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통음악에 사용하는 악기는 100여종에 이른다. 이 중에는 궁중 의식음악에 사용되던 악기도 있으며, 민간의 풍류방이나 서민들의 풍물놀이에 사용되던 악기도 있다. 그런가 하면 사찰에서 불교의식에 사용되던 악기나 각 지역의 무속음악에 사용하는 악기도 있다. 그런가 하면 풀피리나 물장구(물방구)처럼 일정한 제도 없이 민간에서 만들어 쓰던 악기도 있다. 그리고 최근에 새롭게 개량된 악기도 매우 다양하다.
이들 악기를 분류하는 방법도 시대에 따라 다양하였는데, 《악학궤범》과 《증보문헌비고》의 분류방법이 다르고, 최근의 국악 개설서 등에서도 필자에 따라 다양함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분류체계는 당시의 사람들이 악기를 어떻게 이해하였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전통적인 국악기 분류법과 현재 통용되는 분류법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조선 성종 때 편찬된 《악학궤범》에서는 당시에 사용되던 악기를 아악기·당악기·향악기의 세 가지로 나누고, 몇몇 악기는 의물로 취급하였다. 이는 그 악기가 주로 사용되는 음악의 계통에 따라 분류한 것이다.
■ 아악기(雅樂器)
특종, 특경, 편종, 편경, 건고, 삭고, 응고, 뇌고, 영고, 노고, 뇌도, 영도, 노도, 도, 절고, 진고, 축, 어, 관, 약, 화, 생, 우, 소, 적(篴), 부(缶), 훈, 지, 슬, 금, 둑(纛), 정(旌), 휘, 조촉, 순, 탁(鐲), 요, 탁(鐸), 응, 아, 상, 독, 적(翟), 약, 간, 척
■ 당악기(唐樂器)
방향, 박, 교방고, 월금, 장고, 당비파, 해금, 대쟁, 아쟁, 당적, 당피리, 통소, 태평소
■ 향악기(鄕樂器)
현금, 향비파, 가야금, 대금, 중금, 소금, 소관자, 초적, 향피리
■ 의물(儀物)
대각, 소라(螺), 대고, 소고, 대금(大金)
■ 무구(舞具)
아박, 향발, 무고, 동발
조선 영조 때 편찬되고, 고종 때 증보된 《증보문헌비고》에서는 악기를 만드는 주된 재료에 따라 여덟 가지로 나누었는데, 이는 중국 고대의 아악기 분류체계를 따른 것이다. 흔히 ‘팔음(八音)’이라 불리는 여덟 가지 재료는 쇠(金), 돌(石), 실(絲), 대나무(竹), 바가지(匏), 흙(土), 가죽(革), 나무(木)이다. 이 책에서는 팔음으로 나눈 악기를 다시 세분하여 속부(俗部)와 아부(雅部)로 나누었는데, 속부(俗部)란 당악과 향악 등 속악에 사용되는 악기이고, 아부(雅部)는 아악에 사용되는 악기를 가리킨다.
■ 금부(金部)
[아부] 특종, 편종, 순, 탁, 요, 탁
[속부] 방향, 향발, 동발
■ 석부(石部)
[아부] 편경
■ 사부(絲部)
[아부] 슬, 금
[속부] 월금, 해금, 대쟁, 아쟁, 거문고, 가야금, 알쟁
■ 죽부(竹部)
[아부] 관, 약, 소, 적, 지
[속부] 당적, 당피리, 통소, 태평소, 대금, 중금, 소금
■ 포부(匏部)
[아부] 화, 생, 우
■ 토부(土部)
[아부] 부, 훈, 상, 토고
■ 혁부(革部)
[아부] 건고, 삭고, 뇌고, 영고, 노고, 뇌도, 영도, 노도, 절고, 진고
[속부] 교방고, 장고, 대고, 소고
■ 목부(木部)
[아부] 축, 어, 응, 아, 독, 부(拊)
1969년 국악학자 장사훈이 편찬한 《한국악기대관》에서는 서양음악에서 흔히 분류하듯이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의 세 가지로 국악기를 분류하였으며, 그 하위항목을 다양하게 분류하고 있다.
■ 관악기
[죽부]
(횡적) 대금, 중금, 당적
(종적) 소, 약, 적, 통소, 단소
(복황종적) 향피리, 세피리, 당피리
[목부] 태평소
[포부] 생황
[토부] 훈, 나각
[금부] 나발
■ 현악기
[사부]
(찰현) 아쟁, 해금
(발현) 거문고, 가야고, 대쟁, 금, 슬, 향비파, 당비파, 월금, 수공후, 와공후, 대공후·소공후
(타현) 양금
■ 타악기
[유율]
(금부) 편종, 특종, 방향, 운라
(석부) 편경, 특경
[무율]
(금부) 자바라, 징, 대금(大金), 소금(小金)
(목부) 박, 축, 어
(토부) 부
(혁부) 장고, 갈고, 절고, 진고, 좌고, 교방고, 용고, 중고, 건고, 삭 고, 응고, 뇌고·뇌도, 영고·영도, 노고·노도, 소고
세계 여러 민족의 음악을 연구하는 민족음악학(Ethnomusicology)에서는 작스(C.Sachs, 1881-1959)와 호른보스텔(E.M.Hornbostel, 1877-1935)의 분류체계에 따라 악기를 나누고 있다. 각 악기의 음향학적 진동을 유발하는 방법에 따라 분류하는 이 체계는 관악기·현악기·타악기의 3분법에서 타악기를 두 가지로 세분한 점이 특징이다. 이 체계는 하위항목을 다양하게 세분하고 있으나, 여기서는 여러 국악기를 이 분류의 대항목에 따라 나누어 보고자 한다.
또한 《악학궤범》에서 ‘초적(草笛)’과 ‘소관자(小管子)’의 두 가지를 소개한 이후, 대부분의 악기관련 문헌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던 토속적인 향토악기 몇 종을 함께 제시하고자 한다. 이들 악기는 궁중음악이나 풍류방음악, 또는 전문적인 음악인이 연주하는 무속음악 등에는 사용되지 않지만, 각 지방의 향토음악에서 간혹 사용되고 있다. 아울러 사찰의 불교의식에서만 사용되는 악기 몇 종도 함께 소개 한다.
■ 몸 진동 악기(體鳴樂器, Idiophones)
편종, 편경, 특종, 특경, 징, 꽹과리, 자바라, 제금, 박, 축, 어, 부, 목탁, 목어, 범종, 운판, 요령, 경쇠, 정주, 태징, 광쇠, 물장구, 허벅, 태왁
■ 가죽 진동 악기(皮鳴樂器, Membranophones)
장구, 좌고, 진고, 절고, 노고, 노도, 용고, 풍물북, 소리북, 소고, 법고, 울북, 살장구, 못방구
■ 줄 진동 악기(絃鳴樂器, Chordophones)
풍류가야금, 산조가야금, 거문고, 해금, 아쟁, 산조아쟁, 양금, 금, 슬, 활방구
■ 공기 진동 악기(氣鳴樂器, Aeropones)
대금, 산조대금, 소금, 향피리, 당피리, 세피리, 단소, 새납, 퉁소, 소, 지, 적, 훈, 생황, 쌍피리, 나발, 나각, 고동, 영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