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백무동 계곡
글 . 권정숙
코흘리개 동기생들과 같이 간 아름다운 백무동.
남자동무는 듬직하게 운전을 하고 여자들은 맛있게 음식을 준비하고,
두 남자와 세 여자는 안개 자욱한 새벽길을 별 막힘없이 달려 백무동에 갔다.
줄줄이 늘어선 펜션 한편 언덕배기에 산 나리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었다.
그 옛날, 단발머리 여고졸업반이던 여름방학
한창 꿈 많은 풋풋한 시절.
세수하려고 엎드린 실개천 맑은 물에
한 잎 두 잎 떠내려 보내던 나리꽃
마음은 그때에서 딱 멈춰있는데 하마 오십도 끝자락이라니
그리운 옛날이여! 가버린 아까운 내 청춘이여!
매끈한 암반, 울창한 숲,
바위에 부딪쳐 하얗게 춤추며 내려오는 계곡물,
“와아! 쥑인다.”
바라보는 얼굴마다 한숨처럼 탄성이 절로 터진다.
싱그러운 바람결에 솔 향 그윽하고,
시퍼런 물은 너무 맑아 속살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데
수만 년을 빚어 내려온 천상의 세계, 천계가 따로 없는 것 같다.
아찔하게 떨어질듯 바위틈에 박혀있는 나무들,
아니 쏟아지는 나무를 바위들이 받치고 있다고 해야 될까?
인간의 접근조차 거부할 것 같이 빼곡한 원시림,
금방이라도 초록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싱싱한 나무, 잎사귀들,
군데군데 생각난 듯 뿜어내는 작은 물줄기들,
내리쬐는 폭염도 계곡에선 감히 맥을 못 춘다.
평상을 하나 빌려 여장을 풀고,
고기를 굽고 상추쌈 싸서 맛있게 조금 늦은 아침을 먹었다.
커피도 마시고 마천면 소재지에서 산 삶은 옥수수도 먹었다.
너무 맛있는 옥수수, 생애 최고로 맛있는 옥수수.
아이마냥 물속에서 수영도 하고 물장난도 치면서 시간가는 줄 몰랐다.
추워지면 뜨겁게 달궈진 바위위에 앉고 기대어 옷을 말리고
다시 물에 들어가고, 정말 철부지아이가 따로 없는 것 같았다.
물소리 들으며 람지표 부침개 부쳐 먹는 맛이 얼마나 쏠쏠한지?
그 맛은 또 얼마나 기가 막히는지?
무한한 하늘가에 흰 구름 한가롭고,
매미소리 산새소리 내가 부는 하모니카 소리까지도
우레 같은 계곡물소리에 묻혀 지는데,
엇갈린 인연이 못내 서러워 계곡은 잠시 그리움에 젖는구나.
눈물로 널 보내고
권정숙
보름달같이 뽀얀 아이였다네
신혼의 단꿈도 채 가기 전에 남편먼저 보내고
긴 세월 얼마나 외로웠을까
이제는 남부럽지 않게 살만해졌는데
홀연히 먼 길 떠난 코흘리개 친구
따뜻한 아랫목 이불속에 다리 뻗고 앉아서
호호해해 재재거리던 친구야
어린 날 수박서리 참외서리
완두콩 따고 감자 캐서 삶아 먹던
그 추억 어떡하라고
속절없이 허망하게 보내야하는
남은 사람들은 또 어떡하라고
아카시아 흐드러진 그 아름다운 날에
꽃비 되어 날아간 박꽃 같은 아이야
서러움이 하염없이 떨어지는 날이면
옛 생각 그리움에 코가 시리고
구멍 난 가슴으로 굵은 빗방울이 스며든다.
첫댓글 백무동 계곡은 좀 길지 않나 싶어 줄일까도 생각했으나 그냥 두기로 했구요. 말씀이 있으셔서 한 편 더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