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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기록에 담긴 술에 대한 주의사항
오늘도 조선시대 왕들의 건강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왕처럼 먹고 왕처럼 살아라>의 저자
장동민 한의사, 연결돼 있습니다.
(전화 연결 - 인사 나누기)
Q1. 지난 시간에 술의 장점에 대해 얘기하다가
끝이 났는데요.
장점 한 가지가 더 있다구요?
네 그렇습니다. 네 번째로 약력(藥力) 즉 약의 기운을 이끄는 작용을 하는데요. 이는 한약의 기운을 위로 끌어올리는 작용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실제 한약 중에는 약의 기운을 상부로 보내기 위해 약을 술로써 복용하거나 기타 이유로 약과 술을 같이 복용하는 것을 권고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실제 <왕조실록>을 보면 세종 8년에 이직(李稷) 등의 신하들이 아뢰기를, ‘전하께서 오늘 기체가 편안하시다 하여 술을 드시지 않는다면, 아침저녁으로 풍습(風濕)의 독기가 몸에 맞아서 병이 될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약을 복용하실 때에 술 한두 잔 드시는 것이 무엇이 불가하겠습니까. 신등의 청은 전하께서 술을 흠뻑 마시시고 근심과 두려움을 잊으시라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말하여서 취할 정도로 마셔서 근심걱정을 잊으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약을 복용하면서 음주를 곁들여야 함을 주장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Q2. 일반적으로 한약을 먹을 때는 술을 먹지 말아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군요?
네 병증과 약에 따라 달라집니다. 또 다른 <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급기야 세종 18년에는 왕이 약(藥)으로 먹으려고 아예 “술을 올리라.”고 스스로 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예로부터 한약의 복용 시에는 이렇게 음주를 곁들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탕약을 달이는 경우에도 각각의 약재를 술로 볶거나 술에 적셔서 가공 수치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는데요. 영조 47년의 <왕조실록>을 보면, 왕이 내국(內局)에서 약으로 쓰는 주침(酒浸)과 주세(酒洗)가 한 달에 통틀어 30병이 된다는 것을 듣고, 그 양을 반으로 줄이게 하였다는 기록이 나오는데요, 실제로 궁중에서 한약재를 가공할 때 술에 적시거나 씻어서 가공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Q3. 지금도 한약을 달일 때
이렇게 술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나요?
네 실제로 현대에도 한의원에서 탕약을 싸거나 달일 때에 이렇게 술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경우 탕전실에 들어가 보면 상당히 얼큰하게 취기가 올라옴을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보통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약물에는 주로 잎, 뿌리, 나무껍질, 나무 열매 등의 식물이 많이 쓰여 지지만, 동물, 식물, 광물 등의 약재들도 많이 쓰입니다.
이들은 원래의 재료 그대로 사용되는 것도 있으나, 대부분 약의 효능을 올리거나 독을 제거하기 위하여 술이나 소금물 등에 담그거나 볶기도 하고 일부 가공하는 법제(法製)에 따라 다양하게 이용합니다.
특히 저희 한의원 간호사들은 남자 아가의 오줌으로 약재를 가공하는 경우를 가장 싫어하는데요. 실제 조선시대 궁궐에도 이 동변(童便:어린 사내아이의 오줌)을 수집하는 장소가 궁궐 내 내시 상약 진료소와 전의의 내국에 상설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Q4. 앞서 한약을 먹을 때도
술을 마실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이와 관련된 기록도 있나요?
네. 실제 <왕조실록>을 보면 성종은 성종 2년에 홍윤성이 이질을 앓기 때문에 술을 복용한다고 아뢰자, 이를 허락하였으며, 성종 12년에는 금주기간이라 하더라도 혼인과 제사와 노병과 복약 및 무사의 사후 시에는 술을 금하지 않도록 하였다는 기록을 볼 수 있는데요, 이는 일정 부분의 질병과 복약 시에는 음주를 같이 하여야 함을 이야기 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현종 3년에도 장령 정양(鄭瀁)이 현기증이 있어 오로지 술을 마셔야만 기력이 회복되는 관계로 보통 때에도 얼굴이 붉어 보인다는 보고를 받고는 특별히 음주를 허락했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하지만 특정 질병에 있어서는 음주가 더욱 해로워서 치료를 더디게 만든다거나 혹은 상태를 더 악화시키기도 하고 심지어는 절대 낫지 않는다고 까지 말 할 정도로 음주가 해롭기는 합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이렇게 음주를 해서는 안 되는 질병으로 몇 가지를 뽑고 있습니다.
Q5. <동의보감>에 기록된..
음주가 특별히 더 해로운 병들은 어떤 것들인가요?
그 첫 번째는 눈병이 걸린 경우입니다. 주로 눈병은 얼굴위로 열이 올라오고 특히 눈으로 몰려서 생기는 현상으로 보는데요. 따라서 열이 눈으로 올라와서 생기는 염증성 안 질환에 술은 금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는 귀가 가려운 경우인데요. 이 경우에는 염증이 심화되어 소양증 즉 가려움증을 나타내는 경우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럴 때 음주는 열독을 더 악화시킬 테니 당연히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세 번째는 ‘각기(脚氣)’의 경우인데요. 여기서 말하는 각기라는 병은 쉽게 말해 다리가 퉁퉁 붓거나 아픈 증상을 말합니다. 원인은 다양하게 있으나 기름진 음식이나 과식 및 음주와 성생활을 절대적으로 피하게 하고 있는데요. 서양의학적으로도 통풍(Gout)과 같은 질병은 육식과 음주를 금하는데, 이와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만일 지키지 않으면 병이 낫지 않는다.’라고 까지 되어있으니 절대적으로 금기하여야 할 것입니다.
Q6. 특별히 금주해야 할 병으로 또 어떤 게 있죠?
네 번째는 치병(痔病)의 경우입니다. 넓은 의미로 치열과 치루 치핵 등을 다 포함하는 개념으로 보면 되겠는데요. 임상적으로 볼 때 남자의 경우에는 과도한 주색(酒色) 즉 과음과 무절제한 성생활로 인해 기인하는 경우가 많으며, 여자의 경우에는 과도한 출산과 잘못된 산후 조리 또는 습관성 유산이 원인으로 인해 중기(中氣)가 밑으로 빠져서 그러한 경우가 많습니다.
과도한 주색으로 인하여 인체에 쓸모없는 습열이 늘어나게 되어 생긴 치병에는 당연히 음주가 금기대상이라고 할 것입니다. 특히 주색을 계속 과도하게 하면 약을 써도 효과가 없다고 되어 있으니 더욱 조심하여야 합니다.
실제 성종 14년의 왕조실록을 보면, 영돈녕(領敦寧) 윤호(尹壕)가 와서 아뢰기를, ‘신체를 조절하고 보호하는 것은 향온과 같은 것이 없으니, 청컨대 조금 드소서.’하니, 성종이 대답하기를, ‘치질 중에 어찌 차마 술을 마시겠는가? 그것을 다시는 말하지 말라.’고 하여 치질 중에는 왕도 음주를 피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Q7. 술을 좋아했다고 알려진 성종도
치질을 앓을 때는 금주를 했었군요.
술을 피해야하는 또 다른 병은 뭘까요?
다섯 번째는 소갈(消渴)병의 경우입니다. 소갈이라고 하면 지금의 당뇨병과 비슷한 증상인데요. 한의학에서는 증상을 상중하로 구분하여 ‘상소 중소 하소’라고 부르며 치료를 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100일 이상이 되면 침과 뜸을 쓰지 못하니 침구(鍼灸)하면 농수(膿水)가 나와서 그치지 않고 난치다.’라고 한 조문을 보면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상처가 잘 낫지 않음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동의보감>에서도 ‘소갈병에 삼가 해야 할 것이 세 가지가 있으니 一은 술이요 二는 방로(房勞)요 三은 짠 음식과 면식(麵食)이다. 이 세 가지만 삼가면 복약(服藥)하지 않아도 또한 스스로 낫는다.’ 라고 하여 생활습관을 조절해야 함을 특히 강조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임신한 여성의 음주 문제인데요. 술이란 백맥(百脈)을 흩어서 모든 병(病)을 이루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임신부의 음주는 절대 금기시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약 중에서 술로 복용하여야 하는 약제라도 임신한 경우에는 술 대신에 물로 복용하라고 지침이 나와 있으니 각별히 조심하여야 합니다.
Q8. 자,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셔야 할 때도 있는데요.
이럴 때 주의사항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동의보감>에 이르기를 음주함에 있어 3잔 이상 마시면 오장을 상하고 이성이 어지러워지고 발광의 상태에 이르기까지 한다고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만약 과도히 술을 마시면 독기가 심장을 공격하고, 위장을 막히게 하고, 가슴과 옆구리를 썩어 들어가게 하며, 정신을 없게 만들어 눈에 보이는 것이 없게 하는데요,
처음에는 병이 옅어서 구토하고 땀이 나고 뾰루지가 생기고 코가 빨개지고 설사를 하고 명치끝이 아픈 정도이나, 병이 깊어지면 당뇨병, 황달, 폐병, 치질, 복창, 실명, 천식, 전간 등의 병이 생기게 되니, 이는 생명의 근본을 상실케 하는 짓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즉 과음을 피하라는 말인데요, 또한 덧붙여 말하기를 음주 후에 수레나 말을 탄다든지 높은 담을 뛰어 넘는다든지 하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옛날에 술을 과도하게 마셔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Q9. 언제 어디서나 과음은 문제인데요.
또 다른 주의사항은 없나요?
또 있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술이 위에 들어가는데 위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정기가 갈(渴)하고 사지를 제대로 쓰지 못 한다.’라고 하였는데요, 실제 음식을 먹지 않거나 너무 배가 부른 상태에서 과음을 하면 손발에 마비가 오거나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따라서 위장상태가 좋지 않거나 공복이거나 과식한 경우에는 가능한 음주를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술을 너무 차게 먹지 말아야 합니다. 보통 말하길 술이 열이 많다 하여 차게 먹으면 술도 덜 취하고 맛도 좋다고 하는데, 사실 건강에는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술이란 기혈을 위로 띄우고 피부로 쫓아내니 복부의 내장과 하체는 피의 활동이 적어져 소변이 잦아지며 배가 냉해집니다.
만약 차갑게 냉장시킨 술을 마구 마시게 되면, 설사, 또는 메스껍고 입맛이 떨어지며, 지병이 악화되는데요. 당연히 숙취도 심해집니다. 그러므로 술에 자신이 없으면 가급적 따뜻하게 데워 먹든지, 그게 안 되면 적어도 냉장이 안 된 술을 마시는 게 좋습니다. 겨울에도 냉장고에 맥주를 넣어 두는 가정이 많은데, 차게 한 맥주를 몇 년간 실컷 먹고 장이 나빠지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장동민 한의사와 함께
‘옛 기록에 담긴 술에 대한 주의사항’에 대해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