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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타타르 말’에 등장하는 검객의 삽화. 논형 제공 |
여기에 더해, 한국 독자라면 특히 부산 독자라면 더욱 흥미를 느낄 요인을 많이 품었다. ‘타타르 말’은 1711년 숙종 37년, 일본 에도 막부에서는 도쿠카와 이에노부가 쇼군이 된 시절을 중심으로 부산의 왜관, 대마도, 단양, 함경도 회령, 조선통신사가 지나간 일본의 도시와 마을 그리고 청나라 땅과 몽골 초원까지 광활한 무대를 누빈다.
부산의 독자라면 이런 대목에 새삼 눈길이 갈 법하다. “왜관에는 다다미가게, 두부가게, 곤약가게, 술집, 방물가게, 바느질집, 염색집, 의원 및 온갖 수선집이 지붕을 나란히 하고 있다.”(55쪽) 여기서 왜관은 현재의 부산 중구 남포동 중앙동 광복동 일대에 걸쳐 있던 초량왜관이다. “카슨도는 어머니에게는 거북이 등껍질로 만든 머리핀을, 도네에게 페르시아 빨간 산호 머리장식을 그리고 사유리에게 하늘색 터키석이 빛나는 머리장식을 선물했다.”(204쪽) 작가는 주인공 카슨도가 이런 진귀한 선물을 부산에서 ‘쇼핑’한 것으로 밝혀놓았다.
중국에서 출토된 명마 한혈마 조각상. |
‘타타르 말’의 매력은 일본 작가가 그려낸 초량왜관의 모습과 같은 이런 ‘디테일’뿐 아니라, 이야기 자체에 있다. 일본 외교사의 큰 인물 아메노모리 호슈(1668~1755)가 활동하던 시절(아메노모리 호슈는 이 소설에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일본에 속하지만 조선과 부산에 의지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던 대마도에 아비루 카슨도라는 청년이 산다.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그는 뒷날 조선으로 ‘귀화’한다.
늠름하고 씩씩한 카슨도는 애틋한 사랑을 뒤로 한 채 고향 대마도의 절체절명 위기를 물리치고자 초량왜관으로 와 정보 활동을 하고 위험천만한 모험에도 나선다. 그는 조선통신사를 에도까지 모시는 일본 측 무사가 되어 운명적인 사건에 휘말린다. 조선통신사 역사에서 실제로 조선 쪽 일원이 일본인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카슨도는 물러날 곳이 없는 상황에서 조선 무관 류성일을 죽이고 쫓기게 된다. 조선에서 조선인들과 함께 도자기를 만들며 김차동이라는 이름으로 숨어 살던 카슨도는 고향 대마도를 위해 또 한 번 ‘타타르 말(한혈마)’이라는 명마를 손에 넣기 위해 조선의 회령과 몽골 초원까지 나아간다.
19세기에 |
작가는 이야기를 활력 있게 전개하면서도 조선과 일본 사이에서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으려는 신중한 서술을 유지한다. 물론 조선통신사가 가져간 물품 일부를 ‘진상품’으로 표현한 것 등은 한국 독자로서는 ‘이게 맞나’ 싶은 대목(번역)도 있다. 조선-대마도-일본-초원을 넘나들면서 결국, 대립과 대결보다 우애와 우정과 평화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타타르 말’은 한일 독자에게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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