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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토르 빙하, K2 bc...「베가님」 스크랩 89.파키스탄 3부/칸데...초등학교 방문...감동의 사열식..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애틋함에 울컥해지다...
베가 추천 0 조회 150 15.04.19 03:2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밤새 바람소리와 살구나무 흔들리는 소리가 범상치 않더니만, 비가 온다.

그렇게 심하게 쏟아지는건 아니지만 하늘이 잔뜩 흐린게...종일 내릴 비 같다.

 

잠시 고민을 했다.

이런 날씨에 그 아름답다는 '밍글로 블록'에 가면 뭐가 보이겠는가 싶기도 하고...

비오는 날씨에 캠프치고 잘 생각을 하니 심란하기까지 하다.

 

여독인건 지....

아니면 K2를 마쳤다는 긴장감이 풀어져서 인 지,

다시 몸을 추스려 해발고도 5000m가 넘는다는 '익발 탑'을 왠지 오를 수 있을것 같지가 않다.

이럴때 인간들이 흔히 하는 짓거리들이 있지~

슬슬 핑계거리를 찾는거다.

 

 

 

 

 

 

  

 

 

우리...어짜피 내년에 다시 올거잖아~

그때 차라쿠사 갈건데, 궂이 지금 힘도 빠졌는데 익발탑 가야하나??

제 3부 여행 시작할때 알아봤잖아~

모든 긴장감 다 풀어재끼고 1분도 쉬지않고 웃고 떠들어 재끼며 신바람 나 했던 거....

우리 기력없어서 '익발 탑' 못 올라.ㅠㅠ

 

그러지 뭐~

온전히 쉬며 이들이 말하는 '그린 필드-밍글로 블록'에 가서 천국의 삶을 누리는겨 ~

글구 파키스탄 사람들이 가장 가고 싶어한다는 '페어리 메도우'에 가서 또 천국의 삶을 사는거지.ㅋ~~

 

 

 

 

이렇게 완벽한 핑계 거리를 찾아내고 나니, 첩첩산중에 내리고 있는 아침 비가 더욱 운치가 있어 보인다.

갑자기 완벽한 휴가를 떠나온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아!!

좋다 좋아!!

 

오늘 아침은 이풀 카메라 포터인 '악바르'의 집 초대로 이루어 진다.

보슬비를 맞으며 악바르의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즐겁다.

 

악바르의 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집안 식구들이 모두 머무는 거실겸 큰방이 하나 있고, 글쎄, 이곳을 거실이라고 해야하나, 현관이라고 해야하나...

현관으로 들어서면 넓직한 공간이 있지만 꾸며져 있지는 않으니....

그리고 작은 방이 하나 더 있고 제법 넓직한 부엌겸 주방이 있다.

 

칸데로 들어올때 우리 차에 실려있던 붉은 카펫이 바로 '악바르' 것이었나 보다.

새로 산 붉은 카펫이 깔려 있고, 벽면으로는 정갈하게 자수를 놓은 쿠션들로 장식되어져 있다.

 

돈을 모아 시내에서 저 카펫을 장만하여 들어올때의 기분이 어땠을까...

그리고 귀한 외국 손님맞이라....ㅎㅎ

어렸을 적 생각도 아스라이 나는게...

누구보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던 나인지라 악바르의 그 들뜬 마음과 행복감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하다.

 

 

 

우리의 쿡들과 함께 정갈하게 차려낸 아침상을  받으며 여전히 우린 히히낙낙이다.

우리가 너무나 좋아하는 후라이드 치킨이 오늘 아침상에도 나와서....ㅋㅋ

이곳 칸데의 닭은 우리네 토종닭 보다도 훨씬 더 운동량이 많아 정말 담백하고 맛있다.

어느 부위이긴 상관없이 한결같이 고소한게 독특한 맛이 있다고나 할까....

식빵을 어디서 구했는 지, 오늘 아침은 토스트까지 곁들인 콘티넨탈식이다.

 

행복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와이프에겐 준비한 선물을 주고, 여자이기에 와이프만이 빠진 가족들과 사진 촬영 들어갔다.

다름아닌 '가족 사진 찍어주기' 이벤트......

 

악바르에겐 아들만 4명이 있었는데, 공부를 하고 있는 큰아들은 지금 '트랑고 타워 원정대'를 따라 아르바이트를 간 상태라 볼 수 없었지만,

나머지 아이들이 얼마나  잘 자랐는 지....

인물도 훤한데다가 밝고 예의가 얼마나 바른 지.. .쉼없이 감탄했다고 할까....

악바르도 인물이 훤한데다 와이프까지 절세 미인이니 아이들이 잘 생긴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겠지?

그러고 보니, 아버님도 인물이 훤하다.

 

헐~

그런데 저 꼬맹이는 누구지??

분명 아들이 4명이고 큰아들은 트랑고 타워에 원정 나갔다고 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버럭이가 담배를 산다고 하여 구멍가게로 들어섰다.

오호~

그런데 그곳엔 여러 종류의 캔디들이 가득 있는것이 아닌가~

그렇잖아도 가정 방문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줄 선물이 없어서 민망하기도 하고 안타까웠는데....

이렇게 잘 된 일이...

 

우린 커다란 통에 가득 담겨있는 캔디와 초콜릿을 몽땅 다 달라고 했다.

그런데 낱개로만 팔아서 그 한 통 가격을 모른다는 것이다.

저 큰통에 들어있는 낱개 포장도 안되어 있는 작은 캔디를 일일이 다 세어봐야 한다는 것!

허어걱!!

 

그려~ 까짓거 뭐~ 이참에 동심으로 한번 돌아가 보는 거지.

근데 정말 그 작은 캔디와 초콜릿을 일일이 다 세는데 시간은 걸렸지만 어찌나 신바람이 나고 재미가 있던 지....

이것 역시 또 내 담당이었잖아~ ㅋㅋ

 

한 통을 세고 나서 다른 통들은 옆에 나란히 세워 줄을 맞추어 갯수를 짐작해 계산을 했다.

그 가게에 있는 5통의 캔디와 초콜릿을 싹쓸이 했는데, 1,670 루피(우리 돈 2만원 정도 )다.

세상에~

 

 

 

 

 

우리 스텝들 5명의 집에 한 통씩을 주려고 5통을 샀는데, 이를 본 샤키가 이 중 일부를 학교에 가져다 주었으면 좋겠다는 거다.

좋은 생각이라 우린 여기에 학용품을 더 사고 싶다고 해 다시 문방구로 달려갔다.

공책을 사주고 싶었는데, 하필 공책이 없다는 거다.

그래서 그곳에 있는 연필과 지우개를 몽땅 다 떨이를 했는데 겨우 1000루피어치 밖에 안된다.

 

 

 

학교를 방문하기엔 너무 작아 좀 그렇긴 했지만, 우린 이 첩첩 산중 마을에 있다는 학교엘 방문한다는 그 자체가 설레었고 궁금했다.

이 학교는 사립학교로서 익발이 후원하는 학교이기도 하고, 한때는 샤키도 이 학교의 선생님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샤키는 지금은 형과 함께 '써밋 카라코람 여행사'를 꾸리고 있고, 본격적인 사업을 위해 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사방이 암산으로 둘러쌓여 있는 가운데로 나즈막한 건물 2채가 보였다.

그 사이로 들어서니 놀랍게도 하얀 히잡을 머리에 쓴 꼬마 아가씨들과 꼬마 신사들이 빼곡히 앉아 있는게 아닌가~

그들은 우리를 보자 마자 손뼉을 치며 '웰 컴'을 외쳤다.

 

헐~ 비도 오는데....

물론 맞아도 될 만한 가랑비 이긴 했어도 비를 맞으며 앉아있다가 우릴 격하게 환영하는 모습을 보니,

놀랍기도 하고, 가련하기도 하고, 왠지 대견스러워 보이기도 하는거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

수십년전 학창시절 체육대회등 학교 행사나 높은 분이 학교에 오시면 치뤄냈던 사열식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똑똑하게 생긴 자그마한 녀석의 힘찬 구령에 맞춰서 제법 근사하게 치뤄내는 사열식은 나름 절도도 있고

하늘을 찌를듯 쨍쨍한 육성에 멋드러지기까지 했다.

 

 

 

 

아놔~~

갑자기 왜 울컥해 지는 거지??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도 공부를 하겠다고 모여있는 초롱 초롱한 모습들이....

왜 그렇게 갑자기 이쁘고 대견해 보이는 지....

더불어, 부유함과 가난이란 두 상반된 단어가 머릿속을 메워오며 울컥해졌다.

내가 지금 이들에게 뭐라고...이렇듯 엄청난 전교생의 환영식을 받고 있는 것인 지....

저깟 사탕과 학용품의 가치가 이들에게 저리도 귀한것인가 싶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모든 것들이 뒤엉켜서....

 

 

 

 

 

 

 

 

 

 

 

 

환영식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140여명의 전교생들은 비를 피해 처마밑으로 들어앉아 환영식을 계속 이어갔다.

낭낭한 목소리로 시를 읊고....

영어로 말하기도 하고...

웅변을 하고....

노래도 하고...

암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이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것 같기도 하다.

 

 

    

 

 

 

 

 

 

 

 

 

 

제법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집중력은 대단해 보인다.

저 불편한 자세로 쪼그린 채...

 

 

 

 

 

 

 

 

 

 

글쎄...

학교라서 인 지는 몰라도 아이들이 카메라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는다.

물론 여학생들은 카메라를 개별적으로 가까이 대면 얼굴을 얼른 가리지만....

 

그 와중에도 당돌하게 모델 뺨치게 렌즈에 맞선 여자애가 있었는데, 바로 우리 스텝들 자녀다. ㅎㅎ

쿡이자 가이드인 임티아스의 딸과 칸데에서의 포터였던 이의 딸- 소산이다.

아!!

정말이지 얘네들...얼마나 매력적인 지...

 

 

 

 

 

 

 

 

 

 

 

 

 

 

 

 

 

 

 

 

 

 

아!!

이제 모든 의식이 끝나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간이 돌아왔다.

바로 사탕과 학용품 증정식...

 

우리로서는 낯부끄러울 만큼 작은 선물이었지만 이들에게는 얼마나 간절한 것들인가~

우리 아이들은 쳐다도 안볼것들인데...

 

그러고 보면..

감동도...

가치도 ...

희소성과 결핍의 상태에서 맛볼 수 있는건지 모르겠다.

 

그때 한 보따리의 소포가 배달되어 졌다.

스페인 원정대원 팀이 보낸 옷가지를 비롯한 생필품들이었다.

 

아!!

우리도 저런거 잔뜩 보낼 수 있는데...

내게 있는 그림물감과 빠렛트, 크레파스만도 많은데...

버려지는 옷가지들은  또 얼마나 많고...

품질 좋은 학용품도...

 

비행기로 보내면 굉장히 비쌀까??

배로 보내면 거의 분실이 되어 목적지에 배달되지 않는다 하니...ㅠㅠ

 

갑자기

궁휼한 마음이 솟구쳐 마구 다짐을 또 한다.

 

한국에 가면 정말로 절제하며 살아야지.

까페엔 가지 않을거야.

사주는 커피만 마시고, 커피값 아껴서 좋은일에 써야지(하나도 안지킴.ㅠㅠ)

 

학교를 나서며 학교장한테

200달러를 도네이션 했다.

이 기분 이해할까...

날아갈것 같이 기쁘고 행복했다는거......

 

 

 

 

 

 

 

 

Denis Quinn(Asha) [Music for Love] - 03. Free Your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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