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11. 2. 13
누 가 : 대동산악회원 29명
산행 장소 : 영천 보현산
산행 코스 : 절골(별빛마을)-보현산 천문대-시루봉-법룡사-용소리(보현산휴게소)
산행 거리 : 약 9km
산행 시간 : 약 6시간
꽁꽁 얼어버린 세상
흐르는 시간조차 영원히 가둬 버릴 것 같은 차가운 계절은
한 점 붉은 혈기로 껍질을 깨고 세상을 녹인다.
창을 뚫고 들어오는 어미의 온기는 명자나무를 흔들어 깨우고
그 붉은 입술은 잔뜩 부풀려 아직도 차가운 바깥세상을 향하여
기상나팔을 울린다.
지금은 봄을 향한 기상의 시간!

총무 동수로부터 산행불참을 통보 받는다.
며칠째 걱정이 앞선다.
시골의 5일장이 마침 산행 바로 전날이어서 시산제 제수용품을 꼼꼼히 챙겨놓고
깊은 고민에 빠진다.
아미산으로 바로 가는 길, 새벽을 열고 와촌으로 향하는 길, 조금 느긋하게
출발해서 영천으로 가는길,
시인 프로스트가 노란 숲속에서 만난 갈레길 보다 더 많은 갈레길 앞에 서서
방황할 때 해결사처럼 나타난 남편은 두류해물탕 까지 태워준다는 답을 내려준다.
아침 6:50 해평에서 출발
지난 달, 늦잠으로 버스를 놓쳐버린 불참의 죄책감에 신청란 맨 첫 칸을 예약해 둔
친구 똥아는 동대구역이 아닌 성서에서 탄다는 전화가 온다.
또 늦잠을 자서 헬레벌떡 뛰어오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08:15 두류해물탕 앞
일 년 무사산행을 기원 드리는 시산제 산행에 마음을 모으기 위해 평소보다 많이
자리를 채운 29명의 회원님들을 태우고 버스는 작은 설악이라 불리는 아미산을 향하여
출발한다.
버스 뒤쪽을 늘 든든히 지켜주시던 24기 선배님들은 어디서 무얼 하시는지 보이지 않고
다친 발에 깁스를 지 멋대로 (ㅎㅎ) 자르고 참석한 산대장 우석과 참신한 그 친구들(영철,창만)
아직은 익숙치 않은 분위기를 손으로 콕콕 찔러보며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후배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기죽은 척 있지만 정희언니를 홀로 차지한다는 희열에 빠진
둥지선배님의 회심의 미소를 나는 보았다(ㅎㅎ)
그 앞쪽은 달이 갈수록 세를 더하여 위풍당당한 30기, 오늘은 은숙과 인자를 영입해
F4에서 이름을 바꾸어 P6 이란다.
최다 참석기수에게 선물을 강요하며 기세등등한 그녀들이 조금은 부럽지만 오늘은
26도 다섯 명이니 기죽을 필요는 없다. (아깝다 동수야 니만 왔으면 쟈들이 저렇게 까진
못 할텐데...ㅎㅎ)
리무진을 마당에 댄다고 은근히 협박한 보람인지 무거운 뒷자리의 무게 중심을
존재 자체의 카리스마로 적절히 조절하며 치고 빠지기에 능란하신 코트 선배님
오늘은 빠졌다가 오랜만에 쳤으니 몸값이 많이 올랐지 않았을까(ㅎㅎ)
(나도 치고 빠지는거 하고 싶다요)
8:40 와촌 휴게소 도착(아침식사)
고향이 내려다보이는 와촌 휴게소를 멀리 돌아와 앉아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은 꽃....” 서정주님의 시처럼
거울이 되어 나를 비추는 고향마을을 바라보며, 영혼의 아침을 채우고
육체의 배를 채운다
해마다 시산제 시루떡을 찜해 놓으신 천대윤 선배님 올해는 30기 동작 빠른
윤례에게 밀려 떡을 놓치시고 참석치 못한 아쉬운 마음에 배웅 나와서 기다려 주신다.
구제역으로 인해 아미산 입산 통제소식에 산행장소를 영천 보현산으로
변경하여 출발한다.
눈 덮인 들판을 내다볼 시간도 없이 순식간에 도착해 버린 절골(09:45)
자연석을 세워 마을이름을 음각해 놓은 절골(별빛마을)에 이르면, 푸른 하늘과 맞닿은 산등의
보현산천문대 건물은 은설을 휘감은 산과 일체가 되어 빤히 우리를 내려 보고 있다.
골을 따라 밤이면 별빛이 내려 앉아 별빛마을이라 한 것일까? 이름만큼이나 아늑한 마을을 지나
산길로 접어들면 겨울산은 시린 발 눈 속에 묻어두고 헐벗은 몸을 일으켜 환영의 인사를 건넨다.
23기 상철이 오빠와 오랜만에 참석한 영대 오빠는 친구인 회장님을 뺑개쳐 버리고 시야에서 사라지고,
의리 없는 26기 두 진호와 광명이는 옥수와 나만 두고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목수는 그동안 윤자의 전속사진기사로 인고의 세월을 견뎌 드디어 귀걸이를 하사받는다.
윤자는 또 얼마나 목수를 부려먹을지 눈에 선하다.ㅎㅎ
후미에 남겨진 자칭 6공주들의 재잘거림과, 보조를 맞추지 못한다는 생각에 의기소침해진 우리의
무게중심 코트선배님은 양쪽에 두 미녀(左순희 右옥수)를 대동하여 느긋하게 뒤를 따른다.
산행 때 마다 선두에 서시던 22기 선배님들은 대표선수들이 불참해서인지 오늘은 몸이
무거우신가보다.
(22기 군단에 새롭게 영입되신 조희준선배님 반가웠습니다.)
고도가 높아지면 나뭇가지에 쌓인 눈들이 바람을 만나 적당히 쓸어내리면서
여러 가지 모양의 형상을 만들어 두고, 키 작은 나무엔 솜털뭉치를 몽글몽글 올려놓고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장식한다
테크의 계단은 눈 속에 파묻혀 한발 한발 내딛으면 깊은 공명의 소리를 내고
흰 눈 위에 남긴 발자국은 고이 마음 밭으로 옮겨 오래토록 저장해 두리라!
12:10 보현산천문대 도착
곡선의 나무계단을 따라 오르면 천문대의 둥근 지붕이 눈빛에 반사되어 반짝인다.
보현산천문대는 한국천문연구원 산하의 천문학 연구 기관으로 한국에서 가장 큰 1.8m
반사망원경 및 1.0m 태양 플레어 망원경 등 다수의 천체관측 시설을 보유하고 있단다.
눈 내린 어느 밤, 더욱 차갑게 빛났을 별빛은 천문대의 둥근 지붕을 타고 별빛마을로
향했으리라!
대리석의 천문대 표지석에 검은선글라스로 잔뜩 멋을 부린 25기 수권선배님
옥래언니를 가운데 두고 영진선배님과 나란히 선 모습이 다정스럽다.
천문대 건물을 배경으로 눈빛 가득한 마당에 서서 단체 기념촬영을 끝내고
시루봉을 향하여 출발한다.
활짝 가슴을 열어 논과 밭을 보듬고, 그것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인간들을 보듬은 산의
넉넉함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를 지나면 곡선의 데크는 먼저 간 이들의
발자국이 엉키어 오르막을 열고, 그 오름길 옆을 지키는 2층 정자의 전망대를 지나면
하늘로 향하는 계단이 이어진다.
나란히 줄지어 천상을 향하여 오르면 보현산 시루봉(1124.4m)을 만난다.(12:35)
눈빛으로 날을 세운 능선들이 발아래 구름처럼 겹겹이 흐르고, 하늘은 청명하여
따스하게 내리는 햇살아래 에둘러 앉아 꿀맛 같은 오찬을 즐긴다.
우람찬 낙동정맥의 등줄기에 업힌 시루봉 표지석에 이별을 고하고 법룡사로 향하는
능선으로 길을 연다.(13:15)
며칠 전 내린 폭설은 끝없이 내리치는 능선을 거대한 케익으로 만들어 생크림이 되어
쌓여 있고, 등산로를 비켜나서 길을 낸 발자국들은 낙엽과 눈을 버무려 시루떡 인 냥
군침이 돈다.
양쪽 방향으로 불어대는 바람에 엄청난 높이의 눈들이 쌓인 길을 헤치면, 아이젠에 자꾸만
엉켜 붙는 눈을 털어내려 애꿎은 나무들을 이단 옆차기로 차면서 그 자세들이
가지가지다.
산을 사과 쪼개듯 두 쪽으로 나눈듯한 그 사이로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를 지나서
왼쪽으로 내리면 법룡사에 도착,
무겁게 발목을 잡던 아이젠을 벗어 버리고 꼬불꼬불한 임도를 내리면 버스가 대기한
용소리 보현산 종합 휴게실에 도착한다.(15:50)
차량으로 노귀재 언덕으로 이동하여 시산제의 상을 차리고(16:10)
경건한 마음으로 무릎 꿇은 회장님의 머리위로, 대동산악회의 무사산행과 모교의 발전을
기원하는 코트님의 축문이 흐르면, 그 간곡함에 잠든 뭇 별들을 깨우고
그 정성은 하늘에 닿는다.
모두들 한 마음으로 무릎을 꿇으며 정성을 머금은 돼지님은 아직도 부족한지
웃지를 않는다. (내년에도 웃지 않는 돼지를 준비해야지! ㅎㅎ)
달빛의 꼬리를 잡고 내리는 별빛 푸른 보현산, 어둠이 짙으면 더욱 빛나는 별빛처럼
모교의 밤을 지키는 별이 되어 오늘 시산제 산행에 참석하여 주신 모든 님이시여!
하얀 눈밭에 찍은 우리의 발자국 하나하나 마음 밭으로 옮겨 심어
지워지지 않는 삶의 양식으로 키워 내소서!
그리고, 보이지는 않지만 늘 그 자리를 지키며 밤을 준비하는 낮별 같은 님이시여!
님들의 밤이 지금 오고 있어요. 얼마든지 빛날 수 있는 밤이 3월을 준비 한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