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창작동화
나라를 망친 왕과 신하
옛날 어느 나라에 젊고 부유하고 강한 권력을 가진 왕이 있었습니다. 왕은 마웅이라는 간사한 신하를 옆에 두고 어떻게 하면 백성들을 손아귀에 꽉 잡아쥐고 마음대로 부릴 수 있을 지에 관심을 쏟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마웅이라는 간사한 신하가 왕에게 왕비를 맞이할 것을 건의하자 왕은 이 나라에서 가장 얼굴이 예쁘고 아름다운 여자를 찾아보라고 하였습니다.
마웅은 전국 방방곳곳에 광고문을 붙이고 얼굴이 예쁘고 아름다운 젊은 여자를 왕비로 맞이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광고를 보고 모여든 많은 여자 가운데 마웅은 가장 얼굴이 예쁜 여자 다섯 명을 뽑고 나서 왕에게 말했습니다.
“대왕! 제일 예쁜 여자를 다섯 사람 뽑았는데 그 중에서 대왕의 마음에 드시는 여자를 골라 보십시오.”
이렇게 해서 다섯 명의 여자는 왕의 앞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이 다섯 명의 여자중에는 양희라는 여자가 가장 얼굴이 예쁘고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얼굴은 예쁘지만 마음이 표독스럽기 짝이 없었고 간사하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러나 왕은 얼굴이 예쁜 양희를 왕비로 결정하고 아주 호화롭게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양희가 왕비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백성들은 서로 모여서 쑥덕거렸습니다.
“양희는 얼굴이 예쁘기는 하지만 마음이 어질고 착하지 못하는데 이런 여자가 왕비가 되었으니 앞으로 이 나라가 어찌될 지 궁금하구만.”
“그러기 말이야. 사람의 속마음을 모르고 겉얼굴만 보다니 정말 왕은 왕비를 고를 줄 모른다니까.”
“누가 아니래. 왕과 왕비는 백성들의 어버이와 같은데 얼굴 하나만 보고 왕비로 맞이 하다니 앞으로 이 나라 꼴이 어찌될지 걱정이구만.”
“아마 양희가 왕비가 된 데에는 간사한 신하인 마웅이란 녀석이 한
몫을 했을 지도 몰라.”
“그래. 자네 말이 맞아. 그 마웅이란 신하도 아주 간사하단 말이야.”
이런 말들이 전국 방방곳곳으로 퍼져 나가면서 백성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앞으로 나라꼴이 어찌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왕은 마웅에게 물었습니다.
“그래. 내가 양희를 왕비로 맞이한데 대해 백성들은 어찌 생각하고 있는가?”
이 말에 마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 대왕! 매우 기뻐하면서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얼굴도 예쁘고 아름다운 얼굴만큼 마음씨도 착할 것이라고 하면서 백성들은 하늘이 주신 왕비라고 하면서 기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그런데 네가 지금 한 말이 사실이냐?”
“제가 누구 앞이라고 감히 거짓말을 하겠습니다. 사실입니다.”
“그럼 네 말을 믿어 보겠다.”
하면서 왕은 마웅의 말을 믿고 만족하였습니다.
그런데 왕비가 되어 기뻐해야 할 양희는 얼굴에 근심과 걱정이 흐르면서 통 웃음이 없었습니다. 무슨 근심이나 걱정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왕비는 왕과 결혼한지 여러날이 지나도 웃지를 않았습니다.
어느날 왕이 왕비에게 무슨 걱정이 있어서 웃지를 않느냐고 묻고는 근심이나 걱정이 있으면 해결해 주겠으니 무엇이든지 말해 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왕비는 지금보다 더 큰 궁전을 짓고 궁전 마당에는 강처럼 넓은 호수를 만들어 배를 띄우고 금붕어와 같은 값비싼 물고기들이 놀도록 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왕은 마웅을 시켜서 지금 보다 몇 배나 더 큰 궁전을 짓도록 하고 궁전 마당에는 강처럼 넓은 호수를 만들라고 하자 마웅은 많은 백성들을 강제로 동원하고 엄청난 세금을 거두어 공사를 착수했습니다. 그러자 백성들의 원성이 하늘을 찔렀습니다. 그런 가운데 수년에 걸쳐 지금보다 몇 배나 더 큰 궁전을 짓고 궁전 마당에는 강처럼 넓은 호수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왕비는 역시 웃지를 많았습니다. 그러자 왕은 왕비에게 말했습니다.
“큰 궁전을 지어 달라고 해서 많은 돈과 백성들을 동원하여 지어 주었고 강처럼 넓은 호수를 만들어 달라고 해서 만들어 주었는데도 웃
지를 않으니 또 무슨 근심 걱정이 있느냐?”
그러자 왕비는 이번에는 저 멀리에 있는 바닷물을 궁전 앞으로 흐르도록 하여 갈매기들이 날아와 놀도록 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멀리 있는 바닷물을 궁전 앞으로 흐르도록 물길을 돌릴려면 엄청난 돈이 들고 수많은 백성들이 동원되어야 했지만 왕은 왕비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 그렇게 하기로 하고 마웅에게 공사를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마웅은 수 많은 백성들을 동원하고 엄청난 세금을 강제로 거두어 공사를 착수하자 백성들의 원성은 하늘을 찔렀고 굶어 죽는 사람까지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마웅은 이런 사실을 숨기고 왕에게는 백성들이 세금도 잘 내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왕에게 욕을 하거나 비방하는 사람은 가차없이 죽였습니다. 그러자 백성들은 공사에 동원되어도 살기 위해서는 불평을 하지 못했습니다. 공사를 하기 위해 수만 명의 백성들이 동원되었고 공사를 하다가 많은 사람이 다치거나 죽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엄청난 공사비 때문에 국고가 텅비어 백성들은 많은 세금에 시달려 왕을 원망하는 소리가 하늘을 찔렀지만 마웅은 백성들의 원성을 감추고 나쁜 소문이 궁전안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데만 정신을 쏟았습니다.
그런데 바닷물이 궁전 앞으로 흘러 갈매기가 날아와 놀고 있었지만 왕비는 여전히 웃지 않았습니다. 왕이 물었습니다.
“멀리 흐르는 바다를 궁전 앞으로 흐르도록 하고 갈매기들이 날아와 놀고 있는데 왜 웃지를 않느냐?”
그러자 왕비는 말했습니다.
“한 가지 더 청이 있습니다. 제가 웃는 얼굴을 꼭 보실려면 제 청을 하나 더 들어주세요.”
“무엇인지 말해 보거라."
“궁전 앞에 있는 저 높은 산에 봉화를 올려 주세요. 봉화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고 싶습니다.”
그 말을 들은 왕은 난감해졌습니다. 봉화는 전쟁이 났을 때 백성들에게 알리는 신호인데 전쟁이 나지도 않았는데 봉화를 올리라니 참으로 어찌할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왕은 마웅에게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습니다. 마웅은 왕비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는 봉화를
올리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왕은 궁전 앞 산에 봉화를 올리라고 지시했습니다. 봉화가 피어오르자 전국 산꼭데기 마다 봉화가 연달아 피어 올랐습니다. 봉화를 본 군사들은 전쟁이 난 줄 알고 적과 싸우기 위해 무기를 들고 궁전으로 모여 들었고 백성들도 몽둥이와 낫을 들고 적과 싸우기 위해 모였습니다. 이 모습을 본 왕비는 깔깔거리며 웃었습니다. 그리고 왕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왕이시여! 오늘 이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옵니다.”
하더니 다시 한번 깔깔거리며 웃었습니다. 왕비가 웃는 얼굴을 본 왕은 궁전 앞에 모인 군사들과 백성들에게 말했습니다.
“왕비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 내가 장난을 친 것이니 모두들 없었던 일로 생각하고 돌아가거라!”
왕의 말에 기가막힌 군사들과 백성들은 씁쓰레한 마음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장군 한 사람이 왕에게 따지듯 말했습니다.
“대왕! 봉화는 본래 전쟁이 날 때 적과 싸우기 위해 군사들이 모이는 신호인데 전쟁이 나지 않는데 봉화를 올리면 정말 전쟁이 나서 봉화를 올려도 장난으로 알고 군사들이 모이지 않는다면 어찌 할 것입니까?”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다.”
이 말은 들은 왕비는 왕이 하는 일에 항의하는 장군을 죽이라고 했습니다. 왕이 바른 말을 한 장군을 죽이자 군사들과 백성들은 장군의 죽음을 애통해 하면서 흐느껴 울었습니다.
그 이듬해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산꼭데기에 봉화가 피어 올랐지만 이번에도 왕이 장난을 하는 줄 알고 군사들과 백성들은 모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궁전은 적군에게 포위되어 왕과 왕비는 죽음을 당했고, 나라는 망하여 군사들과 백성들은 노예가 되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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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프로필
* 언론사 경력 日刊 산업경제신문 기자. 月刊 생활춘추 주간. 양산미래신문 객원논설위원. 양산신문 객원논설위원. 한국미디어 논설위원. 국제일보 논설주간. 한국소비자신문 논설주간. 취재기자. 편집장. 주필 등을 역임.
* 작품활동기간 48년(1966 - 2014) 문학작품 1만여 편과 시론. 사설. 칼럼 등 1만2천여 편 발표. 대표작 : 장편소설 ‘한명회’ ‘봉이 김선달’ ‘박혁거세’ ‘말띠 여자’ ‘실락원에서 복락원까지’ ‘여자는 세번 태어난다’ ‘겨울바다. 저 건너 또 하나의 풍경’ ‘발가벗은 여자’ ‘파피야스에서 니르바나까지’ ‘관상을 봐 드립니다’ ‘배비장’ ‘원성대왕’ ‘동명성왕의 후예’ ‘오성과 한음’ ‘시인 김삿갓’ 대하소설 ‘제7의 왕국’ ‘삼국패왕지’ 단편소설 ‘천둥소리’ ‘실패한 소설가’ 등 희곡 ‘박봉산’ 등 다수 발표.
* 문학상 : mbc방송작품공모 생활수기 당선. 영남일보 신춘문예 논픽션 당선. 부산mbc방송작품공모 단편소설 당선. 대선주조(주) 수필공모 당선(2회). 부산mbc문예상 동시 당선. 계간 한글문학 작품공모 동시 당선. 청구문화재단 문학작품공모 동시. 수필 당선. 창주문학상 동시 당선. 부산은행 문예작품공모 시 당선. 덕토노인문학상 단편소설 당선.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 함안군청 단편소설공모 당선.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 등 수상. 권성해명리학연구소 055) 386 - 7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