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극단 수수파보리의 김말봉 원작 정안나 재창작 연출의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한성아트홀 1관에서 극단 수수파보리의 김말봉 원작 정안나 재창작 연출의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를 관람했다.
김말봉(1901~1961)은 여류소설가. 부산(釜山) 출생. 서울 정신여학교(貞信女學校)를 거쳐, 도일(渡日)하여 다카네 여숙(高根女塾)과 교토(京都)의 도시샤(同志社)대학 영문과를 졸업하였다. 중외일보 기자로 있으면서 창작 활동을 시작, 193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망명녀(亡命女)>가 당선되고, 1935년 [동아일보]에 장편 소설 <밀림(密林)>을, 1937년 [조선일보]에 장편 소설 <찔레꽃>을 신문에 연재하여 통속소설 작가로서 각광을 받았다. 1930년대에 문단에 등장하여 박화성, 강경애, 최정희, 장덕조, 임옥인 등의 여류소설가들과 함께 초기 여류작가들에서 볼 수 있는, 작품 없는 작가의 폐단을 극복하고 남성 작가들과 겨룸으로써 여류소설가의 수준을 확보해 놓았다. 해방 후에는 사회 개선 운동에 투신, 고아원, 박애원을 경영하였다. 대표작은 1956년부터 1957년에 걸쳐 [조선일보]에 연재하였던 <생명(生命)>이다.
정안나(1970~)는 극작가 겸 연출가로 극단 수수파보리 대표다. 서울예대와 프랑스 파리 제3대학에서 공연예술 실기를 전동했다. 처용 오디세이, 히스테리카 파쇼, 윤용하 음악회 등을 연출했다. 서울연극협회 복지분과 위원장이다.
무대 전면에는 영상을 투사할 망사막이 설치되고 그 뒤편으로는 악사(더튠 그룹)의 공간이 있다. 덧마루 하나, 큐브 네 개와 소품들이 배치되었다. 장면전환 용으로, 세 편의 소설이 한 편의 소설처럼 무대공간 객석까지 활용했다. 무대는 전통가요 무대처럼 악사, 배우, 해설자들의 공간을 분리했고 극적인 흐름이 전달될 수 있도록 배경 양쪽의 등퇴장로와 배우의 동선을 세 편의 소설의 내용이 전달될 수 있도록 구성을 했다.
옴니버스로 구성된 이 공연의 첫 번째 이야기 '고행'은 아내 몰래 다른 여성을 만나는 한 남성의 비행이 폭로될 듯 싶은 이야기다. 바람피우는 남편이 연인 집에 도착하자 뒤 찾아 온 아내에게 들킬 위험에 처해 벽장 속으로 들어가 숨고 비좁은 공간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배설을 참자 못하고 결국 나오려 하지만 다행히 아내가 더 이상 머물지 않고 떠나는 장면이 펼쳐지면서 남편의 긴장이 관객과 함께 풀어진다.
두 번째 '찔레꽃'은 1937년 '조선일보'에 129회 연재된 김말봉의 장편소설로 당대 신문소설의 열풍을 일으켰던 K-드라마의 시조새 격인 이 작품은 1930년대 청춘남녀의 엇갈리는 사랑 이야기로, 고난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으로 향하는 주체적인 여성상을 출연진의 연기와 노래가 김말봉의 작사 당시 작곡자의 곡으로 펼쳐진다.
세 번째 이야기는 광복 이후 일제의 잔재인 공창제도 폐지를 위해 집필한 '화려한 지옥'이다. 기생 오채옥의 여성 수난사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해방 이후 가장 절실했던 '여성들의 사회적 비극'이다. 남녀 해설자와 함께 출연진의 열창가 열연이 관객을 몰입시키고 우레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특히 음악그룹 타악 이성순, 보컬 고현경, 건반 오영진의 연주와 노래는 금상첨화가 되어 극 분위기 창출은 물론 극 수준을 상승시키는 역할까지 한다.
이해랑연극상 수상 남명렬 명배우가 출연해 1인 다역으로 호연을 보이고, 김말봉을 닮은 이한희 배우가 억센 경상도 억양으로 순수귀신을 일갈하는 김말봉 역으로 열연을 펼치는가 하면, 김정환과 김하진 배우는 빨간 의상과 노랑 의상을 착용하고 만담꾼 해설자로 출연해 흥미를 진작시킨다. 김영선, 신정은, 이진철, 안병찬, 이세희, 김단경 배우는 각 작품마다 다른 인물로 출연해 호연을 펼쳐 관객의 공감대를 형성시키면서 폭소와 갈채를 이끌어 낸다.
드라마터그 배선애, 무대감독 우승권, 음악감독 고현경, 의상디자인 박소영, 무대디자인 심채선, 조명디자인 이주원, 영상디자인 김하영, 분장디자인 박수진, 음향디자인 이현석, 소품디자인 제페토, 조연출 박현지, 포스터 이철현, 포토 권애진, 촬영 전보성, 기획 김우진 박현영 김소영 한수빈 오다은 박건영 음악그룹 타악 이성순, 보컬 고현경, 건반 오영진 등 스텝진의 기량이 일치되어 극단 수수파보리의 김말봉 원작 정안나 재창작 연출의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를 관객의 흥미를 100% 진작시키는 한편의 걸작 대중극으로 탄생시켰다.
박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