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언제까지입니까?
영원히 노여워하시렵니까?
언제까지 주님의 진노하심이 불길처럼 타오를 것입니까?
[시편 79:5]
기원전 586년 예루살렘은 바벨론에게 점령당했고 성전은 파괴되었다.
성전은 이방인들에 의해 더럽혀졌고, 예루살렘은 돌무더기가 되었다.
나라가 망하자,
주변 국가들의 비방과 조소와 조롱이 넘쳐난다.
시인은 이렇게 자신의 조국이 폐허가 된 이유는 조상들의 죄(8)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는다.
"우리 죄를 사하소서(9)"
북왕국 이스라엘은 이미 앗시리아에 의해 망했다.
이제 솔로몬의 이후 남왕국(유다, 베냐민 지파)을 이뤄왔던 두 지파도 무너졌다.
조상들의 죄는 무엇일까?그 죄는 이미 솔로몬이 예루살렘 성전을 지으면서부터 시작되었다.그는 하나님을 성전에 가두고, 아내들이 믿던 온갖 잡신을 그곳에 모셨다.그리고 분단이후, 이 상황은 지속되었을 것이다.간혹 종교개혁에 해당하는 일들이 있기도 했지만, 골격은 그대로 유지되었을 것이다.하나님과 우상을 겸하여 섬기고 우상을 하나님처럼 섬긴 죄, 그것이 조상들이 지은 죄다.그리고 그것을 묵인한 것이 그들의 죄인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살아왔다.그리고 마침내 하나님은 그들을 강대국의 침략으로부터 지켜주지 않으셨다.이것을 시인은 하나님의 심판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그는 믿는다.
심판보다 더 크신 하나님의 은혜를 믿는 것이다.
'당신의 거룩하신 이름을 위해서라도, 우리를 구원하여 주소서!'
이것이 그의 기도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받는 심판은 우리 죄에 대한 대가인가?
바벨론은 조상들과 자신들의 죄를 벌하기 위한 하나님의 도구였는가?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회개시키기 위해 그런 방법을 취하신 것일까?
이 사건 이후, 이스라엘은 더 깊은 신앙을 회복하였는가?
혹시 이런 하나님의 심판을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없었을까?
이것이 정말 하나님의 행위였을까?
이런 이스라엘의 불행을
하나님의 심판이 아니라 제국의 흥망성쇄의 과정으로 본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하나님이 그렇게 하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는 하나님께 구할 수 있는 것이다.
불의한 자들의 승승장구함을 보면서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고,
이런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우리를 도와주실 하나님을 믿는다면,
오히려 '물음표'에 해당되는 것들을 풀어갈 실마리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여전히 의문문이다.)
'의인들의 고난과 불의한 자들의 승승장구'는 불변하지 않는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하나님이 주신 것이라고 나는 믿지 않는다.
그냥, 이 세상은 그런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지킬 수 있으며, 이 세상을 바로잡아달라고 기도할 수 있다.
이 기도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정의롭지 않은 이유는,
하나님의 무능하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의를 가장한 불의함이 여전히 내 안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고백할 수밖에 없다.
심판보다 큰 하나님의 사랑,
엄밀하게 말하자면, 하나님의 심판은 없었고, 하나님의 사랑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