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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자들이 서울 명동성당 성모상 앞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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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이자 언니로서 이런 세상을 물려줘서 미안해.” “모든 두려움 잊고 부디 그곳에서는 하늘의 별과 같이 빛나기를.” “주님, 저희의 이 고통이 헛되지 않게 모두 반성하고 잘못을 뉘우치게 해주세요.”
세월호 참사 발생 10일째였던 25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성모동산에 마련된 ‘성찰의 벽’에는 세월호 참사로 채 피지도 못한 채 생을 마감해야 했던 아이들에게 미안해하는 시민들의 메시지가 가득했다.
명동성당에서 미사에 참석한 신자뿐 아니라 명동을 오가는 시민들까지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함께 나누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수업이 끝난 후 성모동산을 찾았다는 계성여고 1학년 양채린 · 김다혜 양은 “‘기적처럼 태어났으니 기적처럼 돌아오라’고 적었다”며 “뉴스에서 본 뒤 계속 이런 마음”이라고 전했다.
양채린 양은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겁한 사람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겁한 사람들이 누구냐는 질문에 채린 양은 “모든 어른들이 비겁하다”고 답했다.
다혜 양은 “사고 후 학교에서 선생님과 죽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을 써보고 서로 울고 그랬다”면서 “성모동산에서 기도하는 내내 눈물이 나고 무언가 계속 미안했다”고 말했다.
중학교 음악 교사인 이이슬 씨는 “같은 선생님으로서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되었거나 내가 그 상황이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다”며 무거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 씨는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희생자들이 여기에서 힘들었던 마음을 잊고 좋은 곳에서 행복하게 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자친구와 조용히 추모 메시지를 써 붙인 이영섭 씨는 “주위에서 정부에 대한 불신을 말할 때, 그래도 우리가 믿어야 하는 국가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번 기회에 그런 생각이 무너졌다”며 “무언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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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자와 시민들이 써붙인 성찰의 메시지들 ⓒ문양효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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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민이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기도를 드리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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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가 지난 23일 시작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그들의 가족을 위한 기도회는 매일 오후 8시 명동성당 성모동산에서 계속된다.
이날 기도회에서 김인권 신부(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는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옆에 있어주고, 물병을 던지면 맞아주고, 함께 울어주고 손을 잡아주는 공감”이라고 강조하면서 “공감하는 마음으로 함께 반성하면서 이런 끔찍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하자”고 말했다.
한편, 광주대교구(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는 전남 진도 팽목항에 부스를 마련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사제, 수도자, 봉사자들이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기도를 바치고 있다.
가톨릭광주사회복지회는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밥차를 운영하며 실종자 가족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광주대교구 소속 장례 지도사들은 19일부터 당국의 요청으로 희생자들의 시신 수습을 돕고 있다.
진도 사고 현장으로 달려간 정신과 의사 정혜신 박사는 25일 자신의 트위터에 “가장 치유적인 일을 하는 자원봉사자는 우리 같은 심리상담자들이 아니라 천주교 광주대교구에서 오신 장례 지도사 신도 분들이었습니다”라고 썼다.
정 박사는 “장례 지도사들은 사고 이후 줄곧 인양된 시신을 정성껏 닦아주고 계셨다”면서 “아이들의 손가락, 발가락까지 얼마나 정성껏 닦아주던지, 갓난 아이 목욕시키듯, 시집가기 전날 딸과 함께 목욕탕에 간 엄마들 같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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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양효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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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오후 8시 서울 명동성당 성모동산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을 위한 기도회에서 신자들이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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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들이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보내는 위로의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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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나무에 시민들이 애도와 위로의 메시지를 매달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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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들이 성모동산 희망나무에 건 추모와 성찰의 메시지 ⓒ문양효숙 기자 | |
첫댓글 주님...저희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