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
최용현(수필가)
미국의 신문기자 출신 동화작가 라이먼 프랭크 바움이 1900년에 발표한 소설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는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되어 세계 각국의 언어로 출판되었고,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연극무대에도 올라 롱런을 일궈냈다. 그는 오즈시리즈를 계속 집필하여 총 14편을 쓰고 눈을 감았다.
‘오즈의 마법사’는 1925년 영화화에 이어 1939년에 다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연출한 빅터 플레밍 감독에 의해 뮤지컬 영화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누렸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과 음악상, 특별상을 받았다. 또 미국영화연구소(AFI)에서 뽑은 세계 100대 영화에 10위로 선정되어 시대를 초월하여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영화가 되었다.
미국 캔자스에 사는 소녀 도로시(주디 갈랜드 扮)와 강아지 토토가 살던 집이 강한 회오리바람에 솟아올라 멀리 날아가서 낯선 곳에 떨어진다. 도로시가 문을 열고 나오자 동화의 나라에 온 듯 난쟁이들이 사는 먼치킨 랜드가 눈앞에 펼쳐진다. 잠시 후 큰 비눗방울 하나가 점점 다가오더니 그 속에서 착한 북쪽마녀 글린다가 나온다. 그녀는 도로시에게 고약한 동쪽마녀를 없애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알고 보니 동쪽마녀는 도로시의 집이 떨어질 때 그 밑에 깔려죽은 것이었다. 이곳 먼치킨 랜드의 시장과 난쟁이 주민들도 모두 나와서 자신들을 괴롭혀 온 동쪽마녀를 처치해준 도로시를 영웅처럼 환대해주었다. 그때 나쁜 서쪽마녀가 나타나 자매인 동쪽마녀의 빨간 구두를 벗겨가려 하지만 그 구두는 순식간에 도로시의 발에 신겨진다.
도로시가 다시 캔자스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자, 글린다는 에메랄드 성에 사는 위대한 오즈의 마법사만이 그녀를 집으로 보내줄 수 있다며 노란 벽돌 길을 따라 가면 그를 만날 수 있다고 알려준다. 도로시는 토토와 함께 노란 벽돌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사거리에서 허수아비를 만나는데, 뇌가 없는 그는 새들에게도 무시당한다며 마법사에게 뇌를 얻으려고 도로시를 따라간다. 다시 사과밭 옆을 지나가다가 녹슨 채 서있는 양철나무꾼을 만나는데, 그는 고철덩어리 취급을 받기 싫어서 심장을 얻으려고 도로시를 따라간다. 다시 숲속을 지나가다가 겁쟁이 사자를 만나는데, 그도 용기를 얻기 위해 도로시를 따라간다.
도로시 일행은 드디어 에메랄드 시에 도착한다. 그들은 초록빛 에메랄드 성에 가서 위대한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 각자의 소원을 말하는데, 그 마법사는 서쪽마녀의 마술빗자루를 가져오면 소원을 모두 들어주겠다고 한다.
그곳을 나온 도로시 일행은 서쪽마녀의 성에 접근하다가 모두 붙잡히고 만다. 서쪽마녀가 허수아비를 태우려고 불을 붙이자, 불을 끄기 위해 도로시가 급히 양동이의 물을 허수아비에게 끼얹는데 그때 옆에 있던 서쪽마녀도 물벼락을 맞는다. 그런데 마녀는 물에 치명적이어서 물에 닿자마자 녹아내려버린다.
서쪽마녀를 처단한 도로시 일행이 마술빗자루를 가져와 오즈의 마법사에게 주자, 그는 내일 다시 오라고 한다. 그때 토토가 장막을 물어 당기는 바람에 장막 뒤에 숨어있던 마법사의 실체가 드러난다. 그는 원래 캔자스의 열기구 조종사였는데, 열기구를 탔다가 기류를 잘못 만나 이곳으로 날아왔단다. 하늘에서 내려온 그를 숭배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에메랄드 성을 짓게 하고 그 안에서 복화술(複話術)로 위대한 오즈의 마법사 행세를 해온 것이다.
그는 도로시 일행들이 원하는 뇌와 심장과 용기를 원래부터 지니고 있었음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허수아비에게는 박사학위를, 양철나무꾼에게는 심장박동소리가 나는 시계를, 겁쟁이 사자에게는 용기를 북돋워주는 훈장을 수여한다. 그리고 그는 이들에게 에메랄드 성을 잠시 맡기고, 도로시와 함께 열기구를 타고 캔자스로 돌아가기로 한다.
열기구가 막 출발하려는 순간 토토가 밖으로 뛰쳐나가고, 놀란 도로시도 뛰어나간다. 열기구는 그 마법사(?)만 실은 채 날아가 버린다. 이때 글린다가 나타나 도로시가 신고 있는 빨간 구두의 뒤꿈치를 세 번 마주치고 간절히 소원을 말하면 원하는 바가 이루어진다고 알려준다. 마침내 도로시는 캔자스의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오즈의 마법사’는 1930년대 영화라서 스토리가 느슨하고 화면이 좀 소박(?)하다. 그 외의 서사, 구성, 촬영, 편집 등은 지금 봐도 흠잡을 데가 없다. 현실세계는 흑백으로, 가상의 마법세계는 컬러로 보여주는데, 난쟁이들의 군무(群舞)와 단체행진 장면, 음악은 아주 인상적이다. 어린이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는 판타지 영화지만 어른들도 볼만하다.
이 영화의 원작소설은 19세기말 미국의 중앙정부가 채택한 금본위화폐제도의 폐해를 풍자하기 위해 쓰인 것인바, 영화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므로 이를 염두에 두고 영화를 보면 더욱 재미있다. 제목에 나오는 오즈(Oz)는 금의 질량단위 온스(ounce)를 의미하는 기호이고, 오즈의 마법사는 미국의 대통령을 의미하며, 그를 만나러 가는 노란 벽돌 길은 금본위제를 상징한다.
에메랄드 시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을, 초록빛 에메랄드성은 미국 지폐 뒷면의 녹색을 상징한다. 또 먼치킨 주민은 부유한 자본가들을, 나쁜 마녀는 월가의 은행가를 상징하고, 허수아비는 농민, 양철나무꾼은 산업노동자, 용기 없는 사자는 당시의 야당 대통령 후보를 상징하는 것이란다.
여주인공은 미리 점찍었던 아역배우 셜리 템플이 폭스와의 전속계약 때문에 출연이 불가능하자, 17세의 주디 갈랜드가 맡게 되었다. 그녀는 주제곡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를 멋지게 불러 아카데미 특별상을 받았고, 그 후에도 뮤지컬 배우로 승승장구했으나 결혼과 이혼을 반복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가 수면제 과용으로 47세에 죽고 만다.
이 영화에 자살 장면이 담겨있다는 괴담이 한동안 떠돌았다. 도로시가 허수아비와 양철나무꾼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걸어갈 때, 극중 난쟁이로 출연한 배우 한 사람이 숲속 나무에 목을 맨 장면이 나온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확인 결과, 누군가가 숲 속에서 학이 움직이는 장면에 난장이가 목을 맨 장면을 교묘히 합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첫댓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