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남부지방에 경전선(慶全線)이란 철도가 있습니다.
경남 밀양 삼랑진역과 광주 송정리역을 잇는 300km의 긴 철도인데
경상도와 전라도에 걸쳐 있다고 해서 각각의 앞 글자를 따 지은 이름이죠.
마침 삼랑진은 경부선이 지나고 송정리는 호남선이 통과합니다.
따라서 경전선은 경부선과 호남선을 이어주는 역할도 합니다.
진주에서 밀양까지 약 2시간 만에 기차로 갈 수 있는 것은 순전히 경전선 덕분입니다.
진주역을 출발한 열차는 마산, 창원 등을 거쳐 삼랑진까지 오는데
여기서 경전선 대신 경부선 철로로 바꿔타죠. 삼랑진역에서 조금만 더 북쪽으로 달리면
이윽고 밀양역(위 사진)에 도착합니다.
2004년 4월부터 고속철도(KTX)가 지나는 밀양역은 경남 교통의 요충지답게
깔끔하고 편리한 시설을 자랑합니다.
9월25일 오전에 도착한 밀양은 역광장에서부터 온통 영화 ‘밀양’ 천지입니다.
영화 속에서 밀양역은 여주인공 신애(전도연 분)가 교회 사람들과 함께 노래 선교를 하는 장면,
종찬(송강호 분)이 밀양을 떠나는 신애의 남동생을 배웅하는 장면 등의 배경으로 쓰였죠.
밀양역 버스 정류장 앞에는 ‘전도연 거리’라고 적힌 표지판이 있습니다.
영화의 대부분이 촬영된 가곡동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죠.
역에서 조금만 걸으면 영화 속 신애의 ‘준피아노’가 나옵니다.
물론 진짜 피아노 학원은 아니고 영화 촬영을 위한 세트장이죠.
준피아노 건물과 달리 주변 상가의 다른 가게들은 대부분 평소 모습 그대로 영화 속에 등장했습니다.
아들이 죽은 뒤 망상과 환청에 시달리다가 칼로 자신의 손목을 긋고
피투성이가 된 채 거리를 헤매던 전도연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전도연 거리’에서 가까운 곳에 밀양남부교회(위 사진)가 있습니다.
90년 역사를 자랑하는 밀양의 대표 교회죠. 영화에선 신애가 처음 신앙에 빠져드는 곳으로 나옵니다. 종찬은 멀리서나마 신애를 보려고 예배가 있는 일요일마다 여기서 주차관리원으로 일하죠.
‘밀양’이 기독교에 그다지 호의적인 영화가 아닌데도 교회 측이 정문 옆 넓은 공간을 할애해
영화 촬영지임을 홍보하는 게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밀양엔 ‘전도연 거리’만 있는 게 아닙니다.
역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면 시청 부근에 ‘송강호 거리’도 있습니다.
영화 속 종찬의 카센터가 있던 곳이죠.
자동차 정비업소가 즐비한 가운데 ‘송강호 거리’라고 적힌 안내판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데이트를 약속했던 신애에게 바람을 맞고 혼자 사무실에 앉아
두루치기 안주에 소주를 홀짝이던 종찬이 생각납니다.
원래 ‘밀양’ 촬영이 끝난 뒤 준피아노 등 세트장은 모두 철거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도연이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고 영화가 17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하자 밀양시는 지난해 7월 세트장 복원을결정했습니다.
‘밀양’의 감동을 잊지 못하고 직접 밀양에 오는 팬들을 위해 ‘전도연 거리'와‘송강호 거리’도 조성했죠.
사실 ‘밀양’은 몇몇 주연 배우를 빼면 대부분의 조연·단역 연기자를 현지에서 충원한 영화입니다.
극중 유괴범 박도섭(조영진 분)의 딸 정아로 나오는 송미림은 경남 양산 출신이고
약국 강장로 역 이윤희, 부동산 신사장 역 김종수, 목사 역 오만석 등은
울산·경남 일대에서 활동해온 연극배우죠.
영화 속 신애가 아들의 사망신고를 위해 만난 동사무소 근무자는 ‘진짜’ 직원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영화 제작진은 ‘밀양’ 공식 홈페이지(www.secretsunshine.co.kr)를 통해
“수많은 시민이 아마추어 연기자가 돼 전도연·송강호에 뒤지지 않는 연기력(?)으로
‘밀양’의 완성도를 높였다”며 밀양시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밀양에서 찍은 사진을 아래에 몇 장 더 올리니 감상하시길….
◇ 밀양역 광장에 세워진 영화 '밀양' 촬영지 안내판.
영화 속에서 밀양역은 신애(전도연)가 노래 선교를 하는 장면,
종찬(송강호)이 신애의 남동생을 배웅하는 장면 등의 배경으로 쓰였다.
◇ 밀양역 앞 버스 정류장에 세워진 '전도연 거리' 안내판.
영화 '밀양'은 밀양역에서 가까운 가곡동 일대에서 촬영의 대부분이 이뤄졌다.
◇ 전도연이 주연한 영화 '밀양'으로 유명해진 도시 밀양에서 요즘은
전도연의 새 영화 '멋진 하루'가 상영되고 있었다.
◇ 밀양시 가곡동 일대의 전도연 거리.
영화 속에서 신애(전도연)가 칼로 손목을 긋고 피투성이가 된 채 거리를 헤매던 곳이다.
◇ '전도연 거리'에 있는 준피아노 세트장. 영화 촬영이 끝난 뒤 철거됐다가
전도연의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에 힘입어 2007년 7월 복원됐다.
◇ 영화 '밀양' 촬영 당시의 준피아노 세트장 모습.
◇ 준피아노 세트장 앞에 세워진 영화 '밀양' 안내판.
줄거리와 함께 170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아 흥행에 성공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 영화 '밀양' 촬영지로 쓰인 밀양남부교회.
'밀양'이 기독교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교회 정문 옆 벽면에 커다란 영화 촬영지 홍보물을 붙여놓았다.
◇ 밀양시청 부근에 있는 '송강호 거리'.
자동차 정비업체가 모여 있는 이곳은 영화 속 종찬(송강호)의 카센터 세트장으로 쓰였다.
◇ 영화 속에서 신애(전도연)를 짝사랑하는 종찬(송강호)이 생일 밤 혼자 돼지 두루치기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던 장면이 떠오른다.
◇ 영화 '밀양'에 직접 등장하진 않지만 이 사진은 도시 밀양의 랜드마크를 담고 있다.
낙동강의 한 지류인 밀양강이 유유히 흐르는 위로 우리나라 3대 누각 가운데 하나인
영남루(嶺南樓)가 우뚝 솟아 있다.
영화 속에선 신애(전도연)의 생일 잔치가 열린 도심의 한 카페 창문 너머로 살짝 이 풍경이 보인다.
◇ 영화 '밀양' 제작진이 홈페이지를 통해 밀양시청과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출처 = www.secretsunshi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