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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는 생긴 건 다소 징그럽지만 몸에는 좋은 보양식입니다. 비타민 A·E가 풍부하고 불포화 지방을 함유해 혈관노화를 예방한다고 합니다. 특히 여름부터 초가을이 제철이라고 하니 무더위에 지친 여름철 몸의 기력을 회복하는 데 그만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두 곳 모두 30년이 넘는 역사를 지녔습니다. 한 곳은 서울에서만 36년째 맛을 이어오고 있고, 다른 한 곳은 전라도 맛을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기타: 파주갈릴리농원(4표), 반구정장어(파주, 3표), 반구정나루터집(파주 2표), 조일미락(도봉역), 장수천한방민물장어(안양시 비산동), 부산집(홍대 2표), 여자만(화곡동), 숲속장어촌(경기도 광주 2표), 남서울민물장어(논현동 2표), 양수추어탕(양수리), 임진강민물장어(염창동), 강화나루한방민물장어(광명시), 청계산지리산약초장어, 풍천장어(정자동), 청계산풍천장어, 구림장어(하남시), 임진강장어집(강서구), 심학산장어, 백마강민물장어(판교), 아산정(아산), 양평동 풍천장어, 화천장어(논현동), 남서울민물장어(논현동), 풍천민물장어(용인수지)
1·2위 어떻게 선정했나
江南通新은 레스토랑 가이드북 『다이어리알』 이윤화 대표,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배한철 총주방장, 롯데호텔서울 무궁화 천덕상 주방장, 허성구 더플라자 총주방장의 추천을 받아 6개 식당을 후보로 추렸습니다. 이후 후보 식당 6곳을 7월 2일자 江南通新에 공지한 후 일주일 동안 독자투표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동원민물장어와 송강이 각각 1,2위로 뽑혔습니다. 하지만 1위 동원민물장어 사장이 장기 해외출장 중이라 인터뷰가 어려워 2위 송강과 3위인 금강수림을 소개합니다.
라이벌 ‘육개장’ 결과는 8월 20일 발표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닭볶음탕 맛집’ 투표 방법은 15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70년대부터 줄 서서 먹던 집이라오”
대표메뉴: 갯벌장어구이(1인분·6만8000원), 민물장어구이(1마리·3만3000원)
개점: 1978년(2005년 지금 위치로 이전)
특징: 장어집 찾아보기 힘들었던 70년대 중후반부터 방배동 카페골목에서 송강민물장어란 이름으로 장사를 시작했다. 주인과 친분이 있던 차경숙 현 사장이 78년 가게를 인수했다. 원래는 민물장어만 취급했지만 2005년부터 강화도에서 직거래하는 갯벌장어도 팔고 있다.
주소: 서울시 서초구 명달로 9길 5(방배3동 1002-1)
전화번호: 02-598-9288
좌석수: 100석(룸 3개)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설·추석 명절 당일만 휴무)
주차: 있음(무료)
“그땐 서울 시내에서 장어 파는 집이 이 집밖에 없었을 거예요. 저녁 6시만 돼도 예약 꽉 차서 사람들이 줄 서서 먹고 그랬어요. 당시 1인분에 1만원이 넘는 꽤 비싼 음식이었는데도 말이죠. 주인과 친분이 있어서 자주 갔거든요. 속으로 이런 가게 하나 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차경숙(59) 사장은 생각으로 그치지 않고 1978년 아예 송강을 인수했다. 당시 송강민물장어는 방배동 카페골목의 효시라고 불리는 경양식집 ‘장미의 숲’ 맞은 편에 있었다. 장미의 숲은 70~80년대 젊은층이 많이 찾는 아지트 같은 곳이었다. 대학생과 젊은 문화예술인이 찾는 곳으로 유명해지면서 주변에 다른 식당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송강도 그 중 하나였다. 특히 송강은 장어라는 흔치 않은 메뉴로 미식가를 사로잡았다. 차 사장이 가게를 인수하고 싶다고 해서 쉽게 가질 수 없는 집이었다는 얘기다.
“손님이 늘 북적이는데 가게를 내놓을 리가 있겠어요. 그런데 마침 주인집에 우환이 생겼어요. 왠지 가게를 내놓을 것 같은 거예요. 한동안 계속 찾아가서 부탁하고 또 어르기도 해서 결국 넘겨받았죠.”
당시 20대에 불과했던 그는 어머니와 함께 가게를 운영했다. 의욕은 넘쳤지만 장사 경험이 없어 고생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장어는 주문을 하면 새벽에 배달을 받을 수 있었지만 채소는 직접 사야 했다. 단골 거래처가 없는 그는 좋은 걸 사려면 무조건 새벽시장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매일 새벽 4시에 가락시장으로 갔다. 한겨울엔 너무 추워서 두툼한 솜바지를 껴입고 갔다.
하루는 부랴부랴 시장에 갔는데 정작 필요한 재료를 파는 집이 문을 안 열었던 적도 있다. 그러면 할 수 없이 어두컴컴한 새벽에 시장 한켠에 앉아서 가게 문 열기를 기다렸다 물건을 사오기도 했다. 또 너무 피곤한 날은 우선 장부터 보고 쪽잠을 잔 뒤 장사를 시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차 사장은 그런 걸 전혀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젊었으니까, 그리고 하나도 몰랐으니까 그냥 막 겁없이 했던 거 같아요. 열심히만 하면 성공하겠거니, 하는 믿음이 있었죠. 지금 생각하면 모든 게 다 고생이지만 그땐 그게 힘든지도 모르고 그냥 했어요.”
가격대가 높은 만큼 누가 먹어도 맛있는 장어를 팔고 싶었다. 이미 고객에게 인정받아온 ‘대박집 소스’ 비법을 전수받기는 했지만 차 사장은 자신만의 소스 개발을 병행했다. 늘 이것저것 넣고 빼고 섞었다. 수시로 그렇게 했기 때문에 지금 쓰는 소스를 정확히 언제 어떤 방식으로 완성했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집 소스는 만드는 데 3일이 걸린다. 먼저 장어뼈와 머리를 하루종일 곤다. 다음날 약재 등 다른 재료를 넣고 하루 더 끓인 뒤 그 다음날 국물을 거른다.
“우리집 소스는 식으면 묵처럼 돼요. 진하기 때문에. 하루는 어떤 아기가 장어보다 소스를 많이 먹길래. 제가 ‘넌 좋은 걸 아는구나. 이게 장어보다 더 좋은 거야’라고 말했다니까요.”
카페골목에서 지금의 서울고 근처로 이전한 2005년 그는 새로운 도전을 했다. 민물장어만 팔다가 갯벌장어까지 내기 시작한 거다.
“압구정에 살던 단골이 있었어요. 그 분이 강화도로 이사했다는 거예요. 물려받은 펜션을 운영하면서 갯벌장어를 키운다고 하더라고요. 일반 양식장과 달리 직접 강화 갯벌에 칸막이 치고 기르면서 바다에서 잡아온 새우 같은 자연먹이를 주며 길러서 아주 좋다나요. 그 무렵 삼원가든집 아들이 그 갯벌장어로 장어 가게를 차렸다는 거예요. 뭔가 싶어 가봤더니 삼원가든 옆 작은 건물에서 퓨전 일식집을 내고 장어를 팔더라고요. 난 이미 장어집을 오래했고 맛도 인정받으니 ‘갯벌장어 한번 팔아보지 뭐’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가게는 얼마 안 가서 문을 닫았지만 우린 지금 10년 가까이 계속 팔고 있어요.”
장어 굽는 방식도 바꿨다. 전에는 일반 고기처럼 장어를 손님상에서 직접 구웠다. 그런데 장어가 워낙 기름이 많은 데다 냄새가 심했다. 특히 양념장어는 껍질이 타는 문제까지 있었다.
“늘 그게 좀 아쉬웠는데 어느날 맥반석 돌을 보곤 저걸 쓰면 되겠다 싶었어요.”
그는 우선 주방에서 센 불에 장어를 구워 기름을 확실하게 쪽 뺀 뒤 손님상에 내 놓았다. 그냥 접시가 아니라 뜨거운 맥반석 위에 올려 식사를 마칠 때까지 따뜻하게 먹을 수 있게 했다. 처음엔 낯설어 하던 손님들도 직접 굽는 번거로움 없이 간편히 먹을 수 있어서 더 좋아했다.
“손님은 좋은데 장사하는 입장에선 이게 일이 장난이 아니에요. 매일 저녁 그 많은 돌을 다 씻어서 뜨거운 물에 팔팔 끓여 소독해야 하니까요. 일일 도우미로 일하러 오는 사람들은 다시는 우리집에 안 오려고 해요. 너무 힘들다고.”
이제 장사 경력 30년 베테랑인 차 사장의 장사원칙은 뭘까. 뻔한 답, 하지만 실천은 어려운 답을 내놨다. 바로 좋은 재료를 쓰는 거다.
“살이 많다고 큰 민물장어를 좋아하는 손님도 있는데 사실 민물장어는 클수록 싸요. 200~250g 정도 크기가 가장 맛있어서 비싸죠. 우린 딱 그 크기만 써요. 난 장사를 안 할지언정 나쁜 건 안 팔아요. 전에 한번 민물장어를 받았는데 너무 뻣뻣하고 고무 같더라고요. 그래서 물건 없다고 그날은 아예 안 판 적도 있어요. 장어는 주로 먹는 사람이 먹기 때문에 조금만 맛 없어도 다신 안와요. 양념이 조금이라도 덜 발렸거나 그러면 바로 알아차리죠. 양심의 문제라기보다 이런 손님이 있으니 늘 긴장하고 재료에 깐깐하게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셈이죠.”
장어가 고추장에 빠진 날 “앗, 대박인데”
대표메뉴: 장어주물럭(3만8000원), 복지리(2만5000원)
개점: 1983년(2011년 지금 위치로 이전)
특징: 적당한 크기로 자른 장어를 고추장 양념에 무친 뒤 돌판에 굽는 장어주물럭집. 고추장의 매콤한 맛이 느끼함을 줄여준다. 전북 익산시 향토음식점으로 선정될 만큼 솜씨를 인정받았다. 장모를 설득해 사위 이영진 사장이 가게를 서울로 옮겨왔다. 2014년 루이비통 시티 가이드 서울판에 소개되기도 했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곡1동 953-1 SK허브프리모 B2층
전화번호: 02-577-9992
좌석수: 120석(룸 13개)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설·추석 명절 3일씩 휴무)
주차: 있음(2시간 무료)
“30년 경력의 장모님을 모셔오기까지 3년 걸렸어요. 겨우 설득해서 천안을 거쳐 서울에 정착한 지는 이제 3년 됐고요.”
평범한 직장인이던 이영진(38) 사장은 2006년 문득 장모님이 하던 장어요리집을 서울에 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모 대기업 임원 비서와 한 재력가 개인 비서로 총 6년째 일하던 때였다.
“직업 특성상 고급 식당이나 맛집을 많이 다녔죠. 나도 모르게 입이 고급이 됐더라고요. 그러다 장모님 식당 음식을 먹고는 이게 굉장히 수준 높은 거라는 걸 깨달았고, 이걸 서울에 내면 되겠다 싶었던 거죠.”
그의 장모 조경임(61)씨는 1983년 전북 익산시 웅포라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금강식당이라는 밥집을 열었다. 주변에 경찰서와 우체국·동사무소가 있어 그곳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백반집을 낸 거다. 백반집이지만 손님이 식재료를 가져오면 그걸로 요리를 해주기도 했다.
“원래 금강 주변에서 예부터 장어랑 복이 많이 잡혔대요. 손님들이 그렇게 잡은 장어를 들고 온 거죠. 장모님이 처음엔 어떻게 요리해야 할지 몰라 그냥 구워만 줬다고 하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운명 같은 우연이 일어났다. 그날도 장어구이를 부탁하는 손님을 위해 장어를 손질하는 중이었는데 그만 장어를 고추장 양념통에 빠뜨린 거다. 고추장을 뒤집어쓴 장어를 꺼내 얼른 물에 씻으려다 말고 장모는 무릎을 쳤다.
“장어를 느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어차피 묻은 거 그냥 이대로 구워보자 한거죠. 덜 느끼할 것 같기도 하고. 손님한테는 고추장에 떨어뜨렸는데 그냥 한번 구워봤다고 양해를 구하고요. 그런데 그 다음 날부터 고추장 발린 장어를 그렇게 찾더래요. 그래서 식당 연 지 1~2년 만에 장어를 정식 메뉴로 팔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느끼하지 않은 장어는 나날이 인기를 얻었고, 금강식당은 93년 익산시 향토음식점으로도 선정됐다. 이 사장은 그 맛을 제대로 내기 위해 서울에 지점을 내는 게 아니라 장모를 아예 서울로 모셔오기로 했다. 한식은 아무리 조리법을 똑같이 해도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정밀한 계량을 하는 서양음식과 달리 한식은 손 대중이 중요한 ‘엄마 음식’이라 누구한테 정확한 계량을 알려주기도 어렵다. 그의 장모 역시 레시피를 묻자 “손에 묻는 양념도 잴 거냐, 또 비가 와 습도가 높은 날은 재료 상태가 조금씩 다 다른데 이렇게 수십 개나 되는 경우의 수를 어떻게 다 말하냐”고 했다고 한다.
그는 수십 년 터를 잡았던 곳을 떠나기 꺼리는 장모를 3년 동안이나 끈질기게 설득했다. 결국 2009년 전북을 떠났지만 비싼 가게 임대료 문제에 부딪혀 서울이 아니라 일단 천안에 식당을 차렸다. 주변에 논·밭밖에 없어 하루 오가는 사람이 10명도 안 되는 외진 곳이었지만 장모 손맛은 연고 하나 없는 천안에서도 손님을 끌었다. 그렇게 장사해 2년 만에 도곡동으로 옮겼다. 서울로 진출한 후 이 사장은 홍보에 주력했다.
“보통 건물 1층에 있는 가게가 주변 사람들에게 인식되기까지 2년 반이 걸린대요. 우리는 지하 2층이라 밖에서는 장어집이 있는지도 아예 보이지를 않아요.”
맛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일단 한 명이라도 더 직접 맛을 보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서울 이전 뒤 2년 동안 매일 전단지를 들고 거리에 나갔다.
“처음엔 전단지 주는 게 어색했는데 나중엔 뽀글파마 가발 쓰고 탬버린 치며 장어탈까지 썼다니까요.”
홍보보다 그를 더 힘들게 한 건 좋은 장어 구하는 일이었다. 전라도에선 장어 기르는 곳이 많아 비교적 공급이 수월했지만 서울은 달랐다. 식당으로 찾아오는 장어 유통업자가 있으면 전국을 가리지 않고 찾아가고, 지인의 인맥을 총 동원해 양어장을 찾아가기도 했다. 그렇게 5년을 보내다 보니 이젠 좋은 장어의 생김새나 특징을 볼 수 있게 됐다. 국산장어로는 딱 3종류가 있는데, 그중 최상급인 자포니카 장어만 쓴다고 한다. 다른 장어보다 흙냄새나 잡내가 덜하고 육질이 좋기 때문이다.
장모의 손맛에 그의 노력이 더해지며 서울에서도 꽤 많은 손님을 끌고 있다. 이 집 단골 축에 끼려면 적어도 일주일에 2~3번은 와야 한다. 한 달에 2~3번 오는 손님은 너무 많다. 단골이 워낙 많다 보니 이 사장은 원칙 하나를 만들었다. 아무리 대단한 단골이라도 손님방에 들어가지 않기다.
“단골 손님은 수고한다고 술 한잔씩 권하거든요. 처음에 그걸 그냥 다 받아먹었더니 본의 아니게 술독에 빠져있는 거예요. 몸은 몸대로 힘들고 서비스를 제대로 못 하게 되니 결국 그게 다 손님한테 손해더라고요. 그래서 이젠 절대 안 들어가요. 단골손님도 이젠 다 알아요.”
손님과의 스킨십을 줄이다보니 오래 된 단골을 모르는 경우도 때로 있다. 올해 미국에 진출한 기아 타이거즈 윤석민 투수도 그렇다. 미국 가기 직전 찾아와 이 사장에게 “마지막으로 장어를 먹고 싶어서 왔다”며 “팀 연고지가 광주라 가게가 전북에 있을 때부터 자주 다녔다”고 했다는 거다. 루이비통에서 각 나라 도시별 맛집 등을 담아 발간하는 시티 가이드 서울편에 소개된 것도 나중에 루이비통이 보낸 관련 우편물을 받고서야 알았다.
“언제 누가 다녀갔는지는 지금도 몰라요. 그런 게 중요하지도 않고요. 가장 신경 쓰는 건 맛이에요. 자신있게 말하는데 우리집은 한 번도 안 온 사람은 있을지언정 한 번만 온 손님은 없어요. 서울로 가게를 옮기면서 장인어른 성함에서 ‘수’자를, 장모님의 성함에서 ‘임’자를 따와 금강수림이라고 지었어요. 이름을 내걸고 하는 것인만큼 책임감을 갖고 정말 좋은 음식점으로 키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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