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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창순 동화]
엄마의 이름
꼭두새벽, 누군가 동네 골목 담벼락에 쓴 낙서를 또 지우고 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하는 거야!”
“그러게 말이에요. 한두 번도 아니고!”
“잡기만 해봐라! 손모가지를 꺾고 말테니!”
“여보, 누군가 우리 일을 알고 그러는 게 아닐까요?”
“시끄러워!”
중년 부부는 물걸레로 낙서를 말끔히 지우고는 주위를 살피더니 왼쪽 골목으로 사라졌다.
처음부터 이 모습을 지켜보던 부부가 오른쪽 골목에서 나오더니 낙서가 제대로 지워졌는지 확인하고는 재빨리 되돌아갔다.
“여보, 담벼락에 또 그 낙서가!”
오토바이로 배달을 마치고 돌아온 큰길가에 있는 통닭집 주인이 당황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뭐요?”
주인 아내가 놀라며 물었다.
“누가 그 일을 알고 그러는 걸까?”
“그럼, 그 가엾은 걸 모른 척 해야만 했단 말인가요?”
“그래도 좀 신중했어야지!”
이때 전화벨이 울렸다. 순간 중년 부부는 너무 놀라서 서로를 벙벙히 쳐다보았다.
“어서, 전화 받아 봐!”
주인은 낮은 목소리로 아내에게 말했다.
“혹시, 경찰은 아닐까요?”
“설마!”
한참 후에야 주인 아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양념 치킨 한 마리 배달해 주세요!”
다행이도 주문 전화였다.
“휴!”
통닭집 부부는 긴 숨을 내쉬었다.
“담벼락에 그 낙서가 또 있으면 이번엔 우리가 먼저 나서서 지울까?”
“안돼요!”
“왜?”
“우리가 지우다가 동네 사람들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마을의 환경을 위해 그런다고 하기도 그렇잖아요. 우린 가만히 앉아서 구경이나 하고, 모든 걸 통닭집 부부가 뒤집어쓰게 하자고요.”
“하긴 이 동네로 이사를 온지도 얼마 되지 않았으니 일단 모른 척 하자고.”
오른쪽 골목 맨 끝에 새집을 지어 이사를 온 은퇴 부부가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부부의 넓은 마당엔 탐스런 장미꽃이 만발했다.
“또 그 낙서야!”
오늘도 통닭집 부부는 꼭두새벽에 일어나 골목 담벼락에 적힌 낙서를 지웠다.
“장사를 해야만 하니 누구 짓인지 숨어서 지켜볼 수도 없고, 지은 죄가 있으니 경찰에 신고도 할 수 없고, 미치겠구먼!”
“어쨌거나 빨리 끝내고 가자고! 누가 보기 전에!”
통닭집 부부는 낙서를 다 지우자마자 걸음아 살려다오 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부부가 현관문을 열자, 강아지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아내에게 달려들었다. 아내는 강아지를 안고 뽀뽀를 하며 좋아 어쩔 줄 몰랐다.
지워버린 그 낙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담벼락에 어김없이 등장했다.
“여보, 이젠 화가 나서 못 참겠어요!”
“그래도 참아!”
“그냥 보호기관에 갖다 주고 말까?”
“그런다고 죄가 없어지나.”
“좋아, 이번만 참기로 해요!”
“알았으니 빨리 지우고 가자고!”
“근데 이번엔 낙서가 왜 이렇게 많아!”
통닭집 부부가 마지막 세 글자를 지우려고 할 때였다. 부부는 인기척에 깜짝 놀랐다.
“저어, 잘 주무셨어요? 어딜 가시려고 이 새벽에 나오세요?”
“어험! 벼가 잘 자라는지 뒷골 논에 좀 가보려고. 근데 이 꼭두새벽부터 여기서 무얼 하는가?”
동네 터줏대감인 감나무집 민우네 할아버지가 물었다.
“누가 담벼락에 낙서를 해서 지우고 있어요.”
“무슨 낙서?”
“그냥 낙서예요.”
“그냥 낙서라니!”
민우네 할아버지는 남은 글자를 마저 지우려는 통닭집 주인 아내의 손목을 잡아채며 호주머니에서 돋보기안경을 꺼냈다.
“이게 뭐야? 김옥자라! 김옥자는 자네 이름 아닌가?”
“누가 장난으로 그랬나봅니다.”
“고얀 것! 이렇게 마을 골목길을 깨끗하게 하려는 착한 사람을 놀려대다니! 내가 누가 그랬는지 반드시 잡아내서 혼쭐을 내줄테니 어여, 지우고 들어가 쉬게.”
“예, 다녀오세요.”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민우네 할아버지가 몇 걸음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서서 말했다.
“아니야. 내가 서울 막내딸 집에서 너무 오래 놀다가 왔나봐. 내 마을에서 이런 일이 생기다니 원! 내가 꼭 혼쭐을 내줄 테니 걱정 마.”
통닭집 부부는 서둘러 낙서를 지우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가슴은 아이들처럼 콩닥거렸다.
며칠 후, 삼거리 골목길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한 아이가 민우네 할아버지 앞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작은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며 훌쩍거리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들어 수군거렸다.
“산 아래 버려진 집으로 이사를 온 아이가 아냐?”
“맞네. 엄마랑 둘이 사는 그 아이야.”
“우리 순영이 친구 같은데.”
“그럼, 초등학교 3학년?”
민우네 할아버지는 계속 야단을 쳤다.
“이놈, 누가 동네 담벼락에 낙서를 하라고 했느냐! 네 애비냐?”
“할아버지, 잘못했어요!”
“고얀 놈! 네 애비한테 가자!”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아이는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빌었다.
“이런 놈은 버릇을 단단히 고쳐놓아야 돼! 네 놈 집에 어서가자. 집이 어디냐?”
민우네 할아버지는 아이의 팔을 끌어당기며 불호령을 내렸다.
아이는 끌려가지 않으려고 버티다가 끝내 손가락으로 산 아래 쪽을 가리켰다.
그때 옆에 있던 순영이 엄마가 민우네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민우네 할아버지, 이 아이 처음 보시지요?”
“어험! 누구 집 아이야?”
“민우네 할아버지께서 서울 가시고 난 후에, 산 아래 송가네가 버리고 간 빈집으로 엄마랑 둘이 이사를 온 아이입니다.”
“둘이서! 아버지는 어떡하고서?”
아이가 눈물을 훔치며 대답했다.
“돈 벌러 가셨는데, 여태 안 와요.”
“저런!”
아이의 말에 민우네 할아버지의 화가 조금 수그러들었다.
“어쨌거나 다음부터는 동네 담벼락에 낙서 같은 거 하지 말거라! 알겠느냐? 어험!”
민우네 할아버지가 골목을 떠나자, 아이는 엄마를 부르며 힘없이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가엾은 것!”
순영이 엄마는 얼른 아이를 안아주며 얼굴에 범벅이 된 콧물과 눈물을 치맛자락으로 닦아 주었다.
“착하지! 그만 울고 어서 집에 가거라. 엄마가 기다리시겠다.”
“고맙습니다!”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다보던 동네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담벼락을 바라다보았다.
“김옥자!”
“뭐! 김옥자!”
“저건 통닭집 안주인 이름 아닌가!”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리자, 통닭집 부부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오른쪽 골목 맨 끝집 은퇴 부부의 얼굴도 물든 나뭇잎처럼 되었다.
담벼락에 낙서를 지우고 집으로 돌아온 통닭집 부부는 그 아이가 괘씸하기도 했지만 왜 그런 낙서를 했는지가 더 궁금했다.
“그래도 한 대 때려줄 걸 그랬나봐.”
“민우네 할아버지한테 혼쭐난 아이를 왜 때려!”
“혹시 그 아이가 그걸 보았던 걸까?”
“설마! 이젠 담벼락에 그런 낙서 없을 테니, 너무 걱정 마!”
통닭집 부부의 마음은 체한 것처럼 답답했다. 오른쪽 골목집 부부의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그 아이는 왜 담벼락에 ‘김옥자’ 라는 낙서를 했을까?”
“그래, 한두 번도 아니고.”
“통닭이 먹고 싶어서 그랬을까?”
동네 사람들은 어른이나 아이들 할 것 없이 그 이유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이 낙서 사건은 거의 집 밖 출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그 아이의 어머니 귀에도 전해졌다.
하루는 아이의 엄마가 아들을 불렀다.
“진호야, 동네에 무슨 일이 생겼니?”
진호는 속으로 깜짝 놀랐지만 태연한 척 되물었다.
“왜요? 마을에 무슨 일이 있었대요?”
“정말 아무런 일도 없었던 거지?”
“전 잘 몰라요!”
“알았다. 심심할 테니 동네에 내려가서 놀다오너라. 저녁 먹을 시간 늦지 말고!”
“알았어요.”
진호 엄마는 아들의 축 쳐진 어깨를 보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자리에 누우며 중얼거렸다.
‘엄마가 아파서 돌봐주지도 못하고 아들아, 미안해!’
진호는 집을 나왔지만, 친구들에게 놀러 마을로 내려가지 않았다. 개울가에 앉아 징검돌을 향해 돌멩이를 던지고 있었다.
‘누가 말했지! 엄마가 내 낙서 사건을 안 거야. 괜히 엄마를 걱정하게 만들었으니, 병에 안 좋을 거야. 어떡해!’
이때 산 아래 밭일을 마치고 집으로 내려가던 순영이 엄마가 진호를 보고 다가왔다.
“너 담벼락에 낙서한 그 아이 아니냐?”
“죄송해요. 그리고 그날 참 고마웠어요.”
진호가 부끄럽다는 듯 순영 엄마의 눈길을 피해 땅을 바라보며 인사를 했다.
“고맙긴 뭘. 너 내가 누군지 알지?”
“예, 순영이 엄마요.”
“그래, 우리 순영이랑 친구니까 항상 사이좋게 지내라.”
“예! 근데, 순영이는 참 좋은 친구예요.”
“그래 고맙구나. 우리 순영이를 그렇게 생각해주니. 근데 너 혹시 엄마한테 낙서 때문에 야단맞았어?”
“아니요.”
“그럼, 아주머니가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
“물어보세요.”
“왜 김옥자란 이름을 벽에 쓴 거야?”
“그게, 저어.”
한참을 망설이던 진호가 입을 열었다.
“김옥자는 우리 엄마 이름이에요.”
“네 엄마 이름! 근데 왜 엄마 이름을 담벼락에 썼어?”
“엄마가 아프세요.”
“어디가?”
“저는 자세히 모르지만 맨 날 누워 계세요.”
“그랬구나!”
“지난 초봄에 이사 올 때 얼굴이 너무 창백하다 했더니. 근데 왜 엄마 이름을 담장 벽에 쓴 거야?”
진호의 얼굴이 붉어졌다.
“얼마 전에 학교에서 축구시합을 했어요.”
“그래서?”
“친구들 등에 떠밀려서 우리 동네 선수로 나갔는데, 헛발질만 했어요.”
“저런!”
“그때 순영이랑 여자애들이 윤진호! 윤진호! 잘한다! 윤진호! 하고 내 이름을 외치는 거예요.”
“힘이 솟았겠구나!”
“온 몸에 힘이 솟았어요. 그래서 공을 몰고 막 달렸어요. 그리고 어떻게 골을 넣었어요.”
짝짝짝!
“장하구나!”
순영이 엄마가 박수를 쳤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어요. 누군가가 이름을 불러주면 힘이 나니까, 아픈 우리 엄마도 내가 이름을 불러주면 빨리 나을 것이라고요.”
순영이 엄마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런데요. 엄마 이름을 내가 막 부를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엄마 이름을 써놓으면, 많은 사람들이 불러줄 테니까, 병이 빨리 나을 것이라고요. 그래서 담벼락에 김옥자 라고 크레파스로 엄마 이름을 썼어요. 그런데 누가 자꾸만 지웠어요. 미웠어요. 그래서 저도 자꾸만 썼어요.”
진호의 눈가에도 눈물이 맺혔다.
“아이고, 기특해라! 우리 동네 효자네!”
순영이 엄마는 살며시 진호를 안아주며 옷소매로 눈물도 닦아주고 자신의 눈물도 닦았다. 그리고 등을 오래 다독여 주었다.
진호의 낙서사건에 대한 소문은 빛의 속도보다 빨리 퍼졌다.
이웃 동네는 물론 멀지 않은 읍내에도 훈훈하게 퍼졌다.
진호 엄마 김옥자는 순영이 엄마를 통해 진호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아픔도 잊은 채 몸을 일으켜 머리도 감고 화장도 했다.
하루만이라도 어리지만 속이 꽉 찬 아들을 위해 다정하고 예쁜 엄마가 되고 싶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진호는 엄마를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 엄마 맞아?”
“우리 아들의 엄마 김옥자가 맞지!”
엄마는 진호를 꼭 껴안았다.
숨이 막힐 것 같았지만 엄마 품이 너무도 포근했다.
“엄마! 숨 막혀!”
두 손을 푼 엄마는 웃고 있었지만, 눈가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엄마, 울지 마!”
진호가 작은 손으로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우리 아들이 엄마는 너무 자랑스럽다. 엄마가 힘낼 게!”
“지금 엄마 이름 불러도 돼?”
“그럼, 저 뒷산이 무너져라, 큰 소리로 실컷 불러도 돼!”
“정말?”
진호는 벌떡 일어서더니 주먹 쥔 손을 허공에 뻗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김옥자! 힘내라! 김옥자! 힘내라! 진호 엄마 김옥자 예쁘다! 힘내라!”
진호 엄마는 눈물을 흘리며 힘차게 박수를 쳤다.
낙서 사건의 감동 때문인지, 산 아래 진호네 집에도 동네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았다. 산 아래 근처 논과 밭을 오가며 채소 등 먹을 것도 나눠주고 아픈 엄마의 말벗도 되어주었다.
진호도 친구들과 잘 지내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 그 때문인지 진호의 엄마 얼굴도 조금씩 밝아졌다.
진호는 길에서 민우네 할아버지를 만나면 언제나 즐겁다. 할아버지는 동네 터줏대감의 체면도 잊고 응원 단장처럼 수건으로 머리띠를 하고 담뱃대를 흔들며 엄마를 응원했다.
“김옥자! 힘내라! 진호 엄마 김옥자 힘내라!”
그리고는 진호의 등을 언제나 다독거려 주셨다.
“진호야, 민우네 할아버지 참 멋있지?”
“그날 낙서하다 들켜 골목에서 혼날 때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
“원래 무서우신 분이셔! 네가 순한 호랑이로 변하시게 했지.”
순영이가 들꽃처럼 하얗게 웃었다.
“순영아, 고마워! 다 네 응원 때문이야.”
“그래도 네가 착하니까, 그렇게 한 거지.”
“참, 우리 엄마가 고맙다고 언제 놀러오라고 그러셨어. 올 거지?”
“엄마한테 물어보고.”
순영이는 싫지 않았지만 엄마한테 물어봐야 한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갈림길에 왔을 때다. 진호는 이 말을 남기고 산 아래 집을 향해 내달렸다.
“꼭, 와! 응?”
진호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던 손영이가 소리쳤다.
“진호야! 네 덕에 친구들이랑 함께 통닭 공짜로 실컷 먹은 것 고마워!”
어느 날 마을회관 앞 전봇대에 강아지 사진이 붙었다. 그리고 사진 아래 다음과 같은 글도 붙어 있었다.
참말 부끄럽지만, 제 이름도 김옥자 입니다. 지난 봄, 동네 놀이터에서 낯선 강아지를 발견했습니다. 주인이 찾아가겠지 했는데, 다음날에도 강아지는 그곳에 있었습니다. 강아지는 배가 고픈지 아니면 사람이 그리운지 자꾸만 꼬리를 흔들며 나를 따라왔습니다. 가엾기도 하고 또 귀엽기도 해서 주인이 나설 때까지 돌봐줄 생각으로 그만 집으로 데려가고 말았습니다.
주인이 찾아 나서지 않더라도 동물보호기관이나 경찰에 데려다 줬어야 하는데, 정도 들고 하는 짓이 너무 예뻐서 모른 척 키웠습니다. 그러던 중에 동네 골목 담벼락에 제 이름이 자꾸 써지고 그래서 누가 훔친 걸 아나 싶어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자꾸 쓰면 지우고 또 지우고 했습니다. 산 아래 진호네 엄마 응원인줄도 모르고 말입니다.
어쨌거나 강아지를 훔친 죄를 누군가가 묻는다면 책임지겠습니다. 그리고 진호 엄마 김옥자를 통닭집 김옥자가 많이많이 응원합니다.
-통닭집 안주인 김옥자 올림
같은 전봇대 뒤쪽에도 사진과 글이 붙어 있었다.
사진은 장미꽃 사진이었고 글을 통닭집에 비해 짧았다.
이 장미꽃은 마을회관 뒤 울타리에서 뽑아다 키운 장미꽃입니다. 저는 읍내에서 직장을 은퇴하고 노후를 전원에서 보내고자 이사를 온 삼거리 오른쪽 골목 맨 끝집에 사는, 저도 김옥자 입니다. 저희 집 정원에 있는 모든 장미꽃을 마을회관 울타리 옆으로 옮겨 놓겠습니다.
선처 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저도 진호 엄마 김옥자의 쾌유를 응원합니다.
-은퇴한 여자 김옥자 드림
진호의 낙서 사건 이후에 마을은 더 활기차고 평화로웠다.
“진호야, 강아지 참 귀엽다!”
“동생 하라고 통닭집 아주머니가 주셨어.”
“알아!”
“순영아, 넌 좋겠다.”
“왜?”
“넌 동생이 있잖아!”
“너도 이제 동생이 생겼잖아!”
“내 동생 참 귀엽지?”
“셋이 달려볼까!”
“좋아!”
진호와 순영이와 진호 동생 강아지는 바람에 꽃잎이 날아가는 산길을 마구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