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반은 희고 반은 검정색 어미냥이는 얼굴이 두개라 동네할매들이 반쪽이 아닌 두얼굴로 이름짓고 나이가 오륙년은 돼 보이는데 내가 낮으막한 산비탈골목에 거처를 정한지 네 해 두얼굴의 냥이는 한해 서너번씩 임신하고 사람없는 빈집에서 아이들을 낳고 새끼들을 물고와서 사람사는 집앞에 놓고 젖을 물리고 한달이 지나면 사람들이 불쌍타고 사료를 먹인다 두얼굴이 사오년동안 낳은 자식들이 족히 서른은 됐을 것이라 할매들이 입 모은다 나도 어쩌다가 골목길에서 만난 아기냥이들에게 사료구해 먹이고 어떨때는 영양식으로 멸치오뎅을 사다가 주고 어쩌다가 냥이 집사가 된 나 이것도 인연인가 싶어 좋아하지 않지만 냥이사료와 물을 먹인다 냥이들은 반경 1천 평방미터를 벗어나지 않는 영역동물로 몇번을 쫓아냈으나 되돌아 온다 며칠전 두얼굴은 또다시 사람살지 않는 빈집터에서 아기냥이를 넷씩이나 낳았다고 동네할매가 알려준다 사람출산이 귀한 시대 두얼굴이 구박받아도 왜 출산을 많이 하는지 알수없는 일이다 새끼를 낳은지 두달안에 중절수술하면 더 못 낳는다고 하는데 그 일을 할 사람이 없고 출산을 자주 하는 냥이때문에 꽃과 고추 깻잎도 마음대로 심을 수 없어 플라스틱통에 꼬챙이만 잔뜩 꽂고 냥이 배설물냄새와 청소로 귀찮은 동네주민들은 냥이가 괘씸하기도 더러는 가엾기도 하고 나도 냥이와 싸우다가 지쳐 이제는 전선을 후퇴해 멀리 지켜보면서 불가근 불가원이다 사람사는 세상에서 사람이나 짐승이나 저 할 탓이고 시시비비말고 그냥 주어진 형편대로 인연대로 살면 된다네 나는 나대로 너는 너내로 냥이는 냥이대로 강아지는 강아지대로 풀꽃은 풀꽃대로 바람 불고 비 오면 그런대로 몸과 마음을 맡겨
그러나 두얼굴의 길냥이 임신은 어찌할꼬 어미건강도 아기냥이와 놀아줄 동네 개구쟁이도 보이지않고 동네 할배할매도 기력이 없다네 요새 나의 화두는 저 수십 냥이가족들은 누가 지켜줄까다 인간세상의 문제는 워낙 복잡해 단순한 냥이문제로 유턴해 현실도피중인지 나도 모를 일
2023.9.18 윤소암 약력 시인 수필가 사회평론가 범어사승려 불교신문주필역임 1987년 월간문학 수필등단 1990년 계간 시세계 신인상수상 시집 "허공에 점하나 찍어놓고" " 심우도 " "산다화 피는 날 " "인도의 아침 " "아프니까 사랑이다" " 시베리아 그 숲에 가면 "등 수필 "청솔가지를 태우면서" "그리운 차벗들"등 평론 "분열과 통합의 논리 " "승려가 죽어야 불교가 산다"등 25권 (폰에 맞는 부호가 없어 부득히 양해바랍니다) 느낌3 댓글0 공유
친구 윤소암 시인 칼럼니스트
<그냥 좋다> 霞 林 산길 가다가 비 맞은 꽃 한 송이 보고 바지런한 까치 소리 듣고 삭아가는 낙엽 내음 맡고 따뜻한 물 한 모금 마시고 축축한 골바람 맞고 또 올라간다 그냥 좋다. <채비> 霞 林 떨어진 꽃잎 위에 간밤 비 방울방울 초록도 힘겨운지 어둔 숲 고요한데 호랑거미 밤새워 그물을 자아내고 삭은 잎 마디 마디 겨울눈 또렷하다. 어제 오늘 조계사연꽃 덕수궁 장욱진화백의 전시회에서 1시간동안 작품을 감상했다 나는 장욱진화백의 작품이 열릴때마다 갔으니 여러번이었으나 이번에는 그동안 전시안된 개인소장품도 찾아서 같이 전시한 대규모전시회로 백년만에 나올까말까한 위대한 한국의 작가의 작품과 삶 사상 시대정신을 모두 맛볼수 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시민이라면 날마다 가서 꼼꼼히 설명과 작품을 천천히 감상하면 좋을 것이다 <철> 霞 林 새신랑 보름달 새색시 그믐달 아직은 흰 이슬 낼모레 무서리 엊그제 매미떼 오늘은 풀벌레 저 북녘 먼 하늘 기러기 우는 듯. <이야기> 霞 林 저 나무도 이야기가 있으면 다른 나무가 된다 저 달과 별도 하루치 얘기만큼 어제와는 다르다 저 작은 새들도 이야기를 찾아서 새벽을 날아간다. 꽃미남 스님이 뉴스에 도배다 요즘의 한류스타세태를 반영하는 탓인가 종교인 승려도 인상과 외모가 한몫하는 세상이다 신도를 지도하는 법사승려가 인상이 좋고 자상하다면 금상첨화일 것 나도 어릴때는 미남이란 말을 많이 들었어도 꽃미남이란 말은 없을때 였다 미니액자에 있는 소시적 나의 사진인데 옛날과 현재의 미남이 어떤 차이인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지금은 풍족하고 자유분방한 시대에 승려도 개방적이고 낙천적인 인상이나 나의 젊은 시대에는 엄숙하고 부자유의 삶이 대부분이어서 경직된 나의 자화상이다 오늘 백중이다 불교의 5대명절 우란분제 돌아가신 선망조상 일체유주무주 고혼을 천도위로하는 날이다 전쟁으로 혹은 사고로 각종재해로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많다 천년 산삼으로 먹지못해도 한번 보는 것으로 힘이 생긴다 12 #엣지993 #카멜커피 #분카샤 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 운영정책 청소년보호정책 카카오스토리 공식채널 앱스토어 ⓒ Kakao Co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