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요 1960년 르네 클레망의 작품으로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The Talented Mr. Reply〉를 원작으로 한 범죄 드라마. 당시 무명이나 다름없던 알랭 들롱을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준 작품이다. 인간 내면에 잠재된 모방 본능과 부에 대한 갈망과 성적 욕망에서 비롯된 탐욕을 절제된 화법으로 그리고 있다. 1999년 같은 원작을 앤서니 밍겔라 감독이 〈리플리〉(The Talented Mr. Reply)라는 제목으로 다시 만들었다.
◆ 음악 : 니노 로타(Nino Rota) 영화음악계의 거장인 니노 로타가 작곡한 주제곡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가 영화만큼이나 유명하며 영화 전반에 주제곡의 테마가 여러 가지로 변주되어 흐른다.
◆ 영화 줄거리 톰 리플리는 필립 그린리프의 아버지에게 필립을 미국으로 데려오면 5천달러를 준다는 제안을 받고 이탈리아에서 놀고 있는 필립을 데리러 온다. 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도통 지킬 생각이 없어 보이는 필립은 아무 데나 흥청망청 돈을 쓰고 여자들에게 지분대는 것으로 하루를 보낸다.
톰은 필립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그의 비위를 맞춰주며 불쾌한 요구까지도 아무렇지 않게 들어준다. 필립은 톰과 친구였다는 사실조차 기억이 안 난다며 그를 무시하지만 재미있다는 이유로 그를 옆에 붙여두고 잔심부름을 시키고 초라한 행색을 비웃는다. 필립의 애인 마르쥬는 그를 사랑하지만 그의 제멋대로인 성격 때문에 마음을 놓지 못한다. 필립과 마르쥬 그리고 톰이 함께한 요트 여행에서 마르쥬가 쓰고 있던 책의 원고를 필립이 던져버리자 화가 난 마르쥬는 요트에서 내린다.
바다 위에 톰과 필립 둘만 남게 되자 톰은 그간 필립이 자신을 무시해왔던 것에 대한 앙갚음을 하듯 그를 죽여 바닷속으로 던진다. 육지에 올라온 이후 그는 필립 행세를 하며 돈을 인출하고 호화로운 호텔에 머문다. 필립이 사라지자 마르쥬를 비롯해 필립 측근들이 그를 찾기 시작하지만 톰은 필립과 톰을 번갈아가며 행세해 모두를 헷갈리게 한다.
어느 날 우연히 만난 필립의 친구 프레디가 톰을 의심하자 톰은 프레디를 죽인 뒤 필립이 살인자인 것처럼 꾸민다. 필립이 프레디를 죽이고 자살했다는 증거가 확실시되고 남자친구를 잃고 외로웠던 마르쥬마저 톰에게 마음을 열게 되자 톰은 자기 삶의 가장 완벽한 날이라고 생각하며 행복에 젖는다. 바로 그 순간 팔기 위해 인양된 필립의 요트에 필립의 시체가 걸려 육지로 딸려 올라온다.
■ 작품해설
◆ 주제 이 작품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할 수 있는 모방 욕망이 자본주의 사회의 신분적 격차에 의해 어떻게 왜곡되는지 보여준다. 톰 리플리가 원래 살던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유럽으로 건너오게 된 것은 필립 그린리프의 부친이 제시한 5천달러라는 대가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와 같은 실제적인 이유를 나중에야 제시한다. 관객이 처음으로 보게 되는 것은 필립 그린리프의 철없는 행동-장님의 지팡이를 터무니없는 가격에 사들이거나 애인이 있으면서도 아무 여성이나 끌어안고 추파를 던지다가 버려두고 도망치는 등-에 친구처럼 동참하고 있는 톰의 모습이다.
잘못된 행동을 저지르고 있을 때 즉 일탈의 영역에 있을 때 그들은 친한 친구처럼 보인다. 하지만 다시 일상적인 영역으로 돌아오면 그들 사이의 신분적 격차는 가시화된다. 단벌신사처럼 늘 같은 바지에 낡은 셔츠 차림인 톰과 자기 이니셜이 새겨진 맞춤 셔츠에 실크 재킷을 걸치고 최고급 가죽 슬립온들을 아무렇게나 구겨 신고 다니는 필립. 그들은 동년배임에도 불구하고 톰은 늘 필립을 하대하고 톰은 늘 필립에게 굽신거린다. 그들의 태도상의 차이는 자본의 유무에서 비롯된다. 톰과 필립의 관계는 누구에게나 동등한 기회 보장, 능력에 따른 보상, 신분제도의 철폐 같은 자본주의 사회의 슬로건이 얼마나 유명무실한지를 한눈에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그들의 차이를 확연하게 드러내주는 욕망의 대상은 마르쥬이다. 톰과 필립이 길거리에서 아무 여성이나 유혹해 마차에 태웠을 때 그 둘은 공범이었고 그녀의 육체를 동등하게 차지했다. 하지만 필립은 마르쥬를 전혀 존중하지 않지만 그녀에 대한 강한 소유욕을 과시한다. 그는 톰이 마르쥬를 바라보는 시선마저도 불쾌하게 여긴다. 톰은 헤어스타일과 말투까지 필립을 그대로 흉내내며 표면적으로 그와 동일해지기를 원하기도 하지만 마르쥬와의 관계를 통해 그와 동일한 내적 상태에 도달하기를 욕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명장면 명대사 톰은 필립과 마르쥬가 사랑을 나누는 동안 필립의 옷과 신발을 신고 거울을 보며 “내 사랑 마르쥬. 마르쥬도 내가 자기를 사랑하는 걸 알 거야. 내가 필립을 끝까지 뒤따라 다닐 것도 알고 말이야”라고 독백한다. 이때 톰의 마르쥬에 대한 사랑은 순전히 마르쥬로 인해 촉발된 감정이라기보다 필립에 대한 모방 욕망에 가깝다. 톰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키스하고 이를 필립이 지켜보고 있다. 이 장면은 물리적인 주체로서 톰과 톰이 모방하고 있는 필립 그리고 그 둘 사이의 권력관계를 확연하게 보여주는 마르쥬, 이 세 주인공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필립 : “그때 나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 안 들었어?” 톰 : “그땐 그런 생각 없었는데 생각해 보니 그런 걸.” 필립 : “그거 재밌군.” 마르쥬 : “무슨 얘기하고 있어?” 필립 : “그냥 농담하고 있어. 그래서 내 은행 명세표를 가지고 있었군?” 톰 : “맞아.” 필립 : “그래, 날 죽이면 넌 부자가 될 수 있겠군.” 톰 : “그래, 무슨 수라도 있어?” 필립 : “맞아, 간단한 게 아닐 거야.”
톰을 구명보트에 태워 보냈다가 한나절 동안 태양 빛에 화상을 입게 한 일에 대해 사과하며 나누는 대화. 그들은 나중에 이 대화를 이어가다 실제로 톰이 필립을 죽이게 된다. 둘간의 미묘한 긴장감과 톰이 앞으로 저지를 범죄 행위에 대한 암시를 포함하고 있는 흥미로운 장면이다.
카페 주인 : “안 가보세요?” 톰 : “뭘요?” 카페주인 : “해변에요.” 톰 : “볕이 너무 뜨거워서요. 그러나 내 인생에서 최고의 기분이에요. 마실 것 좀 줘요.” 카페 주인 : “뭘로 드릴까요?” 톰 : “제일 좋은 걸로요.”
톰의 범죄가 완전하게 마무리되고 마르쥬의 마음을 얻은 뒤 필립의 아버지를 만나러 간 마르쥬를 기다리며 해변 카페에서 음료수를 청하는 장면. 잠시 뒤 인양된 필립의 배에 필립의 시체가 끌려나오고 마르쥬는 비명을 지르며 상황을 파악하고, 경찰은 톰을 체포하기 위해 카페로 온다. 카페 주인은 경찰의 명령으로 톰에게 전화가 왔다고 알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톰은 웃으면서 전화를 받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가 마신 제일 좋은 음료수는 톰으로서 그가 누린 최초의 호사였지만 최후의 호사이기도 했다.
■ 감상 ◆ 영화 리뷰 (11:30)
● 주제곡 : 태양은 가득히 (7:46) 하단에 ▲ 최양숙(1966년) (2: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