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空에 가득한 테스 형의 울림,
우연히 돌리던 TV의 채널에서 가수 나훈아 씨의 공연을 보게 되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모임이 금지된 가운데 국민들의 어려움을 헤아린 非모임 영상으로 기획된 공연이라고 했다.
젊은 시절의 나훈아 씨를 보며 덜 다듬어진 머슴 같다는 생각 해 왔는데 참 멋있게 늙었구나 하는 탄식이
나올 만큼 나훈아 씨는 세월의 덧없음과 연륜이 안긴 상처를 멋으로 승화시킨 거인의 모습이었다.
탄식이라 함은 거울을 통해 보이는 나 자신의 세월에 바래 버린 모습에 대한 한탄이라 하겠다.
테스 형,
노래를 듣기 전, 테스 형이라는 제목을 보며 웬 테스 형? 하는 의아함이 들었었다.
신세대 연예인들의 이름 중에 외국 이름을 딴 것에 대해 별로 호감을 갖고 있지 않은 탓이라 할까,
어리던 시절에는 미국에 대한 동경 탓인지 동네 개 이름은 모조리 외국 이름 일색이었는데, 수놈이면 -쫑-이고
암놈이면 -메리-라고 부르거나 그냥 -워리- 라고 부르기도 했기에 크리스니 뭐니 하는 이름을 듣노라면 옛날
부르던 개 이름을 연상하게 되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노래를 듣다 보니 테스 형은 소크라테스를 칭함이었고, 얼핏 소크라테스를 형? 하는 어색함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아저씨라고 하기도 할아버지라고 하는 건 더욱 감정전달에 걸맞지 않은 호칭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래 소크라테스 형이야" 노랫말에 공감되었고 어려운 시대를 같이 한 동지적 아픔이 전해 왔다.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된다면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까? 이게 늘 궁금하기도 했다.
애국열사 유관순 님을 누나라고 호칭하는 노래가 있다. 그분은 10대 나이에 돌아가셨는데 한 갑을 지난
사람이 누나라고 호칭하는 것은 어색한 일이고, 더욱 돌아가신 부모님을 다음 생에서 만난다면 더더욱
난처한 상황이 벌어질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보다 더 늙어버린 자신을 보며 일찍 타계한 형이나 누나를 생각하면 더욱더 그렇다.
세월의 덧없음을 한탄해 봐야 소용없는 일이지만 나오는 탄식을 어찌하랴,
소크라테스는 인류가 낳은 최고의 철학자라고 한다. 불교에 話頭라는 말이 있고 이를 한글로 해석한 멋진 글을
어느 절에서 본 적이 있다. -이뭤고- 라는 글자가 커다란 돌에 새겨져 있어 나름대로 화두의 한글 표시라
생각했는데 맞는지나 모르겠다. 사는 게 뭣고? 죽는 거는 뭣고? 행복이 뭤고? 불행은 또 뭣고? 깊이 들여다보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 것이 삶이고 이를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 철학 아닌가?
사는 게 왜 이리 힘듭니까? 먼저가 보시니 천국이 정말 있던가요? 너 자신을 알라고 일갈하신 대 철학자가
테스 형이니 그에게 묻지 않으면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
나훈아 형이 절규하듯 부르는 테스 형의 노랫말 속에 나름대로 깨우친 해탈이 보이는 듯 멋져 보였다.
空,
불교나 선의 용어 중 가슴에 와 닿는 말을 들라 하면 단연 공이라는 단어를 떠 올리게 된다.
空手來 空手去 라는 말이 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말의 핵심도 공이라는 단어에 있다.
눈 뜨면 있고 눈 감으면 없다. 평생을 얻겠다고 발버둥 치며 주먹을 움켜쥐고 살아왔지만, 주먹을 펴면 아무
것도 없는 공일 뿐이니 삶 자체가 어쩌면 공이고 허상일지도 모른다.
나훈아 씨의 공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시인이 놓친 시어를 풀어낸 노랫말에 눈시울이 젖어 옴을 느꼈다.
無뿐인 세상에서 空을 노래하는 老 가수의 멋짐은 인생을 깨우친 내면의 멋일 것이다.
-잠시 스쳐 가는 청춘 훌쩍 가버린 세월
백 년도 힘든 것을 천년을 살 것처럼
살다 보면 알게 돼 비운다는 의미를
내가 가진 것들이
모두 꿈이었다는 것을- -공의 노랫말 일부 발췌,
하지만, 노랫말의 새겨야 할 의미는 다음 가사에도 있다.
-살다 보면 알게 돼 알면 이미 늦어도
그런대로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세상의 모든 것은 다 부질없는 공일지라도 태어난 삶은 열심히 사는 게 주어진 숙명이니 어쩌겠는가?
험한 여정의 인생길이지만, 또 그런대로 살만한 세상이라는 위안을 놓치지 않은 노랫 말이 돋보인다.
코로나에 치어 삶이 참으로 어렵다. 하지만 열심히 고난을 극복하고 살아야 할 처지가 숙명이라면
-그런대로 살만한 세상- 작은 위안이라 하겠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제가 감사드립니다.
좋은 일만 가득한 새해가 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평생을 얻겠다고 발버둥 치며 주먹을 움켜쥐고 살아왔지만,
주먹을 펴면 아무 것도 없는 공일 뿐이니 삶 자체가 어쩌면
공이고 허상일지도 모른다.
- 그렇습니다. 거대한 영토를 정복했던 알렉산더 대왕도
젊은 나이에 병으로 죽으면서 신하들에게 '내가 죽은 후
시신의 양손을 펴서 관 밖에 내놓도록 하라' 고 명령했다고 하지요.
그 것은 살아생전 모든 영광과 부를 소유할지라도 죽을 땐
아무 것도 갖고가지 못한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의 김정일과 한진그룹의 조양호 회장, 삼성의 이건희 회장도
본인들의 부와 영예를 단 한 조각도 지니지 못한 채 장수하지
못하고 허망하게 세상을 등졌으니 그들이 가진 엄청난 재산은
누구 차지가 되겠습니까? 저는 부자와 명사들의 죽음을 보면서
세상이 주는 안락함과 행복은 그저 지나가는 한시적인
기억일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영혼을 지닌 우리 인간들은
죽음 이후 영원한 세상에서 죽지않은 채 영생을 누리는 존재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오늘도 우리네 삶을 다시 살펴보게 되는 좋은 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형님, 오늘도 행복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리피터님 늘 정성껏 댓글로 좋은 말씀을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며칠 손주가 아픈 탓에 글을 보고 쓸 여유가 있습니다.
할아버지를 찾는다고 하지만, 밥도 못먹는 아이를 볼 자신이
없어 가지 않고 있습니다. 보고 싶지만 참고 있답니다.
리피터님과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산하를 바라보며, 태고 이래로 그자리에 늘 있는 땅을 두고 네꺼니
내꺼니 하며 아귀다툼을 해왔고 지금도 그러고 있습니다.
땅이 제 주머니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가져 갈 수도 없는 것을
두고 땅 투기니 뭐니 야단들이니까요,
제 꺼라고 하는 사람이 수도 없이 대를 이어 바뀌었겠지요,
아마도 부자는 눈 감기가 우리보다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다 두고 가기가 얼마나 아쉽겠습니까?
오늘 하루도 행복하시고 좋은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리피터님,
내용도 공감하지만
문장이 명쾌해서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잘 읽었습니다.^^
좋게 평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좋은 글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려운 시기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잘 읽었습니다.
잘 읽으셨다니 고맙습니다.
어려운 시기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님의 평도 당연히 공감가지만, 나도 저런 노래를 멋드러지게 불러보고 싶은데 영 음치라,마음만 굴뚝이네요.
ㅎㅎ, 저하고 똑 같습니다.
나이들며 악기라도 하나 배워보고 싶어
낙원동 악기점에서 좋은 하모니카 하나
사서 열심히 했지만, 소질이 없어 포기했습니다. 나그네님, 건강하십시오,
가수에 대한 이야기니까 가수의 이야기로 풀자면
같은 시대의 '송창식'은 스마트폰을 남이 안가르쳐 주어도
스스로 연구해서 익숙하게 쓸 사람입니다.
남진은 손자에게 배워서라도 필요한 만큼은 쓸 사람이고요.
나훈아는 '나는 전화 받고 걸기만 하면 돼"하면서 배우지도 쓸줄도 모르는 사람이겠죠.
그러면서 남이 거기에 대해 말을 하면
"그 까짓 것 배우려면 금방 배워서 너희들 보다 더 잘할수 있어"라고 대답하겠죠.
폰맹,컴맹인 사람들의 공통적인 말씀이죠.
36계를 다 터득하고 마지막 36계 줄행랑을 쓰는 사람과
처음부터 36계줄행랑을 치는 사람과는 하늘과 땅의 차이죠.
나훈아가 도를 터득해서 '테스형'을 부르는 것으로 간주해 주니
나훈아는 참 인덕이 많은 사람입니다.
좋은 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리수님 반갑습니다.
험한 세상, 댓글을 대하니 별탈 없으신듯 하여 마음이 놓입니다.
나이가 든 탓인지 요즘은 드라마를 보다가도 감동을 받는 일이 잦습니다.
나훈아의 노래 空을 우연히 듣고는 가사가 가슴에 와 닿더군요,
테스는 너무 제목이 생소하여 일부러 찾아서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원래는 조용필의 노래를 좋아했는데, 따라부르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가장 쉽게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나훈아의 노래가 아닌가 생각 했습니다.
이미자 보다는 패티킴의 노래를 좋아했는데, 나이가 들며 이미자 씨가 좋아지는
비슷한 경우가 아닌가 싶습니다.
코로나가 속히 극복되어야 할 터인데 걱정입니다.
못쪼록 건강하시고 행복한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보리수님,
우리네 옛 대중가요에서도 나오듯이 인생은 벌거숭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세상사
기껏 옷 한벌 걸치고 가는 게 다인데
아마도 소크라 테스 의 가르침도 큰 의미에서는 그런 맥락인것 같네요
그러니 살아 생전에 아등바등 움켜쥐고 용쓰며 욕심부리며 살아본들
다 부질없음이지요
자신을 내려놓고 욕심없이 내 자신을 지키며 사는게 최선일듯요
소크라 테스를 형이라 외치며 노래가사로 승화시켜서 불러대는 나훈아는
분명 모든 남성들의 로망이기도 하겠고 정말 멋지게 나이들어가는 사람임엔 분명하지만
옛부터 그의 사생활은
그다지 멋지진 않은게 흠이라면 흠일듯요
노래는 노래
그의 개인사는 개인사 일뿐
태클은 아니랍니다 ㅎㅎ
글 잘 읽었습니다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수기리님 댓글 감사히 배독하였습니다.
한창 때는 남진과 나훈아가 쌍벽을 이루며 인기 다툼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세상과 담 쌓고 사는 나훈아의 삶과 군소 제품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남진의
근황을 보며 옛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세기의 미인이라는 김지미와 동거를 하기도 하는 등 나훈아의 삶이 그렇기는 합니다.
나이가 들면 초라하게 쪼그라드는 분들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자신감이
넘치는 나훈아의 노년 모습은 같은 세월을 산 사람으로 부럽기도 한 모습입니다.
세상이 어수선 합니다.
역병도 아득하고 주변을 바라보면 삶의 터전을 놓친 분들의 아픔도 보입니다.
어려운 시기 건강하게 넘기시기를 바라겠습니다.
행복하세요 수기리님,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
좋은세상 오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