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수)
자무쓰는 산이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외로 대평야다. 그리고 수전이 많다. 착륙직전 미지의 세계에 온다는 흥분과 긴장감이 돈다. 하늘에서 보아도 넓은 대륙.. 지평선 끝이 구름과 맞 닿아 있다. 그리고 큰강..거의 논과 밭인 너무나 넓은 평야를 보면서 잠깐의 부러움을 가져 본다.
12:40(현지시간 11:40) 공항착륙. 인천공항 10:30 이륙 후 두시간 십분이 지나서 착륙하였다. 공항이 작다. 자무쓰 하늘은 우리의 가을 하늘과 같이 맑다. 황토색의 넓은 송화강이 압도적이다. 유람선도 있다.
공항에 도착하고 짐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 화물컨베이어가 너무 작아 짐 찾는데 우와좌왕...복잡하다.
간신히 짐을 찾고 공항을 빠져 나오니 음악샘 최덕호씨가 이름표를 들고 계신다. 주차장에서는 손석봉샘이 기다리고 계셨다. 손샘은 조선족이지만 조선말을 듣기는 하여도 말을 잘 못하신다.
공항에서 학교까지는 이십리(10km), 자가용으로 20여분 정도 걸린다.
학교에 와서 기숙사에 짐을 풀고 교장선생님을 만나 인사를 하였다. 교장 유학만 용띠 54세이다.
자무스학교 학생은 유치원, 소학교, 초중, 고중 모두 합하여 200여명 정도라 한다. 교사는 50여명이다.
자무스시 조선족은 호적상 25,000여명으로 되어 있지만 현재 거주하는 조선족은 3,000여명 추정하고 있다. 학교 옛이름 조선족중학교, 몇년전 자무쓰조선족기초교육중심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한다.
12.9 예술절 덕목준비를 하여야 한다. 소학교, 초중 각각 절목하나씩 해야 한다.
수업은 9.11(월)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소학교 월,화 두시간씩, 초중 수,목 두시간씩(80분) 일주일 총 8시간 수업 예정이다. 시간은 오후 2:50~4:20
숙소는 교실동 맞은편 기숙사 2층 끝방이다. 깨끗한 편이다. 지난학기 파견강사 정하늘샘이 계시던 방이라 한다. 와이파이가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지금은 불통이다. 왜그러지? 좀전까지는 됐는데..짐풀고 쉬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잠을 깨우는 소리에 일어나 보니 음악샘이 숙소에 올라 오셨다. 4시가 조금 지났다. 기숙사 앞 배구장에서 선생님들의 배구시합이 있었다. 갑자기 남자샘 팀에 들어가서 뛰라고 해서 얼떨결에 배구시합을 하게 되었는데 여자샘팀이 2:1로 승리하였다. 운동을 끝내고 학교 근처 조선족 식당으로 갔다. 교장선생님과 음악샘, 손석봉샘 그리고 젋은 체육샘 김봉철샘과 같이 불고기 안주와 함께 백주로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조선족 주인 아주미니가 서비스로 닭백숙을 주셨다. 자무쓰 선생님들의 정겨움을 느꼈다.
9.7(목)
아침 6시에 숙소에서 나와 학교앞 죽집에서 1원짜리 좁쌀죽을 사 먹었다. 죽값이 이렇게 싸다니...자무쓰역 북문까지 걸어서 가봤다. 30분 정도 걸린다. 역남쪽에는 고속열차 개통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내년 6월에는 고속열차가 개통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얼빈까지 한시간 반이면 갈 수 있다 한다. 지금은 8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9.8(금)
오늘은 자무스를 돌아보고 저녁 기차로 하얼빈에 갈 예정이다. 자무스는 그리 큰도시가 아니라고 한다. 학교는 자무쓰시 남동쪽에 위치해 있고 자무쓰역 북문 앞쪽이 중심가라고 한다. 학교근처 시내를 걸어서 돌아 보았다. 먼저 자무쓰학교 근처에 동물원과 공원 그리고 불광사라고 하는 큰절이 있어 돌아 보기로 했다. 동물원은 표를 사야 해서 들어가지 않고 10여분 더 가서 불광사라는 절에 들어 갔다. 절의 규모가 크다. 건축물도 크고 경관도 좋고 운치가 좋았다. 중국사람들이 몇몇이 와서 절을 하기도 한다. 아주 큰 향을 사서 피우기도 한다. 중국인도 절에 와서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중국인은 종교가 없을 거라는 잘못된 인식이 또 한번 깨지는 시간이었다.
학교옆 동쪽 식당가는 보신탕집이 여러 있다. "개고기향기", "개고기왕", "백합개장국집" 등 조선족 글씨의 간판이 있다. 저녁을 보신탕으로 해결하고 역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길가에서 나무로 만든 큰 실로폰으로 길거리연주를 하는 노인을 보았다. 꽤 실력있는 연주였다. 노인의 평화로운 얼굴을 보니 중국인들이 우리보다는 자유롭고 행복하게 인생을 즐기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하얼빈 가는 기차를 타러 자무스역 북문으로 갔더니 역직원이 가는 길을 막고서는 역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 "난짠"이라고 외치는 것을 보니 역남문으로 가라고 하는것 같아 남문으로 가니 기차를 탈 수 있었다. 어제까지 업무를 하던 북문이 갑자기 막히고 남문으로 이용하게 한거 같다. 중국은 갑자기 상황이 바뀌는 경우가 있어 항상 시간에 앞서 행동할 필요가 있다. 남문역은 고속열차 개통을 위해 새롭게 만든 것으로 오늘 처음 개통하여 업무를 시작한 것이다. 북문은 학교에서 걸어서 30분 걸리지만 남문은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밤 10시 기차를 탔다. 침대칸 3층은 머리가 닿아서 앉아 있을 수가 없다. 물을 마실 때 비스듬이 누워서 먹어야 한다. 화장실 가는 것 외 꼬박 누워서 갔다. 그래도 잠을 잘 수 있어 좋고 의자에 앉아 가는 것보다는 편하다 싶었다.
9.9(토)
침대열차에 몸을 싣고 8시간을 달리고 나니 벌써 아침은 밝아 있었다. 밤새 이동하여 하얼빈역에 도착하였다. 하얼빈역은 안중근 의사의 흔적이 또렷이 남아있다. 금년 년초까지 안중근의사 기념관이 하얼빈역에 있었으나 역보수공사로 인해 기념관을 조선족민족예술관으로 이전하였다. 항간에는 사드로 인한 중국의 보복조치라는 말도 있었지만 사실 지금 하얼빈역 청사를 거의 철거한 상태로 보아 근거가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전한 안중근의사 기념관까지 버스로 20여분 걸린다. 근처 시장에서 신장 위구르족이 먹는 빵, 화덕에 구워서 만든 빵을 사서 먹어 보았다. 너무 맛있다. 한개에 십원, 세개를 샀다.
조선족민족예술관은 5층건물로 규모가 제법 크다. 그안에 기념관은 규모가 작았지만 안의사의 업적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 안의사 기념관을 나와 근처 식당에서 죽과 만두로 점심을 해결하고 하얼빈역 근처를 돌아보았다. 흑룡강성 박물관을 관람하고 한시간여 동안 걸어서 송화강까지 갔다. 송화강은 그 너비가 한강보다 더 넓은 듯 하다. 또한 흑룡강성을 가르는 긴 강이기도 하여 장대하다. 유람선으로 관람하는데 10원이다.
강주변에는 광장무를 추는 무리. 그리고 중국 전통악기들의 연주에 맞추어 노래하는 무리 등.. 중국의 하얼빈의 모습은 자유스러움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중국인들의 여유로움은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한국은 이러한 여유로움이 없는 듯하다.
저녁무렵 하얼빈역 근처 여관을 잡았다. 99원짜리 여관이었지만 그리 나쁘진 않았다. 중국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외로 순박하다. 외국인인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여관 주인이 고맙다.
9.10(일)
아침에 일어나 여관근처 죽집에서 일원짜리 죽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송화강으로 다시 갔다. 운동 삼아 두시간여 동안 산책한 후 버스를 타고 하얼빈역으로 갔다. 12:35분 자무스행 기차표를 끊고 한시간 넘게 역에서 시간을 보낸 후 기차에 올랐다. 역시 3층 침대다. 침대칸 1층은 '하층(씨아오푸)', 2층은 '중층(쭝푸), 3층은 '상층(쌍푸)'라고 한다.
이 글을 정리하고 나니 4시다. 피곤하고 졸음이 쏟아진다. 눈을 감았다. 눈을 뜨니 6시다. 창밖은 벌써 어두워졌다. 두시간 후면 자무스역에 도착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