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아는 것 같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중국에 대하여~
리창 중국 총리가 3월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 업무 보고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를 5% 전후로 제시했습니다. 국제통화기금 (IMF)과 주요 투자은행들이 4%대 중반을 예상하는 상황에서 모험적인 목표치 입니다.
중국 경제는 2021년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침체의 늪에 빠져 있습니다. 부동산 투자와 소비가 극도로 부진합이다. 그나마 수출이 성장을 끌고 왔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도 높은 관세 전쟁을 예고하고 있어 이마저도 불안한 상황입니다.
리창 총리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올해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 (GDP)의 4%까지 끌어올려 적자폭을 작년보다 1조 6,000억 위안 늘리고, 초장기 특별 국채 1조 3,000억 위안 (약 260조원)도 발행한다고 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4조 위안의 경기 부양책을 냈던 것처럼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리겠다는 뜻입니다.
국제 사회의 반응은 뜨뜻미지근 합니다. 중국 경제를 수렁으로 몰아놓은 시진핑표 경제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입니다.
중국 정부가 야심 찬 목표를 제시했지만, 중국 경제는 연초부터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2월 소비자물가지수 (CPI)는 -0.7%, 생산자 물가지수는 -2.2%를 기록해 디플레이션 우려가 더 깊어졌습니다.
올해 1~2월 수입액도 작년 같은 시기보다 8%가 줄었습니다. 원유는 5%, 정제유는 16%, 철광석은 8%가 감소했다고 합니다. 기업 활동에 중요한 원자재 수입이 큰 폭으로 줄었다는 건 제조업 경기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걸 의미합니다. 수출 증가율도 2.3%에 그쳤습니다.
정부가 과감한 부양책을 쓰는 건 좋지만, 중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환상일 뿐”이라고 한 전문가도 있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3월5일 자에서 77명의 분석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4.5%였다고 보도했습니다. IMF도 4.6% 성장을 예상합니다.
올해 중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중국에 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발표 했습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왕타오는 아시아타임스 인터뷰에서 “미국의 10% 관세를 인상하면 중국의 성장률은 0.3~0.4% 포인트 감소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20%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0.6~0.8% 포인트 줄어든다는 겁니다.
리창 총리의 업무 보고를 보면 중국이 경제 문제 해결을 고심하는 흔적이 보입니다. 재정적자 비율을 3%에서 4%로 끌어올리면 늘어나는 적자 규모는 1조 6,000억 위안 입니다. 여기에 1조 3,000억 위안의 특별 국채를 더하면 2조 9000억 위안 (약 580조원)의 빚을 내는 겁니다.
지난 5년간 민간 기업을 강하게 압박해온 시진핑 주석이 지난 2월17일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등 14명의 민간기업가를 불러 좌담회를 가진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미국의 기술 규제, 국내 경기 침체 속에 민간 기업이 투자, 고용 부문에서 역할을 해달라는 것입니다. 시 주석이 민간 기업가와 만난 건 2018년 이후 7년 만입니다.
유럽 언론에서는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시진핑 주석 자신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스위스 유력 일간지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 (NZZ)’은 3월6일 ‘중국 정부가 잘못된 정책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습니다. 중국 경제가 어려워진 데는 미중 경쟁에 따른 지정학적 요인도 있지만 중국 정부 자체의 잘못이 더 크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이 신문은 시 주석이 2021년 학부모들의 사교육 부담을 줄인다는 이유로 대대적인 사교육 규제를 지시하면서 수백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진 걸 예로 들었습니다. 124,000개에 달했던 사교육 업체가 4.932개로 줄었다고 합니다.
2021년에는 알리바바 등 대형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대대적인 반독점 조사를 벌였고, 빅테크 기업 내에 공산당 간부들까지 배치 했습니다. 그로 인해 2022년 1분기 중국 과학기술산업 분야 투자가 42.6% 줄었고 일자리 218,600개가 사라졌다고 이 신문은 지적 했습니다. 사교육비 경감, 독점 폐해 해소 등 좋은 의도로 시작했지만,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충격 요법과 위협으로 단숨에 문제를 해결하려다 부작용이 더 커졌다는 겁니다.
2021년 시작된 부동산 거품 붕괴도 비슷한 방식 이었습니다.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잡겠다면서 일거에 부동산 업체의 돈줄을 묶는 ‘세 가지 레드라인 (三道紅線)’ 정책을 시행했다가 부동산 시장 전체가 무너졌습니다. 부동산은 중국 가구 자산의 70%를 차지합니다.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면 소비도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도 같은 날 “중국이 인공지능, 전기차 등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지만, 거시 경제는 회복이 더디고 국민은 경기 침체에 낙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신문은 “중국 과학기술 발전의 상징으로 통하는 딥시크의 사무실에는 고작 수백명의 직원이 있을 뿐”이라면서 “테크 붐이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과 소비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가까우면서도 먼 이웃, 다 아는 것 같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중국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