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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출발 당일
별물
그동안 가기로 했던 영덕 여행을 토요일 오후 3시 50분 서울역을 출발하여 포항을 경유, 영덕 도착 밤 8시 20분으로 계획을 잡고 차표를 편도로만 예약했다.
고래불 해수욕장 근처에 팬션도 예약하여 10인용 큰 방 하나로 예약했고
10시 전에 팬션에 도착해도 식사가 가능한지 물으니 어떻게든 되도록 하겠다고 한다. 다음날은 영덕 시내를 좀 걷다가 영덕대게 요리집에 들려 식사하고 바다 구경을 좀 하고 오후 4시 전에 서울로 출발하기로 했다
귀경길은 포항으로 혹은 안동으로 올 것인지 당일날 결정하기로 했다. 서울에 저녁 10시까지 들어오면 된다
새로온 설 영 선, 이 영 훈, 서 수 현 시인들에게 여행 같이 갈 것인지 물어보니 가겠다고 하면서 비용은 왕복 차비 정도를 우선 드리겠다고 한다. 그동안 매회 빠짐없이 글을 읽어서 돌아가는 스토리를 잘 이해하고 있고 내연산 이야기도 덕유산 얘기도 읽으며 무척 가고 싶었다고 했다.
드디어 시월의 중순 어느 토요일날 오후 3시 50분 출발했다. 국서가 토요일 회사일을 끝내고 서둘러 출발시간 20분전에 열차에 탔다. 폴라와 소현 서희 정린 초희도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렸다고 정말 수고했다고 여럿이 등도 두드리고 어깨도 주무르고 했다
원 경 화 시인이 초희 곁에 있고, 새로온 설 영 선 이 영 훈 서 수 현 시인도 나왔고, 캐서린 디킨슨 제인 로체스터 시인도 같이 나왔다. 자리 배치는 설영선과 이영훈, 서수현과 양정린, 선소현과 성서희, 도초희와 원경화, 캐서린과 제인, 폴라와 국서 이렇게 멀리 떨어진 자리 없이 잘 자리 잡았다.
원 경 화 시인이 계셔서 일행은 무처 든든했다. 시인들은 원 경 화 시인에게 미소를 띠우며 과자 쵸코렛 콜라 등 가져오면 경화 시인은 기분은 좋지만 다 먹을 수 없어 초희에게 보관을 부탁했다. 초희는 가슴으로 경화 시인의 팔을 감싸며 바나나를 벗겨서 경화 시인의 입에 바로 넣어 드렸다. 경화 시인은 이 시간 만큼은 누가 봐도 행복해도 될 것 같았다. 초희의 마음은 경화의 생각 속을 열두번은 더 방문했으리! 물론 경화 시인의 깊은 철학 인생관은 감히 알 수 없지만 생활과 인간관계 가족친구관계의 원만함을 위해서는 초희는 너무 현명하게 잘 하여 편안하게 해드릴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조심하면 예의가 아니다. 작은 물건을 주고 받고 하면서 초희는 가슴을 자주 원 경 화 시인의 팔과 몸과 얼굴에 닿게 하여 경화 시인이 그 닿음에 몸을 사리지 않게 분위기를 만들어 갔으니 경화 시인도 행복하였지만 초희도 참으로 생각 깊은 여성시인이다. 폴라도 초희에게 배워 매일 보고 만나는 국서이지만 가만히 두지 않고 얼굴을 가까이 하며 풍만한 가슴으로 국서의 팔을 감싸며 쵸코렛트를 입에 넣어 주며 '얼마나 힘들었어요' 하고 자꾸만 물으며 입술을 국서에게 가까이 가져 갔는데 국서는 분위기가 초희에게서 시작되었구나 싶어 이번 여행이 007 영화처럼 빠르게 진행될 것 같고 그럴수록 달콤함은 받아들이되 안전에 관심을 더 배가 하기로 했다.
" 폴라의 입술이 가을 단풍처럼 불타는듯 하네요! " 하면서도 주위를 살피며 안전에 주의를 기울였다. 원 경 화 시인도 초희의 가슴이 감싸 와도 평온하게 받으며 주위의 안전에 생각을 놓지 않았다. 국서와 그런 세밀한 부분까지 얘기할 촌각의 시간도 없었지만 이심전심으로 비슷하게 리드하고 있었다
남자로서 대범하고 무심한 듯 하지만 파트너가 적극적으로 온몸으로 파도처럼 부드럽게 혹은 정열적으로 대쉬하게 만든 것은 손 한번 잡고 싶어 쩔쩔매는 경우보다 얼마나 고차원적인가! 경화는 그냥 가만히 안전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도 초희가 다 빨래하고 밥짓고 구겨진데 펴드리고 닦아주고 향기로운 입술로 짧은 입맞춤도 해드린다. 경화 시인은 정말 멋진 국제신사이다.
새로온 설 영 란 이 영 훈 서 수 현 시인도 이런 분위기에 전혀 놀라지 않고 살짝 눈웃음도 아끼는 걸 보면 그동안 연재물을 꼼꼼히 읽었거나 혹은 시를 혼자서라도 많이 읽어 시심이 열려있거나 그런 것 같다. 시이론을 다 강독한 후에 강사가 펑펑 울면서 가슴을 연다고 하더라도 전혀 이상하게 느끼지 않고 별물팀의 새로운 전통으로 이해하고 또 같이 할 것 같다.
열차는 신속히 달려 대전 쯤에서 잠간 서고 포항까지 2시간 15분이면 도착하니 포항 터미널에서 가락국수 한그릇씩 먹고 버스로 영덕으로 가면 된다. 대전에서 차가 설 때 조심해야하고 잃어버리지 않도록 체면 부끄럼 챙기지 말고 안전하게 차로 돌아와야 한다. 기다리면 오겠지 하면 안되고 끝까지 챙겨야 한다. 원 경 화 시인은 여성시인들 화장실 다녀올 때 몸 사리지 않고 눈부시게 꼼꼼히 챙기고 안내했다. 국서도 폴라 캐서린 제인과 설 영 선 이 영 훈 서 수 현 시인을 길 잃어버리지 않도록 사방을 살피며 안내하고 근접 보호했다. 아무쪼록 무사히 차를 타고 인원 수도 열둘을 잘 헤아렸다. 국서는 휴우 하고 안도의 숨을 쉬었다. 원 경 화 시인이 없으면 10명을 혼자 보살피는 것은 정말 힘들 것이다. 차는 출발했다.
국서는 초희와 잠시 자리를 바꿔 경화와 얘기했다. "경화형, 안전하게 서울로의 귀경이 목표이므로 시인들 손잡고 팔짱도 끼고 안아 드리기도 하며 무사히 서울로 모셔가야 해요! 체면 차리다 잃어버리는 것보다 나아요! 아까 너무 잘 하시데요!
경화형! 오늘 내일만 활약해요! 우리 서울 가면 품위 차려요! " " 국서! 잘 알았어! 믿어 봐!" 경화와 국서는 악수하고 초희와 자리를 바꿨다. " 국서와 한 얘긴?"
" 초희! 서울 갈 때까지 다른 시인들과 팔짱 끼거나 어깨 보듬거나 해도 눈 감아줘! 한 사람이라도 잃어버리면 안돼! 화장실 갈 때 꼭 따라가고! 제일 위험해! 잃고 난 후 발 동동 굴려봐야 아무소용 없어! 경화는 초희 뿐이야 별물에선! " 경화는 초희를 안고 가슴의 소리를 들었다! " 알지! 초희!" " 네 알겠어요! 어느 안전이라고!
의외로 마음 넓은 초희 염려 마시고 실력발휘해봐요! 경화!라 불러도 되죠! 이름만 경화라 부르고 그 이하 대화는 존대말 쓸께요! 경화, 너무 사랑해요!"
경화는 고개를 아래 위로 흔들었다.
국서는 소현 에게 버스도 좋은 걸로 타자고 했고 서울 갈 때도 버스나 열차 다 좋은 걸로 타자고 했다. 소현은 그 의미를 알아들었다. 경화가 소현과 자리 바꿔 서희와 같이 앉았다. 경화는 서희의 손을 두손으로 잡고 " 오늘 내일 즉 서울 도착할 때까지야! 허락 받았어! 무사히 다들 모시라고...! 서희! " 서희가 웃으며
" 국서와 경화 꼭 같은 것 같애! 아니 꼭 같애! 욕심도 없고...! 기왕 허락받았으니 마음껏 잡아요! 초희가 먼저 순서지만 경화를 좋은 친구로 생각할래! 왠지 말도 놓고 싶어! " 서희가 서희만의 찡그림의 미소를 보여준다. "그래! 국서와 달리 초희를 사랑해도 내겐 한계가 있어! 초희도 이해하고 시작했어! 초희의 눈물 잊을 수 없어! 그래서 서희 너완 친구로 하자! 서희!" " 남녀간에 무슨 우정이냐고 하지만 경화만은 친구로 지낼 수 있어! 친구 사이엔 위험할 때 팔장도 낄 수 있어! 포옹도 할 수 있어! 외로움에 치를 떠는 것보다 친구의 따듯함이 좋잖아! 폴라와 국서를 빨리 만나게 해 준 국 찬 성 원 경 화 와는 말만 놓는 사이 뿐 아니라 친구까지 된다면 한 여성으로서도 행운이야!" 서희가 얘기헀다
" 야 서희! 야 너 해서 미안해 친구니까!
서희 넌 그렇게 미인이지만 남자처럼 털털한 데가 있어서 독특한 미인인가 보다."
" 서울 간 후에도 계속 친구야 우리 사이는? 멋진 친구! 경화를 향해 일편단심인 초희는 눈이 밝고 속 깊어! 최소한 별물 안에서는 둘이 단짝이지만 오늘 같은 어쩌면 위험한 여행에선 시인들에게 너무 체면 예절 차리지 말고 손도 잡고 이리 저리 감싸안기도 하며 보호해줘! 경화! 좋기만 한 사람! 가볍게 뽀뽀해도 돼! 허락받았잖아!"
" 그래! 서희! 뭔 말인지 알겠어! 같이 공부하다보면 그럴수도 있겠지! 하지만 별물에서의 경화는 초희에게 변치않겠지! 알지! 서희! 친구와 사랑의 차이를!
서희도 경화의 활약을 허락했어! 널 외롭지 않게 해주시도록 기도할께!
좋은 사람 나타날꺼야! 국 목사 좋은 분이었잖아? 하여간 우린 친구야! 일단 자리 바꿨다가 또 다른 시인에게 얘기할께! 서희! 친구! 널 생각할께! " 하며 경화는 자리 바꿨다. 그러더니 원 경 화 시인은 다시 돌아와서 소현과 자리 바꾸고 서희에게 얘기했다. " 경화도 별물안에서만 초희를 좋아하고 사랑하기로 서로 약속했어! 내가 떠나면 초희는 국서에게 의지한다는 걸 나도 알지만 초희를 좋아하고 사랑해! 서희, 잘 들어요! 국 준 수 목사도 서희가 기본적으로 국서에게 의지해야함을 나처럼 즉 경화처럼 잘 알고 있어! 하지만 국 목사도 나 경화처럼 가정도 더구나 교회도 가졌어! 하지만 전화로 초희가 보고싶다고 울고불고 했을 때 경화는 우선 달려와서 둘이 손 붙들고 울었어! 초희는 똑똑한 여자야! 별물 바깥의 경화를 인정해주고 별물안에서 서로 존경하고 사랑하자고 약속했어! 서희의 케이스가 초희의 경우와 같아도 너무 같다야 ! 그러니까 길게 얘기할 것 없이 좋은 길일을 잡아 국 준 수 목사와 전화통화가 되거든 무조건 울면서 보고 싶다고 해! 서희 잘 하잖아! 그러면 틀림없이 열일 제쳐놓고 별물의 집으로 오실꺼야! 국 목사님만 오셔도 오늘 같은 위험스런 여행이 훨씬 안전하고 가벼워질꺼야! 몇달 후에 또 강천산에 가기로 했잖아
내가 보기엔 국 목사는 서희를 좋아하고 있어! 서희가 국서를 좋아하는 걸 알지만 국 준 수 목사는 서희를 지금 내가 보기엔 사랑하고 있어 ! 조건없는 순수한 사랑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오고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법일세!
서희! 국 목사를 구해주는 셈 치고 초희처럼 전화 한 번 해봐라! 응! 국서에겐 나 경화가 얘기해 줄께! 응!
경화는 국 준 수 시인이 너무 불쌍해!"
" 알았어요! 경화 시인이 친구지만 이제 반말이 안나와요! 흑흑! 고마워요! 친구! 울면서 하소연 하면 그분은 꼭 금방 오실 것 같애요! 서희도 한번 안아 줄래요! 친구! 으흐흑! " 서희는 차안이어서 크게 울지는 못했다. 경화는 서희를 진정될 때까지 따듯이 안아주었다. 그러는 사이에 열차는 포항에 도착했다. 경화는 눈부신 활약을 하며 별물팀을 헤어짐 없이 꼭 붙어 움직이도록 계속 얘기하여 잊지 않게 했다. 소현과 서희는 국서의 말대로 좀 비싸도 빠르고 편한 차로 표를 구입했다. 그 사이에 경화는 일행을 가락국수를 먹도록 안내하고 국서가 계산을 했다. 다들 빠짐없이 먹었다. 화장실도 세명 이상 같이 가고 경화나 국서가 따라 갔다. 드디어 버스에 승차 완료하였다. 버스는 출발하고 날은 어둑어둑해진 사이 바다 가까이 버스는 달리고 하얀 파도가 마치 처음 오는 것처럼 밀려오느 것을 보고, 그동안 조용하던 설 영 선, 이 영 훈, 서 수 현 시인도 '야, 멋있다!' 하며 탄성을 올렸다. 젊은 여성으로 가슴 부푸는 미래를 맞이하려는 젊은 시인들이 별물팀을 선택하고 배움의 터전으로 생각하고 아끼려는 것 같았다. 캐서린과 제인도 새로운 경험에 같이 어울렸다. "Oh, beautiful! 아름다워요! " 하고 캐서린과 제인이 동시에 말했다. 8시쯤 고래불 해수욕장 근처의 '1월과 2월' 팬션에서
영덕 터미널로 차를 보내주기로 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 별물팀 오세요!" 라는 소리가 들리고, "1월과 2월 이에요?" 물으니 " 예 1월과 2월 입니다, 어서 타세요!" 아마 팬션 차량 같은데 12명이 끼어 앉아 십여분 달려 고래불 해수욕장 팬션에 도착했다
배낭과 짐을 내리고 예약한 방에 들어와
일행은 각자 자리를 잡고 배낭을 풀어 필요한 물품을 꺼내고 팬션 담당자에게 저녁 식사를 시켰다. 단체 숙박 하는 분들에게 기본으로 서비스하는 한끼 식사라고 했다. 식사를 하면서 정린이 가져온 포도주를 조금씩 소주잔에 따라 돌렸다. 팬션 담당자는 크게 소란스럽지 않으면 노래 정도는 해도 될 만큼 방음이 잘 되어 있다고도 했다. 식사는 그런대로 맛이 있었다. 내일은 오전 11시까지 떠나셔야 한다고 했다. 일행은 식사를 하고 나서 세수도 하고 옷도 편하게 입고 남은 시간을 공부를 하며 시를 낭송하며 보낼까 아니면 노래방에서 보낼까 망서리다가 우선 공부를 먼저 하고 시간이 남으면 노래방에 가자고 했다.
폴라 피터슨 시인이 강의를 하기로 했다.
" 안녕하세요! 여러분! 서울에서 멀리 와서 공부를 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상상력은 재생 상상, 연상 상상, 창조적 상상으로 나누어 집니다.
재생 상상은 단순한 기억의 재현이라는 재생적 능력이나 재현의 기능 이상이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재생이나 재현은 그것이 비록 상상력에 의존되고 있다고 할지라도 시적 혹은 창조적 기능으로 작용하지는 못합니다. 그것은 시가 사실의 기록이 아니란 점에서 그러하고 실제적이고도 사실적 재현은 비록 체험에 의존되고 있으나 체험했던 사실의 재현이기 때문에 시적 상상력을 담당하지는 못한다는 결론을 얻게 됩니다.
전장에서 지적한 제임스의 피력에서 볼 수 있었듯이 재생적 상상은 과거에 겪었던 이미지를 아무런 변화없이 그대로 다시 드러내기 때문에 창조적 기능으로 작용하지 못하며 동시에 창조적 기능을 담당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시를 쓰고자 할 때 흔히 실제 사물을 대상화하고자 하거나 과거에 경험했던 사실들을 떠올려 스스로 드러내고자 하는 주제에 결합시키고자 합니다. 또 유년을 추억을 고향을 회상함으로써 가버린 날의 아름다움을 재현하고자 하는 욕구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것을 떠올리며 행복해 하고 또 그리워 하는 기억의 재생이나 재현만으로 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기억을 통해 떠올리는 재생 상상은 단순한 사실적 경험의 재현으로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해주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설혹 재생이 아름답고 행복한 것이었다 할지라도 신선한 감동을 수반하지 못하면 그것은 단순한 재현이지 시, 즉 창조는 아닙니다.
더구나 새로운 발견, 새로운 해석, 감동이 없는 시는 엄격한 의미에서 시적 형태를 빌린 기억의 나열일 뿐입니다. 그 때문에 비록 상상력을 동원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쯤에서 시의 실제로 돌아가 보기로 합시다.
(폴라 시인은 물을 마시고 다시 시작했다.)
어느 날 문득 고향을 생각하게 됐고 고향을 생각하자 갖가지 아름다운 유년이 떠올랐다고 해 봅니다. 부모 형제의 사랑를 받던 일, 동네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던 일, 꼬맹이들과 어울려 보냈던 갖가지 유년 등을 떠올리고 가슴 저려오는 사향을 맛보았다고 칩시다. 거기다 갖가지 추억이 떠올라 와락 달려가고 싶은 귀향에의 충동을 느꼈다고 합시다. 그런가 하면 추억 속에는 사랑이 있고 다하지 못한 사랑의 미련이나 미련이 밀고 오는 그리움 같은 것이 함께 환기됐다고 칩시다. 문득 빈 하늘을 바라보게 되고 산을 넘는 한 조각 구름에도 가슴이 아파올 것입니다. 그러면서 한 편의 그림처럼 산자락에 걸려 있는 가난하고 먼지 낀 고향을 훤히 떠올리게 되는데, 이 기억은 재생 상상에 의해 재현된 것입니다. 자연히 시적 감흥이 일며, 한 편의 시가 쓰고 싶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이를 한 편의 시로 썼다고 가정합시다
벌 떼 잉잉거리는
메밀밭 사잇길로
찾아간 고향은
빨간 고추를 머리에 이고
잠들어 있더라
내 유년의 꿈을 쏘아올린 화살에도
그날의 하늘은
파란 포장으로 걸려
펄럭이고 있더라
가난한 이웃들이
인정으로 엮은 울타리
사잇길이
어머니 가르마같이 나 있고
나는 어머니 품에 뛰어들 듯
마구 달려가고 싶더라
필자(박 진 환 교수님)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쓴 '고향'이란 시를 더듬어 재생해 보았습니다. 시의 사연이 어떻건 이 시는 초가을 시골 풍경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마을 밭머리에는 메밀꽃이 피어 있고 메밀밭에는 벌 떼가 잉잉거리고 그 사잇길을 따라 동구를 들어서자 빨간 고추를 머리에 이고 잠든 듯한 초가들이 시야 가득히 들어옵니다. 구름 한 자락 없는 하늘은 마치 어린 시절 화살을 쏘아올리던 하늘 그대로 파랗고, 가난한 볏짚 울타리 길이 가르마처럼 나 있어 마구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합니다.
아마도 이런 경험은 시골에 고향을 둔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 체험했을 것입니다. 또 이와 유사한 시를 써본 경험도 한두 번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이 시는 고향에 대한 재생 상상 이상의 것은 되어주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고향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
폴라 시인은 긴 강의를 힘들지만 잘 소화했다. 잔잔한 박수가 파도소리처럼 이어지면서 감동의 눈물이 저도 모르게 흘러 내리더니 이내 엉엉 울기 시작한 폴라를 달래주라고 서희가 손수건을 국서에게 쥐어주며 어서 가보라고 했다.
국서는 폴라 옆에 가서 울먹울먹하자 폴라는 국서의 머리를 감싸 안고 쓰다듬으며 포옹하다가 이미 열어놓은 하얀 동산의 골짜기 같은 가슴에 묻었다.
강의가 길었기에 많은 눈물을 흘려야 감정의 평형을 찾을 것 같았다. 강의할 동안의 집중을 눈물로 풀어내어야 한다.
국서는 흐르는 귀한 눈물을 다 받아 마셨다. 눈물은 모든 시인들에게서도 흘러 나왔지만 소리를 안 내려고 훌쩍거리려고 모두 애를 썼다. 폴라는 국서의 얼굴을 가슴에 더욱 가까이 했다
한 돌에 함께 새긴 조각처럼 꼭 붙어 있었다. 마치 '국서는 내꺼야' 라는 애틋한 마음을 나타내려는 듯 했다. 시인들은 그 광경을 보고 더 울었다.
여러가지 생각과 감정이 샘물처럼 솟아나 시가 되고 소설도 되지만 강물처럼 흐르는 눈물은 그 모든 걸 말끔히 치유하고 서로 한 마음으로 되게 하는 신비로운 힘, 즉 치유력이 있었다. 반 시간이 지났을 때 다른 순서도 해야 하므로 폴라는 눈물을 멈추고 국서의 머리를 꼭 끌어 안고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국서가 닦아 주게 하고 가슴은 국서가 닦으려 할 때 폴라가 스스로 닦고 단추를 채웠다. 고향 같은 골짜기지만 국서는 떠나야만 했다. 다른 시인들도 자기 순서를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볍게 화장을 고치러 폴라가 국서와 간 사이 선 소 현 시인이 유 하 시인의 '그리움을 견디는 힘으로' 시를 낭송했다
"
그리움을 견디는 힘으로
유 하 시인
붉게 익은 과일이 떨어지듯, 문득
그대 이름을 불러볼 때
단숨에 몰려오는, 생애 첫 가을
햇살의 길을 따라 참새가 날아오고
바람은 한점 푸른 하늘을
내 눈 속에 부려놓는다
마음 닿는 곳이 반딧불일지라도
그대 단 한 번 눈길 속에
한세상이 피고 지는구나
나 이 순간, 살아 있다
나 지금 세상과 한없는 한몸으로 서 있다
그리움을 견디는 힘으로
먼 곳의 새가 나를 통과한다
바람이 내 운명의 전부를 통과해낸다
"
성 서 희 시인이 정 소 현 시인의 '작은 별의 꿈' 을 낭송했다
"
작은 별의 꿈
정 소 현 시인
하늘 모서리에 흐릿한 별빛
산속에 들 벌레도 보지 못했고
아파트 꼭대기에서도 보는 이가 없었고
들녘에 우듬지 새들도 몰랐다
울지 않았다
죽은 빛을 위해서
강물에 다가가
침전하며 흘러가는 맑음을
들풀에 다가가
죽어서 봄을 맞는 깊은 마음을
포장마차 붕어빵에 다가가
차가움 녹여주는 따듯함을
바람 속 낙엽을 모으는
미화원 손길에 다가가 부지런함을
작은 별,
푸른빛 얻어서
하늘 높이 다시 오른다
"
도 초 희 시인이 배 성 은 시인의 '아직도 목마르다' 시를 낭송했다
"
아직도 목마르다
배 성 은 시인
젖은 하루가 잔에 찬다
가득 채워도 사그라지는 거품처럼
시간은 빗속에 녹아 내린다
취기보다 빠르게 번져오는 그리움에
슬퍼만 지던 낮술
이젠 취해도 황홀하지 않다
태양은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
쏟아지는 비에도 목마른
발코니 안의 사랑초는
넋 놓은 하루가 부끄러워
벌겋게 얼굴만 달아오르고
비, 비만 내린다
"
원 경 화 시인이 문 정 희 시인의 "손의 고백" 시를 낭송했다
"
손의 고백
문 정 희 시인
가만히 손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우리의 손이 언제나 욕망을 쥐는 데만
사용되고 있다는 말도 거짓임을 압니다
솨아솨아 작은 오솔길을 따라가 보면
무엇을 쥐었을 때보다
그저 흘려보낸 것이 더 많았음을 압니다
처음 다가든 사랑조차도
그렇게 흘려보내고 백기처럼
오래 흔들었습니다
대낮인데도 밖은 어둡고 무거워
상처 입은 짐승처럼
진종일 웅크리고 앉아
숨죽여 본 사람은 압니다
아무 욕망도 없어 컴컴한 절벽
어느새 초침을 닮아버린 우리들의
발걸음
집중 호우로 퍼붓는 포탄들과
최신식 비극과
햄버거처럼 흔한 싸구려 행복들 속에
가만히 손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생매장된 동물처럼
일어설 수도 걸어갈 수도 없어
가만히 손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솨아0솨아 흘려보낸 작은 오솔길이
와락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
캐서린 디킨슨 시인이 강 은 혜 시인의 "세월이 찍고 간 발자국"을 낭송했다.
"
세월이 찍고 간 발자국
강 은 혜 시인
어느 날
널 보는 순간 경악했다.
웬 낯선 늙은 얼굴 속의 나!
팬 골이 깊다.
세월이 찍고 간 발자국일까
아니면
천국으로 행하는 길일까
그도 아니면
심해에 다 풀지 못한 한
시든 꽃으로 피어났을까
시든 꽃 세월 앞에 서니
헐거운 통바지 속에 홀쭉한 모습은
하나님이 주신 인생길
맛볼 수 있는 중년 노년도
정 하나 줄 수 있는 너 때문에
행복하고
빛 고운 천상
복숭아꽃 대궁이 곱다.
"
제인 로체스터 시인이 윤 석 란 시인의 '산마루에 낙조가 비스듬히 눕고' 시를 낭송했다.
"
산마루에 낙조가 비스듬히 눕고
윤석란 시인
산마루에 낙조가 비스듬히 눕고
스산히 바람이 불어오면
당신이 그리워집니다
호수에 잠겨있는
당신의 슬픈 눈빛은
은비늘 물살로 일렁이며
고향으로 가고
고뇌에 찬 얼굴로 무리지어 오는
당신의 흰 그림자는
풀잎 위에 떨어져
소름이 돋듯 이슬이 됩니다
겨울나무로 외로이 서 있는
당신의 빛줄기는
쏘아오는 화살이 되어
떨고 있는
깊숙한 내 폐부를 찌릅니다
그런 당신을
마냥
바라만 보고 싶습니다
"
서 국 서 시인이 Thomas Moore 시인의 'The last rose of summer' 시를 낭송했다.
"
The Last Rose of Summer
Thomas Moore
'Tis the last rose of summer,
Left blooming alone;
All her lovely companions
Are fade and gone;
No flower of her kindred,
No rosebud is nigh,
To reflect back her blushes,
Or give sigh for sigh
I'll not leave thee, thou lone one,
To pine on the stem;
Since the lovely are sleeping,
Go, sleep thou with them.
Thus kindly I scatter
Thy leaves o'er the bed,
Where thy mates of the garden
Lie scentless and dead.
So soon may I follow,
When friendships decay,
And from Love's shining circle
The gems drop away.
When true hearts lie withered
And fond ones are flown,
Oh! who would inhabit
This bleak world alone!
"
양 정 린 시인이 조 병 화 시인의 '노을' 시를 낭송했다.
"
노 을
조 병 화 시인
해는 온종일 스스로의 열로
온 하늘을 핏빛으로 물들여 놓고
스스로 그 속으로
스스로를 묻어간다
아, 외롭다는 건
노을처럼 황홀한 게 아닌가.
"
설 영 선 시인이 김 시 연 시인의 '코스모스' 시를 낭송했다.
"
코스모스
김 시 연 시인
스치는 미풍에도
온 몸으로 수줍은
가을의 여심이여
거칠게 쏟아지던 비바람
그 가냘픈 육신으로
더 끌어 안으며
타는 목마름의 기다림이었기에
화사한 치마자락
길목 마다에 사뿐이 펼쳐 놓고
설레는 님
마중 나섰는가
"
이 영 훈 시인이 정 양 숙 시인의 '순전한 사랑' 시를 낭송했다.
순전한 사랑
정 양 숙 시인
오만가지 인간들이 만든
붉고 푸른 마음의 생채기들을
단 하나의
순전한 사랑이 치유한다.
"
서 수 현 시인이 이 지 연 시인의 '귀뚜리 변주' 시를 낭송했다
"
귀뚜리 변주
이 지 영 시인
눈감지 못하고 밤새 흐느끼는
쓰나미에 쓸려간
잠들지 못한
생령들의 호곡일까
이승을 떠돌며 울어대는
통곡일까
쓰르쓰르 쓰르르
보표도 없이 부르는
귀뚜리 영가
"
시인들은 다들 시 한수씩 낭송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내일 일정을 위해
백합 코스프레만 하고 취침하기로 했다.
가운데 폴라 국서가 앉고 영선 영훈, 수현 정린, 소현 서희, 초희 경화, 캐서린 제인,
이렇게 빙둘러 앉아 처음 순서로 서로 포옹하기, 두번째 서로 같이 울기, 세번째 키스하기이다. 일행은 백합 코스프레를 시간이 넉넉할 땐 천천히 오래하기도 했다. 서울을 떠나 멀리 왔으므로 다소 시간이 넉넉하여 오래 울고 포옹도 하고 입맞춤도 하였다. 새로온 설 영 선 이 영 훈 서 수 훈 시인도 선배 시인들을 잘 따라 하였고, 캐서린과 제인도 폴라를 보고 듣고 하였는지 자연스럽게 따라 하였다. 열차를 타고 오면서 바라본 들판의 경치는 가을이 점점 깊어감울 느낄 수 있었으며 영덕의 팬션에 도착하여 창문으로 보는 밤하늘은 별들로 가득하였다. 서울이 편리하지만 가끔 멀리 나와보면 또 새로운 감회를 가진다. 더구나 국서의 고향이어서 폴라는 더욱 바싹 붙어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폴라는 관념보다 태도와 몸짓으로 국서의 고향에 왔음을 지나쳐버리지 않으려 한다. 소현 서희 정린 초희도 내연산에 갔을 때보다 정감이 좀 다름을 느끼며 언어를 거기에 맞추려 생각을 모아 본다. 강과 바다의 지명에도 관심을 보여본다
팬션의 창문은 넓어 커튼만 양쪽으로 열면 밤하늘이 넓은 스크린처럼 마치 바깥에서 보는 것처럼 보였다. 모두들 방안에서도 하늘이 잘 보이게 설계해 놓은 팬션 방안에서 별빛으로 가득한 밤하늘을 보는 것으로도 만족했다. 아마 설계자가 그것까지 감안해서 팬션을 지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두명이 별을 보러 밖에 나가면 인원수 헤아리느라 밤하늘을 감상할 수 없으리!
그냥 방안에서 창문을 통해 밤하늘을 감상하기로 했다
" 저기 밤하늘의 별들이 '별물' 같아요! '별물'이란 이름도 국서 시인이 지었을까요! " 도 초 희 시인이 원 경 화 시인의 팔에 기대어 상냥하게 말한다.
" 처음엔 '은하수' 라고 지었는데 같이 공부하는 모임의 회원들 한분한분을 다 반짝이는 별들로 상상하고 지은 이름이었다고 해요! 그러니까 신 은 희, 방 인 수, 채 영 희, 국 준 수 시인님들을 한 사람씩 다 별로 본 거애요! 그 때 담당 교수님이 순수한 우리말로 '별물'이라고 지어주셨데요! 그러니까 별물이 즉 은하수 Milky Way 인 거죠! 별물 탄생후 10년되던 해부터 소현 서희 정린 초희 넷이 국서와 면면히 지켜왔고 7년전에 폴라가 찾아와서 국서와 가까워 지더니 국 찬 성 원 경 화 시인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이젠 폴라와 국서는 영원한 반려가 되었어요! 정말 꿈 같은 아름다운 얘기죠! 하지만 사실이에요!
소현 서희 정린 초희 네 사람은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20년이나 별물을 지켜오고 별물과 한몸이 된 것을 감사하고 있어요! 얘기는 길지만 하여간 그래요! 별물을 떠나면 우리 넷은 힘들어져요! 별물 안에서 애써봐야해요! 은희 인수 영희 준수 네 시인도 꼭 다시 모셔와야 한다는 걸 이번 영덕 여행에서 재확인하였고 우리 원 경 화 시인께서 알기 쉽도록 가르쳐 주셨어요! 그분들도 지금 몸 담고 계신 모임에 이해를 얻으실 시간을 드려야 할 것 같애요! 그러고 보면 영덕 여행은 일년에 한번은 오면 좋겠어요! 다음엔 국 준 수 시인님도 같이 오시면 더욱 좋겠어요! "
서희가 긴 이야기 끝에 국 준 수 시인의 얘기를 하는 것이 의미가 있어 보인다.
" 별물의 사연과 영덕의 밤하늘 별들! 우리도 서희 시인과 같애요! 서희 말
뜻대로 해보면 좋겠어요!"
새로온 설 영 선 이 영 훈 서 수 현 시인과
폴라 국서와 캐서린 제인도 좋아요! 그렇게 해요! 라고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일정이 있어 서둘러 자기로 했다. 폴라와 국서는 그냥 방바닥에 푹신한 메트를 깔고 자겠다 하고 양치를 하고 둘이 마주보고 눕자마자 잠들었다. 취침 동안엔 바깥엔 나가지 않기로 모두 약속했다. 경화는 사모님이 아드님과 함께 여행 오셔서 옆방을 예약하시어 가족과 함께 잤다. 초희는 방바닥에 푹신한 메트리스 위에 자겠다고 하며 양치질 하고 혼자 누웠다. 침대 두개엔 영선 영훈과 수현 정린이 자고, 소현 서희와 캐서린 제인도 방에 푹신한 메트 위에서 잤다. 서희가 소등했다 " 잘 주무세요!"
" 좋은 꿈 꾸세요! 서희 시인!" 폴라가 얘기하며 모두 잠을 잤다.
모두들 여행의 피로로 눕자마자 바로 꿈나라로 갔다.
Au revoir Ma'am Paula!
See you, Kuk Seo!
폴라와 국서는 서로 떨어질까봐 꼭 끌어안고 잠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