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모국어로 습득하는 어린이는 하늘을 /blue/로, 풀은 /green/으로 각각 분리하면서 생활하게 되지만, 한국의 어린이는 하늘도 '푸르고', 풀도 '푸르게' 보면서 살아가게 되며, 중국인은 '靑, 碧, 綠, 藍'을 구분하는 데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무지개 색 하면 '빨주노초파남보' 7가지를 떠올리지만, 아프리카 대륙에 있다는 로데시아(Rhodesia)의 쇼나(Shona) 부족은 단지 /cicena/(노란 색 계통), /citena/(파란 색 계통), /cipswuka/(붉은 색 계통)의 세 색깔만을 무지개색으로 떠올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같은 무지개를 보고 서로 다른 색깔을 말하는 것일까? 아마도 색을 감지하고 구분하는 데에도 나름대로의 문화와 세계관이 반영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가 무지개색을 7가지로 알고 있는 것도 우리의 전통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우리 조상들은 고대로부터 음양오행 사상에 근거한 색채 문화를 지녀왔으며, 이에 따라 빨강, 파랑, 검정, 하양, 노랑과 같은 5가지 색, 즉 오방색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한국인의 색채관은 이익의 <성호사설>에 중국 <고공기>의 오행에 따른 색상과 중간색의 생성을 해석한 것에서 알 수 있는데, 방위와 절계에 따라 오색이 구분되는 것이다.
영어권
한국어
로데시아 쇼나 부족
무지개
7가지(빨주노초파남보)
5가지(빨파검하노)
3가지(노파빨)
따라서 이러한 오방색의 전통이 오늘날에는 서양 문화의 영향으로 7가지 색채 문화로 변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해 주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소리의 문화이다. 우리는 소리의 구분을 '도레미파솔라시'라는 7가지 음계로 구분한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해방이후 서양음악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우리문화 속에 자리잡은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전통 소리문화는 몇가지였을까? 바로 5가지 소리의 구분, '궁(宮)·상(商)·각(角)·치(徵)·우(羽)'의 5음계의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앞의 오방색과도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어서 더욱 중요하고 흥미롭다고 할 수 있다.
<궁중악기-서양악기>
환경에 따라 문화와 세계관이 달라지니, 소리와 색채의 구분도 자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언어라고해서 예외는 아니다. 에스키모어에서는 내리고 있는 눈은 quna, 땅에 쌓여 있는 눈은 aput, 바람에 밀려가고 있는 눈은 piqsirpoq, 바람에 밀려 쌓여 있는 눈더미는 qimuqsuq 등 20여종의 다른 이름으로 눈을 부르지만 'snow'라는 단어를 단 하나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영어의 경우와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국어의 '눈'에 해당하는 총칭어는 없다.
한국어
에스키모어
눈[雪]
quna
aput
piqsirpoq
qimuqsuq
...
또한 오스트레일리아어는 영어에 'sand' 하나만 있는 것과는 달리, 모래에 관한 단어가 많이 발달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인도, 아샘의 Garo어는 서로 다른 형태의 바구니, 쌀, 개미를 나타내는 수십 가지의 말을 지녔다. 이것들은 그들의 문화에서는 중요한 항목인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영어의 개미(ant)에 해당되는 말이 하나도 없다. 개미는 그들에게 너무나 중요한 것이어서 가볍게 언급할 수가 없다. 영어에서는 사람과 황소의 다리를 모두 legs라고 하지만, 스페인어에서는 사람의 다리는 piernas, 황소의 다리는 patas로 표현한다.
첫댓글 빨파검하노는 음양오행중 오행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색이지 무지개의 색은아닙니다 - -;;그리고 하늘과 풀을 둘다 푸르다하고 하는데. 푸르다는 색을지칭한다기보단 상태를 지칭합니다. 흐린하늘과 시들은 풀에 푸르다고 안합니다.
그리고 글을 보면 언듯 우리의 궁상각치우 5음계가 서양의 7음계에 비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우리는 음을 정리하면서 반음인 파와 시를 대표음계에 넣지 않아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