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신곡 25(코스모스, 발라드) : 코스모스 길목에 서면 Standing Where the Cosmos Bloom
가을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와 마음 한구석을 조용히 두드립니다. 유난히 뜨거웠던 계절의 열기가 식어갈 무렵, 길가에 수줍게 고개를 내민 코스모스를 마주할 때면 우리는 누구나 가슴속에 묻어둔 지나간 시간들을 떠올리곤 합니다. 꽃을 주제로 한 음악 프로젝트의 일곱 번째 곡, ‘코스모스 길목에 서면 (Standing Where the Cosmos Bloom)’은 바로 그 계절의 문턱에서 피어난 노래입니다.
코스모스의 꽃말 중에는 ‘순정’과 ‘소녀의 순결’도 있지만, 바람에 쉬이 흔들리면서도 끝내 부러지지 않는 그 가녀린 줄기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스쳐 지나간 시절의 아련함’이 가장 먼저 와닿습니다. 영원을 약속하기엔 너무 어렸고, 사랑이라 이름 붙이기엔 서툴렀던 어느 가을날의 인연. 그때 우리는 가을바람 한 줌에도 속절없이 흔들리던 꽃잎 같았습니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웠지만, 끝내 마주 잡지 못한 채 계절의 틈새로 흘려보내야 했던 그 온기는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마음 한편에 긴 여운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곡은 화려한 악기나 과장된 슬픔을 걷어내고, 가장 담백하고 진솔한 소리로 그 시절을 돌아보고자 했습니다. 흙길을 사각사각 밟으며 걷는 듯한 통기타의 잔잔한 아르페지오 위에, 차가워진 공기를 가르는 한숨 같은 피아노와 쓸쓸한 첼로 선율을 얹었습니다. 격정적인 절규 대신 담담하게 읊조리는 보컬의 숨소리는, 붙잡지 못한 과거에 대한 원망이 아니라 그 찬란했던 기억을 향해 건네는 조용한 안부입니다.
지나간 모든 인연이 반드시 결실을 맺어야만 아름다운 것은 아닐 것입니다. 잠시 스쳐 지나갔기에 더 애틋하고, 끝내 완성되지 못했기에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우리 마음속에 다시 피어나는 기억들이 있습니다.
가을바람이 제법 서늘해지는 날, 분홍빛과 자주빛 꽃잎이 바람결에 흩날리는 길을 걷고 계신다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이 노래에 귀를 기울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짧은 노래가 여러분의 기억 저편에 머물고 있는 그 시절, 그 사람, 그리고 가장 순수하게 흔들렸던 그 가을의 우리를 따스하게 위로해 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꽃 신곡 25-1 M (코스모스, 발라드) : 코스모스 길목에 서면 Standing Where the Cosmos Bloom
https://youtube.com/watch?v=i0z_a3Etoy8&si=d6NvNkWVrFJ8505Q
꽃 신곡 25-2 F (코스모스, 발라드) : 코스모스 길목에 서면 Standing Where the Cosmos Bloom
https://youtube.com/watch?v=kDn60zhWACg&si=6aOr3YS19xIKE1NP
꽃 신곡 26-1 M (코스모스, 랩) : 가을바람이 지나간 자리 Where the Autumn Wind Passed
https://youtube.com/watch?v=rkQNb8MD1b0&si=mVlCQMtic-lvQjUE
꽃 신곡 26-2 F (코스모스, 랩) : 가을바람이 지나간 자리 Where the Autumn Wind Passed
https://youtube.com/watch?v=pkFpv7mIPTE&si=xeXX8eAxZ9mp4ZDB
‘코스모스 길목에 서면 Standing Where the Cosmos Bloom’ 가사
어느새 길어진 그림자를 따라 걷다 보면
코끝을 스치는 바람에 계절이 바뀌어 가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분홍빛 꽃잎들
너와 나란히 걷던 그날의 길목이 떠올라
우린 참 조심스레 서로를 바라봤었지
닿을 듯 닿지 않던 작은 손끝의 온기
영원을 말하기엔 너무 여렸던 우리라
부는 바람 한 줌에도 쉽게 흔들렸나 봐
햇살이 내려앉은 얇은 꽃잎 사이로
빛나던 네 미소가 자꾸만 흩날려
잡으려 손을 뻗어 보아도
손가락 틈새로 계절만 빠져나가
바람결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처럼
잠시 스쳐 지나간 우리였지만
짧아서 더 아련했던 그 시절의 너를
난 아직 이 길 위에 두고 걷지 못해
계절은 이렇게 소리 없이 가는데
너는 왜 여전히 내 맘속에 피어있을까
차가워진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면
함께 나누던 그 수많은 말들이
마치 어제 일처럼 귓가에 맴돌아
어색하게 건네던 마지막 인사까지도
바람결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처럼
잠시 스쳐 지나간 우리였지만
짧아서 더 아련했던 그 시절의 너를
난 아직 이 길 위에 두고 걷지 못해
계절은 이렇게 소리 없이 가는데
너는 왜 여전히 내 맘속에 피어있을까
사랑이라 부르기엔 서툴렀고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 눈부셨던
그 가을, 그 거리의 우리
바람이 불어오면 고갤 들고 웃어볼게
아름답게 흔들리던 저 꽃들처럼
그리움만 길게 드리운 코스모스 길목에
너를 담은 가을이 또 한 번 스쳐 지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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