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년 11월29일~2022년10월6일
최옥순 집사님을 떠올리면 구부러진 열 손가락이 생각이 난다. 얼마나 많은 일을 하였으면 열 손가락이 굽게 되었을까? 손가락 관절이 다른 사람에 비하여 약할 수는 있다. 아무리 약하다 해도 일을 적게 했다면 굽을 정도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천국 문 앞에 베드로가 지켜 서 있다는 전설이 있다. 베드로가 맡은 책임은 손을 검사하는 일이란다. 땅에 사는 동안 게으르지 않고 얼마나 열심히 일을 했는가를 살피는 것이다. 성경에 없는 말이니 믿을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터무니없는 말은 아니다. 열심을 품고 주를 섬기라고 하지 않았던가? 섬기는 삶을 살려면 아무래도 손에 수고의 흔적이 남아 있기 마련이다.
영화 <로마의 휴일>의 여주인공인 오드리 헵번은 이렇게 말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당신에게 두 개의 손이 있다는 걸 발견할 것이다. 한 손은 자신을 위한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한 손이다.”라고 말이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등장하는 바보 이반은 이렇게 말했다. “이 나라에는 오직 한 가지 관습이 있다. 손에 못이 박힌 사람은 식탁에 앉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자는 남들이 먹다 남긴 찌꺼기를 먹어야 한다.”
손톱이 길고, 네일아트를 하여 멋을 부리는 사람은 집안일을 열심히 하지 않고 산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요즘엔 입으로 양식을 버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이니 손이나 손톱이 절대기준이 될 수는 없겠으나 그래도 부지런하게 살면 손은 거칠어지고 나중엔 손가락까지 뒤틀리게 된다.
최옥순 집사님의 거친 손, 굽은 손가락은 사람의 눈에는 관심을 끌지 못할지라도 하나님의 눈에는 아름다운 손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94년 동안 두 손으로 해낸 일은 얼마나 많을까? 땅을 일구고 씨앗을 뿌리고, 김을 매주는 일을 얼마나 많이 해냈을지 짐작이 간다.
다만 아쉬움은 주님의 나라를 위하여 손을 사용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년에 이르러 아들 서길석 장로의 전도로 예수님을 믿고 세례를 받았다. 구원의 도리를 깨닫고 주일마다 예배당에 나오는 것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무릎관절도 좋지 않아서 매주 예배의 자리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다행한 일이었다.
최옥순 집사님은 겉은 약하게 보여도 심지가 굳은 분이다. 처음 교회 나오실 때 쉽게 굽히지 않으셨다. 일생 살아온 신념과 삶의 패턴을 좀체 바꿀 마음이 없던 분이었다. 예배당에 나오기까지 많은 시간을 미루고 뜸을 들였다. 할 수 있는 데까지 버티셨다. 결국 고집을 꺾고 예배당에 나오셨다. 결단이 더딘 만큼 진지한 결단이었기에 교회에 나온 이후부터 일편단심이었다. 어려운 일들을 만났어도 신앙을 흥정하지 않았다. 주의 나라에 이를 때까지 믿음의 길을 줄기차게 걸으셨다.
세월이 지날수록 믿을 것은 예수님뿐이다. 건강할 때도 우리에게 중요한 분은 예수 그리스도시며, 몸이 아플 때도 가장 소중한 것은 예수님을 주로 믿는 것이다. 예수 밖에는 다른 구원의 길은 없다. 아무리 아름다운 손을 가졌으면 뭐 하겠는가? 예쁜 손으로는 천국에 이를 수 없다. 주님을 붙잡는 손, 주의 나라를 위해 수고하는 손이 복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