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경찰(연녹색)이 28일 WK리그 경기가 열린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불법 스포츠도박 중계자로 의심되는 두 남성(모자이크)을 심문하고 있다. 그라운드에선 한창 경기가 진행 중이다. / 수원=이민성 기자 |
지난 28일 ‘IBK기업은행 2016 WK리그’ 3라운드 수원FMC와 이천 대교의 경기가 열린 수원종합운동장. 경기가 한창인 후반 중반, 경찰이 관중석에 나타났다. 제복 위에 얇은 점퍼를 입고 신분을 감춘 경찰관 2명은 계단을 내려가며 천천히 관중을 살폈다. 경찰은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두 남성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경찰은 몇 마디 대화를 나눈 뒤 두 남성의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둘은 불법 스포츠도박 중계자로 의심돼 인근 지구대로 연행됐다. 경기를 보면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스마트폰을 자주 만진 두 사람을 수상히 본 한 관중이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스마트폰 등 증거를 확인한 뒤 ‘불법 스포츠도박 중계자’로 의심돼 조사를 벌였다. 여자 실업 축구에 불법 스포츠도박이 또 손을 뻗었다. <축구저널>은 지난해 WK리그에 나타난 중국인 불법 스포츠도박 중계 의심자와 위험성에 대해 보도했다(2015년 7월 29일 ‘불법 스포츠도박, 여자축구도 노리나’). 이후 WK리그는 장내 경고방송을 시작하며 불법 스포츠도박 근절에 나섰다. 이날 나타난 두 남성의 수법도 비슷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경기 내용을 중계했다. 경찰이 확인한 스마트폰 화면에는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가 열려 있었다. 두 남성은 한국인이며 중계를 할 때는 영어를 사용했다. 외국 불법 도박 사이트 정보 제공책으로 의심된다. 다행히 대처가 신속했다. 이날 약 15분 간격으로 ‘불법 스포츠도박 중계자로 의심되는 사람은 신고해달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음성에 맞춰 전광판에도 관련 문구가 실렸다. 수원종합운동장은 수원중부경찰서 장안문지구대와 인접해 있다. 축구장과는 약 5분 거리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재빨리 출동해 검거할 수 있었다. 두 남성은 지구대에서 간단한 조사를 받은 뒤 곧바로 풀려났다. 경찰은 “현장에서 수집한 증거로는 불법 스포츠도박 중계 의심자로 추정할 뿐”이라며 “추후 사이버수사대에서 두 남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자 축구뿐만이 아니라 한국 축구는 불법 스포츠도박의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 K리그, 내셔널리그, K3리그, WK리그 등 중계자를 출입구에서부터 걸러낼 수 있는 안전장치는 미흡하다. 얼굴만 보고 중계자로 의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르면 ‘도박을 목적으로 운동경기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또한 승부조작까지 번질 우려도 있다. 최근에는 SNS에서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청소년까지 불법 스포츠도박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한국 축구가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요즘, 다시 한 번 불법 스포츠도박 근절에 신경을 써야 할 때다. |