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충기 수필>
톰 둘리(Tom Dooley)
킹스턴 트리오(Kingston Trio) / 알펜트리오(Alpen Trio) / 키르기스스탄의 풍광
오늘 아침 TV에서 영상앨범 ‘산(山)’을 보다가 알펜트리오(Alpen Trio)가 키르기스스탄(Kyrgyzstan)의 톈산(天山)산맥 산록(山麓)을 트레킹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았다.
까마득한 설산 봉우리와 거대한 빙하의 흔적, 높이 80m의 폭포, 빙하와 설산의 눈이 녹아 흐르는 풍부한 수량의 맑은 계곡물은 물론이려니와 계곡을 따라 활짝 피어난 가지가지 들꽃들의 향연, 정비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산길 등 때 묻지 않은 자연환경의 모습은 정말 환상적인 풍광이었다.
그런데 알펜트리오가 ‘Tom Dooley(톰 둘리)’를 불러 깜짝 놀랐다. 이 오래된 팝송은 우리나라 군부독재시절 가사가 지나치게 잔인하다는 이유로 금지곡으로 지정되었던 곡이기도 하다.
알펜트리오는 한양대 산악부 출신의 세 동갑내기로 금년 65세의 이영수, 이승구, 유문환이 그들로 가볍고 경쾌한 포크송을 많이 불러 유명했는데 특히 요들송, 산노래, 캠프 송 등을 많이 불러 산악연맹 여러 모임에 초청되었던,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기억하는 제법 알려졌던 팀이다.
톰 둘리는 1958년 미국 킹스턴트리오(Kingston Trio)가 불러 대 히트했는데 이들 멤버는 가드(Dave Guard), 쉐인(Bob Shane), 레이놀즈(Nick Reynolds) 세 명이 처음 결성했다가 후일 가드(Dave Guard)가 스튜어트(John Stewart)로 교체되어 약 10년 동안 인기를 누린다. 킹스턴트리오는 영국의 비틀즈(Beatles/1963년)가 나오기 전까지 절정의 인기를 누리다가 1967년 팀이 해체된다.
이 노래는 너무나 음울하고 잔인하게 느껴지는 노랫말과 단순하고 반복적인 멜로디가 한 번 들으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 묘한 여운을 가진 노래로 소개해본다.
Tom Dooley<톰 둘리>
Hang down your head Tom Dooley, Hang down your head and cry.
Hang down your head Tom Dooley, Poor boy you're bound to die.
I met her on the mountain, there I took her life.
Met her on the mountain, Stabbed her with my knife.
너의 머리를 숙여라, 톰 둘리. 너의 머리를 숙이고 울부짖어라.
너의 머리를 숙여라, 톰 둘리. 불쌍한 사람, 너는 죽음과 마주했구나.
나는 산에서 그녀를 만났고, 그녀의 목숨을 빼앗았지.
산에서 그녀를 만나 거기서 칼로 그녀를 찔렀지.
This time, tomorrow, reckon where I'll be?
Hadn't a been for Grayson, I'd a been Tennessee.
This time, tomorrow, reckon where I'll be?
Down in some lonesome valley, A hangin' on a white oak tree.
지금, 그리고 내일, 내가 어디에 있을까?
그레이슨이 아니었으면 나는 지금 테네시에 있을 텐데
지금, 그리고 내일, 내가 어디에 있을까?
외로운 어느 골짜기, 흰 떡갈나무에 목 매달렸네.
톰 둘리(본명 Tom C. Dula)는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에 살던 젊은 바이올린 연주자였는데 남북전쟁에 나가있는 동안 애인 로라 포스터(Laura Foster)가 변심한 것을 알고 그녀를 살해한다.
그리고 친구였던 보안관 그레이슨(Grayson)에게 잡혀 교수형을 당한 실화인데 작곡자가 누구인지도 밝혀지지 않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오래된 노래이다. 톰 둘리는 잡혀서 감옥에 2년간 있다가 1868년 4월 30일에 교수형에 처해졌다고 한다.
또 다른 이야기는 톰 둘리와 로라는 약혼한 사이었고 톰을 짝사랑하던 다른 여인 앤 밀튼(Anne Melton)이 질투에 눈이 멀어 산에서 톰의 약혼자 로라를 칼로 찔러 죽였는데 톰은 자신이 죽였다고 허위자백을 하였다고 한다. 보안관이던 그레이슨(James Grayson)은 앤을 두고 톰과 친구이자 연적이었는데 결국 톰을 체포하여 교수형에 처했다.
앤은 보안관 그레이슨과 결혼했지만 세월이 지난 후 더 이상 양심을 속이지 못하고 자신이 로라를 살해한 진범이라고 고백하여 세상에 진실이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 노래는 내용으로 보아 톰 둘리가 옥중에서 쓴 것으로 보이지만 확실하지 않고, 오래전부터 불리어 온 서부의 팝송이다. 옛날 서부영화에서 어스름 저녁 황야의 벌판에서 조그만 하모니카로 자주 연주되곤 하던 우수에 찬 멜로디이다.
<2016.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