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교회 세습 문제가 윤리적 비난을 받고 있지만, 지금도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예장합동교단의 대표적 교회인 충현교회 설립자 김창인 원로목사가 세습을 공개적으로 회개해 주목을 끌었다.
충현교회 김창인 원로목사는 12일 경기도 이천의 한 교회에서 열린 원로목회자 위로 예배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질이 없는 아들을 목회자로 세우는 무리수를 둬 하나님과 교인들에게 상처를 줬다"고 고백했다. "공동의회를 무기명 비밀투표 방식이 아닌 찬반기립 방식으로 진행하여 아들을 위임목사로 세운 것을 일생일대 최대의 실수로 생각하며, 그것이 하나님 앞에 큰 잘못이었음을 회개합니다. 저는 충현교회 성도들의 가슴에 씻기 어려운 아픔과 상처를 주었습니다" 96세인 김창인 원로목사는 아들 김성관 목사를 향해 "교회에서 물러나라"고 호통도 쳤다. "김성관 목사는 2012년 4월 20일 자로 은퇴연령이 지났으므로, 이제는 2012년 12월 31일부로 충현교회 당회장, 재단이사장을 비롯한 모든 직책에서 떠나라! 물러나라! 너는 임기연장을 꿈도 꾸지마라!" 김창인 원로목사는 또, "김성관 목사는 교회를 부흥시키기는 커녕 거룩한 성전 강단을 수 없는 거짓과 욕설로 채웠고, 자기만이 복음을 소유한 자라고 외치면서 모든 목회자와 교계를 모욕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충현교회 관계자에 따르면 김창인 목사가 목회하던 당시 3만5천여명에 이르던 교인 수가 지금은 1/3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무리한 세습..부작용 커 사실 충현교회의 세습은 무리하게 이뤄졌다. 1953년 교회를 개척한 김창인 원로목사는 1987년 34년 동안의 목회를 마무리하고 원로목사로 물러나 있으면서도 미국에서 살던 아들을 뒤늦게 신학공부시켜 1997년 충현교회 담임목사로 세웠다. 당시 아들 김성관 목사의 나이는 55세였다. 세습의 부작용은 컸다. 아버지와 아들은 끊임없이 갈등을 겪었고 교인들 상당수는 교회를 떠나거나 제명되는 아픔을 겪었다. 게다가 아들 김성관 목사는 불투명한 재정관리와 자리욕심으로 현재 교인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상태다. 김 목사는 최근 교회재산과 관련해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으로 검찰로부터 1500만원의 벌금을 맞기도 했다. 지난 4월 20일은 김성관 목사가 목회정년인 만70세가 되는 날로 은퇴를 해야 하지만 물러나지 않을 태세다. 김 목사는 지난해 11월 9일 임시당회를 열어 후임목회자가 오더라도 당분간 당회장직과 교회재산이 등록된 충현교회 유지재단 이사장직을 유지하겠다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아직 교인 전체의 뜻을 묻는 공동의회에서 이 안건을 다루지는 않은 상태다. 김성관 목사를 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출교당한 김규석 장로(충현교회 전 행정위원장)는 "김성관 목사는 '후임 목회자가 복음으로 바로 설 때까지 자신이 당회를 인도하겠다'는 모호한 규정을 만들어 강압적 분위기 속에 당회원들의 결의를 받아냈다"며, "이에 이의를 제기했던 5명의 장로들은 반성문을 제출해야하는 등 불이익을 받았다"고 말했다.
충현교회는 1만명이 넘는 교인들이 출석하는 대형교회지만 홈페이지가 없다. 대신 '충현교회 바로세우기'란 인터넷 카페가 만들어져 교회가 분란을 겪고있는 것만 알 수 있는 상태다. 한편, 김창인 목사의 '세습 회개' 기자회견과 최근 교회 분쟁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교회의 핵심 관계자는 당혹스러워하며 입장표명을 거부했다. 김창인 목사의 개인적 기자회견에 교회의 입장이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너무 많은 교회 재산..세습과 분쟁 낳아 교회가 위치한 곳은 서울 강남의 노른자위. 3.3㎡ 당 5천만원씩만 계산해도 대략 5천억원에 이른다. 게다가 경기도 광주의 기도원과 공동묘지 부지, 그리고 현금 등을 모두 합하면 어림잡아 1조원은 족히 넘을 것으로 교회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무리한 세습과 부자 간의 갈등, 그리고 아들 목회자의 자리욕심으로 인한 분쟁, 이 모든 것이 너무나 많은 교회 재산 때문이라는 의혹들이 제기돼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