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많은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고. 그 아픔의 흉터들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97년 IMF는 나에게도 비켜갈 수 없는 인연
이었을까?
넉넉치는 않지만 매달 그 봉급에 맞추어 소박하게 살아내는 게 몸에 밴 공무원생활을 천직으로 알고, 20년이 다 되어가니
연금수령 대상이 되는 해 쯤 직장을 그만두고 동안 미루어놓고 못해 본 일들을 해 보리라는 나의 꿈은 이루어진다?
이루어졌을까?
남편의 무리한 대출과 동업자의 배반으로 울 대식구의 보금자리가 빚잔치로 끝나고, 연로한 시부모님을 시골의 딸네로,
우리 4식구는 의정부 지하방으로 분가 아닌 분가를 하는데, 그 충격을 못이긴 신랑의 방황과 아이들의 부적응에 인고의
세월은 시작되고.
분가 않고 서울에 계속 근무했다면 2년 주기의 인사이동에서 좀 멀더라도 버스나 지하철로 통근이 가능한데, 경기도 지역은 대중교통도 없이 뚝뚝 떨어져 있으니, 뚜벅이신세인 나는 출퇴근에만도 3~4시간을 소모해야 하고, 갈수록 어려워지고 갈수록 많아지는 업무에 치여, 직장이고 인생이고 포기하고픈 마음이 하루에도 12번식 일어나나, 그 알량한 자존심과 책임감으로 이를 악물고 견디어 내다 보니 실제로 이빨이 아파오더라고. ㅋㅋ
그러다 2002년 3월에 고양으로 발령이 나니, 일산까지 리무진 공항버스로 어떻게 다니겠어? 이삼일 다녀보고 사표내리라 맘 먹고 있는데 운명의 여신이 다가옵니다.
중식시간에 "국선도 단전호흡 희망자 모집" 멜이요. 여직원도 가능하냐고? 오브 코오스 라고, 함 올라와 보라고.
4층 체력단련실이란 문을 여니 녹색의 퍼즐같은 장판이 깔린 20여평 수련장이 햇빛을 받아 환하게 웃으며 어서오라고!
환영해 주더라고요.
럭키세븐호 청색 도복이 죄수복을 연상케하여 낯설었지만, 이 옷을 8년씩이나 입게될 줄 누가 알았겟어요? ㅋㅋㅋㅋ
일산지원에서 1주일에 2번 사범님이 오셔 지도해 주시고, 나머지는 울 회원끼리 테입에 맞춰 수련이 시작되는데,
먹고 사는 일이 무엇이길래, 무슨 스트레스를 그리 많이 받았는지, 그 우스워 보이는 쉬운 동작이 제대로 안되는 건 물론
이고, 1분도 못견디어 달달달달 떨리니 처음에 좀 부끄럽다가 나중에 화가 나면서 눈물이 나데요.
내 나이 40애 폐경이 온 것도 서러운데, 동안 내 몸을 혹사만 시켰지 전혀 사랑해 주지 못한 덕분인가?
이렿게도 굳어 있었을 줄이야? 사범님과 총무님은 걱정말라고, 하다 보면 조금씩 조금씩 다아 된다고. 믿지 않았죠.
사범님은 호흡이 더 중요하다 강조하시지만, 저는 먼저 조신법의 묘미에 푹 빠져 열심히 하다보니 구석구석 안 아픈곳이
없어 뭐가 잘못됐을까? 명현반응이람돠.
그 후 몇달이 지나 가니 그 오렵던 호흡도 서서이 배우고 익히게 되니, 호흡이 길어진 만큼 여유가 생기는 듯하고,
동안 육체적 경제적 정신적인 총체적으로 힘든 상황을 겪느라 쌓였던 울분이나 분노등의 악감정이 옅어지면서 서서이
긍정적으로 변해가니 몸과 마음이 함께 유연해져 나 자신이나 주위에도 밝은 분위기를 전염시키는 복을 쌓기 시작합니다.
중식시간 45분의 수련으로 인하여 그 먼 출퇴근도 덜 힘들어 하면서 궁금증 해소용으로 이 책 저 책을 섭렵하게 되고
교회신자들이 전도하는 심정으로 국선도를 전도하게 되니, 다 그렇게 하여 인연이 된 분들도 많구요.
글구는 다시 파주로 발령이 나, 그곳은 서내에 수련장도 없거니와 공간도 없어 개설할수도 없어 대략난감인데,
집 옆 신천병원내에 국선도 수련장이 생긴다니 옳다구나 새벽반으로 등록하여 계속 수련할 수 있음에 쾌재를 부르고요.
여기선 회원간 친목도 돈독하여 춘.추계 등반모임과 애경사 참여로 새벽반과 오후반간 유대도 좋아서 수련이 더 즐겁고,
또 단축이 아닌 풀타임 수련이니 조신법 조식법이 더 깊어지는 느낌도 큰 재미.
이렇게 5년정도 수련하니 몸도 마음도 많이 좋아져서, 다시 시작하게 된 산행에서 선두는 아니어도 후미에서 꾸준이
오르고 호흡이 가쁘다가도 잠시 쉬며 단전호흡을 하면 금방 호흡이 진정되는 걸 실감하고,
또 한가지 재미있었던 사건은,
울 여섯 시누이들이 교회에 다니며 여러 행사를 많이 진행본 경혐이 있어, 시부모님 회혼례(결혼 60주년. 다 아시져?)를
작은 회관을 빌려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그 식순에 '개인장기자랑'이 있는데, 나이 성별에 열외는 없다며 나보고도 준비하라네.
뭘 해야하나 망설이다가 내 순서가 되어, 나가 큰절을 올리곤, 엎드려 다리벌리기와 물구나무서기를 한다 하니,
대례복을 입은 아버님이 놀라 일어나 만류하시고 조카녀석이 뛰어 나와 잡아 준다며 법석떠는 걸 제지하고 조용히 시범을
보입니다. 우린 뭐 이런거 기본이잖아요? 안 그래요? ㅋㅋㅋㅋ
난리가 났죠, 박장대소 하며, 가슴을 쓸어내리며. 50이 다된 며느리의 재롱잔치에. 그 후 제 닉네임이 "물구나무"가 되어
카페나 블러그에 물구나무로 활동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도 시샘을 하는지? 새로운 근무지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면서 너무나 많은 업무에 치여 퇴근이 21시가 넘으니, 힘에 부쳐 새벽수련을 2년 넘게 못하게 되니, 아 이 아쉬움을 어쩌면 좋아!
그러다 가까운 의정부로 와 다시 신천병원에 새벽수련을 하게되리라 좋아했지만, 여건상 못하다가 이제 다시 시작하여
3~4개월 후, 그 낯설었으나 이젠 정이 담뿍 들어버린 청색도복을 벗고 하얀도복(진대대기단법임에도 불구하고. ㅋㅋㅋ)을 입게 되니 감개가 무량하여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송순의 연사님과 힘차게 포옹하며 그간의 수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나 보다는 늦게 시작하였지만 쉬지 않고 꾸준히
수련하여 먼저 사범교육까지 이수하신 멋쟁이 사범님들과 울 회원들의 축하속에, 오늘도 아니 내일도 행복하리라 여기며
두손을 모아봅니다.
저를 아시는 모든 분들도 행복하시리라 기원드리며, 사는 한 이 국선도 단전호흡 수련을 안고 가시는 복까지 드립니다.
ㅋㅋㅋㅋ
첫댓글 당신 힘내세요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다 .비움이다 .용서이고 .이해이고 .자비이다 ...비움이 가져다 주는 충만으로 가슴을 채우라 .이제 과거의 생각 .일 .들을 내려 놓으세요 .그리고 국선도의 희망을 가슴에 가득 채우세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