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요 ▲ 작곡과 초연 『발퀴레 Die Walkuere/Valkyrie 』는 바그너가 작곡한 4부작 악극「니벨룽의 반지」의 두 번째 오페라이며, <발퀴레의 기행 The Ride of the Valkyries>으로 유명하다. 바그너는 독일, 스칸디나비아, 아이슬란드 등의 북유럽의 신화인 볼슝가 사가(Volsunga Saga)와 에다(Edda)에서 전해 내려오던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1856년에 작곡을 끝마쳤다. 이 악극만의 개별적인 공연은 전 4부작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바그너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14년간이나 공연을 기다리다 조급해진 바이에른 왕 루트비히 2세의 지시로 1870년 6월 26일에 뮌헨의 궁정 오페라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전 4부작이 함께 초연된 것은 1876년 8월 14일에 바그너 자신이 세운 바이로이트 축전극장에서 이루어 졌는데, 이것이 제1회 바이로이트 페스티발의 시작이다.
▲ 작품 해설 전 4부작인 《니벨룽의 반지》중에서 서야《라인의 황금》을 뺀 본격적인 시작은 《발퀴레 Die Walküre》부터다. 하지만 이 긴 악극의 중심인물인 지그프리트는 아직도 나오지 않고, 여기서는 그의 부모인 지그문트(Siegmund 승리자)와 지글린데의 사랑으로 펼쳐진다.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하지만 단 하룻밤의 사랑으로 지그프리트(Segfried 승리의 기쁨)를 지상에 남긴다. 《발퀴레》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이고 드라마와 음악이 무척 아름답고 뛰어나다. 그렇기 때문에 긴 《니벨룽의 반지》 4부작 중에서 가장 많이 독립되어 공연되기도 하고 더불어 인기도 가장 좋은 대목이다.
《발퀴레》는 크게 두 가지 이야기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지그문트와 지글린데의 사랑이다. 두 사람의 사랑은 오페라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결혼한 여자가 맞닥뜨리는 운명적인 남자와의 만남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모두 보탄의 자식들이다.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주신(主神) 보탄(Wotan)의 권위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지하세계의 난쟁이들(니벨룽)과 거대한 힘을 지닌 지상의 거인들에 의해 도전을 받는다. 보탄은 자신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그것만 가지면 온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는 반지’를 니벨룽 족으로부터 강압적으로 빼앗는다. 하지만 이 행위는 모든 신들을 다스리는 신중의 신인 대신(大神)인 보탄 자신의 권위와 윤리에 반하는 행위였다. 보탄은 이 반지를 신들의 궁전인 발할 성을 건축해 준 대가로 거인족 형제인 파졸트와 파프너에게 건축 대금으로 주어버린다.
그러나 보탄은 이 반지를 가진 자가 세상을 지배하게 됨으로써 신들의 위상이 위태로워 질 것이 두려워졌다. 그러나 난쟁이(니벨룽족)로부터 반지를 강탈한 죄 때문에 그것을 또다시 거인 파프너에게서 뺏어오는 범죄를 저지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보탄은 죄 없는 인간을 만들어서 그들의 의지로 반지를 되찾아 신들의 멸망을 막아보려고, 인간인 한 여인의 몸을 빌려 쌍둥이 남매인 영웅 지그문트(승리자!)와 지글린데를 낳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 계획은 신인 아내 프리카의 거센 비난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게 된 보탄이 피눈물을 흘리면서 자식 지그문트의 죽음을 막지 않고 바라만 보게 되고 끝내 지그문트는 지글린데의 남편인 훈딩(인간)과 결투에서 죽게되어 지그문트를 통한 구원은 실패로 끝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지그문트와 지글린데가 남매 사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두 사람의 진실하고 운명적인 사랑보다는 근친상간이 초연 이후부터 줄곧 논란이 되어왔던 대목이다. 많은 사람들이 바그너의 사고방식과 심지어 그의 여자관계까지 들먹이며 비난했고, 바그너에 반대하는 반바그너주의자들에게 커다른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 작품의 근친상간이 바그너의 의도였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바그너가 《발퀴레》를 쓸 때 참고했던 신화집 《에다》와 《벨중 이야기》등에는 근친상간이 있기는 하지만 마법으로 변신해서 그 사실을 모르고 사랑했다던지 후회하는 태도를 보였던지 해서 그 관계를 희석시키지만, 바그너는 의도적으로 그런 희석장치들을 전부 배제하고 두 남녀가 남매라는 사실을 분명히 직시하면서도 동시에 부부의 인연을 맺는다고 썼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근친상간의 형태는 다음 세대에도 계속되어, 《지그프리트》에서 지그프리트와 브륀휠데는 조카와 고모의 관계임에도 부부가 되는 이야기로 꾸려간다. 이런 관계에 대한 바그너의 입장은 순수하고 뛰어난 혈통, 이른바 성골에서 진정 위대한 영웅이 탄생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러한 바그너의 생각은 독일 순수주의와 반유대주의와 같은 위험한 사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발퀴레》에서 또 하나의 근간이 되는 두 번째 이야기는 아버지와 딸의 관계이다. 보탄은 또 다른 여신 에르다의 몸을 통해 아홉 명의 딸을 낳았는데, 그들을 통칭 ‘발퀴레’라고 부른다. 이들은 《라인의 황금》에서 거인 형제가 세운 신들의 성인 ‘발할 성’을 지키기 위한 용사들을 세계 곳곳에서 선발해 데려오는 역할을 한다. 발퀴레들은 세계 여러 전쟁터를 다니면서 죽음을 맞은 아까운 용사만 골라서 하늘을 나는 말에 태워 발할 성으로 데려오는 것으로, 이렇게 만들어진 발할 성 수비대는 최강의 전력으로 신들의 성을 방어한다.
그런데 아홉 발퀴레 중 유달리 지혜롭고 아름다워서 아버지 보탄의 총애를 받던 브륀힐데는 결투에 질 운명에 처한 지그문트(사실은 그녀의 조카)를 데리러 지상에 갔다가 지그문트와 지글린데의 안타까운 사랑을 보게 된다. 그녀는 지그문트의 운명이자 아버지의 명령을 거역하면서 지그문트를 구하려 한다. 이렇게 보탄의 명을 거스른 죄로 브륀힐데는 신의 지위를 박탈당하고 지상으로 추방된다. 그래서 그녀는 이제 신의 모든 영광 대신 일개 인간인 한 남자만을 위해서 살아가는 평범한 여자의 운명을 맞는다.
이렇게 자신이 끔찍이 사랑하는 딸을 지상으로 내려 보내는 아버지 보탄과 아버지를 영원히 떠나는 딸 브륀힐데, 두 부녀의 이별이 《발퀴레》의 두 번째 큰 드라마를 만든다(이 장면이 유명한 ‘보탄의 고별’로 장장 16분 가까이 진행된다).
■ 줄거리 요약 무대는 어느 시골집이다. 나그네가 들어오는데 지그문트다. 그는 이 집 안주인 지글린데와 한눈에 반하고, 둘은 자신들이 쌍둥이 남매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둘은 지글린데의 남편 훈딩의 추격을 피해 달아난다. 그들은 보탄이 만든 자식들 이었다. 보탄은 반지를 다시 가져오고 싶었지만 뺏어 오는 불의를 범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반지를 손에 넣으면 신들이 멸망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에 보탄은 신의 의지로부터 자유로운 인간 영웅을 만든 것이고, 그가 바로 지그문트다. 그러나 지그문트는 훈딩과의 결투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그런데 보탄의 또 다른 딸인 브륀힐데는 신의 뜻에 반하여 지그문트 편을 들다가 아버지에게 파문 당한다. 보탄은 벌로 브륀힐데를 인간 세상으로 내려 보낸다. 그리고 그녀를 잠에 빠지게 하고, 주위를 불로 타오르게 한다. 인간이면서 불을 뚫고 들어가는 용감한 남자만이 딸을 찾이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 요약 및 등장 인물 대본 : 리하르트 바그너 초연 : 1870년 뮌헨 궁정 오페라 극장 등장 인물 지그문트 보탄과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용사 테너 지글린데 지그문트의 싼둥이 여동생 소프라노 훈딩 지그린데의 남편 베이스 보탄 신들의 우두머리 베이스바리톤 프리카 보탄의 아내, 결혼의 여신 메조소프라노 브륀힐데 발퀴레 소프라노 외 8명(발퀴레 : 총 9명 ) 때와 장소 : 신화 시대, 훈딩의 잡, 바위산 정상
■ 줄거리
● 전주곡 현이 저음의 스타카토로 인상적인 소리를 낸다. 악보 처음에 ‘폭풍우처럼’이라고 표시한 것처럼 밖에는 악천후의 조짐이 보이고 ‘폭풍우 동기’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숨 죽이게 한다. 폭풍우가 격렬해지다가 클라이맥스에서막이 오른다.
▲ 제1막 적들로부터 도망쳐 나온 젊은 용사가 숲 속에 있는 훈딩의 오두막으로 비틀거리며 들어가는데, 그는 물론 지그문트였다. 그의 쌍둥이 여동생 지글린데는 어린 시절 훈딩에게 유괴 당했는데 지금은 훈딩의 아내가 되어 이 오두막에서 동거하고 있었다. 지글린데는 남편이 귀가한 줄 알고 나왔다가 그를 구한다. 두 사람은 어렸을 때 헤어진 쌍둥이 남매라는 것을 모르고 첫눈에 서로의 매력에 끌린다.
특히 아내와 그 낯선 젊은이가 서로 닮았다는 것을 안 순간 불쾌하기까지 했다. 지그문트가 자신의 지난날과 이곳 오두막까지 오게 된 사연을 해명하면서 그의 의심을 풀려고 한다. 그러나 설상가상 훈딩은 자기가 쫓던 사람이 바로 눈앞에 있음을 알게 된다. 그는 하룻밤 유함을 허락은 하지만 이튿날의 결투를 피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고는 훈딩은 아내에게 거친 목소리고 잠자리에서 마실 술을 준비시킨다. 그녀는 술을 따르면서 거기다 수면제를 몰래 섞는다. 그리고 지그문트의 시선을 방의 중앙에 있는 서양물푸레 나무로 돌리려고 애쓴다. 나무줄기에 칼이 꽂혀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남편이 침실로 들라는 호령에 어쩌지를 못한다.
홀로 남겨진 지그문트는 자신의 무력한 상태를 비관하며 노래를 부르다가 필요할 때는 그에게 칼이 주어지리라는 아버지의 약속을 떠올린다. 그가 나무를 쳐다보는데, 이때 ‘칼의 동기’가 오케스트라로 암시된다. 그러나 그는 그 의미를 알아채지 못하다가, 잠시 후 지글린데가 남편 몰래 계단을 조심스레 내려왔을 때에야 비로소 눈치 채게 된다. 서양물푸레 나무에 칼이 꽂혀 있으며 그것은 오직 영웅만이 뽑을 수 있다고 귀띔한 것이다.
그는 감사하다는 듯이 그녀를 포옹하고는 감동적인 아리아 <겨울바람은 우아한 달에게 가는 길을 열어주고 Wintersturme wichen dem Wonnemond>를 부른다. 그러자 그녀도 화답하듯이 열정적으로 <그대는 나의 봄 Du bist der Lenz>을 노래하고 이어서 관능적인 사랑의 2중창이 펼쳐진다.
음악 그들은 서로의 얼굴과 목소리가 닮은 이유로 부친의 이름을 확인해 보게 되고, 자신들이 남매임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들의 아버지는 자기의 딸이 사랑도 없이 강제로 결혼하게 된 것을 불쌍히 여기고 이 나무에다 칼을 꽂아 두면서 이 칼을 뺄 수 있는 자가 칼을 가질 자격이 있는 영웅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지그문트는 칼자루를 잡고 온 힘을 다해 빼내어서 마침내 위로 치켜 올리고는 그 칼을 '노퉁(필요한 것)'이라고 명명한다. 지그문트와 지글린데는 함께 달빛 울창한 숲속으로 달아난다. 그들은 남매지간이었지만 이제는 남편과 아내가 된 것이다. 제1막에서의 여러 가지 모티프들에 덧붙여서 '지그문트의 동기', '연민의 동기', '사랑의 동기', '훈딩의 동기', '벨중의 동기', '칼의 동기'가 거듭 나타나고 있으며, 이것들은 계속해서 이야기의 전개를 흥미진진하게 엮어 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 제2막 바위투성이의 험준한 산길에서 보탄은 자기의 어여쁜 딸 브륀힐데에게 훈딩과 싸우게 될 지그문트를 보호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녀는 기쁨에 들떠서 "호-요-토-요"라고 소리치며 다른 발퀴레들을 부른다. 그러나 보탄의 아내인 결혼의 신 프리카가 들어와서 남편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든다. 그녀는 남의 아내를 훔치고 누이동생과 불륜을 범한 지그문트에게 중벌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탄은 마침내 긴 논쟁에서 지고는, 지그문트가 갖고 있는 칼을 빼앗아 그를 죽음으로 모는 데 수긍한다. '보탄의 벌의 동기'는 마치 영웅으로 커가기를 원한 자기의 자식이 그렇게 되지 못함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괴로운 감정으로 표현되고 있다.브륀힐데가 되돌아왔을 때, 그는 슬픔에 잠긴 채 지그문트가 아닌 훈딩을 보호하라고 명령을 바꾼다. 그녀가 이유를 묻자, 그는 과거의 '라인의 황금 반지'사건의 전모를 들려 준다.
지그문트와 지글린데가 피로에 지친 모습으로 훈딩의 추격을 받으며 돌아온다. 브륀힐데는 이 영웅에게 이제 당신은 훈딩의 칼에 맞아죽어야 할 운명에 놓이게 되었음을 이야기해 주고는 자신이 그를 발할까지 데려가게 될 것이라고 알린다. 장엄하기 그지없는 명장면 죽음의 고지인 브륀힐데와 지그문트의 ‘죽음의 고지인 2중창’ <지그문트여, 나를 보라! Siegmund! sieh auf mich!>가 시작된다.
“지그문트여, 나를 보라! 그대의 주검을 가지러 내가 왔다. 네 운명이 그렇게 되어있다.” “그럼 저 여인도 저와 함께 가는 것입니까?” “여자의 뱃속에 아이가 있다. 그래서 여자는 아직 이 땅에 있어야 한다.”“이 여자와 함께가 아니라면 그곳이 아무리 훌륭한 발할 성이라도 저는 가지 않겠습니다.”“그대는 이미 나를 보았다. 그러므로 이제 죽을 수밖에 없다.”“하지만 그녀와 함께가 아니면 어디도 가지 않을 것이오! 만일 이 칼을 적을 위해 쓸 수 없다면, 이 칼로 두 생명을 모두 끝내겠소!”
너무나 단호한 의지와 그의 결연한 사랑을 보는 순간 그만 브륀힐데의 마음이 바뀌고 만다. “알았다. 그대의 마음. 내 마음을 바꾸었다. 이제 그대의 아내도 살고 그대도 살리라! 내가 결투에서 그대를 보호하리라”고 말하고는 퇴장한다.
이것은 보탄의 명령에 대한 불복종 행위를 자초한 셈이다. 훈딩이 들어오자 이들 두 사람은 벼랑 꼭대기에서 격렬하게 싸움을 벌린다. 그러는 동안 의식을 잃고 땅바닥에 누워있던 지글린데가 깨어난다. 브륀힐데가 그들을 돌봐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돌연 보탄이 자기의 창을 들고 나타나더니 지그문트의 칼을 두 조각으로 동강내 버린다. 지그문트가 쓰러지고 지글린데는 소리를 지르면서 또 다시 의식을 잃는다. 브륀힐데는 그녀에게로 급히 달려가서 말안장에 그녀를 싣고서는 급히 날아간다. 그러자 보탄의 창이 훈딩을 베어버린다. 그는 달아난 브륀힐데 쪽을 향해 “너의 행동도 큰 벌을 받으리라!”고 외친다. 여운을 남기는 후주와 함께 막이 내린다.
▲ 제3막 그 유명한 관현악곡 <발퀴레의 기행(騎行:말타기)>이 전주곡에 해당한다.‘발퀴레의 동기’가 여러 금관악기들로 생동감 넘치게 흐르는 활기찬 곡이다.(음악은 제일 위에 있음)
발퀴레들이 말을 타고 그름을 지나 발할라에 도착해서는 "호-요-토-호"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지글린데를 실은 브륀힐데가 마지막으로 도착한다. 가쁜 숨을 몰아 쉬던 그녀는 동생 발뤼레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고 도움을 청한다. 그들은 보탄의 처벌을 두려워하는데 그 벌은 너무도 과중하기 때문에 뜻을 함께 하기에는 대단한 각오가 필요했다. 한 발퀴레가 망을 보는 가운데 그들은 차근차근 대화를 나눈다. 브륀힐데는 지글린데에게 지그문트의 아들을 출산하게 될 것이라고 일러주고는 뱃속에 있는 아이야말로 영웅이 될 사람이라고 말한다. 브륀힐데는 두려움에 떨면서 진노한 자기 아버지가 오기를 기다린다.
여기서 아버지와 딸 사이에 오가는 대화가 무척이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브륀힐데가 비록 아버지의 명령을 어기기는 했지만 실은 아버지를 위해서 목숨을 바친 것이라며 "아버지, 그러면 저를 버리십니까" "제가 한 일이 그다지도 잘못된 일입니까?"라고 부르짖는다. ‘보탄의 처벌에 관한 동기’가 브륀힐데가 '간청하는 동기'와 묘하게 혼합되어지는 장면이 연출된다.
보탄이 말한다. “너는 이미 사랑이라는 뜨거운 세계를 알아버렸다. 이제 너도 사랑하는 자를 따라서 인생을 살아라.” 보탄은 브륀힐데에게 여전사의 신권을 모두 박탈하고 “너를 바위산 꼭대기에서 깊은 잠에 빠지게 할 것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너를 발견하는 남자의 여자가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에 브륀힐데는 청을 한다. “다 좋습니다. 대신 한 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제가 잠든 주위를 불로 둘러싸게 해서 최소한 가장 용감한 자가 저를 차지하도록 해주세요.”
이제 두 부녀가 헤어지는 일만 남았다. 신권을 박탈하고 그토록 사랑하는 딸을 지상으로 추방하는 신 보탄은 이제 한 아버지가 되어 가슴 찢어지는 심정을 감추지 못한다. 이 대목은 참으로 감동적인 두 부녀의 이별로서 보탄이 부르는 최고의 아리아 「보탄의 고별 노래」<작별이구나, 용감하고 훌륭한 아가야! Leb wohl, du kuehnes, herrliches Kind!>다. “작별이구나, 용감하고 훌륭한 아가야! 이제 다시는 너를 안을 수 없으리. 행복한 시절의 동반자였던 너를 영원히잃는구나. 너의 빛나는 눈동자에는 내 미소가 담겨 있었고, 너의 불타는 눈은 나를 눈멀게 했지. 너의 소망으로 내 가슴은 뜨거워졌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작별의 키스를 보낸다.” 보탄은 그녀의 이마에 마지막 키스를 하고 그녀를 눕힌다.
그리고 로게를 불러서 마법의 불을 지펴 브린휠데의 주변을 타오르게 한다. 서서히 온 산에 불길이 휩싸인다. 음악은 ‘로게 동기’,‘화염 동기’,‘지그프리트 동기’,‘운명 동기’ 등이 뒤엉키면서 화려하고 장대한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이 대목이 대작 《발퀴레》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관현악곡 <마술불꽃의 음악>이다. <출처 : 아래 참조 개작> * 박종호,"불멸의 오페라 II",pp.966~989. * Wikipedia * 클래식 코리아,"오페라 줄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