요일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연무해야 하는 날입니다.
마치다시 중심가로 이동해서 지하철을 타고, 어찌어찌 장소에 가고 있는데.. 왠 아주머니께서 저희가 헤매는 것을 보더니 같이 가자고 하십니다.
우리는 친절한 일본인이 자기 일이 있는데 괜히 그러시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 여쭤보니 이상하게도 본인도 거기로 가신다고 하는 겁니다.
그렇게 도착하니 비슷한 연령대 혹은 그보다 많아보이는 분들(주로 여성분들)이 엄청 많이 줄을 서고 계신겁니다.
아하~ 그러고보니 우리만 연무대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태극권도 연무가 있다는 사실이 순간 기억이 나는...
숫자로는 우리 검술 인원을 다 모은들 규모상 절대 상대가 될 수 없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저희들이 마침 목검이나 차림새 등 행색이 짐작되어 우리를 인도해 주신 것 같았습니다.
부랴부랴 무대 뒤로 가서 환복하고 나니까, 엉? 윤준환, 엄창식, 문영찬 선배님들 그리고 저까지 4명이 처음 소개마당에 무대에 올라가 한국을 소개하면 나와서 인사를 하라는 것입니다.
음.. 저는 비록 2009년부터 수련을 하기는 했으나 부끄럽게도 이 기간이 지나도록 승단을 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흰띠일 수 밖에 없는 제 복장이 내내 신경이 쓰였는데, 어쨌든 나와서 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1) 아이키도 연무 시간
그러고 바로 첫 타임이 아이키도를 소개하는 시간.
우리는 4번째아이키도 자유연무였습니다.
윤준환 강남도장장님이 앞에서 연무를 선보이고, 나머지 사람들이 그것을 따라하는 식으로 보통 우리가 도장에서 수련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아이키도 특유의 큰 전환이나 회전동작에 이어서 입신던지기와 손목뒤집기, 내회전에서 구석던지기, 일교 등을 선보였던 것 같았고, 이 크고 빠른 동작을 대략 4분간 주고받았을까? 확실히 관중들 앞에 밝게 조명 받다보니 체력이 훨씬 빨리 고갈된다는... ㅠㅠ
그럼에도 윤준환 도장장님의 우케를 도맡은 엄창식 이사님은 그 4~5분동안 우케받고, 저랑 또 같이하고, 우케받고 또 저랑 같이하는 등 한시도 쉬지 않고 움직였는데, 나중에 1분뛰고 쉬고, 1분뛰고 쉰 저도 숨이 차오르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보여준 왕성한 힘과 체력에 감탄할 정도였습니다.
다른 도장들도 이런저런 기술들을 다양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검장아이를 보여주는 팀, 내가 아는 기술이지만 우리 도장과 동작이나 형태, 구사하는 세부 포인트가 다른 기술들이 멋지게 펼쳐졌습니다. 어떤 도장은 베기 연무를 보여주기도 하였고, 또 다른 도장은 아이들이 나와서 멋지게 성인 회원들을 우케삼아 기술을 펼쳐주기도 했습니다.
스가와라 선생님 도장 계열의 아이키도 기술들을 보고 있으니, 제가 그간 보지 못한 독특함 때문에서라도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기억하기로 횡면타 상황을 처리하는데 입신이나 회전을 통한 사각이 아니라 바로 면전에 들어가 상대를 제압하는 것 같았는데 제가 제대로 본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암튼 봉술이라는 숙제를 앞둔 상황에서도 흥미와 호기심 발동은 제어가 되지않을 정도였습니다.
2) 태극권, 형의권, 기공 등 중국 무술들
화려한 의상, 부드러운 동작과 질서와 조화를 갖춘 단체 군무.
여기에 목검과 장을 가지고 나왔던 저희 아이키도와 달리 화려한 부채와 가검을 들고 하는 중국 무술은 한편의 피겨스케이팅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아.. 이래서 윤준환 도장장님이 사진기와 카메라를 어째서 사활적으로 고수하시는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문제는 중국 무술에 대한 지식이 없는 저로서는 42식, 24식, 32식, 18식 태극권 무슨무슨 검 이런 것들이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떤 의미를 표현하는지 알지 못해 뒤로갈수록 머리속에 물음표만 맴도는 것을 느꼈습니다.
부끄럽게도 아이키도를 한 직후 몸을 격렬하게 움직이고 점심을 먹고 식곤증과 긴장이 더해져서 그런지 눈이 감겼습니다.
이런.. 이건 예의가 아닌데 싶어서 다시 일어나면서 생각해 보니, 일본이라는 나라의 무도관과 문화는 정말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이해못하는 동작을 저기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 무술이든 일본 무술이든 저렇게 진지하게 하고, 또 뿌리를 내릴 수 있다니..
3) 상장 및 자격증 수여
가토리 신토류 목록과 교수면허 등이 각 나라별로 수여하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정말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핀란드 1명(전날 보았던 그 대단한 여성 회원입니다.), 미국 7명, 스페인 1명, 한국 6명, 캐나다 1명, 일본 1명, 러시아 2명이었습니다.
교수면허는 캐나다 1명, 핀란드 1명, 미국 5명, 스웨덴 2명, 한국 2명, 일본 1명 등이었습니다.
http://www.sugawarabudo.com/2015_program.pdf
(링크의 내용을 참고해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은 본부도장의 추윤성 선배, 안양의 유현상 선배, 잠실도장의 신수철 선배, 청주의 이경호 선배, 제주도의 고형훈, 김광선 선배님이 목록을, 제주도의 문영찬, 송은석 선배님이 교수면허를 받으셨습니다.
이런저런 피치못할 사정 때문에 오지 못하신 분들께서는 참 아쉽겠다 싶을 정도로 분위기와 자리가 좋았습니다. 무대앞에서야 근엄하게 있었다고 했는데 퇴장하여 관중이 보이지 않았을 때 서로가 얼마나 축하를 많이 해주고 기뻐하는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아, 나도 그런 기회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그리고 중국 무술 관련한 시상들이 있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공로상 같은 것들로 보였고, 인상적인 것은 연령대별로 수상을 하기도 했다는 점입니다. 적게는 7살부터 많게는 89살 된 분들이 올라와 수상을 하였다는 점은 정말 놀랄만한 일이었습니다.
4) 공연
아마 난타 공연과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분명 전통 악기와 전통 의상인 것으로 보아 난타같이 현대 공연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 북과 작은 북을 치는 사람들이 연이어 등장해 북을 치고 서로의 북을 쳐주기도 하면서 장단에 맞춰 공연을 하는데, 정말 흥겹고 재미나기 그지없었습니다.
특히 큰 북은 그 울림과 기세가 진군하는 군대의 사기를 북돋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기억이 정확치는 않은데 이 공연 직후에 바로 중국 가수의 노래도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중국 노래가 들리자 태극권 고수이신 ‘싱’ 선생님이 나와서 반주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나서 다시 이어진 것은 중국 무술이었습니다. 참가자 수 및 팀이 워낙 많다보니 다시 이어진 것이지요. ;;;;
5) 가토리 신토류 연무
드!디!!어!!! 가토리 신토류 연무가 다가왔습니다. 조금 전 아이키도 연무를 뜨거운 사막에서 펼친 것 같았는데, 다시금 온몸이 바짝바짝 타들어 올라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내 상대자인 Mattias Levin은 끊임없이 저를 안심시켜주려고 격려를 해 주었고,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는 6개의 형을 하고 나니, 그 친구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띄고 있는 겁니다.
휴~ 다행이라는 생각.
솔직히 호쾌하고 역동적인 봉술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다치지 않고, 순서를 잊어버려 꼬이는 일은 없었습니다.
Levin 이라는 친구는 봉술에 이어 고쿄(5행)도 해야 한다고 하기에, 봉술 상대를 잘 해주어 고맙고, 고쿄도 잘 하라고 응원해 주고 그렇게 나왔습니다.
다른 분들(윤준환, 엄창식, 박병성, 홍희, 홍지연) 봉술에 참가했는데, 다들 잘 끝내고 나온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파트인 장도, 나기나타는 문영찬, 송경창, 이경호, 김광선 4분이 나와서 연무를 보여주셨습니다. 하지만 제가 관중석으로 돌아올 때 즈음에는 절반이 지나고 있어서 너무 내가 나 끝난것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 것을 보지 못해 아쉽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고쿄와 양도, 소태도, 시치조, 창술 등이 중국 무술에 비해서는 엄청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정말 뛰어난 연무들을 선보였고, 한국 분들들도 뒤지지 않고 노력의 흔적을 유감없이 발휘한 연무였습니다.
6) 특별연무
이 무대의 마지막인 특별연무는 가히 모든 연무 중 백미라고 할 만했습니다. 태극권과 일본 무술이 조화된, 스가와라 선생님의 연구의 결정판들이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반격기술인 카에시와자, 태극권, 그리고 중국무술과 일본무술의 움직임을 조화시킨 듯한 (발음이.. 편간? 변간? 이라는 이름의)장술 등이 너무나도 멋있었습니다.
그리고 ‘싱’ 선생님의 진식태극권, 임건화 선생님의 ‘형의권’은 그때까지 태극권 연무가 아무리 나와도 잘 이해못하던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연기같이 우아하고 날렵한 연무를 앞에서 보여주었던 ‘싱’ 선생님은 언제 그랬냐는 듯 강한 태극권을 훌륭하게 보여주셨고, 살면서 직접 보기는 처음인 임선생님의 형의권도 박력이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이 특별 연무에 나온 사이토, 세키라는 젊은 일본인 가토리 멤버들은 정말 부러웠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20대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 이 두 사람이 나기나타를 단독으로 연무를 보이는데, 저렇게 매서운 스피드와 실력을 보일 수 있다니...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강하게 든 연무였습니다.
여튼.. 그렇게 끝나고 단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마 태극권 하신 분들이 다 나온 것 같지 않았지만 기껏해도 50명이 조금 넘을까 싶은 가토리 신토류 수련생들이 다 나와야 숫자 균형이 맞아보이는 정도로 숫자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연무대회는 끝이 났습니다.
보통 뭔가 끝나면 허무하고 왜 이랬지? 하는 생각이 드는 적도 많았는데, 남은 결론이라고 해봐야 열심히 해야겠다는 것밖에 없었는데도 이상하게 에너지가 넘쳤습니다.
바로 이어진 파티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축하하고 친구먹고, 사진찍는 그런 자리였습니다. 무대에서 그렇게 불꽃튀는 사람들과 같이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영광스럽다는 느낌까지 받았습니다.
목록을 받은 사람들은 받은 사람들대로 한잔하면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국적끼리 만나서 서로 이야기하는데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7)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
그렇게 파티가 끝나고, 선생님 도장으로 돌아와 마지막 밤을 보냈습니다. 이 날 밤은, 스가와라 유지 선생님도 같이 한잔하였고, Adam인가? 하는 수련자도 부인과 딸까지 같이와서 어울릴 수 있었습니다. 특히 2살된 어린 딸은 정말 귀여워서 다들 너무나 좋아했습니다.
4일이라는 시간은 여러 이야기를 전부 나누기엔 너무나도 짧았는지 음주와 대화가 즐거운 이야기, 결의를 다지는 이야기로 모아졌고, 각자 도장에서 열심히 하고, 국내에서도 서로 자주 교검지애를 만드는 계기로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들로 시간가는 줄 모르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 행사를 위해서도, 또 대한합기도회 업무를 위해서 윤준환 강남 도장장님이 애를 많이 쓰셨습니다. 신경이 예민한 것도 있고해서 4일동안 소화불량에 두통도 있고해서 고생 좀 하시더라고요. 월요일에 돌아오면서도 5시부 운동을 또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을 듯.. ㅜㅜ
엄창식 이사님은 더더욱 무술에 대한 열의를 불태우신 것 같습니다. 정말 그 정열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가야지 한국에 돌아와서도 발전을 도와줄 대상이 있지 않겠나 하면서 새롭게 각오를 다지는 듯 했습니다.
문영찬 선배님과 제주도 식구들은 그 결속력이 정말 부러웠습니다. 특히나 문영찬, 송은석, 박병성, 송경창 선배님들은 항상 함께 다녀서 도원결의한 사람들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이번 무술대회를 통해 그 진가를 크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과 단체를 위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귀중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문영찬 선배님, 무뚝뚝한듯 재미있으면서도 깊은 생각을 가진 박병성 선배님, 따뜻한 마음씨와 배려, 노력하는 모습이 본받고 싶은 송경창 선배님들께 정말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듣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홍희, 홍지연 도우님들 두분께서도 멋진 모습과 진지한 수련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여성들도 남성들 틈에 검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제주도의 교수법이 궁금할 정도였습니다.
홍희 선배님은 여걸같다는 느낌과 동시에 큰누님 같이 세심하게 잘 대해 주셔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홍지연 도우님께는 아이키도 연무하다 부딪혀 순간 당황했는데 다행히 다치거나 하시진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리고 이경호, 김광선 두 형님들.. 그 당시에는 말씀드리지 못했는데, 너무 닮으셔서 처음 이틀 동안은 이름을 잘 몰라서 쌍둥이에 준하는 형제인줄 알았습니다. ㅋ ^^;;;;; 무도에 대한 너무나도 순수한 열정과 자세가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월요일 마지막날. 잠은 겨우 1시간밖에 못잔 상태에서 도로 깨어나려니 참으로 힘이 들고 몸이 무거웠습니다.
서로 가는 공항과 비행기가 달라서 서울로 가는 3명과 제주도 등 나머지 일곱 분들과 공항버스 앞에서 헤어지는데..
저희가 버스에 타고 서로 손을 흔드는데, 살면서 이런 장면 얼마 안해본 사람들처럼 느낌이 찡하고 묘한게 참으로 헤어지기 섭섭했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수련생분들. 기회가 있을때 꼭 가 보세요. 정말 많은 자극을 받고 돌아오실 겁니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이 다르게 보이실 겁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좋은 기회를 주시고, 또 후배들에게도 분에 넘치는 경험을 열어준 윤대현 선생님께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열심히 수련하고, 한국의 진짜 합기도와 검술 문하생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만 저의 보잘것없는 긴 글을 마치겠습니다. 모두모두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