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11월, 한국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는 강원도 함백산 절벽들 속에 자리 잡은 동막골까지 드리운다. 연합군 병사 스미스(스티브 태슐러)가 조종하던 P-47D 정찰기가 이 마을에 추락하고 동막골에 살고 있는 여일(강혜정)이 이 광경을 목격한다. 여일은 이 소식을 전달하러 가던 중 길을 잃은 인민군 리수화(정재영) 일행을 만나 그들을 동막골로 데려 온다. 한편, 역시 자군 병력에서 탈영해 길을 잃은 국군 표현철(신하균)이 동막골까지 흘러 들어온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국군, 인민군, 연합군 병사들은 순박한 동막골 사람들에게 차츰 동화되며 전쟁의 광기에서 벗어나지만 추락한 미군기가 적군에 의해 피격됐다고 오인한 한미연합군은 동막골을 집중 폭격할 계획을 세우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동막골의 국군, 인민군, 연합군 병사들은 유례없는 연합 공동 작전을 펼치기로 한다.
영화감독이기 이전에 극작가, 연극 연출가로서 이름을 날렸던 장진은 처음부터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웰컴 투 동막골>의 시나리오를 쓰게 된다. 그것이 각색을 통해 먼저 무대에 올려졌고, 연극배우 출신으로서 충무로 스타로 발돋음한 신하균, 정재영, 임원희 등이 공연하여 많은 관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다시 영화화를 위해 각색 작업을 거친 <웰컴 투 동막골>에서 장진 감독은 제작과 각색에 참여하며, 메가폰을 후배 박광현 감독에게 넘겼다. 옴니버스 코미디 <묻지마 패밀리>의 ‘내 나이키’ 편에서 재기발랄한 감각을 선보였던 박광현 감독은 이미 7년 간 여러 히트 CF를 통해 그 재능을 인정받은 광고계의 총아이기도 하다.
12월 27일 공개된 촬영 현장은 한국전쟁이 일어났는지도 전혀 모르고 사는 동막골에 연합군 특수부대원들이 들이닥쳐 마을에 있던 국군 표현철과 인민군 리수화를 발견하게 되고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장면. 부대원의 절반을 잃은 특수부대원들은 이곳을 적지라고 믿기 때문에 격앙된 상태이며 영문도 모르는 부락민들은 갑자기 일어난 사태에 얼떨떨하다. 동막골로 흘러들어온 표현철, 리수화 등은 긴장된 눈빛으로 서로를 살피다 특수부대원들에 항의하던 연로한 이장이 그들에게 폭행을 당하자 격분, 총을 빼앗아 특수부대원들을 사살한다. ‘동막골 전쟁’의 시발점이 되는 장면으로 스토리 전개상 중요한 갈등을 내포하고 있는 신이다.
영화촬영의 주 공간으로 사용되는 동막골 세트장은 강원도 평창시 미탄면에 10억을 들여 건설, 한국전쟁 당시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재현해 내고 있다. 몇 년 전까지 네 가구가 살다가 이제는 폐광촌으로 버려진 이곳을 제작진은 길은 내고 개울을 만들며 집을 짓는 등 100일 간 밤낮으로 매달려 거의 완벽한 하나의 마을로 만들어냈다. 특히 마당 한 가운데 자리 잡은 500년 된 정자는 2주간 3천만원을 들여 제작되었으며 나뭇잎도 하나씩 붙이는 수작업을 거쳐 동막골 사람들의 정신적 수호자로 탄생되었다. 동막골을 감싸는 풍성한 조경을 연출하기 위해 나무에 투자된 비용만 3억원, 세트장 제작에 협조를 아끼지 않았던 평창시는 향후 이 세트장을 대규모 관광 코스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총제작비 80억 원이 투여된 <웰컴 투 동막골>은 지난 9월 중순 전남 해남에서의 촬영을 시작으로 현재 90% 이상 촬영을 마치고 다음 달 크랭크업을 앞두고 있다. 1950년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한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갈등과 화해의 전쟁 드라마 <웰컴 투 동막골>은 CG를 비롯한 후반작업을 거친 후, 2005년 5월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