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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들어 제일 먼저 찾아온 태풍(Dianmu-천둥과 번개를 관장하는 중국전설의 여신)은 세찬 바람과 쏟아지는 장대비를 동반한댄다. 산행일인 6월 20일 일요일도 태풍은 물러가지 않을 거하는 일기예보는 산행을 걱정하게 했다. 더구나 서울권울 벗어나 충청권 대전을 향하여 이른 기차시간에 맞추어 출발하는 일도 쉽지 않은 듯했다. 늘 철저한 준비를 하는 대장과 조피아는 산행메모와 핸드폰을 통해 많은 것을 챙겼다.
모든 것은 시간의 흐름이 해결해 준다고 그 누가 말했던가?
여러 난관을 거쳐, 대전을 주름잡고 계신, 어진이님과 서대전역에서 만났다. 서글서글한 눈웃음으로 일행을 반겼다. 곧 산행장소로 택시를 2조로 나누어 타고 이동했다. 기열대장과 심형 상호님과 헤엄치는 새(영을님)는 2조 택시에 타고, 어진이님과 조피아 이방인과 바다는 1조 선발 택시에 탔다. 가는 빗속을 막힐 것 없이 달리는 택시는 곧 산행지 주차장에 닿앗다.
안내판 앞에 선 어진이님은 오늘 우리가 탈 산은 빈계산이라 하며, 이어지는 금수봉-백운봉-도덕봉-수통계곡 손으로 가리키며 둘러보게 했다.
날렵하게 앞장서서 산행을 이끄는 어진이님의 행동반경은 예사롭지 않았다. 첩첩산중에서 산삼과 능이버섯 그리고 불로초를 캔 경력을 지닌 듯한, 어진이님은 뿌려주는 빗방울이 오히려 시원한 표정으로 산을 나르듯이 탄다.
더구나 학창시절-함께 배우고 때때로 익히던 친구들이 자신이 추천하는 산행을 하려고, 멀리에서 악천후에도 개의치 않고 찾아왔다는 사실과 책임감으로 더욱 힘이 솟는 듯했다. 공자 삼락(三樂)이 이심전심으로 모두에게 스며들었다.
“ 벗이 있어 멀리서 스스로 찾아오니 이 또한 기쁜 일이 아닌가?” (有朋自遠方來니 不亦樂乎아)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남이야 무어라고 말하든, 기상예보에 얽매이지 않고 산이 좋아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속 깊은 마음도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면 이 또한 군자가 아닌가? (人不知而不慍이면 不亦君子乎아 )
오늘은 운이 좋게도 태풍치고는 온순하게, 거센 바람 없이 간간이 비를 뿌리고 있다. 빈계산도 특별히 찾아온 귀한 손님들에게 많은 선물을 듬뿍 안겨줄 것 같았다.
빈계산- 그 뜻을 짐작하기도 어려운, 처음 듣는 이름이기에, 일행은 서로 자칭타칭 대한민국에서 한 때 알아주던 머리를 굴려 그 뜻을 유추를 하였다. 기열 대장님은 그동안의 준비과정으로 진이 빠진 듯, 천천히 뒤로 처져 걸으며 자주 주저앉아 쉬었다. 바톤을 이어받은 어진이님은 훌쩍 앞장서 날아가듯 가파른 산길을 올라갔다.
우리는 초반전에 속력을 내는 것은 무리라 여겨져 천천히 걸으며, 나름대로 멋대로 뜻을 새겨 보았다. 알쏭달쏭한 지명은, 소리글자인 한글에다 한자 뜻을 덧붙여보면 제법 감이 잡히기에.
빈은 손 빈(賓)인 것 같고, 역사를 전공한 조피아답게, 먼저 운을 떼었다. 사대 교정에 있던 다빈(多賓)-재학생 현상공모로 지어진-이란 찻집이 곧 연상되어서 일까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럼 계는? 좀 어렵긴 한데 아쉬운 대로 우선 가까이 계룡산이 있기에, 닭 계(鷄)로 하였다, 시내 계(溪)로 하기엔 물소리가 전혀 들려오지 않기에.
“손님 중에서도 특별히 귀한 손님이나 백년손인 사위가 오면 내놓으려고, 은밀하게 키우는 씨암탉들의 모습을 하고 있는 산. 다소곳이 접고 있는 날개와 모양새가 자르르 윤이 흐르는 참한 산,”
진입로 안내판에서 곧바로 이어진 가파른 언덕길을 한참을 올라가면서, 산세를 훝어 보고자 했으나 뽀오얀 안개가 자욱하여 10여 미터 정도 밖에, 시야는 트이지 않아 볼 수 없다. 한 자락이라도 살짝 보여 주면 좋으련만...., 몇 번을 오르고 내려도 변화가 없는 대신에, 하늘은 비를 간간이 그쳤다 내렸다 하면서 서울에서 온 손님들을 특별히 배려해 주었다. 한 30분 오르자 급경사라서 이마에 땀이 솟았다. 모두들 초반전에 너무 힘든데 하는 얼굴이다.
우리 산행에서 참을성의 한계를 먼저 표시하여,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방어선 역할을 하는 헤엄치는 새가 긴 바지를 걷어 올리고 걷기 시작했다. 저러다 넘어져 다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 바로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길이라, 누구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흐르는 땀도 닦고 바람도 쐴 겸, 우리는 다시 쉬기로 하고, 기열 대장은 제일 먼저 앉아 길게 호흡을 하였다. 어진이님은 뭔가를 먹으려고 배낭을 푸는 일행을 보며, 아까 참외 먹더니 아니 벌써 뭘 또 먹는가? 어서 가야지! 하는 표정으로 서서 일행을 둘러보며 웃었다.
헤엄치는 새는 슬며시 아무 말 없이 숲 속으로 들어가더니, 얼마 후 까만 반바지-북한산 하산 길에 산 듯한- 차림으로 나타났다. 더위를 참지 못해서일까? 아님 의장대에서 일자로 만들어졌다는 다리를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일까? 그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아 알 수는 없지만 우리는 모두 와-아 웃으며 한 마디씩 했다.
“ 어쩌면 다리가 딱 일자로 붙었어요.” “ 그게 다리냐 막대지. 삶으면 먹을 거나 있겠냐? ” “ 긴 다리가 꺽새 같구나.” “ 저렇게 가늘고 기니 그만 가고 내려가자는 말을 많이 했나 봐.”
일행은 저러다 미끄러운 바위에 부딪혀 무릅이 깨지거나, 피가 나는 불상사가 나지 않을까 눈여겨보며 걱정을 하였는데, 하늘은 대한민국 의장대에 바친 충성심을 가상히 여겨, 가늘고 긴 다리를 끝까지 넘어지지 않도록 보호하였다.
우산을 들기도 하고 접기도 하면서, 비옷을 덧입기도 하고 벗기도 하면서, 방수잠바와 비에 온 몸을 내맡긴 채로, 빗방울 머금은 나무들와 풀로 더욱 싱그러위진 산공기를 마시며 앞으로 나아갔다. 특히 어진이님은 전광석화(電光石火)와 같이 빠른 움직임으로 앞장서서 혹여 비로 인해 등산로에 무슨 이변이 발생했는지를 먼저 점검하고 중간 중간 쉴 때마다 빠르게 설명했다.
“ 저쪽은 도덕봉이고 저족은 수통골이고, 이 쪽은 백운봉이고.” “ 아! 예! 도덕봉 이름이 이상하네요?” “ 도둑놈들이 더덕을 캐먹고 살았다는 곳이지.‘ “ 아! 그래요. 거기가 어디쯤이라구요?” “ 저쪽 저쪽이야. 날이 좋으면 더 잘 보이는데. 능이버섯도 있어. 버섯은 능.송.표라고 능이 송이 표고 순이야.” “ 능이버섯요? 처음 들어 보는데요.” “ 맛과 향이 기가 막히지. 아무나 찾을 수 있게 보이는 것이 아니고, 그것도 보이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네. 한 번 따서 살짝 구워 먹어야 하는데 푹 삶아서 제대로 맛을 못 봤지....”
빈계산에 대하여 하얀 백지 상태인 우리는 어진이님의 설명을 하나라도 더 들으려고 귀를 세우기도 하고 ,암기하기 쉽게 설명하는 어진이님의 특유의 유우머와 재치에 즐겁게 웃기도 했다. 학교 다닐 때 너무나 빨리 모든 것을 외워 재빨리 시험지 답안을 채우고 제일 먼저 밖으로 나와 다음 시간에 볼 시험과목을 공부했을 것 같았다. 고사리 얘기를 하면서 누군가가 그것이 아마 고생대 식물이잖아? 우리 학교 다닐 때 시험에도 나왔었는데 하고 머뭇거리자 어진이님은 아 뭐 그런 걸 가지구 하는 얼굴로 다시 일행을 둘러보며 말했다.
“ 나는 시험 보고 나면, 그 순간으로 내 머리 속에 있는 것은 모두 DELETE야!. 싹 지워버려야 머리가 복잡하지 않지.”
시험을 위해 초를 다투면서 암기했던 기억을 지닌 우리들은, 이젠 다시 그런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되는 어른이 된 것을 기뻐하며 커다랗게 웃었다.
몇 번 천둥 소리가 우르릉 멀리에서 울려왔지만 번개를 치거나 세찬 비는 오지 않았다. 뽀오얀 안개를 너울처럼 드리워 얼굴을 가리고 있는 빈계산! 우리는 뾰족뾰족하게 직선으로 갈라지고 작은 바위들이 곳곳에 놓인 길, 뭔가 소원을 빌기 위해 돌탑을 쌓이놓은 길을 계속 걸어 가다가, 이정표나 리본이 매여진 곳에 멈추어 서서 조금씩 드러나는 전망과 바람을 즐겼다.
간혹 비탈진, 흙이 얇은 등산로 결에는 큰 소나무가 자기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뿌리가 뽑힌 채 쓰러져 있었다.
“ 곡기를 끊었네! 소나무가 뿌리가 약한 가 보네. 쓰러진 건 전부 늙은 소나무야.”
초반전과 달리 점점 피로를 회복한 듯한 기열 대장은 살아 있을 때는 제법 근사했을 소나무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솔잎이 서울과 달리 거름이 되어 덮힌 흙길을, 내리는 가는 비에 제법 익숙해진 일행은 둘 둘 넷으로 셋 둘 셋으로 나누어지기도 하고 합해지기도 하면서 백운봉을 향해 걸었다.
잠시 잠시 쉴 때마다 간식을 먹는 일행을 어진이님은 이거 참 놀라운데 하면서도, 팔각정에서는 잘 하는 김밥집에 일부러 가서 사온, 맛있는 충정도 김밥을 나누어 주었다.
“ 산은 정상에 오르기 전에는, 뭘 많이 먹지 않아야 하는데 이렇게 계속 먹는 거야?” “ 소모된 에너지를 먹어서 보충해 가면서 가거든요. 산에서 먹는 즐거움도 크잖아요?” “ 그러면 배가 나올 텐데?” “ 여기 배 나온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요.”
우리는 모두 웃었다. 어진이님도 어이없어 하면서 거 묘한 이치야 모두를 다시 한 번 둘러보았지만 배 나온 사람은 없었다.
“ 명산은 처음에 제 모습을 다 보여주지 않더라구. 여러 번 찾아가야 그 모습을 보여주지.”
잠깐 드러난 겹겹이 포개진, 태초의 모습을 지니고 있는, 산봉우리에 안개가 가볍게 퍼져내리는 모습을 얼른 찍은 기열 대장은 좀 아쉽지만 다시 또 널 보러 오리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안개가 가볍게 퍼져 나가고 있는 산, 저 쪽 멀리에서 쏟아지고 폭포의 물줄기가 보인다고 하여 모두들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고 감탄을 하였다.
하늘은 태풍 속 산행에 대한 염려를 조금씩 누그려 뜨려 주었다. 엏마 후 발 아래로 드러나는 인가를 보고, 무사히 산을 내려가게 됨을 감사하였다. 하산 길에 이르자 수통골이 가까워서인지 제법 물소리가 들리고, 커다란 계곡이 나타났다. 솰솰솰솰 흐르는 물줄기가 세차고 폭도 제법 넓었다. 우리는 양말을 벗고 맨발로 우산과 등산화를 들고 조심조심 물을 건너갔다. 뼈 속까지 스며드는 듯한 시원한 물살의 흐름이 겁나기도 했다. 징검다리를 건너와 벗은 양말을 신는데 상호님의 목소리가 물소리에 섞여 울려 왔다.
“ 내 신발 한 짝 떠나갔다! ” “ 아니 저게 무슨 소리야?” 심형은 무슨 일이 난거지 하면서 상호님이 서있는 징검다리 초입으로 빠르게 다가갔다. 구경을 좋아하는 나도 얼른 그 뒤를 따라갔다. 징검다리 밑으로 폭포처럼 쏟아진 물줄기 아래의 깊은 물, 빙빙 도는 물살을 타고 신발 한 짝이 빙빙 돌고 있었다.
“ 어서 저를 건져 주세요. 물에 빠진 저를 구해 주세요. 산을 좋아하는 당신의 발길과 내 짝을 차마 이렇게 떠날 수는 없어요. 아직 좀더 해야 할 일이 있어요 가보지 못한 산 같이 걸어가기로 약속했어요.“
심형은 긴 나뭇가지를 들고 비잉-빙 돌고 있는 등산화로 접근해 갔다. 제법 물이 깊고 물살도 세차게 흐르고 있다. 어느 산행에선가 수로부인을 기쁘게 해준 헌화가(獻花歌)의 주인공답게, 심형은 등산화 가까이로 막대를 뻗치어, 몇 번의 시도 끝에 등산화를 막 끌어내는데 다시 쏟아지는 물살에 등산화는 좀더 아래로 떠내려 가 비잉=빙빙 다시 돌았다. 끈기와 인내심으로 산행의 선두주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심형은 다시 긴 막대를 들고 좀더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 등산화 쪽으로 몸을 수그렸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늘은 심형에게 등산화를 건져내는 초능력을 발휘하게 했다. 구경하던 일행은 모두 감동했다. 색다른 헌화가(獻靴歌)를 만든 심형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그 냇길을 따라 좀 더 아래 쪽으로 내려오니, 헤엄치는 새가 저쪽 물가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웬 일인가 하고 바라보니, 혹시 등산화가 떠내려 오면 붙잡으려고 서있는 것이라고 누군가가 설명했다. 등산화의 주인은 그냥 넋 잃고 바라보고만 있는데, 인덕도 많아라! 주변의 사람들이 맨발로 나서서, 온 몸이 물살에 휩쓸릴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등산화를 건져내 주려고 애를 쓰고 있다니! 언제 덕을 그리 많이 쌓아 놓은 것일까? 잠시 보이지 않던 어진이님은 식당답사를 하고 온 듯, 오늘 개업한 식당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개업 첫날의 서투름은 있었지만 그런대로 작은 방을 하나 차지하고 각자 젖은 옷을 이리저리 갈아 입을 수 있었다, 꽁보리 비빔밥과 닭도리탕을 주문했다. 심형은 늘 가져오는 술이 있으니, 소주는 한 병만 시키라고 했다. 음식이 나오자 우리는 무사산행을 축하하며 건배를 하였다. 개업떡도 먹었다. 비록 어설픈 닭도리탕 솜씨와 주인의 계산능력에 머리가 헷갈려 어리벙벙했지만, 계산대에 다시 갔다온 조피아가 안고 온, 제법 질아 좋은 개업수건을 보고는 모두 환호를 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하더니, 그래도 충청도 인심이 후하다고 칭찬했다. 나오면서도 우리는 모두 식당이 잘 되어 번창하기를 바라는 덕담을 했다. 이제 남은 일은 서울로 가는 것이다. 대전역으로 기차를 타러 가기 위하여, 벼스정류장으로 걸었다. 따뜻한 음식에 한 잔 술까지 곁들인 포만감으로 일행은 여유롭개 걸어 버스 종점에 닿았다. 어진이님은 대전역으로 가는 버스를 물어, 모두 그 버스에 오르게 했다. 버스는 우리가 전세라도 낸 듯이 8명의 승객을 싣고 출발했다. 어진이님은 시계를 들여다 보더니, 기차 출발시간까지는 약 1시간 정도 남았으니 충분히 갈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밀리지만 않으면 된다고 했다. 미끄러지듯 달리던 버스가 시내 중심가로 접어들어 밀리는 듯하자 이방인과 조피아는 불안해 하기 시작했다. 이방인은 “ 내려서 택시를 타야 겠어요.” 하는 의견을 어진이님 족을 바라보며 제시했지만, 어진이님은 걱정마라! 충분히 갈 수 있다는 느긋한 표정으로, 그냥 버스로 타고 가도 역에서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을 거라고 했다. 조피아가 일어서서 창밖을 내다보자 어진이님도 조금은 초조한지 운전기사 쪽을 바라보았다. 순간 나는 운전기사에게 좀더 빨리 신경을 써서 가주기를 부탁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무엇이든지 들어주든 말든, 일단 의견표시를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낫다. 설혹 들어주지 않아도 미련은 없을 것이다.
“ 아저씨 우리 8명이 서울 가는 기차를 타야 하는데요. 시간이 너무 촉박해요, 기차 떨어지겠어요. 기차 탈 수 있도록 조금만 신경 써서 운전해 주세요.” “ 그러면 쓰는 감. 신호를 지키고 정류장마다 스면서 가야 하는데.”
묵묵히 어진이님과 나의 말을 들으며, 그동안 돌아가는 상황을 뒤통수에 눈이 있는 듯 살피고 있던 운전기사는 조금씩 요령을 부려 속도를 내는 운전을 하기 시작했고 우리는 박수를 쳐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수건이라도 줄까?” 헤엄치는 새의 말에 모두 웃었지만 실제로 주지는 않았다. 버스가 롯데 백화점 앞에서 한 동안 밀려 못 가게 되자, 좀 밝아졌던 이방인의 얼굴은 초조감으로 다시 굳어졌다. 혹 일행이 기차를 놓치게 되어도, 이방인만은 KTX표로 그 시간에 서울에 닿을 수 있게 한다 하여도, 대전은 아무 연고도 없는 곳이라서 너무 걱정이 된다고 했다.
“ 혹시라도, 그런 일은 없겠지만, 기차를 놓치게 되면, 이방인은 고속철로 서울에 가고, 남은 사람들은 유성에서 온천을 하고, 내일 새벽 고속버스로 출근을 하면 되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온천과 숙박비는 어진이님이 내는 거에요.” “ 그럼 그러지! 기차를 타도 좋고 못 타도 걱정할 것이 전혀 없다구. ” “ 나는 걱정이 안 되네. 유성에서 목욕하고 호텔에서 자고 가면 더 좋겠구만.” “ 여기만 벗어나 몇 정류장만 가면 역인데.... 일요일에 비까지 오지, 고속철 보내고 새마을 보내고, 그러다 보면 서민들만 슬퍼져. 늘 10여 분은 늦는다니까, 걱정 마! 내 말이 딱 맞는다니까. 역에서 차 마실 시간도 있을 테니.” “ 우리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제각기 모두 역으로 막 뛰자구요. 자 각자 표 한 장씩 챙겨 받으세요.” “ 그럼 버스에서 미리 헤어지는 인사도 해야겠네요.”
우여곡절 끝에 기열대장님의 말대로 갖은 생쇼를 하면서, 대전역에 닿은 일행은 막 뛰어서 역사로 올라갔다. 막 울려 퍼지는 안내방송은, 무궁화호가 13분 연착됨을 알리고 있었다. 어진이님의 말대로 무궁화호는 전 열차가 줄줄이 꼬리를 물고 연착되고 있었다. 들려온 방송은 앞 기차의 연착이라고 했다. 모두들 일단 남은 시간을 확인하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손을 씻고 나오니 모두 개찰을 하고 플랫홈으로 들어간 듯 아무도 보이지 않앗다. 자동 기차표발매기에서 예약한 표를 사고, 혹 어진이님이 어디 계신가 대합실을 둘러보았다. 전광석화(電光石火)와 같이 빠르게 벌써 가셨는지 찾을 수 없었다. 내가 타고 갈, 9시 3분 기차도 시간이 넉넉하게 많이 남아 있지 않기에, 두고 온 큰 배낭을 가지러, 아들이 있는 관저동으로 향했다. 간간이 빗방울이 유리창에 부딪혀 반짝인다. 많은 것을 느끼고 보게 한 어진이님 고맙습니다.
“능이버섯을 따러 가는 계절이 오면 우리를 다시 불러 주세요. 더욱 맑아진 눈으로 능이버섯을 찾아 살짝 구워 함께 먹으면 신비한 향과 맛으로 빈계산을 오른 우리는 모두 무병장수할 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