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에 대한 적대감
임상심리학자들은 밀의 의견에 처음부터 적대감과 부신을 보였다.
이들은 장기 예측을 내놓는 자신의 능력을 믿으며 능력 착각에 빠졌던 게 분명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런 착각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쉽게 알 수 있고,
밀의 연구에 대한 임상의들의 반감에 쉽게 공감이 간다.
임상의는 자신이 내린 판단의 정확도를 날마다 확인하는데,
통계는 그런 현실을 반박하며 임상 처치의 부정확함을 증명한다.
심리학자들은 환자를 직접 치료하면서 많은 직감을 터득하고,
그에 따라 호나자가 심리치료에 어떻게 반은할지,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추측한다.
지 직감의 많은 부분이 옳다고 입증되고 잇고, 이는 임상 기술의 현실을 잘 보여 준다.
문제는 면담 치료로 단기 예측을 할 때는 치료사들이 다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반면에,
환자의 미래를 장기적으로 예측할 때는 치료사들도 번번이 실패한다는 것이다.
장기 예측은 훨씬 어려운 일이어서 최고의 공식도 기껏해야 그런대로 괜찮은 결과를 낼 뿐이며,
장기적인 피드백을 받기까지는 여러 해가 걸리는 탓에 임상의도 이를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임상의가 잘할 수 있는 일과 절대 잘할 수 없는 일의 구분은 명확치 않으며,
임상의 본인도 그 구분이 모호할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확신하지만, 능력의 한계를 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다보니 몇 가지 변수를 기계적으로 조합해도
미묘하고 복잡한 인간의 판단을 능가할 수 있다는 생각이
경험 많은 임상의에게는 말도 안 되는 거짓처럼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임상 예측과 통계 예측의 장점을 둘러싼 논쟁에는 언제나 도덕적 문제가 포함된다.
경험 많은 임상의가 통계적 방법을 비난하며 쓰는 말을 밀은 이렇게 옮겼다.
"기계적이다. 원자론적이다. 부가적이다. 확정적이다. 인위적이다. 비현실적이다. 무작위적이다,
불완전하다. 수명이 다했다 현학적이다. 파편적이다. 시시하다. 강압적이다. 정적이다. 피상적이다.
고지식하다. 무익하다. 학술적이다. 사이비 과학 같다, 무조건적이다"
반면에 임상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임상 처치를 이렇게 칭송한다.
"역동적이다. 보편적이다. 의미있다. 전체적이다. 미묘하다. 공감이 잘된다.맞춤형이다. 유형화되었다.
체계적이다. 풍부하다. 깊이 있다. 진실하다. 민감하다. 정교하다. 현실적이다. 살아 잇다. 구체적이다.
자연스럽다. 사실적이다. 배려한다."
우리도 다 알 만한 태도다.
망치를 든 존 헨리(John Henry.터널 공사에 기계가 도입되자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며
기계와 터널 뚫기 대결을 별려 승리를 거둔 뒤 숨졌다고 알려진 인물)든,
딥부루 컴퓨터와 대결하던 체스 천재 가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든 ,
인간이 기계와 경쟁할 때면 우리는 같은 인간에게 마음이 끌리게 마련이다.
알고리즘이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린다는 사실에 반감을 느끼는 현상은
인위적인 것보다 자연적인 것을 선호하는 다수의 성향에 뿌리내리고 있다.
유기농 사과를 먹겠는가, 다른 평범한 사과를 먹겠는가 물엇을 때,
사람들은 대개 "100퍼센트 자연산" 사과를 선호한다.
두 사과가 맛도 같고, 영양 가치도 동일하고 똑같이 몸에 좋다고 알려줘도
다수는 여전히 유기농 과일을 선호한다.
심지어 맥주에도 "100퍼센트 자연산" 또는 "보존료 무첨가"를 붙이며 판매량이 증가한다.
전문성에서 신비주의를 벗겨내는 것에 대한 깊은 반감은
보르도 와인의 가격을 예상하는 아센펠터 공식에 대한 우럽 와인 관계자들의 반응에서 잘 드러난다..
아센텔터 공식은 가격을 예측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준 공식이다.
따라서 세계 어디서든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나중에 좋은 맛을 낼 와인을 찾아내는 능력을 향상시켜준 아센펠터에 게 고원했으려니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뉴욕 타임스〉는 프랑스 와인계의 반응이 "격분과 히스테리의 중간쯤"이라고 했다.
아센펠터에 따르면, 한 와인 전문가는 아센펠터의 연구 결과를 "황당하고 터무니없다"고 표현했다.
또 어떤 사람은 "영화를 보지도 않고 판단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웃었다.
알고리즘에 반대하는 편견은 관련 결정이 매우 중대할 때 더욱 확대된다.
밀은 이렇게 말했다.
"일부 임상의는 '맹목적이고 기계적인' 방정식이 치료 가능한 환자를 엉터리로 분류하는 바람에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를 상상하면서 경악하는데, 그들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정말 난감하다."
그에 반해 일을 비롯한 알고리즘 지지자들은 실수를 줄일 알고리즘이 있는데도
직관에 의존해 부적절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비윤리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의 합리적 주장은 설득력이 있지만, 엄연한 심리적 현실과 배치된다.
대다수 사람에게는 실수의 원인이 중요하다.
알고리즘의 오류로 아이가 죽는다는 이야기는
똑같은 비극이 인간의 실수로 일어났다는 이야기보다 더 끔찍하고,
이러한 감정적 세기의 차이는 고스란히 도덕적 선호도로 옮겨진다.
다행히 알고리즘이 일상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고,
따라서 알고리즘에 대한 적대감도 누그러질 것이다.
우리는 책이나 음악을 고를 대 소프트웨어가 추천하는 목록의 도움을 받는다.
인간의 판단이 직접 개입하지 않고 신용 한도가 결정되는 것도 이제는 당연하게 여긴다.
이 외에도 이를테면 우리가 달성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와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의 비율 등 단순한 알고리즘 형태의 여러 지침이 갈수록 늘고 있다.
스포츠에서 일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공식이 인간보다 나을 수 있다는 것을 일반인들도 이제는 잘 안다.
가령 프로미식축구팀에서 특정한 신인 선수에게 얼마를 지불해야 할지,
네번 째 다운에서 언제 펀트를 해야 할 지 같은 결정이 그러하다.
알고리즘이 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면서, 사람들이 밀의 당혹스러운 작은 책에 묘사된
결정 유형을 처음 마주했을 때 느끼는 불편함은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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