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체조경기장 마지막 은퇴공연...55년 가수생활 마무리
▲ 검은 색 드레스에 백발, 그리고 장미꽃 리본늘 달고 나온 패티김이 프리마 돈나처럼 보인다.
"종이 울리네 꽃이 피네 새들의 노래 웃는 그 얼굴" <서울의 찬가>로 시작되어,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냉정한 사람이지만" <이별>로 끝난 '굿바이 패티' 은퇴공연이 열린 올림픽 체조경기장은 감동의 눈물로 얼룩졌다.
10월 26일 늦은 오후, 올림픽체조경기장 앞에는 패티김(75)을 사랑하는 펜들이 그녀의 마지막 은퇴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만추의 계절, 단풍이 곱게 물든 올림픽공원을 찾은 그들은 주로 4050세대와 5060세대들로 오랜 세월 패티의 노래에 울고 웃었던 사람들이다.
▲ 15000석 올림픽 체조경기장을 가득메운 관중들
공연이 시작 될 무렵, 15,000석 체조경기장 관중석은 입추의 여지없이 가득 채워졌다. 관중들은 형형색색으로 반짝이는 야광 봉을 흔들며 패티김의 마지막 공연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열광을 했다.
웅장한 대북 연주에 이어 패티김은 그녀만의 특유의 음성으로 차분하게 <서울의 찬가>를 부르며 무대에 등장했다. 검정 드레스와 대조되는 하얀 백발, 그리고 백발의 머리에 빨간 장미꽃 모양의 포인트를 준 그녀의 모습은 모든 사람들을 어우르는 프리마 돈나처럼 돋보였다.
<서울의 찬가>에 이어 <서울의 모정> <사랑은 영원히> <못잊어> <가을에 남기고 간 사랑><아도로(Adoro-사랑해)> 등 그녀의 히트곡을 부른 후 그녀는 T자형 무대로 나와 <람디담디담>을 열창하자, 관중들은 그녀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열광했다.
칠십을 훌쩍 뛰어넘은 나이에 어디서 그런 힘 있는 목소리가 나올까? 그것은 55년 동안 노래만을 위해 자신을 갈고 닦아 온 노력의 결정이다. 그녀는 마지막까지 가수로서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자신의 심신을 엄격하고 성실하게 관리해 왔다.
"목이 쉬면 어쩌나, 살이 찌면 어쩌나, 의상은 뭐로 입어야 하나… 이젠 김치에 밥도 막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어도 되고…" 그녀는 오랜 세월 인기가수로 무대를 지켜 나와야 했던 부담감을 솔직히 고백했다.
"오늘 이 공연을 위해서 얼마나 초조하고 긴장되고 두렵고. 하~ 이제 오늘 끝나면 아임 프리(I am free)~"를 외치며 은퇴공연 후의 홀가분한 마음을 털어 놓기도 했다. "패티킴 누나 이젠 아이스크림도 맘껏 드세요!" 관중석에서 패티를 응원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그녀는 자신이 살아 온 인생역정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이 많지만 그 중에서 세 가지를 꼽자면 그것은 건강, 가족, 사랑입니다." 그녀는 지난 55년 동안 정말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며 사랑을 강조하면서 <사랑은 생명의 꽃>이라는 노래를 열창했다.
열정적인 무대를 펼쳐오던 패티김은 바로 아래 여동생이 지난해 암 선고를 받았는데 형제들이 각각 2개월 동안 돌아가며 힘겨운 암투병을 하고 있었던 동생을 간호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암투병을 이겨낸 동생을 소개하면서 끝내 눈시울을 적시고 말았다.
▲ 힘겨운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는 패티김
걸어올 수 있는 환자 2000명을 초청하기도...
"이 노래를 암 투병을 하고 있는 동생을 생각하며 정말 열심히 불렀습니다. 동생은 정말 암과 힘겨운 싸움을 하며 기적적으로 회복을 했습니다. 지금 동생이 먼 길을 와서 이 굿바이 쇼를 보고 있습니다…."
관중들은 갈채 속에서 패티김은 동생과 특별히 초청한 환자들을 위하여 <유 레이스 미 업(You Raise Me Up-당신은 나를 일으켜 주십니다)>을 혼신의 힘을 다하여 열창했다. "내 영혼이 힘들고 지칠 때/괴로움이 밀려와/나의 마음을 무겁게 할 때/나는 여기에 고요히 당신을 기다립니다/당신이 내 옆에 와 앉을 때까지/당신이 나를 일으켜 주시기에…"
3층 관중석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눈에 띠었다. 그들은 아산병원에서 난치병으로 힘겨운 투병을 하고 있는 환자들이었다. "아산병원에서 거동이 가능한 환자분들과 보호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특별히 2000명을 모셨습니다. 항상 꿈과 희망을 잃지 마시고, 절대로 포기하지 마세요! 힘을 내세요! 기적은 있습니다!"
그녀의 열창을 들으며 환자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패티의 영혼이 담긴 노래가 그들의 아픈 영혼을 어루만저주고 있는 순간이었다. "힘들고 어려운 저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패티김의 공연이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심장이식 후 5년 동안 투병을 하고 있는 김명희(64, 가명)씨는 패티김의 노래가 끝날 때마다 뜨거운 갈채를 보내며 감동스러워했다.
▲ <사랑하는 마리아>를 열창하며 관중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패티김
가족과 함께 한 마무리... 패티도 울먹였다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이어 검은 색 반짝이 의상에 흰색꽃 브로치를 단 패티김은 <사랑하는 마리아>를 부르며 열광하는 관중석을 돌았다. 관중들과 한동안 하이파이브를 나눈 그녀는 자신의 손자들을 소개하고 둘째 딸 카밀라와 함께 즉석에서 예정에도 없던 노래를 불러 관중들의 갈채를 받았다.
가족들을 하나하나 소개한 패티김은 양희은, 인순이, 이은미, 태진아 등 후배가수들의 꽃다발을 받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절대로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는데… 저는 영원히 행복합니다. 영원히 여러분을 사랑하겠습니다." 그녀는 목이 메어 마지막 고별 노래 <이별>을 제대로 부르지 못하고 양희은에게 마이크를 넘겨주기도 했다.
▲ 가족들과 후배가수들과 함께 <이별>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패티김
1959년 미8군 오디션에서 <틸(Till-사랑의 맹세)>를 불러 당시 가장 높은 점수인 A+를 받고 패티(본명 김혜자)라는 이름으로 가요계에 데뷔한 이후 그녀의 55년 가요 인생은 가족들의 사랑과 펜들의 갈채 속에서 막을 내렸다.
"사랑은 우리 생명의 꽃입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그녀가 노래한 것처럼 사랑은 영원한 것일까? 'Till 푸른 하늘에 달빛이 사라져도/사랑은 영원한 것/Till 찬란한 태양이 그 빛을 잃어도/사랑은 영원한 것/오 그대의 품안에 안겨 속삭이던/사랑의 굳은 맹세/Till 강물이 흐르고 세월이 흘러도/ 사랑은 영원한 것'
▲ 손주를 안고 마지막 이별을 고하는 패티김
대중가수로서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첫 공연을 했고, 미국 뉴욕 카네기 홀과 시드니오페라하우스에서도 화려한 공연을 했던 패티김! 그녀는 이렇게 팬들의 영원한 사랑 속에서 뜨거운 갈채를 받으며 가족들의 품에 안겨 무대에서 사라져 갔다.
그녀가 그토록 소중하게 생각했던 건강, 가족, 사랑……. 특히 가족 간의 끈끈한 사랑을 느끼게 했던 차분하고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의미 깊은 무대였다.
우리나라 가요계에 한 획은 그은 패티김 누나~
이젠 아이스크림도 맘껏 드시고 건강하소서!
첫댓글 그러네요. 건강 가족 사랑이 정말 소중한 것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