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멍산
제주를 다녀봤지만
한라산의 온 겉모양을 한눈에 본 것은 처음이다.
제주 날씨가 오락가락해서
한 해 70일 정도만 한라산을 볼 수 있단다.
날이 맑고 푸르러
마라도 가는 여객선 선상 꽁무니에서
한라산의 온 겉모양을 볼 수 있었다.
카메라 렌즈에 바다 위에 떠 있는 한라산을 담을 수 있었다.
나무 전체의 모양을 수형(樹型)이라 한다.
한라산의 수형을 본 셈이다.
한라산에 수국꽃이 한창이다.
한라산 수형은 수국꽃 모양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접시꽃 모양의 고깔 같기도 하고
엎어 논 보시기 사발 같기도 하고
한라산을 할망산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마고 할망, 선문대 할망 신화에 유래한 듯하다.
할망(할머니) 젖가슴이라 하기에는 펑퍼짐 한
산세지만 축 처진 산세는 아니어서 할망 젓가슴에 빗댈 것은 아닐 터,
어멍(엄마)의 둥그스름한 젖가슴 같다.
제주 사투리 말 끝에 '멍' 자를 붙여 쓰는 말이 많다.
놀멍쉬멍_ 놀며 쉬며
걸으멍_걸으며
즐멍_즐기며
머그멍_먹으며
고르멍_이야기하며
드르멍_들으며
가멍오멍_ 가며 오며
멍 자가 들어간 말이 참 살갑고 정답다.
제주 여행,
걸으멍 머그멍 고르멍 드르멍 가멍오멍 놀멍쉬멍 즐멍 했다.
이게 한라산 덕이다.
한라산을 '어멍산' 이라 부르기로 했다.
어멍산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