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기억이 나서 블로그를 뒤져보니 글이 남아 있네요.
당시 용학이 알프스 드류벽 단독 등반을 떠나던 시기에 썼던 걸로 기억이 됩니다.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던 그의 등반기가 생각이 나네요.
아래 솔개의 글을 인용해 쓴 것도 당시 그의 나이 솔개와 같은 40세 였었고
직접적인 이야기를 들은 것은 아니지만 그의 심정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같은 생각때문입니다.
잘 쓴 글이라 생각되지는 않지만, 정말 맹렬하게 치열하게 등반했던 전용학이라는 한 클라이머를
먼 발치에서 바라보며 그 심정으로 썼던 글이기에 감히 용기내여 끄집어 내봅니다.
용학은 정승권등산학교를 졸업하고 '산빛산악회'에서 활동을 했었는데
그 뒤 익스트림라이더 빅월등산학교를 졸업하고 거벽의 세계에 뛰어든 후 한국 최고의 거벽등반가로
성장했습니다. 등산학교에서도 그의 그런 내공과 역량을 높이 사서 강사로 초빙을 한 것이구요.
당시 용학과 함께 참가했던 정승권 등산학교 동문 체육대회에서 그 해 우수한 등반활동을 펼친
동문 산악인에게 수여하는 우수클라이머 상을 수여하기도 했습니다.
※용학에게 익스트림라이더 등산학교에 입학한 이유를 물으니 요세미티를 가기 위함도 아니요,
해외 거벽등반을 다녀오기 위함도 아닌 단지 적벽등반을 해보기 위해서 였다고 했습니다.
얼마나 소박한 꿈입니까?
그러나 그는 그 소박한 꿈을 이룬 후 미지의 세계로 거침없이 진군했습니다.
바로 익스트림라이더 초대강사 최승철 김형진이 꿈꾸고 학교를 만들었던 그 치열한 정신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계속되는 그의 행보와 마인드를 지켜보노라면 외유내강의 클라이머가 맞다는 생각을 합니다.
솔개는 가장 장수하는 조류로 알려져 있다.
솔개는 최고 약 70세의 수명을 누릴 수 있는데,
이렇게 장수하려면 약 40세가 되었을 때
매우 고통스럽고 중요한 결심을 해야만 한다.
솔개는 약 40세가 되면 발톱이 노화하여
사냥감을 그다지 효과적으로 잡아챌 수 없게 된다.
부리도 길게 자라고 구부러져
가슴에 닿을 정도가 되고,
깃털이 짙고 두껍게 자라
날개가 매우 무겁게 되어
하늘로 날아오르기가 나날이 힘들게 된다.
이즈음이 되면 솔개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을 뿐이다.
그대로 죽을 날을 기다리든가
아니면 약 반년에 걸친 매우 고통스런
갱생 과정을 수행하는 것이다.
갱생의 길을 선택한 솔개는
먼저 산 정상부근으로 높이 날아올라
그곳에 둥지를 짓고 머물며
고통스런 수행을 시작한다.
먼저 부리로 바위를 쪼아 부리가 깨지고 빠지게 만든다.
그러면 서서히 새로운 부리가 돋아나는 것이다.
그런 후 새로 돋은 부리로 발톱을 하나하나 뽑아낸다.
그리고 새로 발톱이 돋아나면
이번에는 날개의 깃털을 하나하나 뽑아낸다.
이리하여 약 반년이 지나 새 깃털이 돋아난 솔개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힘차게 하늘로 날아올라
30년의 수명을 더 누리게 되는 것이다.
용학을 처음 본 것은 2000년 가을 ,
내가 익스트림라이더 9기를 수료하던 수료식장 그리고 뒤풀이자리에서였다.
머리를 길게 뒤로 묶은 용학의 모습은 전사(戰士)의 그 것이었고,
눈빛은 찌를 듯이 그리고 밀쳐내듯 날카로웠다.
말없는 그의 행동이 오히려 눈빛을 더 날카롭게 했는지 모르겠다.
그를 만나기전, 몇 몇 자료와 인터넷에서 그의 등반기와 등반기록을 볼 수 있었고,
그 기록은 소토왕골과 갱기좌벽의 신루트, 그리고 무라길 재등 등이었다.
물론 그 후에 적벽에서의 “2836”개척과 “트랑고의 꿈” 재등이 있었다.
무라길을 등반할 때 어려운 크럭스에서 Rider의 선배이자 초대강사인
승철과 형진을 생각하며 그 부분을 돌파했다고 했고,
트랑고의 꿈 등반을 이야기할 때는,
그는 자신의 등반의 성과보다는, 그리고 어려움보다는,
그 루트를 초등한 자신의 사부이자 선배클라이머인 승권형의 어려웠음을 더 생각했고
초등자인 승권형을 위대한 클라이머로 치켜세웠다.
말없는, 빛나는 눈을 가진 그의 모습에
오히려 내가 더 다가서기 어려웠음에,
그는 스스럼없이 그리고 수줍어하며 내 자리로 다가왔다.
자신을 낮추고 겸손해하며...
그는 어떤 루트를 올랐다고,
개척했다고 결코 자랑하거나 내세우지 않는다.
그런 불굴의 의지와 열정을 가진 그였기에 이번 단독등반을 계획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용학이 그랑죠라스와 드류 북벽 단독등정을 계획하고 떠난 것은,
아마 이러한 솔개의 절박한 심정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용학은 솔개와 같은 올해 40세이니까.
그리고,
오름짓이라는 것도 어떤 클라이머에겐 인생을 걸만한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
...
...
<여행자를 위한 서시>
날이 밝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리
시간은 과거의 상념 속으로 사라지고
영원의 틈새를 바라본 새처럼
그대 길 떠나야 하리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그냥 저 세상 밖으로 걸어가리라
한때는 불꽃 같은 삶과 바람 같은 죽음을 원했으니
새벽의 문 열고
여행길 나서는 자는 행복하여라
아직 잠들지 않은 별 하나가
그대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고
그대는 잠이 덜 깬 나무들 밑을 지나
지금 막 눈을 뜬 어린 뱀처럼
홀로 미명 속을 헤쳐가야 하리
이제 삶의 몽상을 끝낼 시간
순간 속에 자신을 유폐시키던 일도 이제 그만
종이꽃처럼 부서지는 환영에
자신을 묶는 일도 이제는 그만
날이 밝았으니, 불면의 베개를
머리맡에서 빼내야 하리
오, 아침이여
거짓에 잠든 세상 등 뒤로 하고
깃발 펄럭이는 영원의 땅으로
홀로 길 떠나는 아침이여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은 자
혹은 충분히 사랑하기 위해 길 떠나는 자는 행복하여라
그대의 영혼은 아직 투명하고
사랑함으로써 그것 때문에 상처 입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리
그대가 살아온 삶은 그대가 살지 않은 삶이니
이제 자기의 문에 이르기 위해 그대는
수많은 열리지 않는 문들을 두드려야 하리
자기 자신과 만나기 위해 모든 이정표에게
길을 물어야 하리
길은 또다른 길을 가리키고
세상의 나무 밑이 그대의 여인숙이 되리라
별들이 구멍 뚫린 담요 속으로 그대를 들여다보리라.
그대는 잠들고 낯선 나라에서
모국어로 꿈을 꾸리라
<고 백> 안치환
누구도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누구도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나의 꿈들이 때로는 갈 길을 잃어
이 칙칙한 어둠을 헤맬 땐 뒤돌아 서있던 사람아
나는 너의 아무런 의미도 아닌 것
워~~ 그땐 난 너무 외로웠네
누구도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누구도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나를 찾고저 현란한 언어에 휩쓸려
이 거리를 떠돌고 있을 땐 덧없는 청춘의 십자가여
너를 부여 나는 울었네 워~~
허나 눈부신 새 날 찾아 이 어둠을 헤치는 사람되어
나로부터 자유로운 내 이 작은 노래에 꿈을 실어
노래여 나의 생이여
노래여 가난한 내 청춘의 꿈이여
누구도 나에게 이 길을 가라하지 않았네
누구도 나에게 이 길을 가라하지 않았네
길을 멀은데 가야할 길을 더 멀은데
비틀거리는 내 모습에 비웃음 소린 날 찌르고
어이 가나 길은 멀은데 어이 가나 워~~
허나 눈부신 새 날 찾아 이 어둠을 헤치는 사람되어
나로부터 자유로운 내 이 작은 노래에 꿈을 실어
노래여 나의 생이여
노래여 가난한 내 청춘의 꿈이여
노래여~~
첫댓글 소심한 소박함이, 소소한 즐거움이, 내 몫인데 부끄럽네^^
형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솔개같은 청춘의 꿈~~~~
솔개의꿈 잘하는것보다는 저는 즐기는 즐거움으로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