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로마 가톨릭이 고안(考案)한 '형성(形成)된 믿음과 '형성(形成)되지 않은 믿음'의 허구(虛構)

[코헬렛]

- 존 칼빈의 믿음론, 기독교강요 제3권 2장 8(1559년 라틴어 최종판 완역, 문병호 옮김, PP.54-57)

8. 로마 가톨릭이 고안(考案)한 '형성(形成)된 믿음과 '형성(形成)되지 않은 믿음'의 허구(虛構)

논의를 더 진행하기 전에 몇 가지 사전적 언급이 필요하다.

이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독자들에게 본 주제를 설명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들을 우선 제거하기 위해서이다.

먼저 우리가 논박해야 하는 것은 스콜라학파 가운데서 거론되는 '형성(形成)된 믿음'과 '형성(形成)되지 않은 믿음'이라는 쓸데없는 구별 79)이다.

79) “nugatoria fidei formatae et informis distinctio." 형성된 믿음'(fides formata)은 '사랑으로 형성된 믿음'(fides caritate formata)을 칭하며, 사랑을 인식하고 그 자극을 받아 선행(善行)에 이르게 되는 은혜의 상태에 있는 자들의 믿음을 뜻한다. 이는 '형성되지 않은 믿음'(fides informis)에 상대(相對)된다.

왜냐하면 그들은 하나님에 대한 어떤 두려움이나 경건에 대한 어떤 의식에 의해서도 감동을 받지 않으면서도 구원에 이르기 위하여 알아야 될 것은 무엇이든지 필요에 따라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상상하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의 마음을 조명(照明)하여 믿음에 이르게 하시는 성령(聖靈)이 하나님의 자녀 삼으심을 우리에게 밝히는 증인(證人)이 아니신 것처럼 말이다!

그들은 뻔뻔스럽게도 모든 성경이 이에 대해서 항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공허한 감화에 믿음이라는 고귀한 이름의 값을 매긴다.

우리는 더 이상 그들의 정의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할 일은 하나님의 말씀이 가르치는 바대로 믿음의 본성을 단순하게 설명하는 데 있다.

그들이 이에 대해 말한다기보다 오히려 얼마나 무지하고 어리석게 잡음을 내고 있는지 아래에서 뚜렷이 드러날 것이다.

이에 대해 나는이미 부분적으로 다루었으며, 이후에 적절한 곳에서 나머지를 더 보충할 것이다.

여기서 나는 그들이 고안(考案)해 낸 것보다 더 불합리한 허구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말하려고 한다.

그들은 누군가 하나님을 경멸(輕蔑)하는 자라도 성경(聖經)에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게 되는 정도의 승인(承認)이 있으면 그것을 믿음으로 여기고자 한다.

먼저 그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자기 자신의 노력으로 믿음을 얻게 되는지, 혹은 성령이 하나님의 자녀 삼으심의 증인이 되시는 것이 자기 자신의 노력으로 말미암은 것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들은 덧붙여진 자질에 의해서 믿음이 형성될 때 그 믿음이 이전의 믿음과 동일한 믿음인지, 아니면 서로 다른 새로운 믿음인지 물으면서 유치하게 객설을 내뱉는다.

그들의 이러한 얼버무림을 듣고 있노라면 그들이 성령의 특별한 은사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음이 분명해 보인다.

믿는다는 것은 그 시작 자체로 이미 사람이 하나님께 다가가는 화해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이 "사람이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르고"(롬 10:10)라는 바울의 말을 값있게 여긴다면 그들은 그 냉랭한 자질을 고안해 내는 일을 그치게 될 것이다.

단지 다음 한 가지 이유만 가지고도 우리가 이 논쟁을 끝내는 데 충분할 것이다.

우리가 이미 다루었으며 재차 더욱 상세하게 논하게 될 것인바,

정녕 믿음에 있어서의 동의(同意)는 그 자체로 뇌가 아니라 오히려 가슴에, 지성이 아니라 오히려 정서(情緖)에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동의(同意)는 "믿음의 순종(順從)"(적용. 롬 1:5)이라고 불리며, 주님은 다른 어떤 복종도 이것보다 더 좋아하지 않으신다.

그에게는 자기의 진리보다 더한 가치를 지닌 것이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세례 요한이 증인이 되듯이, 신자들에 의해서 마치 서명(署名)이 되는 것처럼 이 진리가 인(印)쳐진다(요 3:33).

우리는 이 사안에 대한 추호의 의심도 없기 때문에, 경건한 감동에 따른 동의가 승인에 더하여질 때 "믿음이 형성(形成)된다.” 라고 그들이 말하는 것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한마디로 단언한다.

왜냐하면 승인(承認)도 경건한 감동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성경에 언명된 바는 최소한 이러하다.

이로부터 훨씬 더 분명한 또 다른 논쟁이 나타난다.

믿음은 그리스도를 아버지에 의해서 우리에게 주어지신 분으로 파악하므로(참조, 요. 6:29),

그리고 그리스도는 의로움. 죄사함. 평강이 되실 뿐만 아니라 거룩함과(참조, 고전 1:30) 생수의 샘이 되시려고(요 7:38; 참조. 요 4:14) 주어지셨으므로,

의심할 바 없이, 아무도 성령의 거룩하게 하심을 동시에 이해하지 않고는 그를 안다고 마땅히 말할 수없다.

혹은 누군가의 바람이 있어 이를 더 명백히 말한다면,

믿음은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知識)에 자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스도는 그 자신의 영(靈)의 거룩하게 하심과 함께하지 않으면 알려질 수 없다.

이로부터 귀결되는바, 믿음은 결코 경건(敬虔)한 정서(情緖)로부터 분리(分離)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