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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양산 백학장원 원문보기 글쓴이: hwd
-적갈색의 작은 침입자가 양봉장을 무너뜨리다
바로아 응애는 피같이 붉은 갈색의 진드기처럼 생긴 생물이다. 길이는 1.8밀리미터에 폭은 2밀리미터 정도 된다. 다리는 8개이고 털이 많으며 몸통은 반짝이는 어두운 색 껍데기로 감싸여 있다. 두 가닥으로 된 날카로운 혀는 벌의 외골격을 뚫을 수 있어 꿀벌의 체액을 빨아 먹는다. 심장이나 동맥, 혈관과 같은 혈액순환 시스템이 없는 꿀벌에게 체액은 피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사실 체액은 삼투압을 이용해 체절 사이를 흐르는 혈액 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 응애는 벼룩이 개 위에 올라타듯 성체 벌 위에 한 번에 올라타며, 벌 등이나 앞 가슴 사이에 자리를 잡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임신한 암컷 응애가 가장 먼저 꿀벌을 습격한다. 성체 벌 모르게 벌통 속에 들어간 응애는 봉군의 다음 세대가 될 유충을 키우는 육아실에 뛰어 들어간다. 유충들에게 먹이를 주고 일벌이 유충의 성장을 위해 밀랍으로 방을 막아버리기 전에 암컷 응애는 타이밍을 잘 잡아 육아실 바닥에 몸을 숨긴다. 일단 육아실이 봉인되면, 벌이든 인간이든 바로아 응애를 발견하거나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응애를 발견하려면 봉인된 방을 열고 유충을 죽이는 수밖에 없다.
이제 방 안에 안락하게 자리 잡은 암컷 응애는 몸을 구부리고 6개의 알을 낳는다. 하나는 수컷, 나머지는 암컷이다. 5일에서 8일이 지나면 알이 부화해 응애 유충이 되어 꿀벌 유충이나 번데기의 체액을 빨아 먹고 자라고 응애들은 교미를 한 후 새로운 방에 들어가 또 다른 꿀벌 유충을 먹이로 삼는다. 바로아 응애에 감염된 육아실은 훼손되어 몇 주가 아니라, 단 몇 시간도 존속하지 못한다. 응애에 감염된 꿀벌들은 다양한 장애를 갖게 된다. 날개가 구겨지거나 빠지고, 분비샘이 발달하지 못하며, 복부는 짧아지고, 단백질은 부족해지며, 정액의 질이 떨어진다. 무게도 건강한 벌보다 가볍고 잘 날지 않는다. 가장 병약해진 벌은 재빠르게 봉군에서 쫓겨나 바닥을 힘없이 기어다니다 죽는다. 응애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몰고 다니기 때문에 응애가 단 한 마리만 있어도 성체 벌의 수명은 최대 반이나 감소한다. 응애 개체수가 증가하면, 전체 봉군이 힘을 잃고 차츰 기력을 잃기 시작한다.
잔인하지만, 바로아 응애는 번성하는 봉군에만 침입하는 병이다. 건강해서 개체수가 많은 봉군에서 응애는 가장 효율적으로 먹이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봉군의 개체수는 밀원이 되는 꽃이 가장 만발하고 여왕벌이 하루에 수천 개의 알을 낳는 7월 중순에 절정에 달한다. 그러나 8월이 되면, 여왕벌은 점점 더 알을 적게 낳기 시작한다. 겨울에는 개체수가 적은 것이 좋기 때문이다.
꿀벌의 수가 감소하는 반면, 응애의 수는 계속 증가한다. 이 시기가 되면, 수천 마리의 응애가 알을 여러 개 낳으면서 기하급수적으로 그 수가 늘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 속도가 빨라진다. 늦은 가을이 되면 바로아 응애의 수는 절정에 달하고 꿀벌의 수는 바닥까지 떨어진다.
겨울이 되면 벌통 하나에 있는 꿀벌의 수는 3만 5천 마리 미만으로 감소한다. 꿀벌과 응애, 두 생물의 개체수의 곡선이 교차하면, 6월과 7월에는 꿀과 유충과 일벌로 넘치던 벌통마저 흔들리기 시작한다. 여름이 가고 가을과 겨울이 오면서 건강한 일벌의 수가 줄어들어, 벌꿀과 꽃가루, 유충의 양도 감소하고, 꿀벌 무리는 굶주림과 포식자, 질병에 점점 더 취약해지다 결국 붕괴되고 만다. 바로아 응애의 수가 벌들이 그 수를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서면, 꿀벌 무리는 ‘붕괴’하고 마는 것이다.
한편, 바로아 응애는 이동하거나 다른 벌통을 약탈하거나 무단이탈한 꿀벌들을 이용해 다른 벌집으로 옮겨 새로운 봉군을 공략한다. 그런 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임신한 암컷 응애 한 마리는 여러 마리로 불어 비슷한 재앙을 초래한다. 파급 효과를 일으키며 봉군을 파괴하고 양봉장을 파괴하며, 양봉업 전체를 파괴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1987년 이래, 바로아 응애는 미국 꿀벌의 사망을 초래하는 가장 주된 원인이다. 전국적으로 활개를 치는 CCD는 비교도 안 된다. 밀러의 할아버지가 양봉업을 하던 시절에는, 양봉가들의 가장 큰 문제는 미국 부저병이었다. 양봉가들이 벌통 간에 벌집틀을 옮기고, 양봉장 간에 벌통을 옮기면서 확산된 병이었다. 그러나 바로아 응애는 스스로 벌통을 옮겨 다닌다. 게다가 그 속도는 양봉가들이 당황해 대응책을 펴지도 못할 정도다.
바로아 응애가 세계 최초로 발견된 건 1904년 인도네시아에서였다. 동식물 연구가였던 에드워드 제이콥슨이 자바 섬에서 동양종 꿀벌에 있는 적갈색 응애를 발견한 것이다. 이 해충은 아시아 풍토병에 해당되며, 수백만 년을 두고 함께 진화했기 때문에 동양종 꿀벌에는 거의 해를 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동양종 꿀벌에는 자연 방어 시스템이 있어, 성체 벌이나 봉인된 육아실에 있는 응애를 감지해서 쫓아낼 수 있다. 그래서 제이콥슨이 바로아 응애를 발견한 지 1세기가 지나도록, 아무도 더 이상 깊게 조사하려 하지 않았다.
양봉가들은 그들의 연약한 벌들을 보호하기 위해 농업의 산업화가 시작된 이후 대항해 싸우던 바로 그것에 의존하게 되었다. 바로 살충제다. 1950년대와 1960년대부터 메틸파라티온이나 퓨라단과 같은 치명적인 화학약품이 전국에 걸쳐 작물에 뿌려졌으며 거의 무차별적으로 새들과 곤충, 양봉되는 벌들을 죽였다. 그 효과는 대단했다. 살충제를 뿌리고 있을 때 근처를 지나던 새와 곤충들은 날아가던 와중에 하늘에서 떨어져 죽곤 했으니 말이다. 살충제를 맞고도 살아남았거나 이제 막 살충제가 뿌려진 꽃을 다녀간 벌들은 오염된 꽃꿀을 가져갔고, 결국 전체 봉군이 참담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화학 살충제가 뿌려지고 몇 주가 지나도, 밭은 여전히 치명적인 상태였고, 울타리에는 위험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었다.
양봉가들은 20년 전에만 해도 상상도 못했을 손실을 경험하며 살아남을 방법을 배워야만 한다. 당시에는 봉군의 10퍼센트만 죽어도 끔찍하게 여겨졌지만, 지금은 20퍼센트가 죽어도 그리 나쁘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양봉가들은 바로아 응애가 나타나기 전에 얼마나 편안하게 살았는지 이제야 새삼 깨닫고 있다. 벌들은 그때도 박테리아 감염이나 곰팡이 감염, 나방, 쥐, 곰 등에게 시달리고 있었지만 양봉업은 쾌적한 삶의 방식이었다.
초원에 벌통을 두고 다른 일을 하러 갈 수도 있었다. 꿀벌들 스스로 알아서 잘했기 때문이다. 꽃가루나 꿀을 따러 가고, 집을 지었으며, 떼를 지어 날아다니기도 하고, 야생생활에도 잘 적응하다 살아남았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바로아 응애 탓에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유럽 벌꿀들은 정성스러운 보살핌과 심지어는 생명 유지 장치를 필요로 하는 생물이 되었다. 양봉가가 없다면, 유럽 꿀벌은 살아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20년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미국 전체 봉군의 반을 잃은 것에도 이점은 있다. 양봉가들은 늘 자신들이 중요한 존재임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고 밀러는 종종 말한다. 이제 벌들은 죽어가고, 아몬드 경작자들은 양봉가들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아가고 있다. 체리 농부와 사과 농부, 수박 농부, 카놀라 농부, 블루베리 농부, 멜론 농부, 그리고 다른 모든 가루받이에 의존하는 농부들도 마찬가지다.
-죽음의 대가로 이익을 얻는 악마와의 거래
밀러 가족은 벌들이 아이다호에서 겨울을 나게 했다. 완만하게 남쪽으로 난 경사로에 벌통을 일렬로 세워 6개씩 겹쳐 쌓은 후, 밀짚과 타르지, 철조망을 둘러 북서풍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부터 보호해주었다. 그리고 눈이 와 벌통이 더 깊게 파묻혀 단열 효과를 내기를 기대했다. 겨울 중 최악의 달이 지나고 3월 말이 되어 밀러 일가가 벌통을 싼 포장을 벗길 때면, “1만 마리의 쥐들 또한 밀짚으로 인한 단열 효과를 즐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했었다.”고 밀러는 썼다. 평범한 해에는 겨울을 나면서 2~4퍼센트의 손실을 기록했다.
정확히 언제부터 꿀벌이 꽃의 생식에 개입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고식물학자들은 약 1억 년 전 백악기 시대에 식물 종이 7배 이상 증가하면서 곤충이나 새가 번식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꽃들이 학습했던 때로 추정하고 있다. 일부 꽃식물은 스스로 가루받이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수의 꽃들은 꽃가루, 즉 꽃 안에 있는 끈끈한 가루가 한 개체에서 다른 개체로 옮겨질 때에만 씨앗을 만들고 번식할 수 있다. 일부 꽃가루는 바람을 타고 이동하기도 하지만, 많은 과실수들은 곤충이나 새와 같은 외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어떤 꽃가루 매개체는 밝은 색에 매료되기도 하고, 꿀벌과 같은 다른 매개체들은 꽃꿀과 꽃에서 나오는 향기에 이끌리기도 한다. 꽃꿀은 꽃잎 맨 아래 부분에 위치해 있어, 곤충이 꽃꿀에 다가가려면 꽃의 수컷 역할을 하는 꽃가루를 잔뜩 묻힐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곤충이 다음 꽃으로 날아가면 꽃가루 일부분이 꽃잎에 문질러지며 떨어져나가 꽃의 암컷 역할을 하는 암술머리에 묻게 되고 그렇게 수정시켜서 씨앗을 맺게 된다. 그로 인해 꽃들은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 달콤한 향과 밝은 색, 그리고 더 많은 꽃꿀을 만들어내도록 진화했다.
벌들은 꽃꿀을 집으로 가지고 와 증발시켜 꿀을 만들기 시작했고, 새끼를 먹이고 꽃이 피지 않는 시기에 살아남기 위해 밀랍 방 안에 저장하게 되었다. 꿀의 공급으로 인해 벌들은 더 크고 더 잘 조직된 공동체를 만들 수 있게 되었고, 그에 따라 꽃꿀과 꽃가루를 더 잘 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 꿀벌과 꽃은 서로를 도우며 적응해나갔다.
꿀벌보다 더 효율적인 곤충들도 있다. 예를 들어, 푸른 과수원 벌은 꿀벌보다 50배나 더 많은 꽃들을 가루받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혼자 사는 곤충이며, 1년에 단 3~8배만큼만 개체수가 증가한다. 반면 꿀벌은 한 마리의 여왕벌과 몇 마리 되지 않던 일벌에서 몇 주만 지나면 수만 마리까지 증가할 수 있다. 그리고 꿀벌들은 꽃에서 꽃으로 이동이 쉬운 자연적인 휴대형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간다. 이러한 사실이 가루받이해야 할 꽃이 많은 아몬드 경작자들을 매료시켰다.
나무 한 그루당 2만 5천 송이의 꽃이 있고, 1에이커당 350만 송이의 꽃이 있는 셈이다. 이것은 상상하기도 힘들 만큼 많은 수다. 그래서 혼자 사는 벌들은 이 일을 해 낼 수 없다. 무리가 필요하다. 열매들 사이의 자원에 대한 경쟁을 줄이기 위해 솎아내야 하는 대부분의 과일이나 견과류와 달리, 아몬드 나무에게 너무 많은 꽃이란 없다. ‘수정’되지 않은, 즉 성공적으로 가루받이가 되어 떨어지지 않은 꽃들에게는 아주 적절하게도 ‘노처녀’라는 별명이 붙는다.
더 많은 아몬드 꽃이 수정될수록 더 많은 아몬드가 열리며 더 많이 수확할 수 있고 더 많이 판매할 수 있어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 그러나 벌의 개체수가 작물의 품질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비가 내리지 않고 충분한 추가 관개가 마련되지 않으면 가루받이를 끝낸 열매는 자라나지 않는다. 갑자기 냉해가 찾아오면 꽃이 살아남지 못한다. 농부들은 냉해가 오면 헬리콥터를 고용해 작물들 위로 날아다니게 한다. 그러면 헬리콥터의 회전날개가 계속 대기의 역전층에서 따뜻한 공기를 아래로 내려 보내게 된다.
12월에 너무 따뜻해서 나무들이 충분히 동면하지 못하면, 양분을 많이 저장하지 못해 꽃을 적게 피우고 열매도 적게 생산해낸다. 이는 모두 꿀벌들의 능력 밖에 있는 일이다.
아몬드의 성공과 꿀벌의 생존은 역의 관계가 있다. 아몬드 가격이 오를수록, 벌들이 생존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이러한 곤란한 관계에 대해서는 많은 이유를 들 수 있다. 벌들은 한 겨울에 그렇게 열심히 일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아몬드 농장에 봄은 일찍 찾아온다. 차갑고 비가 많이 오는 시기라, 북반구에 사는 꿀벌은 제정신이라면 벌통 깊숙이 모두 모여 웅크린 채 조용히 겨울을 난다. 겨울이나 마찬가지인 환경에서 대규모로 가루받이를 하기 위해 벌 개체수를 여름만큼 늘리려면, 양봉가들은 벌들에게 봄이 이미 왔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벌들을 기후가 따뜻한 지역으로 옮겨놓고 옥수수나 비트, 혹은 설탕 시럽을 플라스틱 먹이통이나 드립 보틀에 붓고 꽃가루 패티를 준비해 벌통 프레임 위에 놓고 단백질 공급을 늘린다. 이것이 바로 상업 양봉업자들이 아몬드 농장에서 벌들이 곡예를 펼칠 수 있도록 흥분시키는 방법이다.
봉군은 거칠게 다루어지고, 살충제와 기생충에 노출되며, 엄청난 만찬 후에는 기근을 만나고, 그 과정에서 약해진다. 농부들은 벌들이 진탕기와 청소기, 경운기, 콤바인 등과 같은 다른 농기계처럼 작동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꿀벌은 살아 있는 생명이다. 그것도 짧은 수명을 가지고 있어서, 유충에서 성충이 되었다가 늙기까지 6주 정도 걸린다. 트럭에 타고 가짜 꽃을 먹으며 지속적으로 자연적 혹은 인공적 꽃밭을 전전하며 사는 것은 벌들을 지치게 한다. 가루받이를 할 작물은 지나치게 많고, 그 작물들 사이의 거리는 아주 멀기만 하다.
벌들은 그 근면성이라는 점에서 ‘자발적인 가루받이 매개자’와 비슷하므로, 상업적 꿀벌은 사실 징집된 거라고 보는 것이 논리적으로 더 맞을 것이다. 그리고 징집된 곳의 상태는 건강에 좋지 않다. 대량 생산은 벌들에게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아몬드 농장에 방출된 벌들은 아낌없이, 부지런히, 인내하며 스스로의 종말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아몬드 산업은 존 밀러의 벌들을 죽이고 있다. 그러나 아몬드 덕분에 그는 좋아하는 일, 즉 벌을 키우는 일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그것은 악마와의 꽤 만족스러운 거래다.
-훔친 꿀이 더 달콤하다
양봉가는 당연히 힘들게 얻은 식량을 봉군에게서 빼앗는 사람이다. 벌들도 또한 다른 벌통에서 꿀을 훔친다. 아무리 뭐라고 해도 꽃을 찾아다니며 주둥이를 넣고 꽃꿀을 모으는 것보다는 결국 그것이 훨씬 더 쉬운 일익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더 강한 봉군이 약한 봉군을 공격한다. 특히 꿀이 귀한 시기에 더 그런 일이 일어난다. 그러나 가끔 벌들은 그저 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벌통에서 꿀을 훔쳐내기도 한다. 랭스트로스는 이렇게 썼다. “전문가는 도둑벌들의 행동에서 특징을 발견한다. 살금살금 다가가는 모습과 긴장과 죄책감이 섞여 있는 모습은, 일단 한번 보면 절대로 틀릴 리 없다.” 다른 벌통의 꿀을 약탈하는 법을 배운 벌은 좀처럼 ‘정직한 방향’으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랭스트로스는 글을 이었다. 약탈벌들은 “도둑질에 미쳐 새끼들마저 방치한다.” 이들은 빛이 “보이기 시작할 때” 힘차게 집을 떠나 아주 늦은 시간까지 약탈을 계속해, 가끔은 어둠 속에서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는 출입구도 찾지 못한다고 한다.
정직한 벌들은 가벼운 몸으로 벌통을 떠나 돌아올 때는 꽃꿀과 꽃가루를 잔뜩 싣고 온다. 반면 약탈벌들은 반대다. 절제할 줄을 모른다. 이들은 마치 “파라오의 야윈 소처럼 굶주린 모습”을 하고 벌통에 들어와서 배가 터질 때까지 먹고 퉁퉁하게 살찐 모습으로 벌통을 나간다.
벌은 제가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다. 벌을 우리 안에 가둬둘 수 없다.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할 수도 없다. 매일 밤 벌통으로 돌아올 거라고 보장할 수도 없다. 어디쯤 있는지 추적할 수도 없다. 벌들이 사는 장비를 옮길 수는 있다. 그물을 친 트럭에 실어 이동시킬 수도 있다. 볼펜이나 소형 우리에 넣어 여왕벌을 밀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벌이 하늘로 날아오르면, 더 이상 누군가의 소유가 아니다. 양봉업 관련법은 이에 대해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일단 벌이 벌통 밖으로 나가 주인의 시야에서 사라지면, 야생으로 간주한다. 존 밀러는 이렇게 말한다. “꿀벌은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곤충입니다. 양봉가가 벌을 키우기 위해 서식지나 쉼터, 혹은 장비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양봉가는 장비들을 소유할 뿐 벌은 소유하지 않습니다. 벌들은 내가 제공한 장비에서 살기로 선택할 수 있지만, 문은 열려 있고 원하는 대로 오갈 수 있지요.”
인간의 해로운 관여가 없더라도, 벌들은 허가서 하나 없이 주인을 바꾼다. 다수의 연구에 따르면, 두 양봉장이 수 마일 떨어져 있더라도 단 몇 주 만에 3%의 벌들이 뒤바뀐다고 한다. 길을 잃은 일벌이 다른 벌통에 도착하게 된다. 꽃꿀과 꽃가루를 품고 있는 일벌들은 입구를 지키는 문지기 벌에게서 통과 허락을 받는다. 단, 개체수를 줄이는 늦가을이 되면 낯선 벌은 습격을 당해 몸이 찢기소, 날개와 다리는 조각나며, 잘린 몸은 벌통 밖으로 버려지는 운명에 처한다. 붕괴된 봉군의 벌들은 벌통을 집단으로 탈출해 더 나은 집을 찾아간다. 특히 수벌은 여러 벌통을 전전하는 경향이 있다.
여왕벌 사육자인 데이비드 믹사는 1961년 코넬 대학의 한 연구에 참여했다. 과학자들은 1마일씩 떨어진 7군데의 양봉장에서 채취한 수벌에 각기 다른 색을 칠했다. 여름이 끝나자, 각각의 양봉장에는 정말 다양한 색깔의 수벌들이 무지개처럼 모여 있었다. 꿀벌은 후각이 뛰어나, 대형 양봉장에서 꿀과 페로몬을 감지하면 그 유혹을 좀처럼 뿌리치지 못한다. 그는 주변 양봉가들 사이에서 엄청나게 평판이 나빴다. 그이 양봉장이 너무 커서 주변의 벌들이 벨의 봉군들이 내뿜는 강한 페로몬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고 자신의 벌통을 버리곤 했기 때문이다. 벨은 최대 규모의 양봉장을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봉군을 늘릴 수 있었다. 불공평하지만, 절도는 아니었다.
나는 소문과 연구결과를 통해 혼자 남은 벌은 절대로 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독침을 쏘면 벌이 죽고, 이것은 봉군에 아무런 이득도 없기 때문이다. 독침을 쏘라는 자극을 받으면 두 개의 가시가 달린 꿀벌의 독침이 피부를 뚫고 들어가 그 구멍을 통해 독을 쏟아붓는다. 그런데 벌의 복부 중앙을 찢지 않고는 박힌 독침을 다시 빼낼 수 없다. 꿀벌은 동료들을 위해 죽는다. 그리고 죽으면서 뿜어내는 바나나 같은 냄새가 다른 벌들을 불러들여 적을 마저 해치우도록 한다.
랭스트로스는 꿀벌의 독침을 보면 신이 벌을 사육하도록 의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믿었고 이렇게 썼다. “여러 번 쏠 수 있었다면, 이처럼 철저한 사육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는 또한 독침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여러 대중적인 치료법도 적어놓았다. 담배를 피워 갈색으로 변한 침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었고, ‘지천에 널린 산호색 인동의 잘 익은 열매“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었다. 어떤 이들은 흰색 양귀비의 유백색 꽃꿀이나 질경이 잎, ”녹용을 끓인 증류수“, 혹은 다른 벌을 가져다 쏘인 곳을 다시 쏘게 하는 방법도 사용한다고 했다. 랭스트로스는 단순한 치료법을 선호했다. 그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의 경우, 차가운 물이 최고의 치료법이었다.“
독침을 쏘는 데 있어서 벌들은 아주 지혜롭다. 이들은 얼굴을 가장 선호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장갑에 있는 구멍 하나, 작업복 지퍼의 아주 작은 틈을 찾아내 덤벼든다. 초보 양봉가의 경우, 첫 번째 독침에 쏘이는 것은 상당한 시련이다. 이것으로 양봉에 적합한지 혹은 보험판매업이나 소프트웨어 제작과 같은 다른 일을 찾아야 할지 알 수 있다. 밀러는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벌통이 처음 열렸을 때 도망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벌통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사람이 있다.
고대 로마의 학자 콜로멜라는 벌 보러 가는 사람들은 한 마디로, 그대는 정숙하고, 깨끗하며, 향기로워야 하고, 술에 취하지 않아야 하며, 조용하고 친근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이들은 그대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과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슈미트는 곤충이 자신을 방어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하나는 간단하게 공격자를 죽이거나 해치는 방법이다. 예컨대, 벌의 독침에 4~5번 쏘이면 생쥐 한 마리를 죽이기에 충분한 독이 나온다.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만 아니라면 건강한 성인 인간을 죽이려면 천 번 이상을 쏘여야 한다. 그러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단 한 번만 쏘여도 몇 분 만에 순환기나 호흡기에 타격을 입고 죽을 수 있다. 알레르기가 없는 사람을 한 번만 쏘아서 죽일 수 있는 곤충은 없다.
두 번째 방법은 틀림없이 가장 흔한 방법으로, 방어를 위해서만 쏘는 것이다. 그래서 위해를 가하는 침입자에게 겁을 줘서 다시 공격하려고 할 때 두 번 생각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위협적인 침입자들은 특히 벌들을 괴롭히는 것을 좋아한다. 벌들의 주식이 너무 유혹적이고, 유충과 성충도 아주 맛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벌들은 그 의도가 해롭든 순수하든 모든 경우에 침입자에게 고통을 가해 공동체를 지키는 방법을 발전시킨 것이다.
슈미트는 신체 어느 부위가 가장 아픈지 자기만의 의견을 가지고 있다. 그의 글에 따르면, 눈 밑고 코의 연골 부위를 쏘이면 “바닥에 눕게 된다”고 한다. 윗입술도 “엄청나게 과도한 고통”을 유발한다. 슈미트에 따르면 두피는 “이상한 부위다. 그곳의 근육 조직은 팽창하지 않기 때문에 한동안 아주 짜증나게 단단하게 죄어오는 느낌을 준다.” 밀러는 두피를 쏘이면 발바닥이 아픈 것 같은 환상통을 느끼게 될 거라고 했다.
독침을 쏘는 곤충 전문가와 양봉가들과 같은 전문가들은 오랜 경험과 함께 “독침에 쏘여도 그것을 보이지 말라”는 동료 집단의 사회적 압력으로 인해 그렇게 미친 듯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슈미트는 말한다.
“아무런 효과도 없이 팔을 퍼덕거리고” 빙빙 도는 행동은 물론, 보여야 할 반응이 아니다. 더 많은 벌들을 불러 모을 뿐이다. 공격을 가하는 곤충에게서 멀리 똑바로 뛰어가는 편이 더 낫다. 슈미트는 이렇게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팔을 퍼덕거리고 소리를 지르며 머리를 획 숙이고 달아납니다. 그러나 그런다고 머릿속에 들어 있는 벌을 내쫓을 수는 없어요,” 가장 바보 가튼 행동은 물에 뛰어드는 것이다. 벌은 당신이 나타나길 기다린 후 코와 입을 쏘아, 물속에서 숨을 참고 있기 더 힘들게 만들 테니 말이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벌을 피해 실내로 들어가는 것이다.
벌들은 주로 곰이나 스컹크, 오소리처럼 어두운 색 동물의 습격을 받기 때문에 어두운 색에 달려든다. 벌은 꿀을 만들어낸다. 벌은 우리가 먹는 과일과 채소 중 1/3을 가루받이한다. 그리고 당신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는다.
-벌의 떼죽음, 그 원인을 찾아서
하켄버그는 네오니코티노이드라는 계통의 살충제에 이 유혈사태 아니 체액사태의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네오니코티노이드는 갖가지 다양한 작물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는 니코틴의 화학적 형태다. 이것은 세상에서 가장 잘 팔리는 살충제 중 하나로서, 140개의 다양한 작물들에 사용되고 있으며, 집 정원과 애완동물용 벼룩 박멸 목걸이에도 사용되고, 1년에 수십억 달러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바이엘크롭사이언스에 의해 개발된 이것은 1990년대 미국에서 가장 먼저 사용이 승인되었다. 그 이후 50개 회사가 이 시장에 뛰어들어 여러 이름으로 판매되었다.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는 작물의 잎에 살포되지만, 심기 전 씨앗을 담가두기도 했다. 식물의 모든 부분에 흡수되는 ‘침투성’살충제이기 때문에 살충제로 코팅된 씨앗에 흡수되어 있는 성분은 식물의 순환기를 통해 꽃에까지 영향을 주어 식물, 그리고 꽃가루와 꽃꿀에도 다른 여러 살충제보다 더 오래 남아 있다. 네오니코티노이드 이론은 설득력은 있었기 때문에 환경학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하켄버그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당시 이것은 그저 이론에 불과했다. CCD(군집 붕괴 현상) 조사 위원회는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결론을 짓기 전에 체계적으로 많은 조사를 수행했다.
아마도 벌들이 사라진 것에 대해 가장 공통적이며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비난의 대상은 살충제일 것이다. 특히 하켄버그가 자신의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물었던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가 표적이었다. 프랑스는 해바라기 들판에 있던 봉군이 대규모로 죽고 지역 양봉가들이 ‘미친 벌 질병’이라고 부른 질병의 발생에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에 된 후 1999년 이 계통의 살충제 생산을 금지했다. 독일과 이탈리아, 슬로베니아에서도 판매가 금지되었다. 이에 대한 이론은 아주 설득력이 있었다. 살충제가 남아 있는 한, 대규모 꿀벌 손실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 화학약품은 벌레를 죽이기 위해 고안된 것이고, 솜털이 보송보송해서 만화책에서 인기를 끌고 인간과 관련이 깊다고는 해도, 벌들도 결국 벌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골격을 가진 동포들을 죽이기 위해 고안된 화학약품에 극도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납득하지 못했으나, 그의 말에 따르면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원인을 캐내기 시작했고, 아무리 해도 계속 살충제로 돌아가게 되었다.” 자신의 벌 중 일부가 뉴욕 주에서 사과 가루받이를 한 후 사라졌다는 사실을 기억해낸 하켄버그는 농부, 그리고 농약 살포사에게 전화를 걸어 2005년 그들이 어떤 살충제를 뿌렸는지 알아냈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또 다른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인 칼립소였다. 그는 침투성 살충제가 흰개미의 면역체계를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설명한 플로리다 대학의 연구 결과를 찾아냈다. 하켄버그의 말이다. “먹이는 구하러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 것이지요.”
화학약품이 치사량에 가까운 방식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예를 들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개구리 급감 현상은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제초제인 아트라진과 연관이 있다. 한 가지 이론은 제초제가 물 위를 매트처럼 떠다니는 조류는 파괴하고 연못 바닥에 있는 조류는 햇살을 더 받을 수 있게 만들어, 개구리를 간접적으로 서서히 죽이고 있다는 것이다. 조류의 변화로 인해 먹이가 증가한 물달팽이가 폭발적으로 번식하게 되며, 달팽이를 매개로 하는 기생충 같은 편형동물도 급증한다. 이 편형동물은 개구리에 기생하며 결국 개구리를 죽인다. 화학자들은 아트라진이 개구리의 면역체계에도 손상을 가해, 아트라진에 오염된 환경에서 번성하는 다양한 기생충에 훨씬 더 취약하게 만든다고 믿고 있다. 민물 연못이나 벌통과 같은 복잡한 생태계에서, 균형은 예상치 못한 요인에 의해 무너지고, 생태계 사슬의 반작요이 발생하게 된다.
아마도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가 뿌려진 농장에서 채취한 꽃가루에 의해 수주 혹은 수년간 지속적으로 살충제에 노출되어 결국 전국 봉군의 균형을 무너뜨린 것인지도 모른다. 하켄버그의 결론에 의하면, 어쩌면 살충제 살포 이후 몇 주간 낮은 수치로 작물에 남아 있던 잔여물 때문에 독성분이 여름 동안 꿀과 꽃가루에 축적된 것일지도 모른다. 가을과 겨울, 벌들이 생존을 위해 비축물을 먹으면서, 네오니코티노이드계가 신경계를 퇴화시켜 방향감각 상실을 초래하고,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떨어뜨렸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CCD의 경우에서 보이는 것처럼 집단 떼죽음에 이르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런 이론을 뒷받침하는 정황적 증거는 아주 많이 존재한다. 그리고 하켄버그와 같이, 많은 훌륭한 양봉가들은 그들의 손실이 살충제에 대한 노출과 관련이 있다고 믿고 있다. 밀러 대신 NBC 텔레비전에 출현해 CCD에 대한 인터뷰를 했던 진 브랜디는 2007~2008년 사이의 겨울 동안 봉군의 절반을 잃었다. 샌와킬밸리에 있는 수박 농부에게 벌들을 대여한 후였다. 나중에야 그는 그 농부가 작물에 네오티코티노이드계 살충제를 살포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른 곳으로 보낸 브랜디의 봉군들은 살아남았다. 초기 연구들도 살충제가 확실한 원인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CCD가 발생한 벌통에서 추출한 밀랍과 꽃가루, 벌의 샘플에서 과학자들은 다양한 살충제가 유별나게 높은 수치로 남아 있음을 발견했다.
하켄버그의 말에 의하면, 이 살충제는 이제 “모든 곳, 즉 개와 고양이에서부터 옥수수, 콩, 목화, 채소, 잔디, 골프장에 이르기까지 정말 모든 곳에”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벌들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은 듯 해바라기와 카놀라, 옥수수, 멜론 등 수년간 화학약품이 처리된 농장에 적응했다. 바이엘의 대변인은 수년간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를 사용해온 호주에서는 CCD로 인한 손실 보고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을 재빨리 지적했다. 게다가 프랑스에서는 이 화학약품의 사용을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꿀벌 개체수를 거의 되찾지 못했다. 벌들에게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문제에는 다른 요인도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이제 살충제 하나만 CCD 손실의 원인 아니라는 사실에 동의한다.
CCD가 확인된 이후 수많은 벌들이 죽었지만, 모두 CCD 때문만은 아니었다. 반엔젤스도르프가 실시한 사망률 조사에 의하면 2007년 이후 전국의 양봉가들은 매년 봉군의 약 1/3을 잃고 있었으며, 이는 “용인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15%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였다. 그러나 항상 CCD가 주된 요인은 아니었다. 2008년, 양봉가들은 죽은 봉군 중 60%에서 CCD 증상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2010년에는 죽은 봉군 중 약 1/3에서 같은 증상을 보고했으며 CCD가 손실의 주요인이라고 생각하는 양봉가는 겨우 5%에 불과했다. 그 해 손실의 주된 원인은 굶주림이었다. 반엔젤스도르프의 말이다. “오히려 벌들이 아주 다양하게 많은 방법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셈입니다.”
로젠조 랭스트로스가 양봉에 대한 10번째 금언을 말한 것은 1850년대의 일이다. “수익성 있는 양봉의 핵심은 19세기 양봉업계의 현인인 요한 네포무크 웨틀의 황금법칙에 담겨 있다. 가축을 건강하게 유지하라. 이것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벌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할수록 손실은 더욱 커져만 갈 것이다.” 그러나 양봉가들은 가장 간단한 법칙조차도 어떻게 지켜야 할지 더 이상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CCD라는 명칭이 생긴 지 5년이 지난 지금, 확실한 단 한 가지는 “CCD로 인해 죽는 벌들이 그렇지 않은 벌보다 더 많이 아프다”는 사실뿐이라고 반엔젤스도르프는 말한다.
죽어가는 벌들은 우리가 환경에 저지른 죄악에 대한, 그리고 화학 산업의 죄악에 대한 징벌의 징조다. 사람들은 벌에게 많은 의무를 지어주고, 벌들은 그 의무를 받아들인다. 마치 다른 모든 임무들을 받아들여 왔던 것처럼 말이다. 벌들에게는 어떻게 살지 혹은 짧은 생에 무엇을 할지 혹은 어떻게 죽을지 결정할 권한이 별로 없다. 꿀벌은 작은 생명체이지만 예언이라는 엄청난 짐을 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남은 종들만 사육하라
직원들은 스티로폼 뚜껑을 열어 달걀 껍질 같은 발포 고무 내벽과 더운 물이 들어 있는 500밀리리터 병, 그리고 축축하게 젖은 티셔츠 몇 벌을 제거한 후 밀랍으로 둘러싸인 총알 모양 플라스틱 플러그를 끄집어낸다. 직원들은 각각의 벌통 뚜껑을 열어 2번과 3번 틀 사이에 4분의 1크기의 공간을 만들어, 살살, 아주 살살 두 틀의 상단 막대 사이에 플러그를 놓고, 조심스럽게 뚜껑을 다시 올려놓은 후, 작은 주둥이가 밀랍 뚜껑을 갉아먹어 작은 더듬이 한 쌍과 작은 머리, 그리고 우아한 럭비공 모양의 몸통이 나타날 때까지 몇 분 혹은 몇 시간 동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린다. 그러고 나면 더 이상 기다릴 것도, 더 이상 혼란스러워할 것도 없다. 젊고 건강할 거라고 예상되는 처녀 여왕벌이 작은 방에서 기어 나오면, 새로 만들어진 벌통에서 리터를 잃고 혼란스러워하던 벌들은 꽃꿀과 꽃가루를 모으고 명령을 받들 이유를 찾게 된다. 봄은 영광을 맞이하고 미래는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양봉에서 타이밍은 모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즉 꿀이 흐르는 때를 기다리고, 벌통에 월동 장비를 해줄 때 며칠 차이는 큰 의미가 없다. 그러나 양봉가가 봉군을 분리하고 벌통에 새로운 여왕벌을 집어넣을 때에는 시간을 어길 수 없다. 그날, 양봉가는 봉군 하나를 두 개 혹은 세 개로 나누어 새로운 ‘핵’을 만든다. 기본 뼈대와 핵만 남은 벌통에는 새로운 여왕벌 한 마리와 새끼 벌들이 들어 있는 틀 두어 개, 꽃꿀과 꽃가루가 들어 있는 틀 두어 개를 넣어주고 남은 빈 틀에는 벌들이 새끼와 꿀, 꽃가루를 새로 채울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이 작업에는 엄청난 정밀함이 필요하다. 완벽해서 나눌 수 없을 것 같던 벌통 한 단위를 인간이 불안정한 몇 단위로 나눠야하기 때문이다.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작업이다. 3월 17일에 태어난 알이라면, 처녀 여왕벌은 4월 2일에 부화한다. 더 늦지도 더 이르지도 않게 정확하게 그날 부화한다. 그리고 이보다 3일 먼저 핵을 만들어야 벌들은 새로운 여왕벌을 받아들인다. 오차 범위는 있을 수 없다. 여왕벌은 4월 6일에서 13일 사이에 짝짓기 비행을 하고 18일까지 비행을 끝마친다. 그리고 5일간 난소가 성숙되길 기다린 후 알을 낳기 시작한다. 4월 22일이되면 양봉가는 육아실 안에 알을 낳는 패턴을 관찰해 여왕벌이 살아남았고 생식에 성공했는지 확인해야만 한다.
대부분의 양봉가들은 봉군을 나누기 위해 양봉장을 옮겨 다닌다. 빈 벌통과 틀, 그리고 운반대를 각각의 양봉장으로 끌고 다니며 벌통을 열어 여왕벌을 찾아낸다. 생식활동이 아주 활발한 여왕벌이라면, 일부 양봉가들은 그 여왕벌이 1년 더 남아 있을 수 있도록 놔둔다. 그러나 대부분의 양봉가들은 기존의 여왕벌을 죽여 버린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벌들도 어릴수록 생식능력이 활발하다. 게다가 하루에 2천 개의 알을 낳는 여왕벌 대신 200개의 알을 낳는 여왕벌을 가지고 한 해를 모험해보고 싶은 사람은 없다.
양봉가들은 기존의 벌통에서 틀 절반을 꺼내 새로운 벌통 두 개, 가끔은 세 개에 설치하고 각각의 벌통 속에 빈 공간은 빈 틀로 채운다. 그러고 나서 이들은 새로 만든 벌통을 3일간 내버려두어 예전의 여왕벌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일벌들이 익숙해지도록 한다. 새로운 여왕벌이 내뿜는 낯선 페로몬을 너무 일찍 감지하게 되면, 벌통 속의 벌들은 여왕벌을 독침으로 쏘거나 찢어버리거나 혹은 ‘공 만들기’라는, 단체로 달려들어 감싸 질식시키거나 고열로 죽게 만드는 방법을 사용해 죽인다. 그러나 일단 예전 여왕벌의 화학물질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게 되면, 통신 판매로 구입한 여왕벌을 핵에 넣기가 용이해진다. 그러나 이러한 분리를 통한 증식으로 벌통 하나는 여러 개로 나뉠 수 있고, 겨울 동안의 손실은 만회하며, 지난 한 해, 혹은 지난 5년, 혹은 지난 20년 동안과는 달리 이번 해는 풍년을 맞이할 거라는 희망이 생겨난다.
이것이 바로 대부분의 양봉가들이 사용하는 분봉 방식이다. 존 밀러 역시 선호했을 방식이다. 만약 그가 소유한 양봉장이 소규모라면, 혹은 시에라 산맥의 넓은 지역에 걸쳐 많은 양봉장이 흩어져 있지 않다면, 혹은 이 양봉장에서 저 양봉장으로 전 직원과 필요한 모든 도구들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면, 혹은 다른 사람이 되어서 양봉을 좀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강박적이지 않다면 말이다. 그러나 3월과 4월, 2주반이라는 기간에 걸쳐 직원들을 여기저기 끌고 다니는 대신, 밀러는 벌통 3,500개를 싣고 뉴캐슬로 온다. 그리고 본부가 되는 양봉장 아래 공터에 설치한 텐트 안에서, 그는 자신이 고안해내고, 상표 등록한 ‘핵 만들기 기계’를 작동한다.
이 기계에는 Y자 모양의 컨베이어 벨트가 있어 노동 집약적인 벌통 나누기를 기계적으로 수행한다. 우선, 직원 한 사람이 벌통 뚜껑을 열어 움직이는 벨트 위에 올려놓는다. 이 벨트는 돌출된 부분으로 벌통을 이송해, 벌통 안의 틀 위에 붙은 밀랍과 프로폴리스를 제거하도록 해준다. 그런 후 벌통은 페달로 움직이는 프로펠러로 이송되어 벌통 본체 아래에서 틀을 밀어 제거한다. 또 다른 직원은 그 틀을 들어올려 구분해서 쌓아놓는다. 하나는 꿀이 저장되어 있는 틀이고, 또 하나는 꿏가루가 저장된 곳이다. 또 다른 하나는 육아실이 들어 있는 틀이다. 일반적으로 이 틀에서 여왕벌이 발견된다. 그리고 이를 발견한 직원들은 가끔은 새로운 여왕벌에게 경쟁자가 없도록 짓눌러 죽인다. 그러나 보통은 그냥 둔다. 밀러는 이렇게 말한다. “핵 만들기라는 드라마에서 살아남는다면 그 여왕벌은 아주 훌륭한 녀석입니다.”
조립 라인은 거기서 나뉘어, 직원 하나가 Y자 모양으로 생긴 각각의 갈래에 두 개의 빈 벌통을 올려놓고 라인을 따라 흘러가게 하면, 다른 직원들이 벌통에 육아실과 꿀 저장고, 꽃가루 저장고, 그리고 빈 틀을 채워 넣은 후 운반대 위에 쌓는다. 운반대 하나에 벌통 4개가 쌓여 채워지면 공터 끝으로 지게차에 실려 간다. 새로운 벌통으로 옮겨진 벌들은 그날 밤을 혼란과 이별의 슬픔으로 새우고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새로운 여왕벌을 기다리러 양봉장으로 옮겨진다. 자신의 기계를 이용해 밀러는 한 시간에 200개의 벌통을 나눈다. 일반적인 방법을 사용하면 아무리 능률이 좋은 직원들이라 해도 하루에 단 80개의 분봉만 가능하다. 그러나 밀러의 동료 대부분은 핵 만들기 기계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밀러의 발명은 거의 아무런 변화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공정하게 말하면 밀러의 핵 만들기 기계는 정말로 지독한 것이다. 이것을 가장 먼저 인정한 사람도 밀러 자신이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완벽하게 양봉용 복장과 베일을 갖추고 장갑을 이중으로 끼지 않은 경우 텐트에 접근조차 하지 않는다.
분봉은 벌들에게는 전혀 즐겁지 않은 일이고 양봉가들에게도 재미있는 일이 아니다. 분봉 시기 동안, 밀러의 손과 장갑은 독침의 흔적으로 얼룩덜룩해진다. 그는 꿈에서도 벌들을 본다. 하지만 더 나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여기에 놀라운 사실이 존재한다. 최근의 대학살에도 불구하고, 양봉업의 벌통 수는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개개의 꿀벌은 상상도 못할 만큼 연약하지만 집단으로서, 종으로서의 꿀벌은 엄청난 회생능력을 가지고 있다. 일도 열심히 한다. 기억하는가? 여왕벌 한 마리가 하루에 낳는 알의 개수는 수천 개에 달해 벌통 하나를 다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것은 꿀벌들이 매일 닥치는 불행에서 회복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이자, 존 밀러와 같은 양봉가들이 잃어버린 벌통을 벌충하기 위해 쓰는 전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