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칼럼] (77) 교황청 재정적자와 ‘무해고’ 정책의 딜레마 / 존 알렌 주니어
교황청이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위해서는 급여 지불 총액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초기부터 교황청의 재정 개혁을 위해 노력해 왔다. 교황은 처음으로 재정 개혁을 위한 위원회를 설립했고, 재정 개혁을 위해 교회의 주요 인물들을 임명했다. 그리고 8년 가까이 계속해서 재정 개혁을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교황은 여전히 즉위 초기부터 맞닥뜨렸던 궁극적인 딜레마에 빠져있다. 즉, 지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릴 방도가 없는 것이다. 직원을 해고해 급여나 상여금 지불 총액을 줄여야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임교황들과 마찬가지로 이 일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재정을 관리하기 위해 교황청 재무원을 설립했고 추기경들과 평신도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최근 교황청 재무원은 모임을 갖고 2020년 결산과 2021년 예산안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결과는 심각했다. 2020년 교황청은 6000만 달러(한화 약 676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수입은 3억1500만 달러였고, 지출은 3억7500만 달러였다. 바티칸 박물관과 우체국 등에서 수입을 얻는 바티칸시국과는 달리 교황청은 ▲투자와 재정 활동(이탈리아 정부가 교황청 소유 재산 몰수에 대한 보상금으로 제공한 돈을 활용한 투자로, 매년 900만~1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림) ▲로마와 이탈리아 소재 교황청 소유 부동산 임대료 ▲전 세계 교구와 교회 기관, 신자들의 기부로 수익을 얻는다.
2020년 이 세 가지 주요 소득원에서 모두 수입이 줄었는데, 코로나19 대유행의 여파였다. 교황은 코로나19로 인한 고통 분담 차원에서 교황청 소유 부동산 임대료도 낮췄는데, 이 때문에 교황청 수입은 더 줄었다.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올해에는 처음으로 ‘베드로 성금’이 교황청 재정에 포함됐다. 베드로 성금은 전 세계에서 교황의 사목을 돕고자 실시하는 특별 헌금으로, 과거 베드로 성금은 교황청 재정과는 따로 관리됐다. 지난해 베드로 성금으로 5750만 달러가 모였고, 교황청은 자선활동을 위해 2070만 달러를 사용했다. 베드로 성금만 보면 368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것인데, 만일 과거와 같이 베드로 성금을 교황청 재정에서 제외한다면 교황청은 지난해 1억 달러 가까이 적자를 보게 된 셈이다.
이 금액은 교황청 수입의 1/4이 넘는다. 참고로 유로존에서도 공공부채가 가장 심각하다고 여겨지는 이탈리아의 경우, 지난해 3조120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이탈리아 국내 총생산의 7.5에 불과하다. 달리 말하면, 교황청의 적자 수준은 상당히 심각하다.
교황청이 지난해 지출을 14 줄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교황청은 전반적으로 지출을 줄이고 원가를 절감했는데, 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주요 행사나 여행 경비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 비용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지나가면 다시 올라갈 전망이다. 교황청 관계자들은 교황청이 지난해 경비를 14나 줄이고도 적자 폭을 줄이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무해고 정책에 있다고 보고 있다. 교황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사람들은 이미 고통을 겪고 있는데, 일자리마저 잃으면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교황청은 성명을 통해 “현재와 같은 어려운 시기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고용 유지를 우선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교황청 재정에 드리우는 또 다른 어두운 그림자는 연금 지급이다. 지난 2009년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이 발표한 교령에 따라 교황청 직원의 정년은 평신도의 경우 65세이며 성직자나 수도자의 경우 70세이다. 2018년 예상치에 따르면, 10년 안에 현재 직원의 1/3 수준인 1500명의 평신도 직원이 은퇴연령에 이를 것이며, 교황청은 이들에게 연금을 제공해야 한다.
문제는 교황청의 연금 기금이 심각하게 부족하며 어떻게 연금을 지급할지 대책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최근 교황청은 재정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연금 기금에 추가로 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없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 교황청이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위해서는 급여 지불 총액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교황청이 상대적으로 다른 기관보다 직원 수가 많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유명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교황청을 인류 역사에서 가장 효율적인 기관 세 곳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나는 교황청이 수입에 비해 직원이 많다고 말하고 싶다. 교황청이 장기적으로 재정자립을 위해서는 직원 1/3을 줄여야 할 것이다.
문제는 노동과 노동자들의 권리를 수호해 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현실을 직시하고 비생산적이고 필수적이지 않은 직원을 해고할 것인가이다. 그렇지 않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재정 개혁은 지난해 교황청이 그랬던 것처럼 돈은 모으지만 결국 파산으로 이르는 아이러니에 빠지게 될 것이다.
모든 교황들은 후계자들에게 해결하지 못한 숙제들을 남겨왔다. 우리는 현 교황이 다음 교황에게 균형 재정이라는 숙제를 남길지 지켜보게 될 것이다.
존 알렌 주니어(크럭스 편집장)
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럭스(Crux) 편집장이다. 교황청과 교회에 관한 베테랑 기자로, 그동안 9권의 책을 냈다. NCR의 바티칸 특파원으로 16년 동안 활동했으며 보스턴글로브와 뉴욕 타임스, CNN, NPR, 더 태블릿 등에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