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부 인간의 예속 또는 감정의 힘에 관하여
부록
이 제4부에서 올바른 생활방법에 관한 나의 고찰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배열되어 있지는 않다. 나는 하나를 다른 것으로부터 더욱 쉽사리 이끌어 낼 수 있는 곳을 따라 분산적으로 이것을 증명하였다. 그래서 나는 여기서 그것을 총괄해서 주요 항목 아래 환원하기로 하였다. (241쪽)
1. 우리의 모든 노력 내지 욕망은 우리 본성의 필연성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이지만, 그것들은 그 최근 원인으로서의 우리의 본성만을 가지고 이해될 수 있는 방법으로 생겨나든가,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다른 개체 없이 자신만으로는 충분히 생각할 수 없는 자연의 일부분인 한에 있어서 생겨나든가 그 어느 쪽이다. (241쪽)
2. 우리의 본성에 의해서만 이해될 수 있는 방식에서 우리의 본성으로부터 생겨나는 욕망은 타당한 관념으로 성립된다고 생각될 수 있는 정신에 관계되어 있다. (241쪽)
3. 우리의 능동, 바꾸어 말하면 인간의 능력 내지 이성에 의해서 규정되는 욕망은 언제나 선이다. 그러나 다른 욕망들은 선일 수도 있고 악일 수도 있다. (241쪽)
4. 그러므로 인생에서 우리에게 가장 유익한 것은 지성 내지 이성을 가능한 한 완성하는 일이며, 그리고 이것에만 인간의 최고 행복 즉 복지가 있다. 왜냐하면 복지는 신의 직관적 인식에서 생기는 정신의 만족 자체일 뿐이며, 그 밖에 지성을 완성한다는 것은 신과 신의 속성, 신의 본성으로부터 필연적으로 생기는 여러 활동을 인식하는 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성에 의해서 지도되는 인간의 궁극 목적 바꾸어 말하면 그가 다른 모든 욕망을 통솔하려고 노력함에 있어 규준이 되는 최고의 욕망은, 그 자신과 그의 인식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모든 사물을 타당하게 이해하도록 그를 이끌어 주는 욕망이다. (242쪽)
5. 그러므로 타당한 인식이 없이는 이성적 생활은 없다. 그리고 사물은 타당한 인식작용을 근본으로 하는 정신생활을 향수하도록 인간을 촉진하는 한에 있어서만 선이다. 반대로 인간이 이성을 완성해서 이성적 생활을 향수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만을 우리는 악이라고 한다. (242쪽)
6. 그러나 인간 자신을 동력인(動力因, efficient cause)으로 생기는 모든 것은 필연적으로 선이므로, 따라서 악은 인간에게는 다만 외부 원인에서만 일어날 수 잇다. (242쪽)
7. 인간이 자연의 일부분이 아니고 또한 자연의 공통적 질서에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242쪽)
* 스피노자의 범신론을 말함. (박희택)
8. 자연 속에 존재하는 것으로 우리들이 악이거나 또는 우리 존재와 이성적인 생활을 향수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가장 확실하다고 생각되는 방법으로 우리들로부터 제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242쪽)
9. 어떤 대상의 본성과 가장 일치할 수 있는 것은 그것과 같은 종류에 속하는 개체이다. 따라서 (제7항에 의해서) 인간이 자기 존재를 보존하려고 하고 또 이성적 생활을 누리기 위해서는 이성에 의해서 지도되는 인간처럼 유익한 것은 없다. (243쪽)
10. 인간은 서로에 대해 질투나 어떤 미움의 감정을 갖게 되는 한 서로 대립적이다. 따라서 인간은 자연의 다른 개체보다 더 유능하면 할수록 서로에게 한층 두려워해야 할 적이다. (243쪽)
11. 그러나 인간의 마음은 무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랑과 관용에 의해서 정복된다. (243쪽)
12. 인간에게 가장 유익한 것은 서로 교제하고 그들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데 가장 적합한 유대에 의해서 서로 결속하는 것, 일반적으로 말해서 우정의 강화에 도움이 되는 것을 행하는 것이다. (243쪽)
13. 그러나 이것을 행하는 데는 기술과 주의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인강니란 각양 각색이며, 이성의 법칙에 따라서 살아가는 사람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반적으로 질투심이 많으며 동정보다는 복수에 치우친다. (243쪽)
14. 이처럼 인간은 대체로 자기의 욕망(pleasure)에 의해서 모든 것을 결정하지만, 그들의 공동사회로부터는 손해보다는 이익이 더 많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그들의 불법을 침착하게 참고 화합과 우정을 확립하는 일에 우리의 힘을 다하는 것이 더 낫다. (244쪽)
15. 이 화합을 가져오는 것은 정의와 공평과 단정함에 속하는 것들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불의와 불공평뿐만 아니라 무례한 일, 다시 말해 국가가 승인하는 풍습이 누군가에게 침해되는 것 역시 참을 수 없는 것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244쪽)
16. 그 밖에도 화합은 종종 공포에 의해서 생기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것은 신의가 뒷받침되지 않는 화합이다. 또한 공포는 정신의 무능력에서 생겨나며, 따라서 이성에게는 쓸모가 없다. (244쪽)
17. 인간은 또한 베품(시여)에 의해서도 정복된다. 특히 생활을 지탱하는 필수품을 조달할 수단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그러하다. (244쪽)
18. 친절을 받아들이고 또 감사를 표함에 있어서는 전연 달리 배려해야 한다. (244쪽)
19. 그 밖에 육체적인 사랑, 바꾸어 말해서 단지 외적 관상의 미에서 생기는 생식욕, 그리고 일반적으로 정신의 자유 이외의 다른 원인을 갖는 모든 사랑은 쉽게 미움으로 옮아간다. (244쪽)
20. 결혼에 관해서 말하면, 만일 육체적 결합의 욕망이 단순히 외적 형태만이 아니라 자식을 낳아 현명하게 교육하려는 사랑에서 생겨난다면, 더구나 부부의 사랑이 단순히 외적인 의미가 아니라 특히 정신의 자유에 근거한다면, 그것은 이성에 일치하는 것이 명백하다. (244쪽)
21. 그 밖의 아첨 역시 화합을 낳기는 하지만, 그것은 추악한 예속이나 배신에 의해서이다. 왜냐하면 스스로 제일인자이기를 원하면서 그렇지 못한 교만한 사람만큼 아첨에 사로잡히는 자는 없기 때문이다. (245쪽)
22. 자기비하에는 도의심과 종교심이라고 하는 거짓된 외관이 있다. 그리고 자기비하는 교만의 반대이기는 하지만, 자기비하적인 사람은 교만한 사람과 가장 비슷하다(제4부 정리57에 주해에 의해서). (245쪽)
23. 치욕 역시 화합에 기여한다. 그러나 이것은 숨길 수 없는 일에 관해서 뿐이다. 치욕은 슬픔의 일종이기 때문에 이성을 위해서는 쓸모가 없다. (245쪽)
24. 타인에 대해서 갖는 그 밖의 슬픔의 감정은, 정의·공평 · 경건 · 도의심 그리고 종교심에 대립되는 것이다. 분개는 공평의 외관을 띠고는 있으나 타인의 행위를 심판하고, 자기 또는 타인의 권리를 옹호하는 일이 모든 사람에게 허용된다면 인간은 법 없이 살아갈 수 있다. (245쪽)
25. 공손함, 바꾸어 말해서 남의 마음에 들고자 하는 욕망은 그것이 이성에 의해서 결정되는 경우에는 도의심에 속한다(제4부 정리37의 주해1에서 말한 것처럼). 그러나 만일 그것이 감정에서 생겨나는 경우에는 명예욕, 즉 인간이 도의심의 가면 아래 불화와 교란을 일으키는 욕망이다. (245쪽)
26. 자연 가운데서 인간을 제쳐놓고는 그 대상의 정신을 우리가 즐길 수 있고, 또 우리가 그 대상과 우정이나 기타의 교제를 맺을 수 있는 어떠한 개체도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인간을 제외하고, 자연 속에 있는 모든 것을 보존할 필요는 없다. (245쪽)
27. 우리들이 우리들 외부에 있는 것으로부터 이끌어 내는 이익은 먼저 우리들이 그것들을 관찰하고, 그것들의 여러 가지 형상을 다양하게 변화시킴으로써 얻어지는 경험과 인식 이외에 무엇보다 신체의 보존이 있다. (246쪽)
28. 만일에 인간이 상호협조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것들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힘으로는 부족했을 것이다. (246쪽)
29. 그러나 이것은 빈곤이나 생활의 필요에서 돈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돈벌이의 기술을 배우고, 이것을 자랑으로 삼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는다. (246쪽)
30. 이처럼 신체의 각 부분을 그 기능의 수행을 위해 촉진하는 것은 선이며, 또 기쁨은 인간의 정신과 신체적 능력에 도움이 되거나 증진되는 데 있기 때문에 기쁨을 가져오는 모든 것은 선이다. (246쪽)
31. 반대로 미신은 슬픔을 가져오는 것을 선, 기쁨을 가져오는 것을 악으로 확신하는 것처럼 보인다. (247쪽)
32. 그러나 인간의 능력은 매우 제한되어 있고, 외적 원인의 힘에 의해서 무한히 능가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외부에 있는 사물을 우리의 용도에 적합하도록 하는 절대적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 (24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