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권 3) 해운비구를 만나다. ②
때에 해운 비구가 선재동자에게 말하는 도다. 선남자여 그대가 벌써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구나.
선재동자가 말하였도다. 저는 이제 겨우 먼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을 뿐입니다.
해운 비구가 말하는 도다. 선남자여, 만약에 모든 중생들이 선근을 심지 않는 다면, 곧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지 못하리라. 보문 선근 광명을 얻고, 진실도의 삼매 광명을 구족하고, 갖가지의 광대한 복의 바다를 출생하여야 하는 도다.
청정한 법을 증장함에 게으르거나 쉼이 없고, 선지식을 섬기는 데 고달퍼 하거나 싫어함이 생기지 않고, 몸과 목숨을 아끼고 쌓아 숨기는 바가 없어야 하는 도다.
평등한 마음이 땅에 높낮이가 없는 것 같아야 하고, 성품이 항상 모든 중생들을 사랑하고 가엾게 여겨야 하는 도다.
모든 유의 갈래에서 항상 여래의 경계를 즐겁게 전념하여 관찰하고 버리지 않아야 하나니, 이와 같이 능히 보리심을 발하면 보리심을 발한 사람이라고 하는 도다.
이른바 대비심을 발하나니, 두루 모든 중생들을 구하는 까닭이로다. 크게 사랑하는 마음을 발하나니, 모든 세간을 평등하게 돕는 까닭이로다. 안락하게 하는 마음을 발하나니, 모든 중생들의 모든 괴로움을 제멸하고자 하는 까닭이로다.
이익되게 하는 마음을 마음을 발하나니,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악한 법을 여의게 하고자 하는 까닭이로다. 슬퍼하고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발하나니, 공포와 두려움을 가진 이들을 모두 수호하는 까닭이로다.
걸림없는 마음을 발하나니, 모든 장애를 모두 여의어 버리게 하는 까닭이로다. 광대한 마음을 마음을 발하나니, 모든 법계를 모두 가득하게 하는 까닭이로다. 끝없는 마음을 마음을 발하나니, 허공계와 같이 머물지 않는 까닭이로다.
넓고 너그러운 마음을 발하나니, 일체의 모든 여래를 모두 보는 까닭이로다. 청정한 마음을 마음을 발하나니, 삼세법의 지혜에 어긋남이 없는 까닭이로다. 지혜로운 마음을 마음을 발하나니, 두루 모든 지혜 바다에 들어가는 까닭이로다.
선남자여 내가 이 해문국에 머문지 십이년이 되었나니, 항상 대바다로 그 경계를 삼았도다.
이른바 한량없이 광대한 대바다를 사유하고, 깊고 깊어 측량할 수 없는 대바다를 사유하고, 점점 깊고 광대한 대바다를 사유하였도다.
한량없는 갖가지의 보물로 가득한 기묘한 장엄한 대바다를 사유하고, 한량없는 물이 모여드는 대바다를 사유하였도다.
물의 빛깔이 동일하지 않은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는 대바다를 사유하고, 한량없는 중생들이 머물러 사는 대바다를 사유하였도다.
갖가지의 몸이 거대한 중생들을 용납하여 모두 받아들이는 대바다를 사유하고, 능히 거대한 구름에서 내리는 비를 모두 받아 들이는 대바다를 사유하고, 그렇지만 늘지도 줄지도 않는 대바다를 사유하였도다.
선남자여 내가 이렇게 사유할 때, 다시 이러한 생각을 하였나니, 세간 가운데, 자못 바다보다 더 넓은 것이 있을 것인가,
자못 바다보다 더 한량없는 것이 있을 것인가, 자못 바다보다 더 깊은 것이 있을 것인가, 자못 바다보다 수승하고 특별한 것이 있을 것인가.
선남자여 내가 이러한 생각을 할 때, 이 바다 아래에서 홀연히 커다란 연꽃이 출현하였도다.
능히 비할 수 없는 수승한 인연의 다라니 보배가 줄기가 되고, 유리 보배는 연밥이 되고, 염부단금으로 잎이 되었도다.
침수향으로 꽃받침이 되고, 마노로 꽃술이 되고, 향기가 두루 퍼지나니, 대바다를 두루 덮지 않음이 없었도다.
백만 아수라왕은 그 줄기를 잡고, 백만 마니보배로 장엄한 그물망이 그 위를 덮고, 백만 용왕은 향수를 비내렸도다.
백만 가루라왕은 모든 영락과 비단 띠를 두루 주위에 드리우고, 백만 나찰왕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관찰하였도다.
백만 야차왕은 공경하여 예배를 올리고, 백만 건달바왕이 갖가지의 음악으로 찬탄하여 공양하였도다.
백만 천왕은 모든 하늘 꽃과 하늘 꽃 봉오리, 하늘 향, 사르는 하늘 향, 바르는 하늘 향, 가루 하늘 향, 하늘 의복, 하늘 당기, 번기, 일산을 비 내렸도다.
백만 범천왕은 엎드려 예배를 올려 공경하고, 백만 정거천왕은 합장하여 예배를 올리고, 백만 전륜왕은 각각 칠보로 장엄하여 공양하였도다.
백만의 해신들은 때를 맞춰 출현하여 공경하여 예배를 올리고, 백만 미광 마니보배 광명을 두루 비추었도다.
백만의 청정한 복덕 마니보배로 장엄하고, 백만 보배 광명 마니보배로 청정하게 갈무리하였도다.
백만의 수승한 마니보배로 그 빛이 혁혁하고, 백만 묘장 마니보배의 광명을 끝없이 비추었도다.
백만 염부당 마니보배가 차례로 행렬을 이루고, 깨뜨릴 수 없는 백만 금강 사자 마니보배로 청정하게 장엄하였도다.
백만의 일장 마니보배로 광대하게 청정하게 하고, 백만의 가락 마니보배가 갖가지의 빛을 구족하였도다.
백만의 여의 마니보배로 장엄하고, 다함 없는 광명이 찬란하게 비추나니, 이러한 거대한 연꽃은 여래께서 세간에 출현하시는 선근으로 일어난 바요, 모든 보살들 모두의 신심의 즐거움으로 생기는 바이나니, 시방세계에서 앞에 나타나지 않음이 없었도다.
환같은 법으로 생기고, 꿈같은 법으로 생기고, 청정한 업과 다툼없는 법문으로 장엄하는 바였도다.
함이 없는 법인에 들어가 걸림없는 문에 머물러, 시방의 모든 국토에 충만하고, 모든 부처님의 깊고 깊은 경계에 수순하나니, 무수한 백천 겁을 그 공덕을 찬탄할지라도 다할 수가 없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