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을 색맹으로 살아서야!
남상선 / 수필가
우리말에 색맹과 색약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 말은 의학용어로서, 국어사전에 색맹이란 말은 색채를 식별하는 감각이 불완전하여 빛깔을 가리지 못하거나 다른 빛깔로 잘못 보는 상태 또는 그런 증상의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나와 있고, 색약은 빛깔을 판별하는 힘이 약한 시각의 증상을 가리킨 말로 명시되어 있다.
신체적인 결함에서 눈의 역할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정도에 따라 색맹, 색약이 구별된다고 하겠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심심치 않을 정도의 사람들이 양심을 색맹으로 살고 있어 그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요즘 유행어가 되다시피 한 말에 무전유죄(無錢有罪) 유전무죄(有錢無罪)란 단어가 있다. 즉 돈이나 권력이 없는 사람 곧 약자는 죄가 없어도 유죄로 판결 받고, 돈이나 권력이 있는 사람은 죄가 있어도 무죄로 판결을 받는다는 이야기이다.
법원의 모든 판·검사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그런 나리들이 있어 법복(法服)을 입은 모든 이들에게 불신의 눈길이 따라다닌다고 보아야겠다.
법관 임용 시 판·검사들이
- 본인은 법관으로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하고, 법관윤리강령을 준수하며, 국민에게 봉사하는 마음가짐으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
이 같은 선서문을 제창하고 시작한 법관이 양심색맹으로 변질되어 간다니 통탄스런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일부 판·검사들 얘기라 하지만 그 모두에게 불명예스런 또 다른 옷을 입혀주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정의도 진실도 실종돼 가는 허탈감 속에 못돼 먹은 자가 헛기침하는 세상이 됐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나는 최근에 사위와 딸이 예약해 놓은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차를 가지고 왔다. 며칠 남지 않은 내 생일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기특한 마음을 거절할 수 없어 사위 차를 탔다. 사위 차 앞엔 영업용 개인택시가 굴러가고 있었다. 갈마동 고갯길을 내려가다 KT연수원 바로 정문앞에서 신호를 받아야 했다. 좌회전 신호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인데, 앞에 있는 영업용 택시가 신호를 무시한 채 턴을 하고 있었다. 색맹으로 간주 받을 신호위반으로 반대편서 질주해 오는 차량과 충돌할 뻔했다.
도로 옆 바로 그 손님을 태우려고 신호 위반까지 하면서 손님 앞에 차를 세웠다. 손님은 운전기사를 이상한 표정으로 훑어보더니 그를 따돌리고, 바로 뒤 오는 다른 차를 타는 것이었다.
양심색맹의 운전기사한테 자신의 생명을 맡기기가 불안했던 모양이었다. 양심 색맹 의 기사를 따돌린 손님이 참 잘 했다는 생각에 고소한 마음까지 생겼다.
운전기사가 돈 조금 더 벌기 위해 신호를 무시하는 양심색맹이라니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아찔하게 했다. 양심색맹의 욕심 때문에 끔찍한 사고를 저지를 뻔하였다.
나는 천주교에 입문할 때 주교님한테 영세를 받았다. 그 때 인상 깊게 들었던 이야기가 지금도 기억된다. 양조장을 하던 주교님의 이모부가 천주교 신앙을 갖기 전에는 막걸리에다 물을 타서 팔았는데 세례 받고 신자가 된 후에는 막걸리에 물을 타서 파는 일이 없었다는 얘기였다. 양심 색약이나 양심 색맹자의 위태로운 상황에서 본연의 양심을 되찾게 된 일화라 하겠다.
얼마 전 이야기인데 나도 하나 고백할 것이 있다. 여명의 시간에 새벽 미사를 가기 위해 성경책가방을 챙겨 밖에 나갔다. 걷기를 좋아하는 나는 그 날도 30분 정도 거리를 걸어가려 했으나 시간이 늦어서 차를 끌고 나가려 서둘렀다. 급히 서둘다보니 옆에 있는 차를 슬쩍 건들여 경미한 미동이 느껴졌다. 운전대를 놓고 곧장 나가 살펴보니 옆 차 왼쪽 앞 범퍼가 표가 날 듯 말 듯한 상황이 아니겠는가!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차주도 모르고 지나갈 상황을 긁어 부스럼 만들어 생돈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순간을 번뜩였다.
미사 시간이 촉박하여 시동 걸린 차를 그냥 끌고 성당에 갔다. 미사 봉헌 시간 내내 불안하여 견디기가 어려웠다. 미사 봉헌 후는 언제나 편안하고 안정된 마음이었는데 오늘은 웬 일인지 흐린 날씨에 불안 초조까지 맥질을 하는 것 같았다.
미사가 끝나자마자 곧장 돌아와 경비실 아저씨께 이실직고했다. 경비실에 비치한 차량 등록기록부를 보고 차주를 알아내어 주인을 찾아갔다. 차주는 내가 사는 아파트 306동 2라인 15층에 거주하는 청년이었다. 사실대로 얘기했다. 불안해서 자수하고 그에 상응하는 수리비용이라도 지불하고 마음 편케 살고 싶어 찾아왔다고 했다.
그랬더니 젊은이는 차 도색한 지가 오래 돼서 정비소 가려던 참이었는데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자기에게 줄 돈 있으면 차라리 불우이웃 돕기에 쓰라고 했다. 정말 마음 씀씀이 훌륭하기가 백만 불로도 모자라는 장원 감이었다.
거친 세상 양심 팔아먹고 사는 사람도 많지만 이렇게 따뜻한 가슴으로 사람냄새 풍기며 살려하는 사람이 있기에 우리는 아직도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훌륭한 청년 덕분에 밝은 마음으로 기분 좋은 일과를 시작했다.
이와 같이 우리 주변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살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신호를 위반하는 사람도 있고, 꼬박꼬박 신호를 지키는 사람도 있다.
교통신호를 지키는 것은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다. 이걸 안 지키면 대형사고까지 유발되어 소중한 생명까지 잃을 수도 있고, 사회 전체에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
우리 눈의 색맹과 색약은 개인의 불이익이나 손해로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인성의 양심을 지키지 않는 색맹 색약은 그렇지 않다.
양심을 색맹으로 사는 사람은 자타의 피해는 물론 사회에 끼치는 공해까지 크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아니 되겠다.
사회의 모든 부정부패와 비리는 양심색맹·색약의 행동에서 오는 것이다.
일정한 궤도 위를 운행하는 천체가 궤도를 이탈하면 그 이탈 순간 그 천체는 제 구실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인간도 양심색맹으로 살다가는 온전한 삶을 누리지 못하고 죽음을 자초하거나 여러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청신호에 가야 할 차량이 신호를 무시하고 적신호에 질주하다 원귀의 넋이 되는 불행이 있어서는 아니 되겠다.
양심을 색맹으로 살다가 사회를 비리로 얼룩지게 만들어서는 안 되겠다.
아니, 양심색맹으로 선량한 시민까지 피해를 입히는 일이 있어서도 아니 되겠다.
양심을 색맹으로 살아서야!
양심색맹은 과도한 욕심과 함수관계에 있다.
욕심으로 많은 것을 챙기려다 양심색맹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
신호등이 있어도 색맹은 색맹의 눈으로 사고를 불러온다.
우리의 양심이 색맹이어서는 모두의 불행을 면할 수 없다.
따뜻한 가슴으로 살기 위해선 양심으로 숨을 쉬어야 한다.
양심색맹에서 따뜻한 가슴, 사람 냄새를 기대할 수 없으리라.
양심을 색맹으로 살아서야!
이쯤에선 우리도 양심색맹으로 숨 쉬는 건 아닌지 맥을 한 번 짚어 볼 일이다.
첫댓글 색맹이 아니어도 알면서도 규칙을 지키지 않는사람이 더러 있지요~ 저도 가끔은 바쁘다는 핑계로 불법을 저지를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다 사고가 나면 그 짧은 몇초만 참았으면 되는데~~라는 후회가 밀려옵니다. 세상살이 팍팍해 급하게 서둘러 살다보니 마음에 여유가 없는듯?하네요~ 그래도 선생님글 읽으며 오늘도 안전운전하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주위분들을 살펴보려 합니다.
선생님 글 잘 읽었습니다.
우리 인간이 완전한 인격체는 아니라서 잘못이 있을 수는 있지만 본질적인 양심 색맹이 되어서는 안 되리라 봅니다. 사회악의 근원이 양심 색맹에서 기인되기 때문입니다. 서미라님 즐거운 일과되소서 감사합니다.
주로 걸어서 출퇴근을 하다보면 노란색의 학생들 등하교 통학차량들이 난폭운전을 하고 신호를 무시하며 보행자를 위협하는 짓을 서슴치 않는 것을 종종 목격합니다. 걷기를 권장하고 환경을 보호하자는 목소리는 오히려 걷는 이에게 '위험을 충분히 감수하며 살아라!'라는 선고와 다름 없는 듯...항상 자신이 먼저고 자신의 것만 보는 마음의 장애를 지닌 사람들이 장애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치료과정은 없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입니다..유난히 푸르른 하늘입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선생님^0^
선생님의 얘기대로 통행을 하다 보면 난폭운전이나 신호 위반으로 정신을 아찔하게 하는 일이 많습니다..
교통법규 준수가 시급히 요청되는 현실이며 권려자의 양심 색맹으로 국태민안이 걱정되는 현실입니다.
우리 양심 색맹으로 자신의 안일만을 위하는 세상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살다보니 바쁘다는 핑계로 무단횡단 하는일이 있습니다 3초의 여유만 하고 다시한번 마음 다져봅니다 새롭게 돌아보게 해주신 선생님 글 감사합니다
임의 말씀대로 교통법규 준수도 문제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의 심각성은 가진자나 권력자의
양심 색맹으로 국민들의 안위와 복지가 우려되는 현실입니다. 개과천선하는 양심 성찰로써
보다 밝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종순님 진솔한 응원댓글 감사합니다.
법은 지켜야겠지만 나도 가끔 어길 때가
있다. 주로 속도위반으로 여러 차례 범칙금을 내기도 하였다
그런데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정말 해도
너무한 불법 운전이 너무 많다
단속을 제대로 하던지 어니면 유명무실한
법규를 없애든지 하면 좋게다고 늘
생각해 본다
재수 없는 사람만 걸리는 교통법규!
불법이 판을 치고 불법 주차가 판을
치는 실정인데 제대로 단속도 못히는
법만 양산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그래도 법은 지켜야 겠지요
잘 읽어습니다
준법정신과 양심을 가지고 사는 것은 우리 모두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준법정신으로 살고 양심색맹으로 살지 않아 우리 모두가 웃으며 따뜻하게 사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에스윈 선생님 응원해 주시어 고맙습니다.
작가님 글 을 읽으면서 운전하다 휙 돌아 유턴하는 차가 생각나고 불현 차선 잘 가다가 바로 코앞에서 휙 끼어드는 택시가 생각났습니다 얼마나 소스라치게 놀랐던지 지금도 진땀이 나는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고 가던 운전자는 미안하다는 깜빡이 하나 키지 않고 달아나버리면 저런? 에궁 저저 ~~ ㅎㅎ 생각이 나네요. 살다보면 별에별 사람도 다 있는데 아직도 버티고 있는것 보면 얼마나 다행인가고 생각하게 되네요 ㅎㅎ나도 과연 양심에 찔리는일 없는가 생각케 합니다. 이제부터라도 양심없는 행동 말아야겠어요 특히 운전할때 혹시 선생님같은 작가분이 저를 향해 글을 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나네요 ㅎㅎ 법보다 양심? 더 중요한것 같아요
임의 말씀대로 법보다는 양심이 우선한 생활을 해야 함께 잘 사는 밝은 사회가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통법규 준수는 물론이지만 힘이 있는 권력가들이나 돈이 많은 재벌들이 양심이 색맹이어서는 어두운 사회, 혼란한 사회가 초래되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입니다.
우리는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 따뜻한 가슴으로 살아야겠습니다. ahrghk님 성원 댓글 감사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 되소서.
"양심색맹은 과도한 욕심과 함수관계에 있다."
과도한 욕심 & 성급함에서
양심을 뒷전으로 내몰고
자기합리화를 하는
몹시도 바쁜 우리네 삶에서
경종을 울리는 글입니다.
잠시라도 자신을 돌아보며,
또 따뜻한 15층 청년도 생각해봅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어제 한밭수목원에서 만난 은방울꽃입니다.
삽화로 실어주신 수목원의 은방울꽃이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물욕 없이 사는 은방울꽃과
동화되어 같이 살고 싶은 심정입니다. 양심의 색맹으로 천년 만 년 사는 것보다는
꽃의 마음으로, 꽃의 향으로 하루라도 아름답게 살고 싶습니다. 높들꽃 선생님
열찬 성원으로 힘 실어 주시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