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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계곡, 월악산 만수계곡
봄가을에 한 번씩만이라도 함께 여행을 다녀오자고 한 친구들과 약속이 올해는 월악산 만수계곡으로 정해졌다. 만수계곡은 만수봉(983m)에서 계곡물을 따라 흘러내린 가을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명소로, 과연 월악산의 험준한 산새를 타고 내리는 계곡과 수려한 단풍은 깊어가는 가을을 느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특히, 만수계곡은 비교적 평탄한 데다 '무장애 탐방로'가 설치되어 있어 몸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임산부. 장애우들이 계곡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착한 계곡'이기도 하다. 돌아오는 길에는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수옥정'과 오랜 역사를 지닌 연풍성당을 둘러보는 것도 의미 있는 여행길이지 싶다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서둘러서 훌쩍 다녀오실 것을 권한다. 몸이 불편해 단풍놀이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 분들과 함께라면 더욱더. < 만수계곡 안내지도 >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와 제천시 한수면의 경계에 위치한 만수계곡은 위쪽으로는 만수봉과 아래쪽으로는 포암산이 마주하면서 형성된 계곡으로 물이 맑고 수량이 풍부하며 여기에서 흘러내린 물은 송계계곡과 합류하여 남한강으로 흘러든다. * 오시는 길 : 충주IC → 36번국도(충주방면) → 달천사거리(수안보방면) → 수안보 → 월악산교차로 → 597지방도 → 만수계곡 중부 이남 쪽에서는 괴산IC에서 나와 연풍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월악산교차로가 나온다.
만수계곡은 '만수 휴게소' 맞은 편에 있는 자연관찰로에서부터 약 2km(소요시간 약 1시간 30분)에 걸쳐 펼쳐진다. 계곡 상류에는 안내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만수봉 정상부에 이르는 등산로가 있어 본격적인 산행도 가능하다. 출발하면서부터 상큼한 풍경이 발걸음을 잡는다. 예까지 어떻게 올라왔을까? 가을 하늘이 담긴 푸른 못 속에는 은빛 피라미떼들이 산다. 돌 틈 사이로 조그만 폭포를 이루며 흘러내린 물은 또 작은 소를 이루고... 넉넉지는 않지만 작은 가슴으로 월악을 붉게 물들였던 단풍잎들을 품는다. 구름다리 위에 서서 못에 담긴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을 한참 바라보다. 못이 하늘인지 하늘이 못인지... 구름다리를 지나 조금 올라가면 월악산국립공원에 자생하는 100여 종의 희귀식물로 꾸민 야생화단지가 있는데 계절이 계절인지라 다음을 기약해야 할 듯. 한여름에는 녹음에 가려 눈에 뜨이지 않던 노박덩굴이 붉은 열매를 달고 눈길을 끈다. 노박덩굴이 저렇게 아름다웠나? '노박'이란 이름은 길섶이란 우리말의 한자어 ‘노방路傍'이 변형된 것이라는 설이 있다. 만추晩秋.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월 10일 이곳에 첫 단풍이 관측된 이후로 10월 25일 절정을 이루었다고 하니 가을이 깊어도 엥간히 깊었을 터. 모든 것을 불태우고 홀연히 떠나는 뒷모습은 저리도 아름다운 것을... 아직도 고집스럽게 가을을 지키고 있는 단풍나무.
이밖에도 만수계곡에는 이곳 만수골 사람들의 생업이었던 숯가마터와 일제강점기 송진채취를 위한 송유가마 등을 복원해 놓아 자연탐방로써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친구들 몇몇은 만수봉으로 향하고 남은 친구들은 경치 좋은 계곡에 자리 잡고 앉아 풍류를 즐기기로 한다. 앵글 속으로 들어온 가을 풍경화. 여기에도 저기에도 떨어진 낙엽이 조롱길을 덮고 있다. 이럴 땐 시보다도 노래가 더 잘 가슴을 읽는다. 핸드폰으로 Yves Montand-Autumn Leaves....이브몽땅의 <고엽枯葉>을 듣는다.
감미로운 음성으로 사랑을 노래했던 이브 몽땅도 가고 갓털에 싸인 사위질빵 열매. 사위가 힘든 일을 하지 않도록 가늘고 약한 사위질빵 넝쿨로 지게의 멜빵끈을 만들어 가벼운 짐만 나르게 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하는 나무이다. 만수계곡을 돌아보고 오는 길에 괴산 쪽으로 방향을 잡아 연풍면 원풍리에 있는 수옥정漱玉停과 수옥폭포漱玉瀑布에 들렀다. 고려말 공민왕이 홍건적을 피해 초가를 지어 행궁을 삼고 폭포 아래 작은 정자를 지어 비통함을 달랬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폭포 옆 절벽에는 1711년(조선 숙종 37)에 연풍현감으로 있던 조유수(1663~1741)가, 자신의 숙부인 동강 조상우(1640~1719)를 위해 "수옥정"이란 정자를 지었다는 내용이 암각되어 있는데 원래의 수옥정은 세월이 흐르면서 낡아 없어지고 1960년 괴산군의 지원을 받은 이 지역 주민들이 다시 세운 것이라고 한다. 구슬을 씻는다는 뜻을 지닌 수옥폭포는 조령산(1017m) 능선 서쪽에서 흘러내린 물이, 약 20m 높이에서 떨어져 내리는 아담한 폭포로 폭포 아래에는 넓은 소沼가 있어 한 폭의 산수화 같은 느낌 갖게한다. 이곳을 배경으로 '다모', '여인천하' 등 인기 드라마가 탄생한 것도 작지만 갖출 것은 다 갖춘 이곳의 풍광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또 이곳은 지리적으로 경상도와 충청도를 이어주는 옛길인 조령관문을 충청도 쪽에서 넘어가는 곳에 있어 걸어서 조령 3관문을 통해 문경세재 관광을 겸할 수 있다.
문경새재 서쪽 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천주교 연풍성지 성당.
연풍성당이 있는 연풍면은 소백산맥의 산릉에 속한 험지여서 예로부터 경기, 서울을 중심으로 일어난 박해를 피해 은신처를 찾는 순교자들의 피난처로 이용되어 일찍이 신도촌이 형성되어 왔던 곳으로, 1963년 천주교회가 연풍공소의 예배소로 사용하기 위해 조선시대의 향청 건물을 구입하였는데, 이곳에서 논과 집터 정리 작업을 하면서 박해 때 죄인들을 죽이는 도구로 사용된 형구돌 3개를 발견하였고, 1968년에는 한국천주교 103성인聖人에 속하는 황석두(黃錫斗:1811~1866)의 고향이 연풍으로 밝혀짐에 따라 2015년 성 황석두루까탄생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많은 기도와 성금을 모아 성전을 건립하였다고 한다.
자신의 믿음 위해 목숨을 버린 순교자의 혼일까? 널찍한 성당 마당 한켠에 붉게 피어있는 과꽃. 여름내 성지를 찾아오는 순례객들에게 깊은 그늘을 드리워주었을 느티나무도 노랗게 물들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여행길에 맛집을 빼어놓을 수 있나 수안보에 들러 오랫동안 한정식으로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향나무식당'을 찾았다. 수안보 성당 아래쪽에 있는 한정식집으로 마당에 아주 오래된 향나무 한 그루가 서 있어 찾기에도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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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미브몽땅이 영면하던 예전 프랑스에서 하루종일 추모 음악만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어떤 정치가나 명망가보다 예술을
더 사랑하는 그들의 애닯음처럼 물러나는 가을 한자락 소중히 밟고 갑니다~~
올해는 월악산 만수계곡에서 떠나는 가을을 배웅하고 왔지요.
동행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