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가 며칠 전부터 이상하다했다. 마당에 잘 나오지 않고 자꾸만 창고에만 있으려고 한다.
몸이 아픈 길냥이들이 창고에서 꼼짝을 하지 않다가 떠났던 아픈 경험이 몇 번 있어서 아이들이 창고에서 나오지 않으면 가족들은 거의 경기를 일으킬 지경이 된다. 게다가 그날 마당 곳곳에 누군가 토해놓은 토사물이 잔뜩 있었다. 상태를 보니 장이가 그런 모양이었다.
창고에 가서 유리창 너머로 봤더니 장이가 잔뜩 웅크리고 있다. "장아." 불렀더니 고개를 드는데 더 이상 아무 움직임이 없다. 장이는 워낙 나와 눈만 마주쳐도 화들짝 놀라며 창고에서 튀어나오는 녀석인데.
아니 왜, 추운 겨울 다 보내고 꽃샘 추위에 병을 얻은 것인지. 장이는 이번에 두번째 겨울을 났는데 한창 동장군이 기승을 부릴 때도 땅바닥에서 막 뒹굴거려 혹 감기라도 얻을까 내가 기겁을 하며 그러지 말라고 얼마나 말렸는데. 그 긴 겨울을 다 나고 왜....
내게 곁을 주는 녀석이 아니라 부드러운 유동식으로 먹을 것 챙기고, 유담포에 따뜻한 물을 가득 채워서 창고에 넣어주는 일밖에 하지 못했다.
그리고 며칠 밤을 마음을 졸였다. 아픈 녀석들이 아침에 털고 일어나기도 했지만 밤새 싸늘하게 식어서 아침을 맞기도 했던 기억에 긴 겨울밤이 무서웠다.
하루, 이틀. 이틀 동안 창고에서 전혀 나오지 않던 녀석이 3일째 늦은 아침에 마당에 모습을 드러냈다. 제대로 먹지 못해 털은 꺼칠하고 움직임이 부자연스럽지만 어쨌든 마당에 나와 볕을 쬐기 시작했다. 산 건가?
가족들은 장이가 놀랄까봐 마당에 나가지도 못하고 유리창에 붙어서 얼마나 전전긍긍했는지... 그래도 다시 마당에 나온 것을 보니 기운을 차려가는 것 같다. 겨울 다 지났다고 한시름 놓았다가 당했구나.
장이야. 꽃샘추위따위 이겨내보자. 넌 긴 겨울도 이겨낸 멋진 고양이잖아.
열린 현관 문으로 쓱 들어와 가족들이 뭐래지도 않았는데 에옹에옹 시끄럽게 울어대던 너의 우렁찬 노래소리를 또 듣고 싶어.
사진처럼 도도한 장이로 다시 돌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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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동물과 사람이 더불어, 동물행성 원문보기 글쓴이: 더불어밥
첫댓글 밥님과 가족분들이 장이 걱정에 얼마나 마음을 졸이셨을까요~~ㅠㅠ
순둥이장이야^^추운겨울 너무 힘들었지?? 이제 따뜻한 봄이여~~조금만 더 기운내자~~
오늘은 좀더 기운을 찾은 듯 보였어요. 조금만 더 힘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귀여워라.. 어디가 아팠던걸까요..오늘 부산 날씨는 봄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따뜻하답니다. 장이에게도 따뜻한 봄날 같은 날이 계속되길 바래봅니다.
서울은 아침엔 영하였네요. 날씨가 좀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장이야~~~~ 강이랑 같이 건강하게 서로 의지하면서 잘 살아야지.......기운내자~~!!!!
그니까 강이랑 장이는 짝이라 서로 너무 의지하는데...
좀 안기고 그러자 녀석아. 팟팅팟팅
장이를 안는 일을 없기를 바래요. 장이가 제게 안기는 날은 마지막 날이라 아마도 가장 슬픈 날이 될 겁니다.
다른 아이들도 늘 그랬거든요.
마음 졸이며 읽었는데...
장이야 힘내! 이제 힘든 겨울 끝나가거든, 혹한 추위도 견뎌냈잖아, 밥 언니가 주는 것 남기지 말고 잘 먹으렴!
그러니까요 긴 겨울 잘 나고 왜 그럴까요? 방심한 걸까요? 꽃샘추위 무섭습니다.
긴장하고 읽었네요 이제 봄이 오니 고양이 세상이 오겠네요
긴 겨울, 꽃샘추위, 장마, 가을 환절기...모두 길냥이들에겐 힘든 시간인 것 같아요...
장이야, 요 몇일 다시 찾아온 꽃샘 추위가 원망스럽구나. 쪼끔만 기다려줘, 따뜻한 봄이 올꺼야 :)
그러게요, 며칠만 참아주면 좋겠습니다...
올봄은 왜이케 추운지 ~ 날씨가 정말 원망스럽다니까요..
길에서 지내는 아이들에게 너무나 혹독한 꽃샘추위입니다.. 장아 빨리 털고 일어나라~ 언니 속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