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으면 하얀 거품이 보글보글 나와 잘 타지 않아요.
야왜나무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 가을이 왔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가을은 건조한 날씨 때문에 산불이 나기 쉬운 계절이지요. 작은 불씨로도 나무에 쉽게 불이 붙고, 바람을 타고 주변 나무들로 옮겨가 오랜 시간 조성된 숲이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기도 해요. 그런데 나무 중에는 불에 잘 타지 않아 산불을 막는 방화수(防火樹)로 쓰이는 나무들도 있어요.
나무가 불에 잘 타지 않는다니, 무슨 말일까요? 다른 나무들보다 수분이 많아서 불이 붙는 온도가 높다는 뜻이에요. 비에 젖은 장작이 불에 잘 타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지요. 동백나무·은행나무·굴참나무 등이 그런 방화수랍니다.
방화수 중에서도 한국·일본·대만 등에 자생하는 아왜나무(사진)가 으뜸으로 꼽혀요. 2012년 국립산림과학원이 아왜나무 등 난대림 나무 14종의 자연발화온도(스스로 불이 붙는 온도)를 조사했는데, 아왜나무가 섭씨 745도로 가장 높았어요. 또 물질이 완전히 탔을 때 방출하는 발열량도 가장 적었다고 해요.
아왜나무는 지름 6~20㎝의 크고 두꺼운 잎과 몸속에 수분을 많이 품고 있어요. 불이 붙으면 수분이 빠져나오면서 보글보글 하얀 거품이 생기고, 이 거품이 나무 표면에 차단막 역할을 해서 불에 잘 타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아왜나무가 있는 곳은 불이 잘 안 나고, 설사 불이 나더라도 불길이 번지는 것이 더뎌 진화할 시간을 벌게 해 줍니다.
화재 예방과 진화에 도움이 되는 아왜나무를 전국에 심으면 좋겠지만, 추위에 약한 나무라서 연평균 기온이 14도 이상인 제주도와 남부 섬 지방에서 주로 만날 수 있어요.
아왜나무 이름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어요. 아왜나무와 잎 모양이 닮은 나도밤나무의 일본 이름 '아와부키'에서 따왔다는 설과 '거품'이라는 뜻의 일본어 '아와부키'에서 유래했다는 설 등이 있어요. 아와부키가 '아와나무'로 변하고, 결국 '아왜나무'로 변했다는 거죠.
요즘 아왜나무에는 7~9㎜ 크기의 새빨간 열매가 포도처럼 주렁주렁 열려요<사진2>. 그 모양이 붉은 산호처럼 아름다워 일본에선 산호수라는 뜻의 '산고쥬'라고 부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