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까르띠의 봄소풍

<STYLE>P{margin-top:2px;margin-bottom:2px;}</STYLE> 쉼터에서 마지막밤을 보내고 주일 아침에 인도네시아로 떠난 수쁘랍또와 함께 했던 인도네시아 친구들이 마음이 뒤숭숭했는지 에버랜드로 놀러가자는 말을 점심식사를 하면서 하더군요. 저는 아이들이 주일학교에 가서 돌아오지 않았는데다 상담을 약속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같이 가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고 했습니다. 친구들이 먼저 에버랜드로 출발하고 난 후, 출입국, 퇴직금, 임금체불 등의 문제를 상담하기 위해 찾아 온 일곱 명을 상대로 상담 진행 과정을 설명하고 나서, 저희도 쉼터를 나섰습니다. 하지만 오후 늦은 시간이라 들어가기엔 돈이 아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돈도 없었고 ㅋㅋ) 그래도 은혜가 인도네시아 오빠들을 찾는 통에 에버랜드 정문 앞에서 커피와 코코아를 뽑아들고 달래고 있는데, 마침 에버랜들에 들어간 후마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수까르띠가 아파서 약국을 찾는데 찾지 못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출구에서 만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얼마되지 않아, 나타난 수까르띠는 친구들에게 기대고 있었는데, 구토를 몇번 했다는 그는 사색이 다 되어 덜덜 떨고 있었습니다. 부축해 온 친구들에게 증상을 물어 본 저는 안내원의 양해를 얻어 에버랜드 내에 있는 의무실로 수까르띠를 데리고 갔습니다. 의무실에 도착해서 수까르띠는 다시 구토를 했습니다. 39.2도의 고열과 목젖이 부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의무실 간호사는 병원으로 수송하는 것이 좋겠다면서 앰블런스를 불러 주었습니다. 수까르띠가 실려간 병원은 용인서울병원으로 응급실만 해도 네 번이나 찾았던 단골병원이었습니다. 요한이 머리가 깨졌을 때, 집사람이 턱을 다쳤을 때, 휀이 아킬레스를 다쳤을 때, 밤에 찾아왔던 응급실에서 의사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담당의사는 수까르띠의 증상을 살핀 후, 주사를 놔 주면서도 '뇌수막염' 같으니 신경과가 있는 큰 병원으로 가라고 권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수까르띠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퇴원 수속을 밟았습니다. 퇴원하고 나서는 길에 수까르띠가 증상이 호전되었다면서,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걱정되었지만, 본인이 싫다는데 억지로 병원으로 데리고 갈 수는 없고 해서, 저희 집에 데리고 갔습니다. 집에서 수까르띠는 죽을 먹고 난 후, 잠을 자는 듯 했습니다. 간간히 기침 소리가 나서 들어가 보면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밤 10시경 수까르띠의 친구들이 찾아와서 같이 잠을 잔다고 하길래 허락하고 저도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 차도가 있는지를 물으니, 머리가 아프고, 춥다고 하길래 다른 말 말고 병원으로 가자고 하였더니 그는 순순히 따라 나섰습니다. 전날 밤 야근을 했던 프란이 동행하기로 하고, 저희는 서울로 향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고대구로병원에서 주사도 맞고 약도 먹으면서 혈액검사를 비롯한 진료를 받아 본 결과, 뇌수막염이 아닌 독감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고대구로병원에서는 용인서울병원의 추천과는 달리 수까르띠를 감염내과에서 진료를 받게 했는데, 담당의사는 증상으로 봐선 며칠 된 듯 한데, 그동안 치료가 적절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했습니다. 주사실에서 세 시간 정도 주사를 맞고 난 수까르띠는 눈으로 봐도 나아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만치 혈색이 정상을 찾았습니다. 우리나라에 온 지 2년 반이 되는 수까르띠는 아픈 몸에도 친구들이 에버랜드로 놀러 가는 것을 보고, 함께 따라 나섰다가 호되게 당한 셈입니다. 수까르띠에겐 아플 땐, 몸조리부터 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운 잊지 못할 봄소풍이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