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 심리학, 어른의 안부를 묻다
김혜남,박종석 공저 | 포르체 | 2019년 06월 05일
출판사 리뷰
대한민국 100만 서른 살을 위로한 김혜남 작가
어른에게 마음의 안부를 묻다
책 속에는 직장에 지각하게 된 어느 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런저런 자학에 빠져 마침내 자살충동에까지 이르는 한 완벽주의 여성의 이야기가 나온다. ‘설마!’ 하지만, 비단 이 여성의 이야기일 뿐일까? 하루 사이에도 천당과 지옥을 오가듯, 요동치는 마음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가.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 감정, 어떻게 할 수 없는 그런 내 마음. 나도 모르는 내 마음.
일상다반사가 다 짜증이 나고, 모든 게 다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끝없는 심연에 빠진 듯 무기력해지고, 억지로 몸과 마음을 추슬러 보려 해도 점점 더 바닥으로 가라앉는 듯한 기분.
누군가는 번아웃이라 하고 누군가는 만성피로증후군이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조울증이나 우울증이라고 한다. 그러나 무 자르듯 우리들의 마음과 신경은 그렇게 딱 떨어진 병명이나 처방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 더욱이 하룻밤 자고나면 무섭게 변해가는 세상과 무수한 정보와 경쟁 속에서 불안을 겪을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극도의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에 의한 병을 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를 후회하느라 미래를 불안해하느라
오늘의 행복을 만끽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책은 이렇게 현대를 사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마음의 고통과 아픔의 원인을 찾아 우리 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두 저자가 진료실에서 직접 마주한 생생한 상담사례와 함께 독자들 스스로가 자신의 마음을 객관화해서 바라볼 수 있도록 돕고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일깨운다. 저자들이 전하는 치유의 심리학은 독자에게 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고 다독이는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정신과 전문의인 두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책을 읽는 내내 정신과 상담을 받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한숨이 가득한 하루,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싶은 그런 날 창문을 열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듯, 깊은 숨이 되어주는 그런 책이다. 아프고 불안해하느라 주어진 작은 행복조차 누리지 못하고 쓰러져 있는 당신, 혹은 당신 곁의 그 누군가에게 일어나 삶을 다시 눈부시게 시작하라고 내밀어주는 위로와 치유의 손처럼 말이다.
오늘을 사세요. 눈이 부시게
마음의 상처와 건강하게 이별하는 방법
자기 안에서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날 때, 대부분의 사람은 그것을 숨기고 억압한다. 건강하게 감정을 분출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감정을 눌러 참다 보면 막힌 댐이 터지듯 예기치 못한 순간 폭발적으로 튀어나올 수 있다. 김혜남 작가는 ‘나쁜 감정은 없다’고 말하며, 모든 감정은 마음이 주는 신호이기 때문에 그것을 인정하는 것의 중요함을 역설한다.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인정해야 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묻어두기만 하면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마음의 저편에 숨어 처리되지 못한 감정의 잔재들은 현재의 나에게 영향을 끼친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을 눈이 부시게 살아내기 위해서는 이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내면에 숨어있는 우울을 인정하고, 당당하게 인사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우울과 건강하게 이별할 수도 있다. 김혜남은 우울의 반대말은 행복이 아니라 생동감이라고 말한다. 살아서 움직이고, 아주 조금씩 매일 변하는 것이야말로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발췌]
“콧노래가 나올 정도로 즐겁다가 갑자기 회사 일만 생각하면 우울해지고, 몸과 마음이 힘없이 가라앉아 있다가도 별 것 아닌 친구의 유머에 빵 터져서 깔깔대기도 해요. 저 조울증인가요?”
흔히들 조울증을 기분이 좋다가 우울했다가를 수시로 왔다갔다하는 병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기본적으로 조울증은 일정 기간의 조증 시기와 일정 기간의 우울증의 시기가 번갈아 나타나며, 보통 그 기간은 각각 2주 정도 지속된다. 또한 조증이라고 해서 무조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기분이 들뜨고 에너지가 넘치는 조증도 있지만 조울증에서 더 자주 나타나는 조증은 오히려 생각이 많아지고 예민해져서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짜증이 나는 증상이다.--- p. 28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커다란 슬픔이다. 그런데 슬픔을 느끼는 게 아니라 우울증에 빠지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왜 상실을 슬퍼하기보다 우울해하는 것일까?-- p. 38
그래요. 정말 죽고 싶을 만큼 힘들 때, 그래서 정말 죽으려고 할 때 인간은 나를 살게 해줄 단 한 사람을 찾게 돼요. 박 선생님이 중학교 동창에게 불쑥 전화를 했듯이, 그렇게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게 되죠. 그때 그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받아주면 우울과 죽음의 충동으로 가득 찼던 내 마음에 삶의 희망이 조금씩 채워지죠. 그게 죽음을 생각할 만큼의 깊은 우울의 늪에서 삶으로 올라오는 시작인 것 같아요.
--- p. 47
행복은 우리의 권리다. 설령 어릴 적 행복하지 못했던 불행한 기억이 있더라도 그건 자신의 잘못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것을 누구의 잘못이라 탓만 할 수도 없다. 어차피 인생이란 여러 가지 이해 못할 일들이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곳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그 일들을 극복하고 행복을 찾는 것은 바로 나에게 달려있다. 고통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은 행복도 느낄 수 있는 능력과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p. 72
우리는 스스로 지친 걸 알면서도, ‘남들도 다 그런데 뭐, 힘들지만 어떡해, 월급 때문에라도 출근은 해야지.’라며 번아웃의 신호를 애써 무시하곤 한다. 이렇게 내가 너무 지쳤다는 사실을 모른척하거나 무시하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눈치 없는 주인 대신 감정적, 신체적인 신호를 보낸다. 처음 본 사람에게도 언성이 높아지고 날카로워진다거나 사소한 일에도 싸움닭처럼 예민하게 행동하는 일이 생긴다. 오늘 누구 한 명만 걸려라, 나 한 번 건드리기만 해보라며 벼르게 되는 것이다.-- p. 75
“나는 이렇게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이 피곤하고 아픈데 왜 다들 내가 엄살을 부린다고 생각하죠?” 선영 씨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아픔을 엄살과 꾀병으로 여기는 것에 대해 분노와 좌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병원에서도 분명한 이유를 찾아내지 못하고 무조건 신경성으로 돌려버리는 것에 화가 나 있었다.-- p. 87
슬픈 음악만 계속 들으면 더 슬퍼져요. 음악치료의 관점에서 보면, 슬픈 음악에서 점점 밝은 음악으로 나와야 슬픔을 극복하는 데 효과가 있거든요. 치유를 위한 음악은 선곡을 할 때 흐름이 굉장히 중요해요. 랜덤하게 배치하면 치유의 효과를 기대할 수가 없어요. 슬펐다가 약간 밝았다가 하는 식의 고저가 있어야 감정이 같이 움직일 수 있거든요. --- p. 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