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 없어도 선명한 분홍빛
상큼한 향과 가벼운 달달함
루비 초콜릿
2월 14일은 우리나라에서 초콜릿이 가장 많이 팔리는 날 중 하나인 밸런타인데이입니다. 몇 해전부터 핑크색 초콜릿이 유난히 많이 보였습니다. 색소를 넣지 않아도 짙은 분홍색을 띠는 '루비 초콜릿'〈사진〉이 개발됐기 때문입니다.
루비 초콜릿은 초콜릿업계에서 '초콜릿 역사상 80년 만의 혁신'으로 꼽힙니다. 그동안 초콜릿은 까만색에 가까운 진한 갈색(다크 초콜릿), 부드러운 갈색(밀크 초콜릿), 우윳빛 흰색(화이트 초콜릿) 이렇게 세 가지가 전부였습니다. '1세대 초콜릿'이라 불리는 다크 초콜릿은 1840년대 후반 등장했습니다.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를 가공하면 고형분인 '카카오 분말'과 지방인 '카카오 버터'로 분리됩니다. 카카오 분말과 버터에 설탕, 각종 향신료를 섞으면 다크 초콜릿이 됩니다. 여기에 우유를 더한 것이 2세대 초콜릿인 밀크 초콜릿으로, 1870년대 스위스에서 개발됐죠. 1930년대 탄생한 3세대 화이트 초콜릿은 카카오 분말 없이 카카오 버터만을 사용하며 우유 파우더(가루)와 설탕, 향신료 등을 넣어 만듭니다.
루비 초콜릿은 지난 2017년 스위스 초콜릿업체 '바리칼리바우트(Barry Callebaut)'가 세계 최초로 선보였습니다. 화이트 초콜릿 이후 80여 년 만에 등장한 4세대 초콜릿이었죠. 업체 측은 13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남아메리카에서 생산되는 특정 품종의 카카오를 이용해 갈색이 아닌 루비색, 즉 진한 분홍색을 띠는 초콜릿으로 가공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루비 초콜릿은 색깔뿐만 아니라 맛도 기존 초콜릿과 완전히 다릅니다. 다크·밀크·화이트 초콜릿은 설탕을 첨가하지 않으면 씁쓸하고 떫은맛이 나는 반면, 루비 초콜릿은 아무것도 가미하지 않아도 새콤한 산미와 가벼운 단맛이 납니다. 루비 초콜릿을 전문가들은 "초콜릿이라기보다는 상큼한 과일 같다"고 평가합니다.
루비 초콜릿을 사용한 제품은 2018년 초콜릿 과자 '킷캣'이 일본에서 처음 출시된 이후, 아이스크림·과자 등 다양한 품목에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갈수록 미각·시각적으로 새롭고 색다른 경험을 원함에 따라 루비 초콜릿은 앞으로 더욱 인기를 얻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